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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의 사상 - 새로운 젊은 우파의 탄생 대한민국을 생각한다 13
박가분 지음 / 오월의봄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언젠가부터 인터넷에 ‘일베’, ‘일베충’ 이라는 단어들이 인터넷상에 떠돌기 시작했고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말이 정확히 무슨뜻인지 몰랐고 인터넷에서 사용된 그 단어들을 대충 맥락을 따라서 보니 좋은 의미로 사용되지는 않았다. 댓글에 ‘일베’라는 말이 특히 많이 사용되었고 급기야는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몇몇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더니 알지 못했다. 이번에 박가분의 <일베의 사상>이라는 책을 읽고 비로소 ‘일베’가 ‘일간 베스트’의 약자이며, ‘일베충’은 ‘일간베스트 벌레들’이라는 비하적인 단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왜 인터넷에서 그러한 단어들이 많이 사용되었는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 박가분은 몇해전 쯤에 <부르주아를 위한 인문학은 없다>라는 책으로 만나 보았다. 자신이 운영하는 ‘붉은서재’라는 블로그에 수준높은 인문학 관련 글을 올리고 그것을 엮어서 만든 책이였다.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가 인문학에 대해 가지는 관심과 깊이는 상당한 수준이였다. 하지만 아직 익지 않은 개념적이며 현학적인 용어의 사용은 막 젊은 논객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치기어린 풋내기 인문학도라는 느낌도 들었다. 이 책 <일베의 사상>은 그의 두 번째 책으로 첫 번째 책보다 문체가 깊이, 표현방식등이 훨씬 성장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인문학에 대한 서평이 주를 이룬 것이 첫 번째 책이라면 두 번째 책은 ‘일베’라는 인터넷 문화현상에 대해서 분석한 하나의 문화비평서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문화적 현상에 대해서 분석하고 자신의 견해를 이론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은 상당한 수준의 비평능력이 있다는 것이고 이 책은 본 나로써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인 저자 박가분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인터넷 사이트인 일간 베스트가 어떻게 시작되었고 그것의 어떻게 지금의 익명의 극보수적인 성향의 유저들의 집합소가 되었는지 근원부터 살펴서 시간적인 순서에 따라 발전 상황을 살펴보는 꽤 수준있는 문화비평서 같은 책이였다. 일베 유저들은 그들이 직접적인 필명으로 자신의 견해를 표방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이라는 매체의 익명성을 무기로해서 논리와 논의가 아니라 어떤 사안들에 대한 희화화와 짤방이라는 사진 합성을 통해서 조롱하고 무시하고 비웃으므로 자신들의 견해아닌 견해를 나타낸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저자 박가분이 상당한 인문학적 지식과 분석력을 통해서 사상이 없을 것 같은 일베 유저들의 사상을 발견하고 그것을 통해서 일베들의 찌질한(?) 실체를 까발리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하고 싶지만 그저 조롱하고 비하하는 그들의 어두운 사고방식과 습성을 ‘사상’이라고 까지 불렀다는 것은 비평보다는 이론화에 더 치중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저자가 서문에 그러한 이유에 대해서 밝혀놓았으나 오히려 일베 유저들을 체계적인 생각, 즉 사상을 가진 논객으로 격상시킨 실수를 범하지 않았나 싶다. 어두운데서 비겁하게 약자들에게 총을 쏘아대는 무뢰배들일 뿐인데 오히려 일베 유저들을 격상시켜준 프레임을 만들어주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어쨌든 이 책은 일간베트스 유저들을 중심으로한 인터넷 문화현상을 새로운 이론틀을 통해서 분석해내고 잡히지 않는 문화현상들에게 이론적 도구를 제공하므로 문화현상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단서를 마련해준 책이라고 생각한다. 저자 박가분은 앞으로 문화비평가나 인문적 논객으로 발전할 수 있는 좋은 재원이라고 여진다. 나 또한 이 책을 통해서 일베 현상을 좀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앞서보았듯이 일베에게도 나름의 사상이 있다. 그리고 일베에게도 나름의 사상적 의제가 있기 때문에 그것이 컬트문화로 그치지 않고 그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 것은 그들의 사상적 입장이 아이러니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중략)...그렇기 때문에 배후에 감춰진 일베의 무의식적인 사상을 재구성하고 그 기원을 추적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또 다른 사상을 재구성하고 그 기원을 추적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또 다른 사상적인 분석틀을 동원하지 않을 수 없다.(p.17)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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