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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을 위하여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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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의 초호화 맨션에서 부부가 살해됩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그 자리에 있던 세 사람의 증언과 범인 자신의 자백을 받고 니시자키 마사토를 체포합니다. 니시자키는 10년형을 선고 받습니다. 그렇게 10년이 흐르고, 묻혀진 사건의 숨겨진 비밀이 드러나기 시작하는데요. 비밀의 중심에는 네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10년 전 사건 현장에 있던 세 사람의 증인과 한 명의 범인. 그들의 이름은 모두 이니셜 N.

 

 

 

                      N 을     위 하 여

 

 

 

   

      살인 사건을 둘러싼 숨겨진 진실을 추적하는 이 소설은 추리 소설의 형식을 취하고는 있지만. 글쎄요. 전형적인 추리 소설의 요소를 제대로 충족하고 있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아요. 대부분의 추리 소설이 사건 해결에 초점을 맞추는 데 반해 이 소설은 인물의 심리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반전이라는 것도 예측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진행되고요. 반전을 위한 반전을 노린 것 같지도 않아요. 전형적인 추리 소설의 반전을 기대하는 분이라면 실망하실지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무늬만 추리 소설이라는 것이지요. 최근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야미스(イヤミス)' 소설의 전형이라고 하는데요. '꺼림칙하고 묘한 기분이 드는 미스터리'의 준말이라는 '이야미스'는 "추리 소설의 외양을 갖추고 있지만 트릭이나 추리보다는 심리 묘사 중심이며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로테스크하다는 특징"을 갖는다고 합니다.

 

 

    네 사랑의 증거는 생각보다 더 아름답네.

     피부가 가무잡잡했던 그 남자에게는 검붉은 얼룩 같은 자국밖에 남지 않았는데, 너의 새하얀 피부에는 새빨간 무늬가 돋아나. 이것 좀 봐, 하트 모양이잖아. 네 온몸을 사랑의 증거로 메워 주면, 네 사랑이 진짜라는 걸 믿어줄게. (본문 중에서)

 

 

 

     네 사람의 독백으로 채워지는 이 소설은 액자식 구성을 따르는데요. 이들의 이야기에서 살인 사건만큼이나 놀라운 상처와 욕망이 드러나게 됩니다. 얽히고설킨 이들, N(들)의 관계는 비정상적인 유년기의 트라우마와 뒤틀린 욕망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쉽게 공감할 수 없는 이들의 사랑이 비극적 결말을 맞이하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요. 그들이 사랑이라 주장하는 이상한 희생은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 미나토 가나에는 이 소설을 사랑 이야기라고 했습니다. 그가 말한 사랑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 소설에서 사랑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애정결핍증의 다양한 양상을 한데 모아놓은 듯하다고 할까. 그들의 사랑은 애정을 갈구하는 무서운 집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그런 걸 사랑이랄 수는 없지. 굳이 말하자면 자기애랄까. (본문 중에서)

 

 

      미나토 가나에는 몇몇 인물 - 스기시타와 나루세, 그리고 니시자키-의 과거 트라우마를 통해 이들의 기이한 사랑을 해명합니다. 기괴한 그들의 이야기는 밋밋한 반전을 상쇄할 정도로 충격적입니다. 소설가 지망생 니시자키의 소설 <작열하는 새>가 강한 인상을 남기는데요. 다소 어설픈 감이 없지 않지만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만은 잘 살린 것 같습니다. 근데 그로테스크는 그로테스크고 작가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전반적으로 산만하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작가가 말하는 '사랑'이 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습니다. 궁극의 사랑은 죄를 공유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책을 덮고 한참 지난 지금까지 N의 정체를 궁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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