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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없는 에세이 - 지적 쓰레기들의 간략한 계보
버트런드 러셀 지음, 장성주 옮김 / 함께읽는책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버트란드 러셀의 글을 많이는 아니지만 간간히 읽어오면서 느낀 개인적 소감은 글이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대 문장가이자 노벨 문학상에 빛나는 탁월한 저자의 글 앞에서 검증된 찬사가 아니라 개인적 소회를 밝히는 것은 다소 개인적인 감상에 불과하겠지만, 그렇다. 나의 개인적 감상은 일단 글이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버트란드 러셀은 위대한 정치가이자 문학가, 철학자, 행동가, 사상가 등 전방위적으로 활동한 탁월한 인물이다. 이 사람이 남긴 글은 읽기도 버거울 정도이며 그 범위는 가히 모든 분야를 아우른다. 내가 읽은 버트란드 러셀의 몇권의 책은 주로 이 책과 마찬가지로 짧은 글의 모음집이였고 또 정치적인 글이였기에 재미없고 무미건조했다. 이 책도 아마도 그럴것이라는 편견이 살짝 입고 읽기 시작했는데 반전이 일어났다. 그간 저자가 쓴 이런 종류의 책들과는 달이 이 책 <인기없는 에세이>는 재밌고 재치가 있으면 러셀의 재기가 드러나는 유쾌한 책이였다. 러셀은 본인이 식자층들만을 위해 글을 쓴다는 비판에 대해서 멍청한 열 살배기 아이라면 좀 어렵게 느낄만한 문장들이 몇군데 있다고 할 정도로 이 책은 식자층들이 아니라 매우 편하게 자유롭게 쓴 글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래서 이러한 글들이 모르긴해도 결코 인기를 끌수 없을 것이라고 평하고 이 책의 제목에 '인기 없는'이라는 수식어를 넣었다.
어쩌면 그간 써왔던 러셀의 글과는 달리 처음부터 '인기없을'것을 예상하고 잇는 그대로 쓴 글이 러셀의 문필이나 사상을 편한 문장과 함께 그의 재치와 유머까지도 고스란히 담긴 문장이 되어 오히려 가장 재미나고 즐거운 책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리하여 그의 문장만큼이나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들도 자유롭고 다양하다. 다양한 분야에 있어서 자유롭게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는 러셀의 문장은 힘이 있고 견고하다. 이러한 자유를 가지고 그는 철학과 정치에 대해서, 그리고 초보자들이 배워야할 철학에 대해서, 그 철학의 숨은 동기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현대정신과 현대사상에 대해서, 심지어 세계정부에 관한 이야기까지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안류의 정신에 크나큰 족적을 남겼던 유명인사들에 대한 개인적인 사담을 적기도 했다. 바로 이러한 것들 때문에 러셀은 '인기없는' 에세이라고 명했고 반면에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이책은 매우 재미있게 읽히는 것이다.
지식인 특유의 깊은 논리성과 지식 때문에 그의 문장이 쉽지만 결코 깊이가 얕은 것은 아니다. 나는 러셀의 책은 에세이라고 불릴만큼 쉽게 읽히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도 에세이도 휘갈겨썼지만 그 내용은 그의 깊은 철학적 지식위에 그리고 광범위한 정치적 활동위에 놓여 있으므로 일반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도 꽤있다.
비길데 없는 지성으로 지적 엄정성을 가지고 휘갈려쓰듯이 써내는 그의 에세이는 천박하거나 따분한 여지를 결코 남기지 않는다. 가장 쉽게 쓰여진 에세이마저도 그것도 분명 '인기없을'것이라고 여기는 저자의 글도 머리에 힘을 주고 정독해야 이해되는 이 책에서 그의 천재성을 유감없이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정도의 전방위적 에세이를 풀어낼 수 있는 저자의 깊은 지식이 부럽고, 지적 풍운아처럼 자신의 신념에 따라 과감하게 정치적 행동을 할 수 있는 그의 행동도 부러웠다. 진정한 지성인이라면 자신의 신념을 행동으로 옮겨 현실적 변화를 주는 것일 진데 버트란드 러셀은 이러한 면에서 탁상공론의 지식인이 아니라 진정한 책임있는 지식인이라는 것을 이 별 쓸모없을 것 같은 <인기없는 에세이>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는 것이 나로 하여금 그냥 감탄하게 할 뿐이다.
나는 앞서 발표한 책 《인간의 지식》의 서문에서 내가 전문 철학자들만을 위해 글을 쓰지 않으며, “철학은 본래 지식층 일반의 관심사를 다룬다”라고 적었다. 서평가들은 이 말을 빌미로 나를 꾸짖었다. 그들이 보기에 내 책에는 어려운 내용이 일부 들어 있는데 저런 말로 독자들을 속여 책을 사게 했다는 것이다. 이런 비난을 또다시 마주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므로 고백하건대 이 책에는 보기 드물게 멍청한 열 살배기 아이라면 좀 어렵게 느낄 만한 문장이 몇 군데 들어 있다. 이러한 까닭에 다음의 에세이들이 인기를 끌 만한 글이라고 하기는 힘들 듯싶다. 그렇다면 ‘인기 없는’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릴 밖에. - 버트런드 러셀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