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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을 넘어 - 정의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앤서니 앳킨슨 지음, 장경덕 옮김 / 글항아리 / 2015년 5월
평점 :
유용한 유토피아, 평등을 구현하기 위한 제안
『불평등을 넘어-정의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앤서니 B. 앳킨슨 지음, 장경덕 옮김, 글항아리, 2015. 5.
『불평등을 넘어』는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을 읽은 후에 접했다. 소득불평등은 전 지구적 화두다. 피케티 이후, 불평등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아주) 조금은 높아지지 않았을까 기대하지만, 견고한 자본주의에 스크래치를 내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케티 열풍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임금 격차뿐 아니라, 노동소득과 자본소득의 관계에 집중하게 되었다. 나 또한 ‘자본 소득이 노동 소득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사실을 객관적 사례로 이해한 직후라서 문제의식을 충분히 공유한 상태에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저자 앤서니 B. 앳킨슨는 우리가 통제 밖의 힘에 무력하지 않고, 미래는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고 확신한다.
책은 1부 진단, 2부 실행, 3부 반대 논리 검토와 실행 가능성 평가, 3부로 구성된다. 심각한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저자는 유머를 잃지 않는다. “방정식이 하나씩 나올 때마다 독자 수는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스티븐 호킹의 금언을 인용하며, 방정식이 하나도 없으므로 끝까지 읽어줄 것을 당부한다. 이 글에서 눈치 챘겠지만, 읽기 녹녹한 책은 아니다. 진보 경제학자의 반세기에 걸친 경제학 성과를 쉽게 이해하고자 한다면 염치없는 과욕일 것이다.
1부에서는 불평등에 대해 염려해야 하는 까닭, 불평등의 정도를 보여주는 증거, 불평등의 경제학을 검토함으로써 경제적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들을 알아본다. 저자는 자본소득의 역할과 소유권의 균형에 대해 끊임없이 재고해야 한다고 언급한다. 전쟁, 전후 몇 십 년 동안의 유럽, 최근 10년 동안의 중남미에서는 불평등이 줄어들었다. 이는 시장소득 불평등의 감소와 효과적인 재분배의 결과물이다. 시장소득 불평등을 줄이는 것이 가능함을 잘 보여준다. 정부는 어떤 방법으로든 시장 소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부에서는 불평등을 줄일 수 있는 다섯 가지 방안을 다룬다. 첫째 ‘기술 변화와 대항력’이다. 기술 혁신에 따르는 이득의 분배 문제, 사라지는 일자리, 오늘의 결정이 미래에 미칠 파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정책 결정자들이 기술변화의 방향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근로자의 고용을 높이고, 서비스 제공의 인적 측면을 강조하는 형태의 혁신을 장려해야 한다(171쪽). 공공정책은 이해관계자 간의 적절한 힘의 균형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188~189쪽).
둘째 ‘미래의 고용과 임금’이다. 저자는 정부가 바뀌더라도 유지될 수 있는 자발적 임금 규칙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본다. 임금에 대한 윤리적인 접근을 구체화하고, 소득 분배에 관하여 국민적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공론의 장을 마련하여 광범위하게 논의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출발이다. 정부는 실업 예방을 위한 명시적 목표를 채택하고, 원하는 이들에게 최저 임금을 주는 공공부문 고용을 보장해줌으로써 이 목표를 뒷받침해야 한다(202쪽). 법령에 따라 생활임금으로 정해진 최저임금과 최저임금 이상의 보수에 대한 실행규칙이 있어야 한다(211쪽).
셋째, ‘자본 공유’다. 피케티는 『21세기 자본』에서 자본수익률(r)과 경제성장률(g)의 차이에서 부의 분배를 결정하는 핵심 원리를 찾았다.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 보다 높아지면 불평등이 확대된다. 개인이 일생동안 부를 유지하는 것은 전반적인 소득증가율에 달려 있지만, 여러 세대를 생각하는 관점에서 보면 이는 또한 각각의 세대에서 수많은 사람 사이에 부가 얼마나 고르게 나눠지는지에 달려 있다(226쪽). 모든 사람이 최소한의 상속을 보장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 기초 자본의 지급, 국부 펀드를 방안으로 제시한다. 정부는 일인당 보유 한도를 둔 국민저축채권을 통해 저축에 대한 플러스 실질금리를 보장해야 한다(239쪽).
넷째, ‘누진 과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최고세율의 효과를 살펴보고, 상속과 부동산에 대한 과세, 자가 거주자 주택에 대한 과세와 주민세를 개혁하고, 연간 부유세를 부과한다. 상속받은 재산과 생존자 간 증여 재산에는 누진적인 평생자본취득세 체계에 따라 과세해야 한다(275쪽). 피케티가 주장한 글로벌 누진적인 글로벌 자본세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개인과 기업이 어떤 조세 감면을 받을 수 있는 세제상의 혜택을 제한하는 ‘최저한세(minimum tax) 세법을 실시한다. 기업들은 정상적인 세금과 대안적인 최저한세 가운데 더 큰 금액을 내야 한다. 또는 세금을 관할하는 지역 안에서 이루어진 매출액을 바탕으로 정할 수 있다(288쪽).
다섯째, ‘모두를 위한 사회보장’다. 자녀 수당을 지급하고 아동 빈곤을 해결해야 한다. 저자는 모든 어린이에게 상당한 금액의 자녀수당을 지급해야 하며 이를 소득으로 보아 세금을 물려야 한다(306쪽). 기존의 사회적 보호 제도를 보완하고 유럽 연합 전역의 어린이 기본소득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나라별로 참여소득을 도입해야 한다(314쪽). 사회 보험을 새롭게 해 급여 수준을 늘리고 적용 대상을 넓혀야 한다(323쪽).
푸딩인지 아닌지는 먹어봐야 안다.
3부에서는 이 제안들에 대한 반론을 숙고한다. 상호보완적인 공평성과 효율성, 국제협력의 가능성, 우리에게 그 많은 불평등 요소를 해결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제안들이 파이의 크기를 줄이지 않을 수 있음을 검토한다. 불평등을 해결하는 방안들이 효율성을 저해할 수도 있지만, 반드시 그런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즉 공평성을 늘리면 효율성이 저해될 것이라는 가설은 증명되지 않았다. 둘 사이의 상관관계는 절대적이지 않다. 불평등이 효율성을 정말 떨어뜨릴 것인지는 해보지 않고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복지국가가 경제적 성과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가능성(364쪽)과 같은 이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국제사회를 바라보는 이상주의와 현실주의가 존재한다. 국제사회는 위기 상황에서는 서로 힘을 모았던 많은 역사적 사례를 가지고 있다. 국제 협력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불평등을 해결하는 것은 가능성의 유무가 아닌 당위의 문제다.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다는 담론이 형성된다면, 불평등은 극복할 수 없다. 역으로 불평등을 해결하려는 정책이 실행될 수 있다는 믿음이 다수의 신념이 된다면, 불평등은 얼마든지 극복해나갈 수 없다. 평등은 완전한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수렴의 과정에 놓이게 될 것이다. 우리에게는 평등을 없애고 평등을 확보에는 무수한 당위가 존재한다. 당위가 설정된 다음에야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저자의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론에 대한 확신이 가지는 힘은 치밀한 논리와 자료에 있다. 『불평등을 넘어』는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실행해야 할 구성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이는 막연한 희망이 아니다. 인간이 만들어가는 사회에서 발생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해결책도 인간에게 있는 것이다. 사회문제에는 해결책이 있다. 이 책의 목적은 -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해법을 제시하기 보다는 -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확고히 하는데 있어 보인다.
앞서 언급한 바와 마찬가지로 『불평등을 넘어』는 피케티의 『21세기 자본』과 맥을 같이한다. 이 책의 전후에 피케티를 읽는다면 생각을 확장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피케티의 책이 보수, 진보 양 진영이 함께 읽을 수 있었던 것은 Marx의 개념을 사용하지 않고서도 불평등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부(富)가 분배되는 역사적 동학을 잘 분석했다. 저성장 시대에서는 세습자본주의가 고착화된다. 피케티가 제시하는 대안은 조세 체제의 개혁이다. 또한 교육 개혁을 통해서 지식과 기술 불평등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같은 불평등을 넘어서는 방안은 국가 차원에서 이루어질 수 없다. 국경을 넘어 전지구적인 차원의 정책을 필요로 한다.
진보적인 세금에는 때로는 폭력적인 쇼크도, 때로는 큰 투쟁도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두려워 국제적인 차원에서 불평등을 넘어서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지 않고, 세습 자본주의를 강화한다면, 국제적인 차원에서 걷잡을 수 없는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다. 이에 대하여 영국 보수당 의원 퀸틴 호크의 언급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만일 우리가 국민에게 개혁을 선사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우리에게 혁명을 선사할 것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