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테라
박민규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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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이 없는 인생은 kin 이다. 상상할 줄 모르고, 엉뚱한 곳으로 빗나갈 줄 모르는 인생은 스스로 만든 재미없는 인생이다. 가장 어려울 때에 가장 엉뚱한 상상을 해낼 줄 아는 사람, 그런 사람이야말로 인생을 재미나게 만들어갈 줄 아는 사람이렷다. 그건 가장 어렵기도, 가장 비참하기도, 가장 쉽기도 하다.

어른이 될 수록 상상하기는 힘이 든다. 적당히 눈 가리고 적당히 귀를 막지 않으면 현실이라는, 세상이라는, 남들의 눈 이라는, 커다란 검은 무리에 냉콤 붙잡혀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 불면증이라는 것은, 그런 것들에 눈 뜰때, 그런 것들이 80% 이상 머릿속을 잠식하고 있을때 생겨나는 것이다.  

될데로 되라지 - 어쨌든 밤인 것이다.  

아무쪼록 K씨의 급작스런 선물로 읽게 된 이 책은 단번에 휙 나를 잡아 끌었다. 판타지, 다. 힘든 세상 속의 판타지.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공무원 준비를 하며 시골 오리배 선착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학생이 보게 되는 오리배 환상이다. 보트피플을 빗댄 이 이야기는 멋지다. 이 세상의 환타지라는 것은, 약자들이 마법같은 방법으로 강자들을 깜짝 놀래준다는 것에 다름없어져서 슬프긴 하지만. 오리배 연합이라는 단체가 구성되어 그들은 오리배를 타고 국가와 국가를 넘나든다. 돈 많은 사람들이 타는 제트기? 비행기의 퍼스트 클래스? 다 필요없다. 그들은 오리처럼 발을 휘저으며 국가와 국가를 넘나든다. 조금 힘든것쯤은 댈 것도 아니다. 가족과 떨어져 기러기 아빠를 하며 의욕없이 살던 오리배 회사의 사장은 오리배 연합에 가입해 오리배를 타고 미국으로 건너가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산다.  

... 아주 간단하게 실마리가 풀릴 것 같지 않은가? ...  

그, 송강호가 헤드락으로 사람들을 넘어뜨리던 그 영화도, 이 책이 원작이었을까 싶다. 어느날 헐크로부터 헤드락을 당해 넘어진 소심한 사람이 헤드락을 배워 결국 이기고 만다는. 소시민이 꿈꾸는 환타지- 로 기가 막히지 않는가? 속이 시원하다~ 속이 시원해! 

어쩌면 그야말로 소심한 소시민들의 판타지일지도. 그렇지만 이것만으로도 속이 후련해진다면, 박민규의 문학적 가치는 분명해지는 것이 아닐까? 더불어서 어떻게 보면 가벼운, 어떻게 보면 너무 적절하게 쓰여지는 어미의 반복, 줄바꿈의 원칙들. 어느 것 하나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없다. 적절하기 그지 없다.  

박민규, 이렇게 나는 그를 지지하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가벼우나 그 가벼운 터치는 마냥 가벼운 것으로 끝나지 않기에 의미있다. 아아, 소시민인 나는 그를 지지한다. 박민규, 그의 다음 작품으로 줄서고 있는 것은,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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