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초 2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실존했던 두 인물 혜초와 고선지의 만남을 뛰어난 상상력으로 엮어 완성한 것이 바로 이 역사소설 "혜초"이다.
작가는 한없이 넓고 위험하며 때로는 불투명하기까지 한 혜초의 이동 경로를 취재·추적하고 재구성하여 혜초의 발자취를 답사하였고, 돈과 시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작가 자신의 직업(KAIST 교수)과 역량을 한껏 발휘하여 이 작품을 완성하였다.

혜초(慧超)는 삼국을 통일한 676년 이후의 세대로 성덕왕 3년인 서기704년에 태어났다. 그는 16세에 당나라로 유학하였고, 그곳에서 인도인 스승 금강지(金剛智)를 만났고, (아마도) 스승의 영향으로 약관의 젊은 나이에 인도를 비롯한 40여 나라를 여행하고 돌아와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을 완성하였다.

고선지(高仙芝)는 생년을 알 수 없으나 혜초와 동시대에 활동했던 고구려 유민 출신의 당나라 장군으로 혜초가 천축국에서 돌아오던 길목인 서역 정벌을 이끈 전략전술이 뛰어난 장군이었다.  소설적 상상력은 고선지가 혜초의 위험한 여정을 도울 수 있는 역할을 할만한 건장한 젊은 장수로 만들었고, 같은 여정에서 혜초 또한 고선지에게 정신적인 도우미 역할을 할당하여 두 사람의 우정을 제대로 엮어 낸다. 또한 재미와 상상력의 깊이가 더 깊을 수 있게 '오름'이라는 서역 미인과 두 사나이와의 삼각관계 혹은 심리전을 이끌어 냈고, 신라 출신의 속물적인 상인 '김란수'의 악질적인 행각을 부각시켜 읽는 맛을 높였다고 볼 수 있다.

두 권으로 구성된 이 책의 첫번째 권을 읽는 동안은 정말 재미가 없고 지루했다. 두번째 권을 절반쯤 읽을 때에도 이런 픽션에 시간을 낭비하는 스스로에게 약간의 짜증이 나려고도 했다. 하지만 이 작품의 진미는 나비의 양날개 혹은 데칼코마니 기법이라 불리는 공간 중심의 스토리 라인을 제대로 살려낸 작가의 내공에 있었다. 자칫 이 책을 70% 정도 읽다 만 사람들은 처음 내가 그랬던것처럼 마냥 짜증만 내다가 책을 집어 던질 수도 있지 않을까 상상했다.

인질로서 요셉에 맞서 당당하게 딜을 하는 오름의 대사가 내게 몰입을 가져온 순간이었던 것 같다.

"조건을 달 처지는 아니라고 여겨집니다만."
"처지는 바뀌기 마련이지요. 힘으로야 어찌 저나 고 장군이 여러분을 당하겠습니까. 하나 제가 답을 않으면 야곱의 십자가를 왜 제가 지니게 되었는지는 영영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되겠지요. 수수께끼 한둘쯤 있다고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건 아니지만 이 빠진 유리병처럼 안타깝기는 할 듯 합니다. 조건을 다는 건 아닙니다만, 여러분이 야곱의 과거를 궁금해하듯 저나 고 장군 역시 우리의 미래가 걱정되니까요. 조건이라기보다는 서로의 속마음을 챙기고 주고받기 위한 배려라고 여기시면 좋겠습니다." (2권221쪽)

혜초의 짧지만 깊이 있는 왕오천축국전(단 6,000자의 기록이니 A4용지 8장 정도의 분량)에는 40여 나라의 특징과 종교의 핵심을 제대로 짚어 냈다고 한다.  그 짧은 글이 그렇게 깊을 수 있었던 데는 천 년이 흘러도 퇴색되지 않은 양피지 기록의 정성과 혜초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간결하고 단정한 문장에도 이유가 있다. 작가는 그 기록에 드러나지 않은 인간 혜초를 찾아 내는 상상력의 노동을 했던 것이다. 

역사적 기록에 혜초는 끝내 신라땅으로 되돌아가지 못하고 중국에서 생을 마쳤기에 우리 역사 인물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지만 금강지의 제자이자 동문 선배인 '불공'의 유서가 혜초를 신라인으로 명시했고, 또한 혜초 스스로가 남천축 여행 중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겨 그를 뒷받침 하고 있다.

내 나라는 하늘가 북쪽에 있고 /  남의 나라는 땅 끝 서쪽에 있네 /  日南에는 기러기마저 없으니 / 누가 소식 전하러 鷄林으로 날아가리

이처럼 고향 계림(鷄林;신라)을 그리워 하는 혜초의 시를 통해 한국이 낳은 첫 세계인에 대한 자긍심을 불러 일으키는 것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실크로드를 소재로 한 소설을 쓰겠노라는 작가에게 기왕이면 '혜초'의 이야기를 쓰라고 독려 했다는 실크로드 전문가 정수일 선생님은 이 작품에 많은 혼을 불어 넣어주신 것 같다. 기타 수많은 이들의 도움을 숨기지 않고, 현장답사의 뒷얘기를 들려주던 작가의 에필로그는 우리들에게 민족적 자긍심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었다. 중국의 돈황 석굴에서 왕오천축국전을 발견한 폴 펠리오는 중앙아시아 제국의 명칭을 소륵(카슈가르), 가사기리국 등 통상적인 중국식 명칭과 함께 현지명의 기록한 점을 두고 최초의 기록이며, 마르코폴로나 몽골 제국의 기록보다 500년 앞서는 것이라고 평가하였다 한다. 좋은 평가만 할 것이 아니라 그 원문이 반환되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프랑스에 보관 중인 왕오천축국전 원본 문서가 우리에게 반환 되기를 더불어 소원하며,  또한 작가의 희망 사항인 작품의 영화화도 어려움없이 추진되기를 기원해 본다.

자칫 몽롱한 지식의 배설이 될 수도 있는 위험성을 안고 시도했던 이 소설의 공간 중심 전개 방식이 결국에 척척 맞아 떨어지도록 잘 완성시켜 낸 작가의 뒷심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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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초 1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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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했던 두 인물 혜초와 고선지의 만남을 뛰어난 상상력으로 엮어 완성한 것이 바로 이 역사소설 "혜초"이다.
작가는 한없이 넓고 위험하며 때로는 불투명하기까지 한 혜초의 이동 경로를 취재·추적하고 재구성하여 혜초의 발자취를 답사하였고, 돈과 시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작가 자신의 직업(KAIST 교수)과 역량을 한껏 발휘하여 이 작품을 완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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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초(慧超)는 삼국을 통일한 676년 이후의 세대로 성덕왕 3년인 서기704년에 태어났다. 그는 16세에 당나라로 유학하였고, 그곳에서 인도인 스승 금강지(金剛智)를 만났고, (아마도) 스승의 영향으로 약관의 젊은 나이에 인도를 비롯한 40여 나라를 여행하고 돌아와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을 완성하였다.

고선지(高仙芝)는 생년을 알 수 없으나 혜초와 동시대에 활동했던 고구려 유민 출신의 당나라 장군으로 혜초가 천축국에서 돌아오던 길목인 서역 정벌을 이끈 전략전술이 뛰어난 장군이었다.  소설적 상상력은 고선지가 혜초의 위험한 여정을 도울 수 있는 역할을 할만한 건장한 젊은 장수로 만들었고, 같은 여정에서 혜초 또한 고선지에게 정신적인 도우미 역할을 할당하여 두 사람의 우정을 제대로 엮어 낸다. 또한 재미와 상상력의 깊이가 더 깊을 수 있게 '오름'이라는 서역 미인과 두 사나이와의 삼각관계 혹은 심리전을 이끌어 냈고, 신라 출신의 속물적인 상인 '김란수'의 악질적인 행각을 부각시켜 읽는 맛을 높였다고 볼 수 있다.

두 권으로 구성된 이 책의 첫번째 권을 읽는 동안은 정말 재미가 없고 지루했다. 두번째 권을 절반쯤 읽을 때에도 이런 픽션에 시간을 낭비하는 스스로에게 약간의 짜증이 나려고도 했다. 하지만 이 작품의 진미는 나비의 양날개 혹은 데칼코마니 기법이라 불리는 공간 중심의 스토리 라인을 제대로 살려낸 작가의 내공에 있었다. 자칫 이 책을 70% 정도 읽다 만 사람들은 처음 내가 그랬던것처럼 마냥 짜증만 내다가 책을 집어 던질 수도 있지 않을까 상상했다.

인질로서 요셉에 맞서 당당하게 딜을 하는 오름의 대사가 내게 몰입을 가져온 순간이었던 것 같다.

"조건을 달 처지는 아니라고 여겨집니다만."
"처지는 바뀌기 마련이지요. 힘으로야 어찌 저나 고 장군이 여러분을 당하겠습니까. 하나 제가 답을 않으면 야곱의 십자가를 왜 제가 지니게 되었는지는 영영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되겠지요. 수수께끼 한둘쯤 있다고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건 아니지만 이 빠진 유리병처럼 안타깝기는 할 듯 합니다. 조건을 다는 건 아닙니다만, 여러분이 야곱의 과거를 궁금해하듯 저나 고 장군 역시 우리의 미래가 걱정되니까요. 조건이라기보다는 서로의 속마음을 챙기고 주고받기 위한 배려라고 여기시면 좋겠습니다." (2권221쪽)

혜초의 짧지만 깊이 있는 왕오천축국전(단 6,000자의 기록이니 A4용지 8장 정도의 분량)에는 40여 나라의 특징과 종교의 핵심을 제대로 짚어 냈다고 한다.  그 짧은 글이 그렇게 깊을 수 있었던 데는 천 년이 흘러도 퇴색되지 않은 양피지 기록의 정성과 혜초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간결하고 단정한 문장에도 이유가 있다. 작가는 그 기록에 드러나지 않은 인간 혜초를 찾아 내는 상상력의 노동을 했던 것이다. 

역사적 기록에 혜초는 끝내 신라땅으로 되돌아가지 못하고 중국에서 생을 마쳤기에 우리 역사 인물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지만 금강지의 제자이자 동문 선배인 '불공'의 유서가 혜초를 신라인으로 명시했고, 또한 혜초 스스로가 남천축 여행 중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겨 그를 뒷받침 하고 있다.

내 나라는 하늘가 북쪽에 있고 /  남의 나라는 땅 끝 서쪽에 있네 /  日南에는 기러기마저 없으니 / 누가 소식 전하러 鷄林으로 날아가리

이처럼 고향 계림(鷄林;신라)을 그리워 하는 혜초의 시를 통해 한국이 낳은 첫 세계인에 대한 자긍심을 불러 일으키는 것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실크로드를 소재로 한 소설을 쓰겠노라는 작가에게 기왕이면 '혜초'의 이야기를 쓰라고 독려 했다는 실크로드 전문가 정수일 선생님은 이 작품에 많은 혼을 불어 넣어주신 것 같다. 기타 수많은 이들의 도움을 숨기지 않고, 현장답사의 뒷얘기를 들려주던 작가의 에필로그는 우리들에게 민족적 자긍심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었다. 중국의 돈황 석굴에서 왕오천축국전을 발견한 폴 펠리오는 중앙아시아 제국의 명칭을 소륵(카슈가르), 가사기리국 등 통상적인 중국식 명칭과 함께 현지명의 기록한 점을 두고 최초의 기록이며, 마르코폴로나 몽골 제국의 기록보다 500년 앞서는 것이라고 평가하였다 한다. 좋은 평가만 할 것이 아니라 그 원문이 반환되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프랑스에 보관 중인 왕오천축국전 원본 문서가 우리에게 반환 되기를 더불어 소원하며,  또한 작가의 희망 사항인 작품의 영화화도 어려움없이 추진되기를 기원해 본다.

자칫 몽롱한 지식의 배설이 될 수도 있는 위험성을 안고 시도했던 이 소설의 공간 중심 전개 방식이 결국에 척척 맞아 떨어지도록 잘 완성시켜 낸 작가의 뒷심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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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집구경 - 31년 동안 세상의 핸드빌트 집을 찾아다니다 로이드 칸의 셸터 시리즈 2
로이드 칸 지음, 이한중 옮김 / 시골생활(도솔)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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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서울 시민은 아파트에 입주 한다는 것이 목표가 되었고, 이미 입주한 시민은 더 넓고 더 비싼 아파트로 옮겨 가는 것이 삶의 진정한 업그레이드인 냥 왜곡된 진리를 목표로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그렇게 도시의 속물 혹은 노예가 되어 버린 나를 부끄럽게 하는 책으로 많은 고민과 즐거움을 준다.

이 책을 읽다보면 당장 이 도시의 꽉 막힌 아파트를 탈출하여 시골생활을 시작하고 싶어진다.
시골생활, 도솔출판사에서 만든 출판 브랜드이기도 하다. 이 브랜드에 걸맞는 책들을 열심히 만들어 내고 있는 이 출판사가 멋진 책을 번역해 선을 보인 것이다.




첨부한 사진은 책의 일부 내용인데, 매 페이지마다 독특한 레이아웃인 이 책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극히 일부분이다.
평범한 통나무집에서부터 오프더그리드 하우스(공공 수도·전기·통신망에서 벗어나 있는 집)를 표방하는 수많은 다양한 집들이 세세하게 소개된 멋진 책이다.
제목처럼 단지 아름다운 집을 구경하는 의미의 화보집은 결코 아니다. 이 책은 화보집이자 여행기이며, 집 제작에 관한 가이드 북이라고도 할 수 있다.

미국의 한적한 시골마을의 수많은 직접 만든 집들은 기본이고, 카리브해 연안의 아름다운 집들, 피레네 산맥의 설산이 보이는 아름다운 통나무집은 물론이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적한 누드비치 언덕에 돌로 집을 지은 이언 캐클라우드의 이야기,

홈파워를 만든 리처드의 집과 작업실을 구경 하노라면 경이로운 오프더그리드 테크닉을 간접 경험할 수 있다.
태양열을 활용한 온돌판은 기본이고, 집 내부에 설치된 배터리리와 변환기, 기타 재생 가능 에너지 장비를 갖춘 시설들이 실감 난다. 20여 년전 홈파워라는 잡지를 창간하기 직전에 그의 직업이 원래 광전지 시스템의 설치 딜러였다는 것은 그가 이웃들에게 200개 이상의 태양열 발전 시스템을 설치해 주는 성과로 이어졌다.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오리건 주 숲 속의 리처드 페레스의 집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구입한 효과를 제대로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밥 이스튼이 설계한 네 가지 형태의 작은 집(100쪽)은 건물의 구성 요소 대부분을 보여 주며, 집이 어떻게 만들어 지는지 독자가 매우 현실감 있게 상상할 수 있는 길을 알려 준다. 별채를 달거나 확장을 하기 좋은 셰드 지붕집, 빨강머리 앤이 생각나게 하는 게이블 지붕의 집, 높은 벽체가 남쪽으로 향하게 설계된 아름다운 솔트박스 형 주택, 미국동부와 캐나다 지방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갬브럴 지붕의 집 등은 무한한 즐거움을 주는 것 같다.
레스터 워커의 작은 집짓기와 활용법은 집짓기를 정말 만만하게 보도록 하는 훌륭한 아이디어의 집합체이다. 뗏목집, 안팎집, 일요일집, 케이프코드의 허니문 하우스, 타르종이 판잣집, 모래언덕 판잣집 등 이름만으로도 대충 머리에 그려질만큼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하는 즐거운 집이 아닐 수 없다. 밥 이스튼이나 레스터 워커가 제안하는 설계 도면만으로도 기분 좋은 다양한 집의 구조들이 눈을 감으면 밀려 온다.
육면체로 압축한 볏짚(베일) 덩어리인 스트로베일 하우스의 제작 과정을 보면 어린 시절 추수가 끝난 들판에서 놀던 추억의 볏짚 쌓기 놀이가 그리워질만큼 철저히 도시화 되어버린, 자연인으로서 퇴화되어 버린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기도 했다.
멀쩡한 주택을 120Cm의 범퍼잭을 이용해 통나무 위로 굴려서 400미터 떨어진 곳으로 옮기는 것을 시도하는 존 웰스의 노력과 결과를 지켜 보는 것(45쪽)은 한 편의 흥미로운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았다.

뒤쪽으로 가서 '길 위의 집'에서는 움직이는 집들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자동차를 활용한 집의 다양한 유형들은 저자 로이드 칸이 직접 경험한 것과 인터넷을 떠도는 것을 총망라하여 소개 하고 있다.
253쪽 당나귀가 끌고 가는 미국 횡단 열차, 263쪽 베트남으로 추정되는 나라에서 소가 끌고 가는 트럭머리를 활용한 기발한 디자인의 사진은 흡사 우리나라 디시갤러리의 뽀샵질을 보는 듯한 즐거움이 있었다.

가볍게 살기를 추구하는 집의 유형도 매력적이다.
특별하게 번역되지 않고 그대로 사용된 단어 셸터(Shelter;임시 주거처의 느낌이 강한...)를 가장 떠오르게 하는 부분이다.
댄 쿠엔이 1960년대에 출간한 '몽고식 구름집' 이야기의 주요 부분을 요약한 272쪽의 그림들을 시작으로 소박한 텐트 생활과 오두막살이의 테크닉, 아메리카 선주민들의 셸터를 분석한 그림들은 도시 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을 끝없이 유혹하는 것 같다.

저자는 동양인의 지혜로운 집들도 빠짐없이 소개하려고 했지만 우리 전통의 가옥은 눈에 들어 오지 않았다.
한글 번역서를 읽는 입장에서는 대수롭지 않은데, 세계로 뻗어가는 우리 문화 부흥에 의무감을 갖고 출판사가 저자에게 한 꼭지 정도의 한옥에 대한 제안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든다. 어차피 이 책은 로이드 칸이 세계의 멋진 집들을 찾아나선 결과의 산물이니까 업그레이가 대수로워 보이지 않는다.

매 페이지마다 레이아웃이 달라 편집자의 수고가 많았을 법한 책이다.
친환경적인 인쇄 방식을 채택하여 책 냄새도 나쁘지 않다.
판형이 큰 풀컬러 화보집의 형태를 기본 골격으로 하고 있지만 글자 수도 많다.
대충 사진과 그림만 보고 넘어 가기엔 주옥같은 문장들도 넘쳐 난다.

번역 과정에서 단위의 선택이 평과 평방미터를 오락가락한 것 쯤이야 이 책에서 거의 드러나지 않는 애교스러운 단점일 뿐이다.
선물해 주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33,000원으로 선물하기엔 부담스러워서 고민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내 손수 집을 만들어 보고 싶은 충동을 마음 깊은 곳에서 일어 났으며...
결국 손재주가 부족한 나 자신의 한계를 뼈져리게 아파하며 손재주가 좋은 처남 재중이를 꼬셔서 노후를 처가집 바닷가에서 직접 구상한 집을 짓고 생활하는 상상도 해본다. 루이 프레이저의 산장에 설치된 도르래(21쪽)도 설치한다면 무척 낭만적이겠지?

꿈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권쯤 소장하고 싶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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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 2008-08-27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남편이 좋아할것 같은 책이네요. 담에 기회가 되면 제가 남편에게 사랑을 담아 선물해야할것 같습니다. 남편은 나중에 나이가 더 들면 시골로 가고 싶어하거든요....가능할지는...의문입니다만...
 
에덴의 동쪽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2
존 스타인벡 지음, 정회성 옮김 / 민음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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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타인벡...
접근이 쉽지 않아서 그렇지 누구라도 그의 책을 읽고나면 빠지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수많은 대사와 심리묘사들이 아주 잘 다듬어진 수준급 명대사와 삶의 진리로 가득한 것 같다.
가끔씩 토해내는 인디언을 비롯한 유색인종에 대한 시각들은 인종차별적인 글들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인간애를 벗어난 시각은 아닌 듯 싶다. 2세기 전에 인디언을 상대로 싸웠던 백인의 후예라면 그럴 수도 있거니 싶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이 소설에서 신비롭고 위대한 정신을 보여주는 중국인 리의 이미지를 만나면서 존 스타인벡이 결코 편협한 인종주의자는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는 말이다.
분노의 포도에 이어 두 번째로 읽은 존 스타인벡의 이 소설은 그에게 자전적인 소설의 의미를 갖는다.
존 스타인벡의 외할아버지인 새무얼 해밀턴의 존재가 그렇고, 그의 어머니의 존재가 또한 그렇다. 소설의 화자 또한 제대로된 등장인물은 아니지만 작가 자신이다.
소설을 읽으며 이 소설의 배경을 찾아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호기심일 것이다. 나는 구글 어스를 실행시켜서 Salinas라는 지역을 검색해 봤다. 캘리포니아와 로스앤젤레스까지 거리를 100이라고 했을 때 캘리포니아 시티로부터 25 정도 되는 지점에 위치한 그곳은 존 스타인벡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는 곳이다. 구글어쓰에 등록된 사진에도 스타인벡의 자료들이 어렵지 않게 보여지는 곳이다. 스타인벡의 도시 살리나스를 장소로하여 100년 전의 시대를 배경으로 쓰여진 소설이 참으로 매력적이다.




“에이브라, 우리 어머니는 창녀였어.”
“알고 있어. 네가 말했잖아. 우리 아버지는 도둑놈이야.”
“내게는 어머니의 피가 흐르고 있어. 알겠어, 에이브라?”
“내게는 아버지의 피가 흐르지.” (2권636쪽)

대단한 연인들의 대화다.
처음엔 아론의 연인이었으나 이제 그녀는 쌍둥이 동생 칼렙을 사랑하고 있으며 스스로를 자책하는 칼렙에게 이 대단한 위로의 말을 던지는 것이다.

아버지를 위해 헌신했던 칼렙이, 아버지로부터 상처를 받고, 분노를 억제하지 못한 상태에서 심약한 형에게 어머니의 실체를 보여준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어머니의 존재를 발견한 청년은 그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입대를 한다. 그러한 아론이 전사했다는 소식을 접한 아버지 애덤은 뇌졸중으로 쓰러진다. 이 악순환의 고리 속에서 죄책감 많은 17살 청년 칼렙의 고통과 갈등을 감싸주는 에이브라의 언어들은 더 이상 위로가 없을 듯이 전해 온다.

“팀셸......"

칼렙을 이해해 달라는 리의 애원에 응답하며, 마지막 혼신의 힘을 다해 뱉어내는 애덤의 마지막 언어... 팀셸은 언젠가 새무얼 해밀턴(존 스타인벡의 외할아버지)과 리와 애덤이 논쟁을 했었던 단어다. 애덤은 아주 힘들게 오른 손을 들어 올리다 떨어 뜨리며 마지막 힘을 다해 칼렙에게 그 구원의 단어를 유언으로 남긴 것이다.

“팀셸! 너는 죄를 다스릴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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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의 동쪽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1
존 스타인벡 지음, 정회성 옮김 / 민음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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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타인벡...
접근이 쉽지 않아서 그렇지 누구라도 그의 책을 읽고나면 빠지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수많은 대사와 심리묘사들이 아주 잘 다듬어진 수준급 명대사와 삶의 진리로 가득한 것 같다.
가끔씩 토해내는 인디언을 비롯한 유색인종에 대한 시각들은 인종차별적인 글들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인간애를 벗어난 시각은 아닌 듯 싶다. 2세기 전에 인디언을 상대로 싸웠던 백인의 후예라면 그럴 수도 있거니 싶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이 소설에서 신비롭고 위대한 정신을 보여주는 중국인 리의 이미지를 만나면서 존 스타인벡이 결코 편협한 인종주의자는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는 말이다.
분노의 포도에 이어 두 번째로 읽은 존 스타인벡의 이 소설은 그에게 자전적인 소설의 의미를 갖는다.
존 스타인벡의 외할아버지인 새무얼 해밀턴의 존재가 그렇고, 그의 어머니의 존재가 또한 그렇다. 소설의 화자 또한 제대로된 등장인물은 아니지만 작가 자신이다.
소설을 읽으며 이 소설의 배경을 찾아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호기심일 것이다. 나는 구글 어스를 실행시켜서 Salinas라는 지역을 검색해 봤다. 캘리포니아와 로스앤젤레스까지 거리를 100이라고 했을 때 캘리포니아 시티로부터 25 정도 되는 지점에 위치한 그곳은 존 스타인벡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는 곳이다. 구글어쓰에 등록된 사진에도 스타인벡의 자료들이 어렵지 않게 보여지는 곳이다. 스타인벡의 도시 살리나스를 장소로하여 100년 전의 시대를 배경으로 쓰여진 소설이 참으로 매력적이다.



“에이브라, 우리 어머니는 창녀였어.”
“알고 있어. 네가 말했잖아. 우리 아버지는 도둑놈이야.”
“내게는 어머니의 피가 흐르고 있어. 알겠어, 에이브라?”
“내게는 아버지의 피가 흐르지.” (2권636쪽)

대단한 연인들의 대화다.
처음엔 아론의 연인이었으나 이제 그녀는 쌍둥이 동생 칼렙을 사랑하고 있으며 스스로를 자책하는 칼렙에게 이 대단한 위로의 말을 던지는 것이다.

아버지를 위해 헌신했던 칼렙이, 아버지로부터 상처를 받고, 분노를 억제하지 못한 상태에서 심약한 형에게 어머니의 실체를 보여준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어머니의 존재를 발견한 청년은 그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입대를 한다. 그러한 아론이 전사했다는 소식을 접한 아버지 애덤은 뇌졸중으로 쓰러진다. 이 악순환의 고리 속에서 죄책감 많은 17살 청년 칼렙의 고통과 갈등을 감싸주는 에이브라의 언어들은 더 이상 위로가 없을 듯이 전해 온다.

“팀셸......"

칼렙을 이해해 달라는 리의 애원에 응답하며, 마지막 혼신의 힘을 다해 뱉어내는 애덤의 마지막 언어... 팀셸은 언젠가 새무얼 해밀턴(존 스타인벡의 외할아버지)과 리와 애덤이 논쟁을 했었던 단어다. 애덤은 아주 힘들게 오른 손을 들어 올리다 떨어 뜨리며 마지막 힘을 다해 칼렙에게 그 구원의 단어를 유언으로 남긴 것이다.

“팀셸! 너는 죄를 다스릴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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