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과학/예술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피서는 늘 '책'과 '영화'가 한 자리를 차지하였으나, 이번 여름은 책의 페이지가 쉽게 넘어가지 않습니다.
더위 탓은 절대 아닙니다.
때로는 '무엇'이 마음에 담장을 쌓고, 먼지아이로 머물게 하기도 합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 시간 안에 거하고 있으나, 이 또한 곧 지나가리라 믿습니다.
인문사회과학예술 분야 추천을 위해서 신간을 살펴보니... 눈에 밟히는 책이 여럿 있습니다.
책은 여름에 읽고, 여행은 가을에 떠나야 하는 듯합니다.
우리 모두, 마음도 몸도 잘 익어가는 8월 되었으면 합니다.
『인문학은 자유다』, 얼 쇼리스 지음, 박우정 옮김, 현암사, 2014. 7.
얼 쇼리스의 유작이라니... 당연히 읽어야 할 책이 출판되었다. 그의 『희망의 인문학』에 위로 받고 살아가던 때가 있었다. 미래가 보이지 않고, 현실에도 답이 없던 시절, 내가 시작할 수 있는 일은 니체를 읽는 일이었고, 푸코를 이해하는 것이었다. 그 배움은 오롯이 내 안에 세상을 살아가는 태도로 존재한다. “삶의 가장자리에서 만난 희망의 인문학 수업”이라는 부제는 ‘희망의 인문학’의 다른 표현이다. 인문학은 우리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추상적이 아니라) 가장 구체적인 해법이 될 것이다.
『유혹하는 책 읽기』 앨런 제이콥스 지음, 고기탁 옮김, 교보문고, 2014. 7.
이사 오면서 많은 책을 정리(처분)했으나, 다시 또 책이 쌓여간다. 벗들은 아이패드로 전자책을 함께 읽자고 설득하지만, 여전히 책의 물성(物性)에 매혹되어 있는 내가 전자책을 읽게 될 날이 언제쯤일지 모르겠다. 사물, 특히 책은 나에게 물질의 속성 자체가 매력적이다. 사각거리는 연필이 흔적을 남기고, 원하는 페이지를 접기도 하고, 포스트 잇을 붙이는 것, 그것은 마치 동일한 아파트 구조를 변형하지 않고도 나다운 집을 만드는 것과 흡사하다. 나만의 독법이 없어서 이 책을 추천하는 바가 아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공감하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 기대한다.
『내릴 수 없는 배』 우석훈 지음, 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2014. 7.
세월호에는 여전히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현재 시점으로 우리 삶의 일부로 존재하는 세월호는 의사자 대우, 세월호 대입 특별전형 등으로 의제가 설정되면서, 본질적인 논점에서 자꾸 멀어지는 듯 보인다. 국가의 문제 상황을 총체적으로 직면하였지만, 우리는 이번 7. 30 보궐 선거에서 새누리당에게 완승을 안겨주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공천에서부터 선거까지 보여주었던 무수한 문제 때문에 선택지는 새누리당뿐이었다고 위안할 수 없는 선택이다. 객관적 사실을 무시한 채 우리 국민을 지배하고 있는 에피스테메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게 된다. 우석훈 교수는 이 지점에서 우리가 찾아야 할 지혜로운 해답을 함께 고민할 동력으로 이 책을 쓰신 듯하다. 경제학자의 현실적인 대안을 들어보고 싶다.
『뉴스의 시대』 알랭 드 보통 지음, 최민우 옮김, 문학동네, 2014. 7.
알랭 드 보통의 신간이 출간되었다. 런던 시내 어느 카페에서 한번쯤 마주칠 것 같은 친근함이 그에게서 느껴진다. 우리 삶에 사소한 것은 없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사람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알랭 드 보통의 스타일리쉬한 글을 읽으면서 낄낄거리고 싶다. 올바르고 공정한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한다는 가장 상식적인 본분을 망각한 ‘기레기’들이 쏟아내는 기사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취사선택하며 세계를 이해할 수 있을까? 언론의 공정보도를 위해서 편집·편성의 독립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