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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림 세라 워터스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세라 워터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영화 《핑거스미스(Fingersmith,2005)》'의 원작자 '세라 워터스'의 작품입니다. 데뷔작 《벨벳 애무하기》(1998)에 이어 발표한 이 작품은 《핑거스미스》(2002)를 포함해 <빅토리아 3부작>이라고 불립니다. 세 작품 모두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거든요. 지금 소개하는 작품 《끌림》은 1870년대를 배경으로 여성 죄수와 상류층 여인의 은밀한 관계를 그리고 있습니다. 데뷔작, 후속작과 마찬가지로 여성 동성애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지요. 《벨벳 애무하기》는 읽지 않아서 모르겠고요. 《핑거스미스》의 '수'와 '모드'처럼 《끌림》의 주인공들도 매우 다른 환경과 신분차를 보입니다. 사기와 폭력 혐의로 교도소(밀뱅크)에 수감 중인 '셀리나'는 영매입니다. 우연한 기회에 밀뱅크를 방문한 '마거릿'은 그 신비한 여인에게 이끌리는데요, 《핑거스미스》의 모드처럼 부유한 상속녀입니다. 그러나 바보스러울 정도로 순진무구한 모드와 달리 마거릿은 독립적이고 자유분방한 정신의 소유자입니다. 병적일 정도로 자의식이 강하고요. 이 소설은 시종 마거릿과 셀리나의 일기가 교차하며 진행되는데요. 셀리나의 일기가 사건 중심적이라면 마거릿의 일기는 다분히 내면적어서 그녀 특유의 성격과 욕구를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헬런과의 좌절된 사랑과 지적 동지이기도 했던 아버지의 죽음. 잇따른 불행을 겪고 삶의 의욕을 잃은 마거릿과 사악한 마법에 걸려 성에 갇힌 것처럼 고립된 셀리나. 표면적으로 전혀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두 여인을 이어주는 것은 자유를 향한 갈망입니다. 셀리나는 물론 육체적인 구속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하지요. 반면 마거릿의 욕구는 복합적이고 불안정합니다. 완강하고 융통성없는 어머니의 감시와 통제, 자신의 성체성에 대한 양가감정, 그에 따른 사회적 괴리감, 자살 충동. 지성과 부를 갖춘, 소위 '숙녀' 신분의 마거릿 역시 교도소 수감자들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이탈자였던 것입니다. 그들에게는 '새로운 삶'이 절박하지요. 죄인과 이탈자들을 받아들일 또 다른 세계. 여기 아닌 어딘가. 여기와 저기. 이승과 저승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셀리나는 마거릿에게 '새로운 삶'을 제시합니다. 더는 잃을 것도 없는 이 불안정한 처녀에게 무슨 선택권이 있겠어요. 마거릿은 점점 셀리나에게, 그녀의 기묘한 세계에 매혹됩니다. 셀리나의 세계는 치유력을 가지고 있어요.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아 주고 욕망하는 것을 이뤄주지요. 말없는 위로. 말없는 소통이 가능합니다. 말하지 않고 듣지 않고 보지 않고도 이해하고 이해받을 수 있지요. 이 꿈 같은 세계를 매개로 셀리나와 마거릿의 유대는 더욱 끈끈해집니다. 빅토리아 시대의 암울한 교도소와 신비로운 영매의 세계가 두 여인의 자유를 향한 갈망과 맞물려서 사정없이 독자를 끌어당깁니다.

 

    태양에 더 가까이 가려,

    사람들이 더 편히 잘 수 있는 곳으로 가려 서두르네.  (본문 중에서)

 

      《핑거스미스》에서 다소 파격적이었던 동성애적 묘사에 대해 혐오감을 내비치는 분들이 있습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은 여전히 남아 있지요. 원하든 원치 않든 그들은 사회적 이탈자로 존재합니다. 사회에서 공감도 이해도 얻을 수 없는 그들의 사랑과 자유는 언제나 '반쪽'짜리에 불과합니다. 차갑고 단단한 편견의 벽에 갇힌 그들을 풀어줄 '열쇠'는 무엇일까요. 비단 성소수자에 한하는 문제는 아니겠지요. 이 작품 《끌림》을 포함한 <빅토리아 3부작>에는 "레즈비언 역사 소설"이라는 타이틀이 있군요. 많은 사람들이 '레즈비언'이라는 자극적인 단어에 주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작품에는 노골적인 성적 묘사가 등장하지 않아요. 가벼운 키스조차도. '레즈비언'이라는 단어가 성적인 호기심을 충돌질하는 홍보성 문구로 전락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레즈비언. 세라 워터스의 작품에 등장하는 '동성애'는 사회로부터 고립된 이탈자들을 포괄하는 동시에 포용합니다. 셀리나를 풀어준 '열쇠'를 눈앞에 흔들어 보이면서, 그들의 사랑과 욕망과 절망의 내용은 우리와 다를 것이 없다는 사실을 환기시킵니다. 소름 끼치도록 암울하게, 그러나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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