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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형사 베르호벤 추리 시리즈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서준환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피에르 르메트르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프랑스 작가인데요. "치밀한 추리 기법과 스릴러의 충격효과 등에 의해 전혀 예기치 못한 공포와 전율을 불러일으키"는 그의 작품들은 출간 즉시 다양한 언어로 옮겨져 널리 읽히는 한편 "탐정문학계에 새로운 장인이 나타났다는" 언론의 찬사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알렉스》는 2006년 발표한 첫 소설 《세밀한 작업 Travail soigne》과 함께 구상한 카미유 형사반장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에 속해요.

 

     카미유의 귀가시각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두두슈는 깨어나서 그를 마중하러 달려나온다. 지난밤과 오늘 새벽, 카미유는 두두슈의 등줄기를 살짝 긁어주는 정도의 애정표현에 그친다. 너무 과하게 감정을 쏟아붓는 건 금물이다. 하루치만으로도 이미 과하다. (본문 중에서)

 

       카미유 베르호벤은 우리가 보아왔거나 상상할 수 있는 탐정소설 주인공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인물입니다. 외모와 내면 모두에서 그래요. 우선 그의 외모를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단박에 루저 취급을 받기 충분합니다. 키가 145센티미터밖에 안 되거든요. 형사로서는 매우 불리한 신체 조건은 유명화가였던 어머니의 무관심의 결과입니다. 오로지 예술적 열정에 사로잡힌 어머니는 카미유를 임신 중에도 끊임없이 담배를 피워댔는데요. 거기서 비롯된 영양 장애성 발육부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의자에 앉으면 두 다리가 공중에 떠올라 대롱거리는 카미유는 덜 자란 아이를 연상시킵니다. 왜소한 외양도 그렇지만 신경질적이고 괴팍한 성정에서도 어린 시절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지요. 카미유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방치한 어머니에 대한 복잡한 감정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수시로 카미유를 짓누르는 어머니에 대한 애증은 그를 영원한 난쟁이, 루저의 삶에 가두고 있어요.

      카미유를 짓누르는 그림자는 또 있습니다. 납치범에게 목숨을 잃은 아내 이렌에 대한 기억이지요. 아내를 잃은 상실감과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은 강력반 형사로서 직책을 수행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입니다. 아내를 잃은 트라우마로 인해 카미유는 납치 사건에 대한 끔찍한 울렁증이 생겨요. 

 

     잠들어 있는 거대 곤충들처럼 나란히 맞붙어 있는 화물트럭들 사이에 숨어서 알렉스는 소리 죽여 울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양팔을 가슴에 엇댄다. 삶은 우리를 늘 옥죄려 든다. 도무지 속수무책이다. 우리는 그 손아귀에서 결코 빠져나갈 수 없다. (본문 중에서)

 

      소설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알렉스 역시 끔찍한 트라우마에 사로잡혀 있는 인물입니다. 알렉스에 대한 언급은 이쯤 해두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소설의 다음 독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해요. 

     납치된 여성이 공중에 매달린 새장에 갇히면서 시작되는 이 소설은 납치범과 살인자의 행적을 쫓는 범죄소설의 일면을 드러내는 동시에 카미유와 알렉스의 트라우마, 그 내면의 짙은 그림자를 추적하고 있어요. 가발과 화장, 가짜이름들 속에 감춰졌던 진실이 드러나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별로 유쾌하지 않습니다. 끝내 화해할 수 없는, 아무리 해도 벗어날 수 없는 삶의 검은 손아귀, 그 횡포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멈추지 않겠지요. 여기 갇힌 우리는 우리를 노리는 검은 쥐떼를 향해 날카로운 나무칼을 지금도 열심히 휘두르고.

 

       3부로 구성된 이 소설은 충격적인 반전을 숨기고 있습니다. 아, 이런 것이 스릴러를 읽는 묘미군요. 500쪽을 넘기는 두께가 무색할 정도로 가독성이 뛰어납니다. 등장인물에 대한 입체적인 묘사도 독자를 홀리기에 충분한데요. 카미유 못잖게 독특한 개성의 소유자들 - 르 구엔 서장, 루이, 아르망 형사 등 - 에 대한 묘사에서는 희극적 요소마저 다분해서 읽는 재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장점으로 꼽고 싶은 깔끔한 번역. 이 책으로 첫 번역을 맡은 서준환은 2001년 《문학과사회》에 소설을 발표하며 등단한 소설가입니다. 역자 후기에서 그는 자연스러운 문장을 위해 매우 고심했다고 쓰고 있는데요. 소설을 읽어보면 역자의 노고를 알 수 있습니다. 그 이름도 생소한 프랑스 작가의 다음 소설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준 것 역시 역자의 공으로 돌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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