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어쇼에 갔더니 레이블 왕다마이자 재즈 피아니스트 겸업인인 토드 가핀클이 직접 시디 장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양반 이미 몇 년 전부터 아이어쇼 열릴 때마다 직접 세일즈보이짓을 했다고 함. 한국어를 모르든 말든 일단 부스 앞에 서면 맨발의 그가 어기적어기적 다가온다! 그리곤 영어로 쏼라쏼라 물어보고 추천하고. 암튼 엘피도 팔고 시디도 팔고 뭐 그런다. 그래서....

두 장 사버렸음.

아 이 무시무시한 양키의 프렌들리 상술이라니. 뭐 하나 아는 게 없으니 포르투갈 전통음악과 세파르디 양식을 재즈풍으로 어레인지한 [Nascer] 앨범과 인도네시아 가믈란 장르를 소화한 존 이버슨의 [Alternesia] 앨범을 골랐음.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 두 앨범, 존나 코어한 오디오파일 전용인 거 같음....

 

 

그런데 이것 때문에 또 갈지도 모르겠다.... 압도적인 오디오적 쾌감을 선사할 것이 확실시되는 파디스타 마리아 아나 보보네의 앨범. 말이 필요 없음.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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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리스닝 재즈와 약간 하드한 영역의 사이에서 적절하게 줄을 잘 타고 있는 느낌. 퓨전재즈적인 요소와 모던재즈적인 요소들이 잘 배분되고 있는데 그렇다고 정체성이 없을 정도는 아니라 프로페셔널하게 선을 구분하고 있음. 대충 정보를 찾아보니 CCM 앨범 세션 및 프러듀서라든지 찬양 콘서트라든지 하는 크리스챤 음악 활동에 집중적으로 잔뜩 참여하고 있는 양반인지라 뭐 어디선 그의 음악을 크리스챤재즈라고도 써놨던데 그게 대체 뭐에 써먹는 건지는 잘 모르겠고. 뭐 그렇지만 고음악 찾아 듣는 사람이 음악하는 사람이 크리스챤이라고 거부하는 것도 웃기고 어차피 래퍼들도 맨날 신 찾지만 하는 짓이란 게 가사가 삶을 따라가는 건지 삶이 가사를 따라가는 건지 모르게 사니까 암튼 결론은 소비자가 창조하는 포스트포스트포스트모던시대라는 거(써놓고보니 정말 의미 없는 명칭). 어쨌든 뭐 그런 잡다한 걸 생각 안 나게 할 정도로 곡들이 달콤함. 물론 달콤함의 유효기간이 으례 썩 탐탁찮게 굴러갈 때가 자주 있다는 걸 감안하자면 결론은 유보되야겠음. 그리고 생각할 때마다, 또 표현을 선택해야 할 때마다 파트릭 쥐스킨트의 그 짧았던 소설이 어김없이 트라우마로 작용하게 되지만 그렇다고 놓아버릴 수도 없는 '깊이에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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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도 영어회화 공부를 핑계 삼아 '섹스 앤 더 시티' 방영 스케줄을 열심히 챙기는 2MB시대의 뉴욕 된장스러운 소리 같지만, 주말엔 정말 재즈가 어울린다(그리고 맥주와 나초). 특히 모던 재즈 퀄텟의 이 1953년작은 정말 최고로 잘 어울리는 앨범 중 하나일 것이다. 쉬지 않고 창조적인 진화를 거듭한 재즈 장르에서 정통이란 딱지를 붙이려고 애쓰는 건 웃기는 얘기지만, 주말다운 나른함과 소박하면서도 경쾌한 울림이 느적하게 연주되는 지극히 일반적인 재즈의 인상을 연상할 때 그에 가장 가까운 보편적 인상을 선사해 줄 클래식한 완고함으로 구축된 실내악적 쾌감을 전해주는 이 앨범은 뭐랄까, 모던 재즈 퀄텟이라는 유닛의 아우라를 요약함에 있어서 가장 효과적인 역할을 수행할 듯싶다. 슈렌 더 파이어가 이 앨범의 1번 트랙 '쟝고'를 멋지게 샘플링했다는 걸 근래에야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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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피삼의 난립, 혹은 하드웨어 제조업체들의 미필적고의성을 함유한 정열적인 비즈니스 정신 덕분에 '작년의 베스트 힛트쏭' 같은 앨범들의 역할이 끝물을 향해 가열차게 달려가고 있는 현재, 초원다방의 추억을 되살려내는 올드팝이 아닌 한의 철지난 고대 음원들을 긁어 모아 놓은 컴필레이션 앨범은 말하자면 누구가 정해지든 그 미지의 심야 방송 라디오 DJ의 목소리에 로열티를 물고 싶어하지 않아 하는 앨범회사의 주도적이고도 경제적인 행동 하에 말이 없으니 추가비용을 지출할 필요가 없는 라디오 DJ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겠고, 그 DJ의 전문적인 역량이라 함은 리스너에게 잊혀졌든 안 알려졌든 어느 쪽이든 마이너하지만 그래서 더욱 신선한 노래의 소개자로서, 즉 정보 제공자로서의 능력에 달려 있음이라 할 수도 있겠다.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얇디 얇은 컴필레이션 앨범의 목적성은 그 기능과 한계를 동시에 점지해주고 있는 바, 태생이 그런 놈의 자식이 치뤄낼 이상적인 성과라 함은 못 듣던 이의 귀를 번쩍 뜨이게 만드는 것에 결정타를 숨겨두고 있다고 할 때, 약삭 빠른 일렉트로니카-힙합 DJ들의 숨겨진 보물창고이자 비트메이커들을 끝없이 유혹하는 도입부로서의 블루노트 컴필레이션이며 이미 수많은 DJ와 MC들에게 검증을 끝낸 매력적인 재즈 훵크곡들로 들어 찬 이 앨범의 다소 뻔한 역할(컴필레이션 앨범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덕목인 '버릴 곡 없음' 상태를 고수하면서)은 그 자체로 적절하게 즐거움을 제공해준다. 바로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물론, 힙합이 현재 매우 "수상한" 시기를 겪고 있는 것에 비춰 보았을 때, 이런 컴필레이션은 매우 중요함에 틀림이 없다. 뭐 물론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모르는데 어디를 향하는지 알 턱이 있나?" 따위의 구태의연한 얘기를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요새의 거지 같은 힙합판을 보고 있자면 좀 뻔한 이야기도 좋은 자양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엘 꾸에스또

번역 : 한상철(불싸조 http://www.myspace.com/bulssaz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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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의 이미지는 지금에 와선 분명 낭비된 바가 있다. 그것은 그녀의 노래만큼은 못한 변변찮은 에세이 때문이라든지, 예술가라는 말이 '아뤼스트'라는 단어로 너무 자주 희화화되는 한국사회에서의 자의식 대비 위치에서의 어떤 대외적 만족을 충족시키지 못한 바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또한 지금 형성되어 있는 음악적 매너리즘에 의한 간극은 그녀가 아이돌스타라는 '달콤하지만 텅 빈 족쇄'에서 스스로 뛰쳐나와 진지한 음악가로, 그것도 충분히 대안적인 위치를 잡으며 성공적으로 거듭나는 그 마이너 수퍼스타로서의 과정이 마치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강력한 셀러브리티적 대안으로 다가왔던 것에서 그 아우라에 대한 충족지수 여하에 기대고 있는 바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아우라는 그녀를 대외적으로 소진시킨 원인이기도 했다.

그러나 가능한 한 모든 비아냥이나 비판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보여주는 자의식, 예술가라는 에고가 그저 공허한 자기위장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건 그녀가 쉬지 않고 수행해 내고 있는 벌써 13집까지 나온(조용필?) 앨범 작업들로 증명이 될 것이다. 존재의 증거를 증명해내는 것(그것을 유치하게 진정성이라고 불러도 되겠다)은 꾸준함의 역할이다. 물론 최근 그녀의 작업에 동의하느냐 마느냐는 개인적인 문제지만.

그러나 나는 '외롭고 웃긴 가게'의 첫 목소리가 내 귀를 울렸을 때 느꼈던 그 전율을 잊지 못한다. 그것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진정 소름돋는 중얼거림, 그리고 이상은이란 가수가 세상에 있음을 비수로 귀에 꼽아넣는 결정적인 예리함이었다.

[Asian Prescription]은 그녀의 영어 앨범이다. 그녀가 일본어로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민족주의적 자존심의 연장선에서 바라 본 얘기(짜증날 정도로 전형적이게도)도 있었지만 후에 나온 또 다른 영어 앨범인 [Lee Tzsche]에선 외국어로 발현되는 의미의 다중성에 매혹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어떤 게 맞는 진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두 앨범을 비교하자면 난 이쪽이 더 맘에 든다. [도시락특공대 2집]에 보다 차분하게 어레인지되어 실려있는, 유난히 방정맞은 느낌의 'Actually, Finally'를 [Lee Tzsche]의 첫 트랙으로 들어선지도 모르겠지만. 한국어로 부를 때보다 건조해진 영어가사로 직조된 도시적인 서늘함과 묘한 청량감이 시종 우울하게 어른거리고 있는 [Asian Prescription]에는 무엇보다도 노래방 단골곡인 '어기여 디여라'가 실려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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