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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방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14
강석경 지음 / 민음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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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 중간독후감을 쓰는 것도 오랜만. 잊을 것 같아서, 적어야 할 것 같아서. 

A여사가 빌려준 이 책은 책장을 덮기가 아쉬워 걸으면서도 보고있는 책. 은근 센치해진 기분 탓인지, 내가 화자인 '미양'이 되어 문제를 일으키는 동생 '소양'을 알아가는 느낌으로, 내 동생인 심냥이 이렇게 나이들어 이러면 어떨까, 하는 기분으로 그렇게 읽고 있다.  

우연인지, 인상깊게 단숨에 읽어내려간 ~~상 수상작이나 신춘문예 당선작이 '자작나무 타는 길??'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과 제 10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인 '숲속의 방'. 두 작품 다 학생운동이 곁다리이거나 사건의 중심에 있거나 한다. 이 작품 역시도 대학시절, 자유와 세상의 진실에 맞부딪힌 학생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 책의 출간시점은 86년 1쇄 발행. 91년 2쇄 발행. 무려 십년전 이야기다. 

이 시대의 이야기에도 취업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대학생들의 현실이 나타나고 방탕해질대로 방탕해진 대학생들의 밤문화가 나오며 '데모'와 '데모가 없는' 학생시절의 괴리가 드러난다. 무려 10년이 넘었음에도 나의 대학시절과 별 차이가 없구나 싶었다. 지금과는 많은 차이가 있겠지만서도. '취업사관학교'라는 말이 버젓이 대학의 광고에 등장하는 지금과는 좀 다르겠지만서도.  

무엇보다도, 가족끼리의 무관심과 '부루주아' 가정에서 자라온 청년이 '데모'를 맞닥뜨리고 겪는 괴리감, 정신적 불안정에서 오는 광기, 아무에게도 이해받을 수 없다는 닫힌 마음. 정신적 사춘기를 맞아 방황하고, 마음껏 방황할 수 있는 환경에서 주어지는 비참한 자유 등등. 공감하고 이해하는 장면들이 있다. 

아마도 '아름다운 가게'에서 산 것 같은 이 책은 (1500원이라는 가격이...) 이 책을 소유했을 한 사람의 '공부흔적'이 남아있다. 펜 종류까지도 짐작이 가는 펜으로 (일본에서 나온 레인보우였던가...한쪽은 얇고, 한쪽은 굵은 펜이 나오는) 문단 문단, 단락 단락을 분석하고 있다. 꼭 국문과처럼, 그렇게 적고 있다. 그런 공부를 해본 게 백만년 전일 같다. ^^  

이제사 첫번째 단편을 다 읽어갈 즈음. 책을 읽고 나면 우울해지고, 마음이 복잡해진다. 잊고자 했던 일들이 생각나고,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단순한 것이 좋다고 살고 있지만, 너무 단순해지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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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心의 선물 - 물건에 대한 특별한 명상
노영심 지음 / 열림원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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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심의 이야기 피아노, 에 딱 한번 가본 적이 있다.
재빠른 동작 덕분에 맨 앞자리에서, 인사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사랑하는 쑤와 함께,12월 24일에 가본 적이 있다. 
 
그녀는 소박한 얼굴과 소박한 몸, 소박한 목소리와 차근차근한 말솜씨, 를 가지고서 2시간 남짓 조용한 크리스마스 이브를 만들어주었다. 
그때 왔던 사람들 중에는 아마 이해인 수녀도 있었던 것 같다.
조금 더 빨리 알아차렸었다면 좋았을텐데. 

그때는 몰랐었는데, 함께 크리스마스 이브를 노영심의 콘서트 장소에서 보낼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때 왔던 연인들은 참 착해보였다는, 뜬금없는 인상도 가지고 있다.

아무튼간에, 그녀는 착하고 예쁘다.

마음씨도 예쁘고, 게다가 똑똑하기까지 하고, 아직도 천진하다.  

306페이지에 걸쳐 총 44분께 드린 그녀의 선물 이야기가 나온다. 이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무언갈 쓰기 좋아하고, 포장에 의미를 두고, 작지만 마음이 담긴 선물을 추구하고...

그런 그녀의 선물들을 기쁘게 받아줄 줄 아는 사람들과 함께 살고있는 그녀는 참 좋겠다. 

... 내가 잊고 있었던, 내가 중요하게 생각했었던, 내가 좋아했었던, 내가 하고 싶었던, 내가 아끼고 싶었던 ...  

그런 것들에 대해서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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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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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세상에 의해 눌려진, 억압된 자아에 단비를 기다리는 그의 바램은 지금 어떻게 현실화되고 있을까? 문단에 등단했으니 우선 오케? 그럴까?  

삼미 슈퍼 스타즈는 그의 작품중 나름 유명한 책이 아닐까 싶다.. 길다. 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일본 소설을 너무 많이 읽어서 중편정도의 길이에 익숙해졌나보다. 혹은 너무 띄엄띄엄 읽어서 그럴까. 한 사람의 학창 시절부터 중년까지의 이야기가 참 길게도 느껴졌다. 그에 반해 디어헌터는 끌어당기는 맛이 있어서 굉장히 빨리 읽어내려갔다는 생각. 물론 분량의 차이도 있지만.  

박민규는 역시 억압된 세상에서 상상력을 발휘할 줄 아는 사람이다. 삼미도 그러하고 디어헌터는 약간의 판타지적인 느낌. 그런데... 어디선가 읽어본 듯한 이야기에 어디선가 본 듯한 스토리... 혹시 영화화됐었을까.  

삼미를 읽고나서 내 인생에 대해 내 삶에 대해 많이도 생각해봤다. 사회의 흐름을 따라 사회의 파도를 타고 그렇게 아둥바둥 흘러가는 것이 과연 좋은일일까나. 삼미의 히트작인 노히트, 노런. 애써 치지 않고 애써 달리지 않는다. 무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이것을 모토로 삼고 치뤄낸 경기의 결과는 과연 어떨까? 그러나, 그 결과만 가지고 그들을 패배자라고 할 수 있을까?  

박민규는 철저히 아니라고 말한다. 1인칭 주인공의 시점에서 써내려간 그의 이야기이니만큼. 

아무튼, 박민규. 이래저래 많은 생각을 했다. 예전의 나와 많이 달라져가고 있던 이 시점에서 브레이크를 걸까, 아니면 엑셀을 밟을까. 혹은 옆길로 꺾을까, 차를 갈아탈까, 기름을 바꿀까 하고 고민하고 있던 시점에 적절한 추천. 국장님 감사합니다.  

책을 읽고 난지 시간이 지나자, 또 그런 고민은 머리속에서 사라졌다. 쯔쯔 - 결론으로 이어지지 않는 고민은 허무하다. 좀 생각좀 하고 살아보아 -  

나, 나답게 살고 싶다. 나답게 - 설사 그것이 남들처럼 살지 못하는 지름길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가치들, 그것이 옳다고, 그들이 변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옳다고 믿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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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테라
박민규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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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이 없는 인생은 kin 이다. 상상할 줄 모르고, 엉뚱한 곳으로 빗나갈 줄 모르는 인생은 스스로 만든 재미없는 인생이다. 가장 어려울 때에 가장 엉뚱한 상상을 해낼 줄 아는 사람, 그런 사람이야말로 인생을 재미나게 만들어갈 줄 아는 사람이렷다. 그건 가장 어렵기도, 가장 비참하기도, 가장 쉽기도 하다.

어른이 될 수록 상상하기는 힘이 든다. 적당히 눈 가리고 적당히 귀를 막지 않으면 현실이라는, 세상이라는, 남들의 눈 이라는, 커다란 검은 무리에 냉콤 붙잡혀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 불면증이라는 것은, 그런 것들에 눈 뜰때, 그런 것들이 80% 이상 머릿속을 잠식하고 있을때 생겨나는 것이다.  

될데로 되라지 - 어쨌든 밤인 것이다.  

아무쪼록 K씨의 급작스런 선물로 읽게 된 이 책은 단번에 휙 나를 잡아 끌었다. 판타지, 다. 힘든 세상 속의 판타지.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공무원 준비를 하며 시골 오리배 선착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학생이 보게 되는 오리배 환상이다. 보트피플을 빗댄 이 이야기는 멋지다. 이 세상의 환타지라는 것은, 약자들이 마법같은 방법으로 강자들을 깜짝 놀래준다는 것에 다름없어져서 슬프긴 하지만. 오리배 연합이라는 단체가 구성되어 그들은 오리배를 타고 국가와 국가를 넘나든다. 돈 많은 사람들이 타는 제트기? 비행기의 퍼스트 클래스? 다 필요없다. 그들은 오리처럼 발을 휘저으며 국가와 국가를 넘나든다. 조금 힘든것쯤은 댈 것도 아니다. 가족과 떨어져 기러기 아빠를 하며 의욕없이 살던 오리배 회사의 사장은 오리배 연합에 가입해 오리배를 타고 미국으로 건너가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산다.  

... 아주 간단하게 실마리가 풀릴 것 같지 않은가? ...  

그, 송강호가 헤드락으로 사람들을 넘어뜨리던 그 영화도, 이 책이 원작이었을까 싶다. 어느날 헐크로부터 헤드락을 당해 넘어진 소심한 사람이 헤드락을 배워 결국 이기고 만다는. 소시민이 꿈꾸는 환타지- 로 기가 막히지 않는가? 속이 시원하다~ 속이 시원해! 

어쩌면 그야말로 소심한 소시민들의 판타지일지도. 그렇지만 이것만으로도 속이 후련해진다면, 박민규의 문학적 가치는 분명해지는 것이 아닐까? 더불어서 어떻게 보면 가벼운, 어떻게 보면 너무 적절하게 쓰여지는 어미의 반복, 줄바꿈의 원칙들. 어느 것 하나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없다. 적절하기 그지 없다.  

박민규, 이렇게 나는 그를 지지하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가벼우나 그 가벼운 터치는 마냥 가벼운 것으로 끝나지 않기에 의미있다. 아아, 소시민인 나는 그를 지지한다. 박민규, 그의 다음 작품으로 줄서고 있는 것은,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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