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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신간도서를 살펴보며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낡은 은유가 여전히 설득력을 갖는 표현임을 실감합니다.

새롭게 태어난 양질의 책이 제 몫에 맞는 이름표를 붙이고 반듯하게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보니,

지독하게 낮고 쓸쓸한 가을이 제 몫을 하겠다 싶습니다.

신간과 함께 가을을 닮아가고 싶은 10월입니다.

 


 

 

  『여행을 팝니다- 여행과 관광에 감춰진 불편한 진실』엘리자베스 베커 지음, 유영훈 옮김, 명랑한지성, 2013. 8.

 

한때 생(生)을 살아가는 에너지의 원천을 여행에서 얻던 시절이 있었다. 다녀온 국가의 숫자와 기간을 존재의 기표로 차용하기도 했다. 그 시절이 단락 짓고 보니 ‘왜’ 여행을 떠나야했는지에 대한 질문이 마음속에 무겁게 내려앉았다. 저널리스트 엘리자베스 베커는 여행을 세계 최대의 사업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한다. 관광(또는 여행)의 어두운 면에 초점을 맞추고 “실체 없는 거인의 힘”이 어떻게 세상을 움직이는지 보여준다. ‘지속가능한 여행’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책이다.

 

 

 

 

 

 

『공범들의 도시 - 한국적 범죄의 탄생에서 집단 진실 은폐까지 가려진 공모자들』 표창원, 지승호 지음, 김영사, 2013. 10.

 

영화 <관상>에서 송강호는 “파도를 치게 하는 것은 바람인데, 나는 파도만 보았다.”는 독백과 같은 주제를 내뱉는다. 영화 관람 이후 한동안 그 대사를 마음 한편에 두고 지내며, 과연 내가 보는 이 표상의 기저에는 무엇이 있을지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이 시작되었다. 한국사회가 드러내는 현실을 움직이는 바람은 무엇이고, 어떤 관계에서 발생했는지 인과관계를 분명히 하여 그 이치를 드러내는 것이 현실문제의 해법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범죄는 한국 사회를 가장 잘 보여주는 ‘파도’일 것이다. 파도와 같은 범죄의 높낮이 속에서 바람을 읽어내는 사람, 프로파일러. “보수주의자이며 범죄 심리 전문가인 표창원과 진보적이고 대중적인 성향의 지식인 지승호의 대화”를 통해서 대중이 어떻게 범죄와 공모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게 될 것이다.

 

 

 

 

『멜트다운 - 도쿄전력과 일본정부는 어떻게 일본을 침몰시켰는가』오시카 야스아키 지음, 한승동 옮김, 양철북, 2013. 9.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 생선 수출입과 관련된 문제가 연일 뉴스거리다. 일본 고등어가 한국산으로 둔갑하기도 하고, 일본쌀이 한국에서 전량 소비되었다는 기사 등 먹거리에 대한 두려움이 증폭되고 있다. 그러한 세팅된 기사에서 우리는 후쿠시마 사고의 본질을 놓치고 있다. 현재 한반도는 일본과 한국의 노후화된 원전에 뿐 아니라, 중국에서 계속 짓고 있는 원전들이 서해를 위협하고 있다. 일본 '아사히 신문' 경제부 기자 오시카 야스아키는 후쿠시마 사고 관련자들 125명을 탐사 취재하여 그 내막을 밝힌다. 환경 피해의 결과가 아닌 원인에 대한 철저한 규명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책이다.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 교사들과 함께 쓴 학교현장의 이야기』엄기호 지음, 따비, 2013. 9.

 

무능한 철 밥통 교사를 퇴출하고 공교육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담론이 기정사실화되기 시작한지 10년이 되어 간다. 교육은 건물로 은유되어 붕괴 직전에 이르렀고, 책임은 교사의 몫으로 남겨졌으며, 학생과 학부모는 피해자 위치에 놓였다. 이후 교사들은 학교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이러한 변화는 학생들의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전 방위로 실천하는 운동가이자 문화학자인 엄기호는 교사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공동체 속에서 교육을 해야 하는 교사들은 분절, 파편화된 딜레마 상황에 놓여 있다. 이 책은 교사들이 동료들과 연대를 구축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함께 고민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마을의 귀환 - 대안적 삶을 꿈꾸는 도시공동체 현장에 가다』오마이뉴스 특별취재팀 지음, 오마이북, 2013. 9.

 

존경하는 선생님 한분이 맘과 뜻이 맞는 벗들과 함께 마을을 만드신다고 한다. 공동체에 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고, 공유할 수 있는 문화 자본이 바탕을 이루었으니, 양보하고 나누는 아름다운 마을이 될 것이라는데 이견은 없다. 사적 삶을 지켜줄 수 있는 교양을 소유한 이웃들은 은둔과 참여를 적절하게 활용할 것이다. 공동의 공간을 따로 두고 마을의 대소사는 함께 협의체를 구성하여 결정할 것이며, 각각의 주택은 개인의 취향 뿐 아니라 이웃과 조화를 이루도록 구성된다. 혹시 이사를 나가면, 새로 들어올 이웃을 집주인 혼자 결정하지 않고 마을주민이 인터뷰를 통해서 선별할 수 있는 절차까지 마련되어 있다.

이쯤에서 내 맘은 딴지를 건다. 동질 집단으로만 구성된 공간을 과연 마을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다름을 배제한 상태에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지위가 유사한 사람들로 모여 있는 공간을 마을이라고 한다면 신분간의 경계를 명확히 긋는 일이 될 것이고, 이는 인종간의 구별 짓기가 될 것이다. 오마이뉴스 특별취재팀은 마을공동체를 이뤄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마을의 귀환』에 담아냈다. 1년여의 기록을 통해서 마을살이의 가능성과 방법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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