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과학/예술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장자, 순간 속 영원』 정진배 지음, 문학동네, 2013. 02.
장자를 읽는 순간 현실과 밀착되어 느끼는 삶의 무게는 갑자기 반으로 줄어든다. 백년을 채 살지 못하는 우리의 협소한 관점과 자기중심적인 세계관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느낌이다. 일상과 거리를 두고 메타적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것, 거기에서 우리는 자유를 얻게 된다. 나와 세계를 ‘응시’함으로써 우주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고, 생각을 바꾸는 것은 우주를 것에 비견할 만하다. 지금 우리에게 장자 철학이 필요한 까닭은 우리에게 구별 짓기를 멈추고 경계를 넘었을 때 만날 수 있는 자유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메추라기는 붕새의 경지를 엿보지 못하나, 붕새 또한 메추라기의 경지를 알지 못한다.” 문학동네의 '위대한 순간' 시리즈는 연세대학교 인문학연구원이 함께 펴낸 인문교양 총서로 기획되었다.
『철학자가 사랑한 그림- 기묘한 미술로 삐딱한 철학 하기』 조광제, 전호근 지음, 알렙, 2013. 03.
미술 전시회에서 그림을 감상하다 보면 사람들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들려온다. 여전히 “잘 그렸다.” “색감이 좋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는 것을 보면, 현대 미술의 철학적 난해함을 이해하고 그림과 마주하기는 쉽지 않은 모양이다. 시대를 전복시키는 미학적 사유로 작품을 생산한 예술가, 그들의 작품 속에서 전위로써의 새로운 사유 방식을 구축한 철학자들. 그들은 한 쌍의 짝패를 이루고 작품 해석을 창조한다. 아트&스터디에서 지속적으로 철학 강의를 하시는 훗설의 대가 조광제 선생님의 새 책이라서 반갑기만 하다. 고흐의 ‘구두 한 켤레’와 하이데거, 벨라스케스의 ‘시녀들’과 푸코, 베이컨의 ‘자화상’과 들뢰즈, 아방가르드와 발터 벤야민 & 메를로퐁티의 만남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했다. 현대 미술은 재현(representation)을 버리고 자기 지시성을 선택했다. 예술 작품을 언어화하는 철학자가 없다면 예술은 존재 가치를 잃게 된다. 현대 미술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진짜 눈’을 가진 철학자들의 분석을 읽는다는 점에서 필독서가 될 책이다.
『정치가 떠난 자리』김만권 지음, 그린비, 2013. 02.
대선 이후, 더 이상 공중파 뉴스를 볼 수 없다는 사람이 많아졌다. 결과에 영향을 미친 다양한 원인을 분석한 내용은 많지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은 보이지 않는다. 이미 진보 정당을 찾아볼 수 없는 일본을 바라보면서, 혹시 그들의 모습이 미래의 우리가 되지는 않을지 불안한 마음 또한 새록새록 자라난다. 그럼에도 이념이 대립된 채 오십여 년의 시간이 흐른 국가의 진보가 여전히 50%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이 우리가 희망을 포기할 수 없는 단서다. 정치 세태에 비관적으로 돌아선 사람들에게 이 책은 함께 다음을 준비하는 책이 될 것이다. 이 책은 보수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진보 내부의 문제점과 한계에 대한 내부자적 시선의 고민과 성찰을 담고 있다. 새로운 단초를 마련하고자 하는 저자의 의지가 단단한 책이다.
『인간과 초인』 조지 버나드 쇼 지음, 이후지 옮김, 열린책들, 2013. 02.
‘바라봄’이 좋은 봄(spring)은 서정이 필요한 계절이다. 니체를 흡수한 버나드 쇼의 걸작과 함께 한다면 격조 있는 일상과 만나게 될 것이다. 니체의 초인은 ‘생명의 힘’으로 쇼의 희곡에서 살아난다. 「인간과 초인」은 멜로드라마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 안에는 니체의 철학을 담고 있다. 만일 니체의 위버멘쉬(초인)이 성(性)과 결혼, 정치, 자본주의, 여러 유형의 인간과 여성을 만났을 때 어떤 선택과 행동을 할 것인지를 상황극 속에 담고 있기 때문에 니체 철학에 매료되었던 경험이 있는 독자라면 충분히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건축을 위한 철학- 세상에 단 하나뿐인』브랑코 미트로비치 지음, 이충호 옮김, 컬처그라퍼, 2013. 02.
철학이 건축과 만났다. 이 책은 사적 공간으로써 거주 수단을 넘어 서서 공공재로 일상을 담아내는 사회적 공간이 되고 있는 건축을 철학적으로 사유한다. 건축은 인문학의 기초 위해 세워져서 문화적, 역사적, 환경적 중요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공공 건축에 한 평생을 바친 ‘말하는 건축가’ 정기용 선생님의 마지막 전시회와 다큐를 보고 난 이후, 건축에 철학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건축가는 ‘자기 언어를 지닌’ 철학자여야 한다. 철학이 언어로 집을 짓는다면, 건축은 벽돌로 철학을 쌓는다. 『건축을 위한 철학- 세상에 단 하나뿐인』은 건축물이 제작된 사회적 맥락을 철학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