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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새로운 책을 한권 읽을 때 마다 나의 우주엔 새로운 별이 탄생하고는 한다.
그 별들은 아주 커다랗게 자라 내 우주의 많은 공간을 차지하기도하고 너무나 작아서 애써 기억하지 않으면 찾지 못할 정도인 경우도 있다, 어떤 별은 망각이라는 블랙홀에 빨려들어가 사라져 버릴때도 있고, 때론 뾰족뽀족 하기도하고, 추하기도 하고 어떤 별은 찬란하게 빛을 내품어 내 우주를 환하게 밝혀주기도 한다.
박사가 사랑한 수식은 내게 어떤 별일까?
책 이야기를 하기 전에 영화 이야기를 먼저 하고싶다. 내게 수학이란 학문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을 일깨워준 한편의 영화 [콘택트], 정확하게는 기억나지 않지만 이 영화에서 수학이야 말로 우주의 절대진리이며 외계인이 있다면 언어는 달라도 수학이라는 학문으로 그들과 소통할 수 있을꺼라는 대사가 나온다. 이 대사에 깊은 감명을 받은 나는 선천적으로 저주받은 수학치인 내 머리를 원망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위대한 학문인 수학을 못하는 것이 한스러울 정도였다. 그래서 수학이란 학문은 나에겐 성스러운 학문으로 여겨져 왔는데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읽으며 이 영화가 계속 떠오름과 동시에 나의 수학에 대한 신앙은 더욱 더 커졌다.
교통사고로 뇌를 다쳐 17년 전 부터 기억을 80분 밖에 유지 할 수 없는 박사가 사랑한 수식. 이 소설에는 많은 수학공식과 수학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전혀 어렵지 않다.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라도 듣는 기분으로 수학에 관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박사도 나처럼 수학을 신성하게 여기는 사람이다. 온 우주를 수학으로 표현 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인 것이다. 박사에게 세상은 수학이고, 박사는 수학을 사랑한다. 그러니까 박사는 세상을 사랑한다. 온 우주를 반짝 거리는 눈으로 바라보며 그 안에 담긴 수학기호를 찾아내고 수학적 의미를 찾아내어 기쁨에 몸을 떠는 행복한 사람이다.
나에게 이 책은 수식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별이다. 이 별에서는 따뜻한 빛이 은은하게 뿜어 나오고 있다. 그 별 한가운데 박사와 가정부, 루트가 쇼파나 바닥에 느긋하게 앉아 주위를 둘러보며 싱글벙글 웃고 있다. 어떤 수식을 가르키며 진지한 토론도 하고, 가끔 야구중계를 들으며 열기를 띄기도 한다.
아, 한가지 소망이 있다면 이 별 안에서 만큼이라도 박사의 기억이 오래오래 유지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