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에 되지 않는 사람 - 쉽게 얻은 사람은 모르는 일의 기쁨에 관하여
김경호 지음 / 허밍버드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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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에 되지 않는 사람

김경호 지음

 

읽었는데 기억이 안난다. 이럴 수가 있나? 읽은 책들이 많아지는 것과 비례해 읽고 난 뒤에 정리하지 않는 책들의 높이도 높아져간다. 그러다 정리를 하려고 보면, 이렇게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책도 생긴다.

 

분명, 이 책을 집어든 시간이 있었을 텐데, 망각의 길을 걷다니.

 

다른 사람보다 느려서, 무언가를 이루는데 어렵지만, 자신의 길대로 가다 보면 이룰 수 있다는 내용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세부적인 내용이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다시 읽었다.

 

글의 내용이 어렵지 않아 다시 읽어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다. MBC 주말 뉴스테스크 앵커. 18년간 방송기자로 취재 현장을 뛰어다녔다고 한다. 에세이를 읽다 보면, 잡지사에 다녔다거나 기자 생활을 했다는 식의 글과 관련된 일을 하다가 직접 책을 내는 이들이 종종 있다. 글이라는 것이 습관처럼 꾸준히 쓰다 보면 실력이 늘고, 이미 잘 쓰는 이들은 더 잘 쓰게 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책을 내고 싶다는 마음으로까지 이어지는 것 같다.

 

이 책은 일종의 조언집같다. 특히 조직에서 누가 살아남고, 관계하기에 대한 것에 대해 다정한 조언을 한다. 지나치지 않고, 그렇다고 딱딱하지도 않은 선에서 잘 쓰여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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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반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78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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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몬드

손원평 지음

 

20229, Bookclub second one.

 

유명한 책은 유명해서 보게 된다. 얼마나 좋은 책이길래 사람들이 이리도 좋다고 하는지 궁금해서 보게 된다. 아몬드도 그랬다.

 

그렇게 본 책의 주인공에 대한 설명은 계속 나를 어지럽게 했다. 주인공을 이해하기 위한 스토리가 주를 이루고 있는데, 이해하기 어려웠다. 책이나 드라마의 소재로 등장하기도 하는 이런 이야기에 공감하기가 어렵다. 인간의 정서를 가지지 않은 이가 이야기가 끝이 날 때쯤에는 정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온기를 가지고 끝이 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리고 정서를 가지고 있지 않은 이를 묘사할 때도 마치 정서가 있는 것처럼 묘사를 한다.

 

[내 머릿속의 아몬드는 어딘가가 고장 난 모양이다. 자극이 주어져도 빨간 불이 잘 안 들어온다. 그래서 나는 남들이 왜 웃는지 우는지 잘 모른다. 내겐 기쁨도 슬픔도 사랑도 두려움도 희미하다. 감정이라는 단어도, 공감이라는 말도 내게는 그저 막연한 활자에 불과하다.]

-인간의 정서가 들어올 수 있도록 아몬드를 잘 먹으라고 한 데서 아몬드가 가지고 있는 역할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나는 호두가 더 와닿지 않을까? 생각했다(하하). 머리를 잘 돌아가게 하기 위해 견과류를 많이 먹야야 좋다는 이야기를 종종 하는데, 인간의 뇌는 호두를 보면 더 잘 연상되니까.

-그리고 공포를 이야기하는 건지 감정을 이야기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잘 알지 못한 채 캐릭터를 구사하니까, 나도 잘 모르겠어졌다. ‘아무튼 그런가보다하고 넘어가야 하는데...

 

[의사들이 내게 내린 진단은 감정표현 불능증, 다른 말로는 알렉시티미아였다.]

-이름만 보고 갖다 썼나보다. 감정표현 불능증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어려움이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감정을 느끼는 기저선이 다른 거라고 이해해야 한다. 감정이 없는 게 아니다. 그런데 이 캐릭터는 감정이라는 걸 아예 못 느끼잖아. 감정 표현 불능증은 남들보다 기쁨을 덜 느끼는 상태이다.

 

[누군가가 무서운 표정으로 훈계를 해도 별 소용이 없었다. 예컨대 소리친다, 고함을 지른다, 눈썹이 위로 솟는다...... 이런 게 특정한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게 내겐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니까, 하나의 현상에 그 이면의 뜻이 숨어 있다는 걸 나는 잘 알지 못했다. 나는 세상을 곧이 곧 대로만 받아들였다.]

-이 캐릭터가 자폐를 말하는 건지, 나조차도 모르겠다. 이런 캐릭터는 없다는 게 맞다.

 

한참을 캐릭터가 뭘 말하려는지 혼돈의 길을 걸었다. 그러다가 아무튼을 붙여서 쓱~ 읽어내려갔다.

 

이 책은 뭘 말하고 싶었을까? 감정의 중요성? 양육의 중요성? 사랑의 힘? 로봇과 휴먼의 동맹? 마치 로봇이 나중에 사람의 감정을 가지게 되면서 마무리되는 듯한. 그런 거 있잖아. 로봇으로 태어났는데 로봇이기가 싫은거지. 아니면 나는 로봇인데 자꾸 사람으로 아는 거야. 그래서 내가 사람인지 로봇인지가 헷갈려. 그러다가 사람이 되기로 하는. 뭐 그런 느낌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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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그 카페 좋더라 - 현재 카페 마니아와 미래 카페 대표를 위한 서울 카페 가이드북
이소영 지음, 이혜련 사진 / 멘토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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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그 카페 좋더라.

이소영 글

 

주택, 구옥을 개조해 만든 카페, 건축물을 좋아한다. 언제부터였나. 근 이십 년 정도 된 거 같다. 오래된 주택을 좋아한다. 주택이 가지고 있는 시간이 가지고 있는 더러우면서도 고요한 냄새. 그것들의 결을 살려 현대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곳이 된다는 것이 매력있다. 옛것이 사라지지 않으면서 현대에 공존하는 느낌이 좋다. 그래서 나는 적산가옥도 좋아한다. 그것이 가지는 역사의 적나라함을 가지고 가고 싶다. 왠지 일본의 잔인함이 켜켜이 베어있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지방도 시골도 아니고 주택도 뭐도 아닌 서울 그 카페다. 우연히 집어 들었다. ? 2022년에 집어든 2010년의 서울 그 카페는 어떤 느낌일까? 빛바랜 책만큼 시간을 집어먹은 서울 그 카페에도 옛스러움이 자연스레 앉아 있을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정말 그랬다. 베이지톤의 전체 구성과 각각의 사진들이 익숙함이 베어나왔다. 이미 일상이 되어버린 익숙한 것들이 있어서 좋았다. 처음 책을 냈을 때는 새로움이었을 것들이 십년의 시간이 흐르며 익숙함이 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눈으로 본다는 건 시간을 문지르는 것 같다.

 

오래된 구조 사진들은 이래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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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9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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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20229The april bookclub

 

, 시몽, 로제

 

40대인데 중년이라는 이름이 왠지 어울리지 않는. (중년이라고 하니 뭔가...) 안정과 사랑 사이에서 무언가를 선택하는 것, 결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안의 마음을 표현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했다.

 

폴은 로제와 오랜 연인사이다. 그리고 로제가 종종 바람을 핀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도 이 관계를 벗어나지 못한지 오래다.

어느 날 시몽이 폴을 보고 미친 듯이 빠져든다. 자신이 얼마나 눈부신지 모르는 듯이 폴 앞에서는 그저 간절하다. 폴이 너무 좋아서 폴 이외에는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시몽. 맹목적인 사랑.

 

로제가 자신에게 소원할 때마다 시몽의 사랑이 눈에 들어오고, 그에게 가는 듯 했으나, 결국 로제에게 돌아간다. 그리고 로제는 폴에게 다시 기다림을 준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시몽이 폴에게 데이트 신청을 차마 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무언가는 같이 하고 싶고, 그런 상태에서 건네는 말이다. 나는 그 말이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애틋하고, 당신 곁에 있고 싶다는 말보다 더 사무쳤다.

 

시몽의 차. 여성이 타다가 스타킹이 나가기 일쑤인 그 작은 차가 마치 시몽을 나타내는 장치같고, 몽환적인 일상이 이십대의 향기와 맞물려 어지러움대신 향기로 다가왔다. 누군가를 애타게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삶을 살아가는 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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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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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공지영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데, 매번 같은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것 같은데 왜 이리도 글을 잘 쓰지? 하고 분한 마음이 일게 하는 이는 박완서이다.      


공지영은 매번 운동권 이야기가 들어 있어서 불편한 마음이 일게 하는 이다. 운동권 이야기가 들어 있지 않은 글들은 재미있다. 복불복의 책을 만나는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은 여러 단편이 있고, 운동권 이야기가 어지러이 펼쳐지는데도 불구하고, 왠지 운동권의 삶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젊은 박완서가 있는 듯하기도 하고, 불편하지도 않다.      


특히 왜 처음에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로 시작해서 마치 자신의 자서전을 펼치고 있는 듯하다가 호러물로 끝을 맺는 이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를 실었는지 알겠다. 너무 재미있다. 재미있는 것보다 우선인 게 있을까? 주술을 외우듯이 말하고 나면 죽어가던 할머니는 누군가의 죽음으로 살아난다. 이것보다 배꼽 잡게 웃기면서도 인간의 비극이 더 있을까? 죽어갈 때쯤 누군가의 기력을 빨아들이고, 그 누군가는 죽고, 할머니는 살아나는. 마치 만화에서 보면 입을 벌리면 하얀 기운이 보이고 그 속으로 누군가의 혼이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모습이 연상된다.       


그동안 소설을 보면서 너무 공지영 같다였는데, 오늘은 사실 그건 우리의 이야기이며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걸 알 것 같다.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부활 무렵/맨발로 글목을 돌다]에서는 시골 한적한 곳에 작업실을 두고 오롯이 글을 쓰고 있는 지영이, 아이를 누군가에게 맡기고 왔는데, 부랴부랴 돌아가야 하는 지영이가 보인다. 그것을 반복하는 내가 거기에 있었다. 


[운명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왜 착한 사람들에게만 저런 일들이 일어나는지 나는 그것이 알고 싶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나는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착한 사람들에게만 그런 일들이 일어나는 이유는 그들만이, 선의를 가진 그들만이 자신에 대한 진정한 긍지로 운명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걸 말이지요.]


잊었던 은희경, 공지영, 에쿠니 가오리 책들을 뒤적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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