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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성장하면 우리는 정말로 행복해질까 - 나와 당신은 과연 성장의 과실을 공정하게 분배받고 있는가
데이비드 C. 코튼 지음, 김경숙 옮김 / 사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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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데이비드 코튼(David C. Korten)은 라틴아메리카와 동남아 경제와 경영 연구를 통해 진정한 개발은 결코 외국의 원조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깊은 확신을 갖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개발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 공동체의 실제 자원들, 즉 토지, 물, 노동력, 기술 그리고 인간이 가진 발명의 재주와 동기 등에 대해 통제력을 갖고 이것을 얼마나 그들 자신의 요구에 맞게 효과적으로 사용하느냐 하는 지역 사람들의 능력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의문 한 가지를 품는다. 성장과 돈을 개발의 중심에 두는 <성장 중심적인 방식>이 아닌 사람이 진정한 중심이 될 때, 즉 사람이 목적인 동시에 주된 수단이 되는 <인간 중심적인 방식>을 취한다면 개발이 어떤 모습을 취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코튼은 뜻을 같이 하는 동료들과 힘을 합해 <인간중심개발포럼> (People-Centered Development Forum, PCD포럼>을 창립했다. 그는 포럼을 통해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과 모여 토론도 벌이고, 세계적 불평등의 원인과 극복 방안 등에 관한 저술 활동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포럼을 통해 추구하는 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지속 가능한 사회 이론을 개발하는 것이고, 둘째는 그 이론은 인간 사회가 삶의 자연적 과정으로부터 그토록 멀어진 원인을 설명하는 쪽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간 우리가 만든 사회 제도가 점점 더 시장의 금전적 가치에 맞춰 조정됨으로써 일상 속에서 인간의 소외는 더욱 강화되어 왔다. 포럼은 이를 극복하는 대안 운동의 일환이다.

 

나아가 코튼은 돈이 지배하는 세계에 대한 환상을 떨쳐 내고 인생의 정신적인 의미를 회복해야 하며, 우리의 경제 체제가 공동체 내에서 제자리를 잡고 뿌리내려서 그것이 인간과 인간의 삶에 완전하게 결합하도록 해야 한다고 천명한다.

 

이는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행복의 경제학》에서 설파한 IMF, 세계 은행 그리고 WTO 등을 중심으로 주도되는 글로벌 차원의 신자유주의에 대항하기 위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지역 공동체를 복원시켜야 한다는 주장과 맥락을 같이 한다.

 

▲데이비드 코튼(David C. Korten)

 

코튼은 서문에서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밝힌다. 그는 시장 경제와 사유 재산 제도의 중요성을 변함없이 신봉한다고 전제하면서, 큰 정보와 대기업을 좋아하지 않으며, 부를 소유하는 것이 정치적으로도 특권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로 믿지 않는다고 토로한다.

 

또한 진보주의자들이 권리를 박탈당한 사람들에게 갖는 연민, 평등에 대한 서약, 환경에 대한 염려에 동감하며, 정부가 꼭 해야 하는 역할이 있고, 사유 재산권에도 한계가 있다고 믿는다고 언급한다. 내 생각에는 합리적 자유주의자로 보면 어떨까 싶다.

 

이러한 저자의 입장은 어떻게 보면 지적 겸손에서 나온 것이다. 그가 400여 쪽에 걸쳐 펼치는 방대한 지론은 사실 그리 녹록치 않다. 저자에 따르면 가진 자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경제 시스템은 강자들을 더욱 성장시켰고, 약자들은 빈곤을 심화시켰다. 자본과 금융에 의한 시스템의 지배는 소수 엘리트들에게 부와 권력을 집중시킴으로써 인간 중심에서 점점 멀어져 가게 만들었다. 일례로 멕시코의 마킬라도라가 그러했다.

 

나는 저자의 지론을 일독하면서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가령 근대 과학과 의학의 발전으로 일찍이 인류를 위협하던 전염병과 질병을 퇴치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20세기 초반 의 전쟁은 사상자가 군인 중심이었다면, 20세기 말에 그 희생자는 대부분 민간인이었다.

 

이렇듯 여전히 인류의 생존은 위협받고 있다. 주요 원인이 질병에서 살육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그 살육의 근본 원인을 들여다보면 자본의 이익과 자원 확보를 둘러싼 탐욕이 똬리를 틀고 있다.

 

최근 3세대 승계를 앞둔 삼성가의 경영 세습이 화제가 되고 있다. 사실 그 일가가 쌓아올린 막대한 부는 거의 독점적 시장 지배와 노동자의 희생 그리고 정부의 특혜적 지원 등으로 인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부의 사회적 환원이나 이익의 공유에는 인색하기 짝이 없다. 저자는 바로 이런 자본의 탐욕과 지배가 약자들을 빈곤으로 내몰았으며, 인간 소외를 더 심화시켜 왔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저자의 해법은 무엇일까? 우리가 기존 경제 성장의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돈에 대한 사랑이 아닌, 삶에 대한 사랑으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적 다원주의를 회복하고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경제적 수단 등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그 역시 스테판 에셀이 외쳤던 “분노하라!” 류의 정치적 활동과 시민 운동에 맞닿아 있다. 다만 수위는 조금 낮다.

 

말미에 이르러 저자는 우리에게 양자택일하라며 압박(?)한다.

 

우리 인류는 삶의 온전함에 이바지하는 새로운 차원의 이해와 역할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을 것인지, 아니면 우리 자신이 지구에서 소멸되는 위험을 감수할 것인지 두 가지 선택을 앞에 놓고 있다. - 441쪽

 

코튼이 우리에게 던지는 포도밭의 장미 같은 일련의 경고들은 새로운 불꽃을 위한 부싯돌이 될 수 있다. 사실 또 다른 세월호는 우리의 무관심 속에서 잉태되기 마련이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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