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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힘 1 밀리언셀러 클럽 124
돈 윈슬로 지음, 김경숙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내 영혼을 칼에서 건지시며 내 유일한 것을 개의 힘에서 구하소서 .

                                                                                        -    ( 22장 20절 )

 

 

 
      먼저 그 방대함에 압도됩니다. 천 페이지를 넘기는 분량인데요. 베개로 쓰기 좋은 두께입니다. 무거운 머리를 누이고 잠을 청해 보세요. 핏빛 꿈에 사로잡히게 될 테니까요. 캄캄한 공포와 절망 속에서 무릎을 꺾고 신에게 절규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내 영혼을 칼에서 건지시며 내 유일한 것을 '개의 힘'에서 구하소서.

 

      성경 시편에 등장하는 '개의 힘'은 사악한 인간 본성 또는 헤어날 수 없는 악의 세력을 상징하는 말입니다. 지금 소개하는 책의 제목이기도 하지요. 미국과 멕시코의 마약 전쟁을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음모와 복수, 매춘과 살인 등 인간 본성의 사악함을 생생하게 구현하고 있습니다. 느와르 영화를 방불케 하는 피 튀기는 총격전이나 잔인한 고문 장면, 아기를 품에 안은 어미의 시신 같은 것을 지켜보며 숨 죽이게 됩니다. 그 모든 참극을 부른 인간의 어두운 욕망, 개의 힘을 실감하게 된다고 할까요. 결코 유쾌한 경험은 못되지요. 
   
                              "영혼을 걸고 맹세합니다."
                              "자네 영혼은 지옥보다 어둡지." (본문 중에서)

 

     어떻게 이 책을 베개로 삼겠어요. 일단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하면 마력과도 같은 힘에 이끌리게 됩니다. 멈출 수가 없지요. 다시 그 방대함에 압도되는 것입니다. 1975년부터 2003년에 이르는 30년 간의 세월을 관통하는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만 일백 명에 달합니다. 미겔 앙헬 바레라, 돈 페드로 아빌레스, 가르시아 아브레고, 길베르토 오레후엘라 등 아무리 해도 입에 붙지 않는 중남미 인명(人名)들도 대거 등장하는데요. 읽는 흐름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고요. 주요 인물과 단체 목록이 첨부되어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됩니다. 무엇보다 독자의 주의를 사로잡는 것은 실존 인물과 역사적인 사건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현실감에 있는데요. 구체적으로 묘사된 역사적 사건들 - 북중미자유무역협정이나 멕시코 대지진 같은 - 이 멕시코 마약 전쟁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있는 건 사랑뿐이다. 사랑만이 서로를 도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ㅡ    에우리피데스, 「오레스테스」
 

     CIA출신 마약 수사 전담반 요원 아트와 마약 조직 보스 아단, 고급 매춘부 노라, 킬러 칼란. 네 명의 주인공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욕망과 복수의 암투극은 저항할 수 없는 악의 본성, 즉 '개의 힘'을 일깨우고 있는데요. 이에 대립하는 인물이 후안 신부입니다. 돈과 권력만을 좇는 경찰 공무원과 정치인들, 부정부패를 모른 척하는 성직자 등 인간의 어두운 욕망이 불러온 참극, 그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전쟁의 광란을 일시 잠재우는 역할을 하지요. "당신들을 용서하겠소." 총 맞은 신부가 죽어가면서 남긴 한마디에 팽팽한 악의 구도가 느슨하게 풀어집니다. 1993년 공항에서 마약 조직의 싸움에 희생된 실존 인물 후안 헤수스 포사다스 오캄포 전 추기경을 모델로 하고 있는 후안 파라다 신부의 죽음이 일깨운 것은 사랑과 용서였습니다. 


    무려 5년여 동안 중남미 마약 관련 사건에 대한 취재를 거친 이후 완성된 이 소설은 멕시코 마약 세계를 농밀하게 녹여냈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수십만 부가 팔렸고, 미스터리 베스트 2위에 오르기도 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반응이 좋은 것 같아요. 입체적인 인물 묘사와 "중독성 강한 전개", 그리고 30년 마약 전쟁의 역사가 생생하게 살아 있는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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