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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스의 글쓰기』모리스 블랑쇼 지음, 박준상 옮김, 그린비, 2012. 12.

 

철학적 사유를 이끄는 글쓰기는 논리와 논거가 충실한 명징한 언어가 불가한 경계일 때가 많다. 블랑슈는 그의 내밀한 일상처럼, 여백과 침묵 속에서 사유의 단상을 구성한다. 형식 자체가 낯설어짐으로써, (죽음, 작품, 타자, 저자, 수동성, 밖이라는) 각각의 개념이 하나의 전체 맥락에서 흐트러지지 않는다. 철학과 문학이 확고한 개념으로 설명되어야 한다는 가능성을 의심하는 지점에 서 있는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줄 수 있는 책이다.

 

 

 

 

 

 

 

 

 

 

 

 

 

 

『세계사의 구조』 가라타니 고진 지음, 조영일 옮김, 비(도서출판b), 2012. 12.

 

가라타니 고진은 맑스주의를 재해석하여 새로운 논쟁으로 이끌어간다. 그는 맑스주의 사적 유물론에서 강조하는 ‘생산양식’의 자리에 ‘교환양식’을 대치하여 역사를 새롭게 기술한다. 역사를 공부하는 ‘목적’이 전망이라고 한다면, 현재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로 획일화되고 있는 세계정세의 미래를 추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성과다.

 

 

 

 

 

 

 

 

 

 

 

 

 

 

 

『이상 평전』김민수 지음, 그린비, 2012. 12.

 

삶과 작품이 명확한 분석으로 포섭되지 않는 문제적 작가 이상의 평전이 새롭게 나왔다. ‘열린 텍스트’라는 전제에서 때로는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해석되는 이상의 작품에 대해서 저자 김민수의 『이상 평전』은 전혀 다른 관점에서 접근한다. 여성편력, 퇴폐적 낭만주의, 외부자적 시선의 한가로운 산책으로 이해되던 이상의 생애와 작품은 ‘융합예술과 혁명성’이라는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된다. 아마도 최첨단의 예술과 접촉하며 문화 생산자였을 새로운 이상을 만나게 될 것이다.

 

 

 

 

 

 

 

 

 

 

 

 

 

 

 

『공황 르포르타주』 이황 지음, 북퀘스트, 2012. 12.

 

‘공황 전문 기자’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한참 전에 한국일보 이황 기자는 40년을 공황 취재를 했다. ‘공황’은 바로 한국 현대사와 자연스럽게 연결었고, 그곳은 언제나 특종과 고발의 현장이었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후일담까지 가득한 이 책을 통해서 2012년 대통령 선거의 선택과 정보 부재 (또는 편향)와 어떤 연결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휴먼 선집』최민식 지음, 눈빛, 2012. 12.

 

한국에 단 한 사람의 사진작가가 있다면, 나는 바로 ‘최민식’이라는 세 글자를 또박 또박 말할 것이다. 제 1세대 다큐멘터리 작가로서, 오로지 인간, 그것도 한평생 카메라에 포섭되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의 현실을 가감 없이 담아냈다. 그의 사진에는 잉여가 없다. 오직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작가의 딸조차 “가난한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아서 돈을 번다.”는 뼈아픈 검열을 했다고 하지만, 그의 시선은 모두 애정에 기반한다. 여전히 성실하게 셔터를 누르고 있는 최민식 작가의 글과 사진 속에서 깊은 힐링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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