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해고(渤海考) - 지혜의 샘.한국고전총서 1
유득공 지음, 송기호 옮김 / 홍익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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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반도 북부와 만주 일대에 존재했던 발해. 고구려가 멸망한 지 30년 만에 고구려와 말갈의 유민들이 동모산에서 건국한 발해의 역사는 300여년간 존속한 국가임에도 그 흔적은 미미하다. 이러한 발해가 다시 역사의 전면에 민감한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발해는 한.중.러 삼국에 걸쳐 존재한 국가이기 때문에 한국, 중국, 러시아는 발해에 대해 자국의 정치적 입장과 유사한 맥락에서 설명하고 있다. 중국은 발해를 말갈족이 세운 당의 지방정권에 불과했다고 보는 반면, 한국은 고구려를 계승한 우리 역사의 일부이며 독립왕국이었다고 주장한다. 반면 러시아는 발해를 중국사나 한국사의 범주에 넣기 보다는 독립적인 말갈국의 역사로 살펴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발해와 가장 외교관계가 왕성했던 일본은 러시아와 유사한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이런 사정을 놓고 볼 때 발해의 역사는 어떤 각도에서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일 수 밖에 없다.

발해고가 저술된 18세기는 조선의 사림사회가 주자학 일변도의 세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지식을 흡수하고자하는 운동이 왕성한 시기였다. 이 당시 청의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여 국가를 부강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일단의 학자들이 저술을 통해 국가 부강의 비책을 제시하고 있었다. 이들을 역사에서는 북학파라고 한다. 이 북학파는 정치.경제.문화.역사에 있어서 주자학적인 의리관을 대신하여 실사구시를 전면에 내세우고 이를 실천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그들의 노력은 역사학에 있어서 조선이 소중화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중국과 대등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자주국으로서의 한국 역사를 기술하려 하였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발해고는 나오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발해고로 인해 발해사는 정식으로 한국의 역사에 한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발해는 아직 우리에게 먼 역사의 세계 속에 속한다. 우리 민족 고대사의 마지막 부분에 속하는 발해는 중국의 동북공정과 맞물려 더욱 중요한 역사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발해고에서 가장 거슬리는 부분은 국서고國書考이다. 이 부분은 속일본기에 적혀있는 발해의 국서를 그대로 적어 놓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부분만을 제외한다면  발해고는 발해의 역사를 개괄하는데 아주 유익한 책이라 할 수 있다. 당시 교통도 불편하고, 자료의 수집에도 한계가 있던 시절 이만한 책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신산한 고생을 했을까하는 생각이 책을 읽으며 문득 문득 떠올랐다. 그의 노력 만큼이나 한국사에 있어서 값진 선물을 후세인들에게 남겨 준것이 몹내 고맙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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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dandy 2004-09-02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왕청리(王承禮)가 쓴 <발해의 역사>(한림대학교 출판부, 1988)를 통해 처음으로 발해라는 실체와 접했습니다. 평면적인 서술 위주로 되어 있어 읽는 재미는 별로인 책이지만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은, 국사책에서 한두 페이지 나오고 마는 발해에 대해 한 권 분량의 글을 쓸 만큼의 자료가 중국에 있었다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그 뒤에 발해사만 전문적으로 다룬 책들이 몇 권 더 나오긴 했지만, 대부분의 한국인들에게 있어 발해는 아직도 까마득히 멀리 있는 나라입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발해사 연구의 주춧돌이라 할 이런 책들이 더 많이 나오고, 관심 있는 사람들은 이제 이야기 발해사 수준이 아닌 사료를 파야 하겠죠.

사실 <발해의 역사>에서부터 이미 동북공정의 싹은 보였습니다. 대응이 늦어도 너무나 한참 늦어버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