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속 대통령 - 노무현, 서거와 추모의 기록 1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엮음 / 한걸음더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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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위의 이름 석자가 내게 의미하는 바는 매우 크다. 나는 한때 노무현에 울었고 노무현에 웃었다. 그의 말과 행동을 주목했고 내 가치관에 대입시켰다. 한국에 이런 정치인도 있구나, 하며 뿌듯해 했다. 물론 그의 모든 것에 동의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의 방향성만큼은 항상 옳았다. 그랬기에 그의 행적에 따라 내 울음과 웃음은 교차되었다.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크게 웃었다. 그가 탄핵되었을 때 울었다. 그리고 그가 죽었을 때 '엄청' '크게' 울었다.

  내가 노무현에 열광했던 이유는 분명하다. 기존의 한국 정치인과는 다른 무언가를 내재했기 때문이다. 자기를 버릴줄 아는 소신과 용기는 한국 정치에서 이론으로만 작동되었던 가치였다. 노무현이 다른 정치인과 구별되었던 것은 그것을 확고한 행동으로 승화시켰기 때문이다. 3당 합당이라는 거대한 대세를 홀로 거슬렀고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예고된 낙선을 감내했다. 어쩌면 그의 이러한 '바보'스러운 모습이 그의 자산이 되었고 결국 국민의 마음음 움직이면서 대통령의 권좌에까지 올랐던 것이리라.

  지난 봄 국민들을 통탄했다. 일국의 대통령을 지낸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내던지는 엽기적인 사태를 겪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통탄스러움 속에는 놀람 외의 보다 본질적인 감정이 스며있었다. 그것은 강렬한 '분노'였다. 노무현의 죽음으로 촉발된 전국적인 공분憤 사태는 '기가막힘'과 '왜', '후회'와 '자기환멸'이 서로 혼합되어 만들어내는 가슴저린 공황이었다. 그렇게 전국민의 눈물바다는 일주일간 계속해서 범람했다.

  사람사는세상 노무현 재단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도서 『내 마음속 대통령』을 통해 당시의 생동감 있는 사실을 정리했다. '노무현, 서거와 추모의 기록 I'이라는 표지 전면의 문구가 말해주듯 이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다. 국민에게 미처 알려지지 못한 사실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공개된 글과 편지, 지인들의 풍성한 인터뷰와 전국 각지에서 펼쳐졌던 추모 열기에 대해 매우 구체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마음은 무거워진다. 노무현의 죽음과 온국민의 추모가 교차하며 생산해내는 의미와 가치를 가슴 속 한 켠으로 밀어넣는다.

  이 책의 가장 큰 유의미성은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사실들을 확인하는데 있다. 소개된 것들 가운데 가장 가슴을 뒤흔든 건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낸 노무현 전 대통령의 편지였다. 4월에 쓴 노 대통령의 편지에는 수사팀의 교체와 관련하여 자신의 진솔한 심정이 그대로 묻어있다. 진행되고 있는 수사의 부당성과 상식을 벗어나는 검찰의 태도에 대해 피의자로서의 고통과 답답함이 잘 표현되어 있다. 하지만 결국 그 편지는 참모진과의 협의를 거쳐 부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된다. 그는 왜 청원을 포기한 걸까.

  그 뒤 계속해서 공개되는 컴퓨터 속 저장된 글을 통해 노 대통령이 느꼈을 참담함과 비애, 좌절과 굴욕감을 충분히 느끼게 된다. 그는 "남은 인생에서 해보고 싶었던 모든 꿈을 접습니다"라는 절망스러운 고백까지 하고 있다.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을까. 그리고 얼마나 굴욕적이었을까. 그가 자신의 최소한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한 싸움에 허덕이고 있을 때 검찰의 수사는 오리무중이었고 언론은 계속해서 호들갑이었다. 어쩌면 그의 죽음은 그때 이미 준비되고 있었는지 모른다.

  노 대통령의 비공개된 글과 편지 외에도 이 책은 그의 죽음 전후의 상황을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쓰고 있다. 주관적 감정 표출보다는 객관적 사실을 열거함으로써 추모집이라는 책의 성격과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있다. 노 대통령의 죽음이 어떤 배경에서 발생되었고, 전국적인 추모열기는 어떠했으며, 그의 죽음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지에 대해 잘 정리했다. 책의 뒷부분에는 수십여 페이지를 할애해서 몇몇 추모 사진들을 수록하기도 했다. 한 장 한 장 넘기는 동안 어느덧 눈시울은 젖는다.

  나는 노무현의 죽음이라는 테마에서 검찰과 언론의 책임론을 굳이 제기하고 싶진 않다. 물론 검찰은 무리한 표적수사를 감행했고 언론은 무책임하게 보도했다. 검찰로서 과연 정당한 수사를 실시했는가, 또한 언론으로서 보도 윤리에 어긋나지 않았는가, 하는 질문에서 검찰과 언론은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검찰과 언론에 대한 국민의 비판은 당연하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노무현의 죽음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정신과 의무이다. 그가 평생을 신념으로 안고 살아왔던 화해와 통합의 대한민국을 우리는 성취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의 죽음의 의미를 한낱 공분과 책임공방으로 훼손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응시하며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어쩌면 그것이 노무현 자신이 죽음으로써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의 핵심이었을지도 모른다.

  이 땅의 젊은이들이 불의와 타협하지 않더라도 떳떳하게 정의를 말할 수 있고 떳떳하게 진리를 말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소원한다. '상식'의 크기가 인간 삶의 입증을 결정한다. 우리는 상식이 당위에서 존재로 옮겨가는 세계의 실현을 위해 힘써야 한다. 바로 그 동기부여와 연장선상에 '노무현'이라는 이름 석자가 있다. 훗날 내 아이와 후손에게 '노무현'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고 무엇을 위해 싸웠는지 반드시 전하리라. 

  내가 너무 노무현의 입장에 서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가 너무 그립기 때문이다.
  
  
 

http://blog.naver.com/gilsamo
Written By Dav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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