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사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하루끼붐에 동참했던 20대 초반, 나는 분명 이 책을 좋아했었는데. 분명 그랬었는데 어찌된 건지, 내가 기억하고 있는 스토리와도 전혀 다르고, 내가 이 책을 왜 좋아했었는지도 잘 모르게됐다. 분명, 좋아했으니까 제목이 기억에 남았을테고, 마음에 있었을텐데, 드는 생각은, 왜 나는 이 책을 좋아했을까, 라니.

두권의 내가 좋아했던 책을 다시 들춰봤다. 스푸트니크의 연인과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둘 다 사람과 사람의 소통에 대한 이야기로 국경,은 한 남자의 성장기, 스푸타니크는 한 여자에 대한 한 남자의 고백기? 쯤 될까.

하루끼의 책에는 다소 판타지와 상상력, 이미지가 느껴진다. 스푸타니크의 그리스 풍경, 국경 남쪽에서 옛 여자와 함께 찾아가는 일본 어느 구석의 강. 문장을 읽으면 생생하게 그 풍경을 그려볼 수 있다. 안정된 문체로 그려가는 그 곳의 풍경. 하루끼가 여행작가로도 찬사받는 이유일까.

그나저나... 양을 쫒는 모험에서의 신비로움과 흥미진진함만을 기억하고 있는 지금, 다시 한번 양을 쫒는 모험도 읽어봐야겠고, 태엽감는 새와 댄스댄스댄스도 읽어봐야겠다.

그리고 10년 후에, 내가 국경 남쪽의 남자처럼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고 그리워했던 옛 사람의 향기를 떠올리게 될 나이가 되거든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 그땐 또 다른 느낌이 들까.

뭔가 잘 알 수 없게 되버린 국경 남쪽. 공감, 동의, 대화, 소통, 마음의 통함, 몸의 결합,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소통과 공감. 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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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갱의 일상과 습격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재밌는 논리다. 갱이 왜 4명이어야만 하며 사람을 죽이는 범죄자들보다 깔끔하게 은행을 털고 사라지는 갱들이 훨씬 좋은 것이라는 그러한 논리에 꼼짝없이 결박당하고 읽어내려가는 책.

설정 자체는 유쾌하고 즐겁고 약간의 추리력이 사용될지는 모르겠으나, 출판사 편집자가 수정하고 있는 원고를 살짝 들춰본 적이 있는 나로서는 이 책이, 조금 엉성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

꼼꼼하게 읽은 것도 아닌데, 맞춤법에 통달한 것도 아닌데 오타가 2개. 번역도 약간은 좀 어설픈. 내가 잠시 곁눈질했던 편집자의 수정 원고는 정말이지 굉장했는데 말이다. 성의없이 만든 책인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뭐가 어찌됐건 이 책은 강도 4명의 일상, 적어도 추적, 도망, 잠입, 슬쩍하기, 알리바이 만들기 등 그쪽 방면의 전문가들인 그들이 일반인들에게 일어난 다소 의뭉스런 사건의 해결을 도와준다는, 그런 이야기다. 그리고 마지막 4명이 본격적으로 한 사건에 뛰어들게 된다.

사실 맨 마지막 에피소드에 가서야 아, 이 책이 이랬던 거고 앞에 나왔던 사람들이 이 사람들이로군! 하게 되어 버려서, 이 책을 읽으신다면 적어도 주인공들의 이름 정도는 외우고 읽으시길 권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다시 읽게 될지도.

추리 소설, 범죄소설은 질색하는 나인데도 이 책은 그럭저럭 유쾌하고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책. 조금은 강도 4인조 각 멤버 구성과 그들의 성격에 대해 고민하게 됐달까? 그러면서 내 주위에 어울리는 사람으로는... 하고 가상 설정을 해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나루세씨 같은 사람이 곁에 있었으면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더랬다.
첫번째로 접한 작가였다. 이사카 고타로. 아직은 평가 불가.

그나저나, 소제들이 재밌었는데...

" 거인 위에 올라타면 거인보다 멀리 볼 수 있다"
" 유리 집에 사는 사람은 돌을 던져서는 안 된다 "
" 알을 깨지 않으면 오믈렛을 만들 수 없다."
" 털 깎인 양에게는 신도 순풍을 내린다"
" 일단 한 번 물리면 두 번째는 조심한다"
" 어리석은 자는 천사가 두려워하는 곳으로 돌진한다"
" 최대의 부는 보잘것없는 부에 만족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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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북스토리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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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요즘은 어째 책을 초벌구이와 재벌구이로 읽고 있는 기분.
피아니시모에 이어 약간 서늘한 기분이 드는 책, N.P도 극 속독으로 읽어버렸다. 

암리타에 이어 N.P까지.
하치의 마지막 연인도 재미나게 읽었더랬긴 했으나
무엇 때문에 바나나씨를 우스워했던가? 

이 책을 추천한 사람이 벌써 두명.
내게 책을 빌려준 전 차장님, 전차장님에게 이 책을 소개해 준
그녀와 내게 바나나의 이 책이 볼만하다고 추천해 준 그녀는
비슷한 느낌의 사람일까.
 
내게 이 책을 추천해준 그 사람이
마치 스이 같은 기분이 든다.
 
아 서늘하다.
그리고 바나나가 문장 하나하나에 담고 있는 감정을
제대로 따라가려면 꼭 재벌구이를 해야 겠구나 싶었다. 

소장해도 괜찮을 만한 책,
n.P 리스트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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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뉴스
김중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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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뉴스.

이렇게 심플하고 쌈박한 상상력의 소재들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카스테라와 비슷한 느낌.

그것만큼 환타스틱하지는 않지만.

살짝 우울하고 살짝 비관적이며 다소 SF적인

그런 이야기.

죽죽 잘도 읽히며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화장하면서도 읽은 책.

김중혁에 대해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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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쇼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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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성장소설이 뭐였더라...하고 싸이월드에 찾아봤더니 엠파스 사전이 나오며 ...
어처구니 없게도 '교양소설'이란다. 네이버도 마찬가지.

친구와 퀴즈쇼 이야길 하다가 성장소설이야, 라고 했더니 성장소설이 뭐지? 라고 물어서 과연 생각해보니, 성장소설이 정확히 의미하는 것은 뭘까 싶었다. 사실 소설 속 주인공들 모두가 분명 어떤 사건을 겪고 그 사건으로부터 무언가를 배우고 혹은 나빠지고 혹은 좋아지고. 변하기 마련이니까. 그렇다면 과연 성장소설이라 일컫는 것들은 그야말로 '교양소설'? 대체 또 교양 소설은 무엇일까. 교양을 쌓게 해주는 그런 소설인가...

정의들에서 벗어나 퀴즈쇼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여러가지 추억들이 오버랩되는데, 우선 영퀴방. paper를 읽으며 당대의 문화계를 이끌어가던 이들이 샅샅이 출연했던 paper 필진들과 인터뷰어들. 가끔 혹은 자주 등장했던 게 바로 영퀴방. 출연자들을 떠올리며 아, 김영하도 영퀴방... 하고 생각하게 됐다. 또 한번, 소설은 작가의 경험과 삶이 여실히 대변된다는 생각을...

그리고 M25에서 김영하가 말했듯 주인공을 싫어하는 사람이 많단다. 나 역시도, 그의 삶이 내 삶과 오버랩되어 슬퍼졌다. 20대는 꿈이 없는게 아니라 없는척하는 것 뿐이란다. 그런데, 20대의 끝무렵을 향하고 있는 나, 아직도 궁금한데, 내 꿈은 뭐지.

이 소설에서 퀴즈쇼가 차지하는 부분은 소재도 아닌 것 같고 주제도 아닌 것 같고 다소 박민규를 떠올리게 하는 비현실적인 퀴즈쇼도, 설사 그게 꿈이었든 현실이었든 무언가 '탕'하고 주인공을 깨닫게 하거나 풀어놔준 것 같은데, 그 퀴즈쇼가 이 소설에서 차지하는 의미는 아직도 모호한. 왜 하필 퀴즈쇼였는가가 아직도 모호한. 퀴즈쇼의 어떤 부분. 퀴즈쇼의 어떤 부분에 주목했는지 아직도 무릎을 탁, 하고 치지 못한. 너무 건성건성 읽었나.

뭔가 애매하다. 김영하. 사실 그의 이전 단편들이 더 좋았는데. 검은꽃도 좋았고, 그 다음 작품은 읽질 않아서 ...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도 참 좋았는데. 영화에서 왜 관심을 가졌을까를 알 수 있을 만큼 극적이고 좋았는데.

퀴즈쇼는 자꾸 박민규를 떠올리게 했다. 근데 또 뭔가 좀 다르고...

아무튼 참 공감하며 슬퍼했던 부분을 옮겨본다. 연말이라 또 더 우울하군.

가난한 사람은 이렇게 해서 좀더 가난해진다. 그들은 가난을 부끄러워 하기 때문에 결국 더 가난해진다. 가난을 숨기기 위해 '남들 다 하는 것'을 하고 그 '남들 다 하는 것' 때문에 빚을 지고 그 빚을 갚느라 세상의 노예로 살아가는 것이다.

 

- 김영하, 퀴즈쇼. 중에서.

연말 약속을 잡기가 무서워지는 한편,
이렇게 주말에 집에 있는 내가 과연 잘 살고 있는지 무서우리만치 걱정이 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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