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유 공유마케팅 모순’ 수학적 규명
[문화일보 2006-12-05 15:38]
(::경영학 교수 논문 뒤늦게 주목::) 제이유그룹이 투자자를 끌어들인 핵심 수법인 ‘공유마케팅’의 모순점과 위험성을 지적한 논문이 뒤늦게 주목을 받고 있다. 제 이유그룹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도 이 논문을 중 요 자료로 참고할 정도다.
조명을 받고 있는 논문은 이기엽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가 지난해 8월 내놓은 ‘공유마케팅 보상플랜에 관한 연구’. 이 교수는 논문에서 “공유마케팅은 극소수의 가입자만이 약정된 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하며 “공유마케팅의 피해가 폭발할 가능성이 잠재돼 있다”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신규가입자가 일정한 경우와 계속 증가하는 경우로 시나리오를 나눠 공유마케팅을 수학적으로 분석했다. 논문에 따르면, 두 경우 모두 약정된 배당률(150%)에 따른 배당금을 받을 수 있는 회원은 전체 가입자의 1.5%에 불과하다. 약정된 배당금을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상상을 초월한다. 예를 들어 매일 100명 씩 가입자가 증가한다고 가정했을 때, 100일째 가입한 사람이 약 정된 배당을 모두 받기까지는 무려 6900일(19년)이나 걸린다. 초기에 가입한 회원만 이익을 보는 구조다.
이 교수는 가입자가 공유마케팅을 통해 일정 소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득 이상의 신규 구매를 해야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가 입자가 증가하면 매출포인트 당 배당액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기 때문이다. 만약 월 300만원의 수당을 유지하려면 800만원어치의 물건을 추가로 구입해야 한다.
공유마케팅 업체들이 새로운 포인트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은 이러한 한계를 알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 교수의 분석이다. 낮아진 배당률로 인해 가입자들이 반발하거나 탈퇴하는 것을 막기 위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 선가입자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 에 대해 이 교수는 “새로운 프로그램에 미리 가입해 손해를 만 회할 수 있다는 생각 등으로 인해 공론화되지 않고 있다”며 “하 지만 배당을 기다리는 금액이 매우 크기 때문에 한번에 불만이 폭발할 가능성이 잠재돼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검찰은 주수도 회장에 대해 사기 혐의를 적용하면서 이 논문을 중요한 참고자료로 활용했으며, 재판부에도 이 논문을 자료로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성진기자 threemen@munhwa.com
----
제이유의 마케팅 기법이 처음에 신선하게 느껴질 수 있었던 것은 기존의 다단계업체와는 확연히 다른 마케팅, 즉, 소비생활 마케팅이란 이름 하에 소비함으로써 그소비로 인해 파생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그것은 심지어 세간에 퍼진 다단계 마케팅과 비교해 볼 때 도덕적으로까지 보일 정도였죠.
그러나 잘 돌아보면 이것은 기존의 다단계 회사, 보험회사, 그리고 기업 영업부 사원들이 월말마다 공공연하게 치러야 하는 소위 '할당량 압박'이 보다 고급스러운 간판을 달고 나온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왜냐면 일정한 양의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당연히 일정한 양의 소비가 필요할테고, 그것을 감당하기 위해선 팔아야 하는데, 개인이 팔아봤자 한계가 당연히 존재하기 마련. 결국은 불필요한 분량까지 자신의 손이 떠맡게 되리라는 건 예상할 수 있는 바죠.
하지만 제이유가 그보다 더 고약한 것은 그 근원에 영구기관의 욕망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실 앞서 말한 제이유 사업자들의 도덕적 인식의 근거는 자신의 물건들을, 굳이 남에게 강매하는 가해자적 입장을 치룰 필요 없이 자신이 모든 것을 책임지고 구매를 하면 된다는 그런 이해에서 비롯된 것이죠. 일단 산다, 그러면 수익이 들어올텐데 빵꾸난 건 그걸로 메꾸면 되지, 라는 속편한 생각. 그러나 외부 에너지의 유입이 없는 기관의 영구적 구동이 과연 가능할까요. 여기서 영구기관의 신화가 불려나옵니다.
소비가 수익을 불러온다는 환상은 자가구동의 완벽한 조건을 통한 영원한 에너지의 발생을 수천년간 꿈꿔오게 만들었던(그리고 등쳐먹었던) 영구기관의 그것과 일치합니다. 즉 안에서도 충분히 다 해먹을 수 있다 이거죠. 그러나 에너지창출을 다뤘던 1종이든 머리 짜내서 중력을 이용한 일 변환 장치를 구성해낸 2종이든 간에 영구기관은 열역학 1법칙과 2법칙을 깡그리 무시하는 공상 속 허상으로 판명났죠. 그냥 단순히 생각해서 기관 구동시 파생되는 마찰과 저항을 어떻게 처리할 건지만 떠올려도 이 기관의 한계와 사기소재적 출중함을 눈치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제이유는 자신들의 공정 속에서 파생되는 쉼없는 마모와 부식을 감추는 방법으로 더 큰 사업, 신규 사업을 거의 마구잡이에 가깝게 벌려놓는 것으로 해결하려.... 아니 감추려 했죠(정말 주수도란 사람이 머리가 있다는 가정하에서 말입니다). 계속해서 늘어나는 가입자들을 만족시킬 소비로 인한 수익이라는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라도 사업확장은 불가피한 것이었습니다. 한마디로 브레이크 풀린 기관차였다고나 할까요. 어떻게 생각해보면 이 시점에서 진정 꼬리를 문 뱀으로 상징되는 영원의 이미지는 박살날 때까지 달려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 된 제이유의 시스템 그자체였을 겁니다. 그래서 제이유는 그 속성에 충실하게 정말 순식간에 엄청난 규모의 기업체를 꾸리는데 성공했죠. 하지만 더 큰 사업을 벌일수록 더 큰 틈이 벌어졌고 막대한 자금의 증발이 있었으며 그 과정에서 안으로는 사업자 개개인의 도덕적 인격을 짐작할 수 있는 횡령이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결국 뻥 뚫린 제이유의 재정 상태는 시스템 자체적으로도 예정된 바였던 거죠.
결국 피해자는, 어느 때나 마찬가지로 말단에 달라붙은 개인들이었습니다. 지독한 동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