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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닦고 스피노자 - 마음을 위로하는 에티카 새로 읽기
신승철 지음 / 동녘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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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의 에티카는 언젠가는 꼭 한번 읽어보고 싶은 책이였다. 현대 철학자들에게 많은 영감과 탈근대의 철학의 위한 새로운 자료를 제공해주는 몇안되는 철학자가 바로 스피노자이다. 어떤 다른 철학자의 사상에 기대지 않은채 오직 홀로 사색을 통해서 스스로의 철학을 세워나갔던 스피노자는 어떤 이에게는 이단, 어떤 이에게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제치는 새로운 철학을 제공하는 선구자이다. 그는 유대인으로써 부모님의 많은 유산을 거부하고 유대교의 신을 부정한 것으로 유대교에서 파문당하고 그뿐 아니라 유대교 신자로부터 살해 위협까지 받은 사람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생계를 위해서 홀로 렌즈를 세공하며 스스로 철학을 했던 고독하면서도 독창적인 사상을 가진 철학자이다. 그의 대표적인 사상이 '자연이 신'이라는 범신론적인 사상인데 단지 종교적인 의미로서의 진술이 아니라 실존적인 인간의 독립성을 주장하는 사상으로 나는 풀이하고 있다. 모든 철학책이 그렇듯이 철학적 진술은 깊고 좁은 사유를 철학적 개념으로 풀어내기에 그 내용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 즉 철학을 현대적으로 적용하고 자신의 삶의 기술로써 적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내용을 잘 이해하고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책 <눈물닦고 스피노자>는 스피노자의 에티카에 대한 실천철학적 담론이자 적용서이다. 에티카에 적근하는 방식이 신선할 뿐 아니라 실용적이여서 철학의 현대의 삶에 기술이 될 수 있고 치유서가 될수 있음을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철학공방 별난'을 운영하고 있으면서 인문치료와 철학상담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는 젊은 철학자이다. 저자는 철학이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치이고 상처받는 이들의 삶의 기술과 지혜를 가르쳐주어 스스로 헤쳐나가는 해법과 외부의 구조적 공격에서 오는 상처를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을 철학이 줄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이 책은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인문치료법과 철학상담의 가능성에 대한 결과물이다. <눈물닦고 스피노자>는 한 사람의 삶의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한다. 28살의 백수 김철수 군. 서울의 대학 철학과를 나오고 나름대로 스펙을 쌓기 위해서 어학연수를 다녀와 8년만에 대학을 졸업한다. 그리고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기 위해서 근처 고시원에서 근근하고 고단한 삶을 이어간다. 삶이 절망스럽고 미래가 보이지 않으며 여자친구는 곧 떠날것 같다. 그래서 술마시고 늦게 들어와 화장실에 앉는순간 바로 앞 거울에서 이상한 현상이 나타난다. 바로 거울이 열리고 스피노자가 나타나는 것이다. 즉 철수의 시대와 스피노자의 시대가 시간을 넘어 연결되고 서로 1시간 동안 대화할 수 있는 창이 열린 것이다. 소스라치게 놀란 철수는 처음에는 의심했지만 자신을 스피노자라고 소개하는 한 남자를 통해서 삶의 고민과 어려움울 토로하기 시작하고 스피노자는 자신의 철학을 바탕으로 상담해 주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삶의 기술로써 철학의 배우고 그것을 통해서 극복해 나간다는 형식이다. 소설형식으로 되어있어서 읽기와 이해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김철수는 삶에서 읽어나는 상처와 어려움을 하나하나 스피노자에게 털어놓는다. 불안증, 우울증, 피해망상증, 신경증, 강박증, 과대망상증, 도착증, 공황장애, 중독, 경계선 인격 장애조울중, 관계망상, 분열증, 공포증이 그러한 것이다. 이러한 증상은 현대를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서 개인적인 문제라기 보다는 사회구조가 주는 정신적 질병인 것이다. 스피노자의 처방중에서 정말로 탁월하다고 생각되었던 방식이 있었다. 스피노자의 철학을 전수하여 프랑스 심리치료서 펠릭스 가타리는 제도요법이나 분열분석을 만들어 내었다.

 

일반적인 심리치유자가 상당가들은 내면의 고통과 삶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서 "너의 마음을 태도나 자세를 바꾸어라 그러면 마음이 치유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나도 이러한 전통적인 심리치유에 대한 방법에 무수히 많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나도 내 마음을 바꿀수가 없어서 내 마음의 상처를 떠나보낼수 없어서 무수히 고민하고 아파하고 있는데 단지 그냥 마음을 바꾸고 태도를 바꾸라고? 이러한 상담은 자기 안에 암덩어리를 자기가 잘라내라는 말과도 같이 들렸다. 전통적인 심리적 치유 방법적 진술인 이러한 말은 대단히 비효과적이라는 생각이 오래전부터 들었다. 그러나 스피노자는 다른 방식으로 치유에 대한 방법을 말해준다. 그는 단지 마음을 바꾸라는 말하지 않는다. 내재성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므로 인간안에 있는 내재성을 바꾸라고 한다. 나는 스피노자가 말한 '내재성'이라는 개념에 무릎을 탁! 쳤다. 그렇다. 인간은 단지 몇가지의 생각이나 태도를 바꾼다고 바뀌는게 아니였다. 안간의 내면안에 인격과 생각과 경험의 씨줄과 날줄이 오래동안 짜여지고 배치되어서 한 인간의 내면의 독특한 특성이 생긴다. 스피노자는 바로 이러한 인간의 내면안에 짜여지고 배치되어진 독특한 특성을 바로 '내재성'이라는 개념으로 표현했다. 정말 탁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기존의 철학자들의 방식과는 확실히 차별적으로 구별되는 개념과 인간변화의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이러한 변화의 방식은 당장 자신에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애인과 헤어져 아파하고 있는데 단지 생각만 바꾼다고 마음의 태도를 바꾼다고 내가 치유되고 변화되는 것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그 애인과의 함께 오래동안 보낸 시간이 고스란히 나의 내념에 하나의 내면성으로 짜여지고 배치된 내면성은 단 한순간의 다른 생각으로 바뀌지 않는 것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통해서 그 애인을 통해서 짜여진 나의 내면성을 자연스럽게 바꾸므로서 나는 변화되고 치유될수 있는 것이다. 스피노자의 '내면성'의 개념은 내가 볼때 인간에 대한 매우 놀라운 통찰을 담고 있다.

 

그래서 스피노자는 인간이 치유되기 위해서는 생각이나 태도는 바꾸는 피상적인 방식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성을 바꾸기 위해서는 그 내면성을 구성하는 관계망과 그 배치를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인간의 외부를 바뀌어주어 그 외부로부터 인간의 내면성을 바꾸려는 시도인 것이다. 정말 놀라운 통찰이 아닐 수 없다. 인간은 단순한 하나의 생각으로 구성된 존재가 아니라 무수히 많은 외부의 자극을 통해서 복잡한 내면성을 지닌 존재이다. 이것을 또한 스피노자는 '내면적 이성'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김철수가 스피노자와 대화를 하는 가운데 스피노자는 김철수에게 자신을 아프게 하는 관계망을 하나의 영역으로 고정시키지 말고 부드럽게 횡단하여 자신의 내면을 형성하는 힘을 근본적으로 바꾸라고 말하면서 김철수를 조금씩 변화시키기 시작한다. 나는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 바로 외부의 관계망의 배치를 바꾸어 줌으로써 인간의 내재성을 변화시켜 고정된 하나의 시선이 아니라 부드럽고 유연한 방식으로 자신의 존재망을 변화시킬 수 있는 '내재적 이성'이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철학적 치유 방식이 모든 사람에게 효율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이성적 존재이기도 하지만 환경과 외부의 영향을 받는 수동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의 내재성을 바꾸기 위해서는 자신의 생각과 환경을 함께 바꾸어주어 자신을 스스로 변화시키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스피노자가 말한 '자연이 신'이라는 개념이 조금 이해가되었다. 스피노자의 이 진술은 종교적 진술이 아니였다. 그의 진술은 자연의 한 부분으로써 인간을 이해해야하는 인간이해를 위한 진술이였다. 하지만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그를 오해했다. 아마도 그를 파문했던 유대교인들도 그를 오해했을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스피노자의 범신론적 진술이 단지 종교적인 개념이 아니라 인간치유를 위한 새로운 인간이해의 진술이라는 것을 깊이 깨닫게 되었다. 좀더 스피노자에게 다가간 기분이다. 이제 나도 스피노자를 만나볼 시간이 된 것 같다. 물론 화장실에서가 아니라 책으로 말이다.^^

 

종교든 돈이든 간에, 모든 종류의 권력의 시선은 신체를 싸늘하게 경색시킵니다.그러나 사랑과 욕망이 신체를 부드럽게 만들지요. 일단 자신이 접촉하는 모든 영역에 대해서 신체를 변용하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권력이 요구하는 하나의 신분, 하나의 이름, 하나의 인물로 전락하고 말지요. 모든 영역을 횡단하면 신체 변용의 역량은 상승하게 됩니다. 횡단은 이 영역과 저 영역을 넘나드는 것이죠. 옆방 사람과 경쟁자 관계로만 지내는 것이 아니라 친구, 형, 조언자의 관계를 넘나들어보세요. 이것도 되고 저것도 될 수 있는 변용 역량을 상승시켜 보라는 말입니다. 그러면 그런 문제는 사라질 것입니다. '접촉하는 모든 영역을 횡단하여 존재라하!'는 말을 기억하십시오. 횡단은 변용을 일컫는 또 다른 말입니다." (p.3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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