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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동물원 - 제1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강태식 지음 / 한겨레출판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제1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굿바이 동물원>은 정리해고를 당한 서른 여섯 가장 영수의 처절한 생존기를 발랄한 필치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실직자가 된 영수가 각종 부업을 거친 끝에 동물원에 취직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데요. 이 동물원, 뭔가 수상합니다. 진짜 동물은 없고 동물의 탈을 쓴 인간들이 연기를 하고 있어요. 서너 마리씩 무리를 지은 동물인간들은 관람객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동물의 습성과 무관한 연기도 서슴지 않습니다.
 
    어차피 동물원이라는 데가 서비스업체다. 그리고 거기에서 근무하는 고릴라는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근로자다. 고객 만족이라는 대의 아래 물심양면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돌멩이나 쓰레기 따위, 무서워하면 자격 미달이다. 막대기로 쿡쿡 찌르는 것쯤, 웃어넘길 줄 아는 소양을 갖춰야 한다. (본문 중에서)
 
 
     동물의 탈을 쓴 인간들의 동물원을 통해 강태식은 자본주의 경쟁 사회의 냉혹한 생존을 재현하고 있는데요. 마운틴고릴라로 취직한 영수와 그 무리, 조풍년과 앤, 대장 만딩고의 사연은 주류 사회에서 밀려난 약자의 상처를 대변하고 있습니다. 오물처리반에서 일하던 조풍년과 취업준비생 앤, 남파 간첩 만딩고 등 다양한 계층의 인물들은 경쟁 사회의 법칙, 약육강식의 무자비함으로부터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동무는 나를 이길 수 없소. 왠 줄 아시오?" 
    만딩고는 대답하지 않았다. 연락책이 씨익, 소름 끼치게 웃으며 다음 말을 이었다. 
    "바로 이 회칼 때문이오."
    연락책이 회칼을 잡아당겼다. 오른쪽 어깨가 앞으로 쏠렸다. 연락책의 뼈가 갈리면서 다시 서걱, 소리를 냈다. 
    "회칼은 무섭지 않소.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게 뭔 줄 아시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에 대해 만딩고는 잠깐 생각했다. 회칼보다 무섭고, 어쩌면 죽음보다 무서운 것. 연락책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워하는 것...... 
    "돈이오. 나는 돈이 세상에서 가장 무섭소."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고 1억 원'의 포상금. 연락책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돈을 벌기 위해 싸우고 있었다. (본문 중에서)
 
 
     동물의 탈을 피신처 삼아 숨어들었지만 인간적 상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던 동물(인간)들은 하나 둘 콩고의 야생으로 떠나기 시작합니다. 동물원 원장과 사육사들을 엿먹이는 동물들의 일탈 행위에서 일말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 저만은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사회적 억압과 모욕과 수치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던 우리의 상처를 위로 받는 기분이랄까요. 그러나 그것도 순간. 미지의 야생은 아득히 멀고, 우리는 이미 동물원의 삶에 길들여졌다는 사실을 아프게 깨닫습니다. 동물원에 남은 영수는 그런 현대인의 슬픈 자화상입니다.
 
 
    나도 안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낡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다는 것을. 하지만 나는 또 안다, 내가 낡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한 인간이라는 것도. (본문 중에서)
 
 
     우리 사회를 하나의 거대한 동물원에 비유하고 있는 이 소설은 시종 능청스러운 유머를 구사하고 있는데요. 다소 지나치다는 감도 없지 않습니다. 이를 테면 초반부에 등장하는 부업 장면에서 본드로 인한 환각 장면이 그렇습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난감해요. 작가의 유머가 다소 억지스럽게 느껴집니다. 약육강식, 돈의 노예 등 직접적인 표현 역시 소설의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문학평론가 이명원은 '포스트모던 리얼리즘'이라는 고급스러운 해석을 덧붙이고 있지만, 달리 표현하면 통속적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전반적인 이야기 구조부터 특색없는 문체까지 아쉬움이 크게 남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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