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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보름과 경칩을 거쳐 봄이 왔습니다.
봄 눈도 내리고, 꽃샘 추위로 다녀가겠지만, 이미 와버린 '봄'을 어쪄겠어요.
모두... 좋은 봄이 펼쳐지기를..바라며 신간도서 추천합니다.
『누가 누구를 베꼈을까?』, 카롤린 라로슈 지음, 김성희 옮김, 윌컴퍼니, 2015. 2.
취미로 그림을 시작했을 때, 화가 선생님은 마음에 드는 작품을 따라 그리게 했다. 좋은 작품을 그리다 보면, 자신만의 고유성을 찾을 수 있다고 하셨다. 모사를 하다 보니, 무엇을 그려야할지, 어떻게 그려야할지 결정하지 못했던 막막함이 조금씩 사라졌다. 저자 카롤린 라로슈는 작품 간의 상관관계를 통해서 미술사의 이해를 돕는다. 노암 촘스키는 세상에 “새로운 아이디어는 없다.”고 했다. 예술은 축적된 문화의 결과물이다. 이 책을 추천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미술사에 대한 호기심뿐 아니라, - 200여 점의 화보 때문이기도 하다.
『롤랑 바르트, 마지막 강의』 롤랑 바르트 지음, 변광배 옮김, 민음사, 2015. 2.
한때 바르트에게 위로 받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나는 실연의 상처로 바닥이었다. 우연히 철학자 강신주의 강의를 듣고, 바르트가 쓴 『사랑의 단상』을 다시 읽게 되었다. 오래전 내게는 수사학으로 가득했던 책이었다. 탈구조주의를 공부하고 난 다음 읽게 된 책은 변주되는 기호로 가득했다. 바르트 철학은 끝없이 변주되는 사랑의 언어를 이해하게 해주었다. 바르트가 준비했던 바르트의 마지막 강의에 초대받고 싶다.
『민주주의의 수수께끼』, 존 던 지음, 강철웅, 문지영 옮김, 후마니타스, 2015. 2.
“타는 목마름으로” 외치던 절박했던 민주주의가 서서히 힘을 잃어가고 있다. 한국 사회만의 상황은 아니다. 시대에 대한 고민을 함께해온 후마니타스가 내 놓은 신간 『민주주의의 수수께끼』는 민주주의의 현재를 이해하기 위해서 민주주의의 역사를 분석한다. 앞으로 민주주의가 어떻게 나아가게 될 것인지를 이해하는 자료로 의미 있을 것이다.
『쓰고 태워라』, 샤론 존스 지음, 김민준 옮김, 자음과모음, 2015. 2.
제목만 보면, 넘쳐나는 사적인 글을 없애야한다는 말로 읽힌다. 하지만, 이 책은 존재론적인 질문을 하게 한다. 세계에 대한 이해는 내가 누구인지 아는 것이 필요충분조건일 것이다. 온전히 독자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질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내가 누구이고, 어떻게 살아왔고,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을 통해서 나를 한권의 책으로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성형』, 태희원 지음, 이후 옮김, 2015. 2.
얼마 전 흥미롭게 보았던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은 자폐적 자아를 가진 한 천재 수학자의 이야기를 무게 있게 다루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연기도 좋았지만, 키이라 나이들리 역시 인상적이었다. 영화 외적으로 들었던 생각이 있다. 나이들리가 한국 여배우였다면 소속사에서 기어이 양악 수술을 하게 했을 거라는 우스게스러운 상상을 했다. 이미 한국사회에서 성형은 자기관리의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타자의 시선이 완성되는 곳이 ‘자기 몸’이다. 성형이 자기완성 프로젝트이자 의료 자본주의의 끝판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으면서도 거기에 포섭되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에 대해서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