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과학/예술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16년 3월 출판된 인문/사회/과학/예술 분야 신간도서 추천합니다.
“4월의 감미로운 빗줄기로, 3월의 가뭄을 뿌리까지 파고들어” 적시기를.
지난 토요일 오전에서 오후로 넘어가는 몇 시간 동안.
꽃망울이 맺히고, 터지는 느린 속도가 눈에 보이는 듯했습니다.
다음날 아침의 찬 기운과 약간의 비가 내리니,
예쁘게 필 꽃이 다시 움츠려 들었습니다.
못 다 핀 꽃은 제 속도를 이기지 못하여
최상이 아름다움으로 생을 완성하지 못합니다.
제 때를 만나지 못한 꽃들에게 인사를.
근간에 한나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을 읽으며,
‘사유 없음’으로 인한 진부한 악에 대하여 ‘사유’합니다.
인문서를 읽는다는 것은 내 안의 타자와 대화하는 것입니다.
내 안의 무수한 ‘나’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균열이 의미있는 시간입니다.
여기에 박차를 가할만한 책들을 추천합니다.
『칼 포퍼 역사법칙주의의 빈곤』, 카 포터 지음, 이한구, 정연교, 이창환 옮김. 철학과현실사,
원제 The Poverty of Historicism (1957년)
『열린 사회와 그 적들』로 유명한 20세기 위대한 철학자 포퍼의 1957년 저작이 새롭게 출판되었습니다. 포퍼는 잠정적 진리, 모든 과학의 ‘반증 가능성’으로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전체주의의 혐의가 있는 모든 것을 거부하고, 실천하는 지성인으로 끊임없이 사상적 투쟁을 벌였던 포퍼의 책을 4월에 읽고 싶습니다.
『새로운 계급 투쟁』, 슬라예보 지젝 지음, 김희상 옮김, 자음과모음, 2016. 3. 31.
원제 Der neue Klassenkampf: Die wahren Grunde fur Flucht und Terror (2015년)
여전히 왕성한 다작을 보여주는 슬라예보 지젝에게 있어서, 글쓰기란 가장 급진적인 정치적 실천이기도 합니다. 그는 “전방위적 지평의 사유를 전개하는 독보적인 철학자”입니다. 라캉주의자 계급투쟁운동가인 지젝의 공산주의를 어떻게 해석하는지 공부하고자 합니다. 하나의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계급투쟁은 어떤 방향을 향해 나아가야 할지 근본적 질문을 던져보아야 할 때입니다.
『나는 무관심을 증오한다』, 안토니오 그람시 지금, 김종법 옮김, 바다출판사, 2016. 3. 30.
원제 Odio gli indifferenti (2011년)
20여 년 전, 제가 쓴 최초의 논문은 그람시였습니다. 논문이라기 보다는 논문 흉내를 냈던 것이지요. 텍스트를 이해하지도 못했고, 최소한의 개념도 정리되지 못한 상태였지만, 안토니오 그람시에 빠져 있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헤게모니에 대한 그람시의 해석은 어줍지 않게 운동권 주변을 기웃거리던 나에게 하부구조에 대한 경직된 사고에 유연함을 부여하는 듯했습니다. 상부구조의 자율성. 거기에서 제 문제의 실마리를 찾고 싶었던 거지요. 저에게는 다시 그람시를 읽어야 할 필연적 이유들이 있습니다. 제 인생의 숙제로 남아 있는 그람시와 함께하는 4월!!!
『효율적 이타주의자』, 피터 싱어 지음, 이재경 옮김, 21세기북스, 2016. 3. 31.
원제 The Most Good You Can Do: How Effective Altruism Is Changing Ideas About Living Ethically (2015년)
이 책은 예일대학교 강연을 토대로 구성되었다고 합니다. 도덕기반과 윤리 속에서 좀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실천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타심은 감정이 아니라, 이성이라고 피터 싱어는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콜버그의 도덕 발달 단계처럼, 윤리와 실천은 상황에 대한 실천적 고민 속에서만 발현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사유가 바탕이 된 행동을 통해서만 타인을 도울 수 있습니다.
『비상경보기 - 절실하게, 진지하게, 통쾌하게』, 강신주 지음, 동녘, 2016. 3. 10.
철학자가 울리는 비상경보기라니요. 강신주의 거칠고 독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현재 한국사회를 “민주주의 위기, 무너지는 삶”이라고 표현한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분들은 별로 없을 듯합니다. 『비상경보기』는 <경향신문> 등 여러 곳에 기고한 글을 60개로 추려 엮은 책입니다. 주인의 덕을 가지고, 온전히 내 삶의 주인으로 자기를 배려하며 함께 사는 민주주의를 꿈꾼다면, 꼭 한번 일독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