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과 코코넛 - 부와 성공을 좌우하는 '운'의 비밀
로빈 호가스 외 지음, 김정수 옮김 / 비즈니스맵 / 2009년 11월
절판


심리학자들은 이를 '통제감의 착각illusion of control'이라고 부른다. 이런 착각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주변 환경을 지배하려는 인간의 욕구는 진화 과정 중 많은 부분(농사의 기원에서 화성 탐사, 그 이상까지)을 해명해준다. 문제는 사람이 통제 욕구를 멈춰야 할 때를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숫자를 직접 뽑아야 복권 당첨률이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노름에서 주사위를 직접 던지면 승률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은 직접 던지든 안 던지든 간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 이것은 순전히 운에 좌우되는 게임이다.-25쪽

우리는 단순히 통제감의 착각을 떨쳐버리는 것만을 목표로 삼지 않는다. 우리 메시지는 그보다 훨씬 미묘하면서도 강력하다. 사람은 불확실성을 제거하려는 욕구를 떨쳐버릴 수가 없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우리 자신이 통제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더 많은 통제력을 얻게 된다.-26쪽

클라우스의 치밀한 계획에 대한 열정은 하나의 생활방식이었다. 매일 아침 출근하는 길을 예로 들어보자. 그는 렉싱턴과 3번 애버뉴 사이에 있는 94번가의 고급 주택가에 살았는데, 한참을 걷다가 지하철을 타고 51번가의 6번 애버뉴 쪽 모퉁이에 있는 사무실로 출근했다. 클라우스는 항상 오전 8시 정각에 집을 나서서 정확히 동일한 경로를 거쳐 출근했고, 날마다 집에서 사무실까지 걸리는 시간을 기록하는 취미가 있었다. 출근에 걸리는 평균 시간은 정확히 43분이었다. 그리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항상 집을 나선 뒤 37~49분 뒤 사무실에 도착한다.-280쪽

클라우스는 가까이에 있는 야자수 그늘 속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코코넛 한 개가 그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쿵하고 울려퍼지는 소리와 함께.
호텔 직원들이 달려왔을 때 이미 클라우스는 숨을 거둔 상태였다. 의료진이 그를 살리려고 애썼지만 수포로 돌아갔고, 10분 후 서구에서 교육을 받은 의사(그런 의사가 있다는 것도 클라우스가 푸켓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였다)가 그의 사망을 선언했다. ···중략··· 클라우스의 이야기에는 마지막 반전이 있다. 그것은 행복한 결말은 아니지만 슬픔에 잠긴 가족들에게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그들은 몇 년 전에 클라우스가 690만 달러에 해당하는 생명보험에 가입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282쪽

1판1쇄 오타 정정!
소 읽고 외양간 고친다.(X)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O)-2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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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머니에 시를 넣고 다니셔요 - 젊은 세대를 위한 영시선집
김용철 지음, 김은정 그림 / 서프라이즈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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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작고하신 장영희 선생님의 '생일'이란 책이 생각나는 책이다.
이 책을 오래 전부터 틈틈이 읽고 어설프게 해석하며 시간을 보내왔는데, 보면 볼수록 매력적이라는 생각이다.
책은 50여 편의 멋진 영시를 선정하여 김용철 선생님이 번역하고 해석하였으며, 김은정 선생님의 삽화가 더욱 멋스러움을 제공하였다.

궁금한 예비 독자들을 위해 수록 된 두 편의 짧은 시를 골라 보고, 그 번역과 해석의 일부를 그대로 옮겨 본다.

Dreams
-Dangston Hughes

Hold fast to dreams
For if dreams die
Life is a broken-winged bird
That cannot fly

Hold fast to dreams
For when dreams go
Life is a barren field
Frozen with snow
– 64쪽



-랭스턴 휴스

꿈을 굳게 지키세요
꿈이 죽어 버리면
인생은 날개 부러져
날지 못하는 새나 다름없는 것이니.

꿈을 굳게 지키세요
꿈이 가 버리면
인생은 눈이 얼어붙은
불모의 들판이나 다름없는 것이니.
– 65쪽


탄탄한 구조와 간결한 문체로 된 2연의 짧은 이 시에서 휴스는 꿈을 잃은 인생이 얼마나 처량한가를 "날지 못하는 새", "불모의 들판" 등의 매서운 비유를 들어 말하고 있다. 이것은 시인이 아끼고 사랑한 당시의 흑인 종족들을 향해 부르짖은 애절한 메시지임에 틀림 없다.
이로부터 30년 후인 1960년대에 킹이 "I have a dream today"라는 유명한 연설에서 여전히 인종차별의 굴레 밑에서 허덕이던 흑인 민중들을 설유한 것도 같은 의도에서였다.
 – 183쪽

참고로 시인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작가였다.
해석과 함께한 시를 통해 가벼웁게 영어 공부도 좀 하고, 배경 지식도 익힐 수 있어서 좋다.
다음은 여류 시인이 쓴 시인데, 배경 지식 없이 읽으면 어린 혹은 나이 먹은 남자의 시로 착각할 수 있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

The Quarrel
-Eleanor Farjeon

I quarreled with my brother,
I don't know what about,
One thing led to another
And somehow we fell out.
The start of it was slight,
The end of it was strong,
He said he was right,
I knew he was wrong!

We hated one another.
The afternoon turned black.
Then suddenly my brother
Thumped me on the back,
And said, "Oh, come along!"
We can't go on all night--
I was in the wrong."
So he was in the right.
– 154쪽


말다툼
-엘리너 파전

형하고 나는 다투었다.
무슨 일로 그랬는지는 몰라도
한 번 다투니까 또 다투게 되어
어쨌든 우리는 사이가 벌어지고 말았다.
시작은 하찮은 거였지만
끝은 대단한 것이었다.
형은 자기가 옳다고 했고
나는 그가 잘못이라고 자신했다!

우리는 서로 미워했다.
오후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그러더니 별안간 형이
내 등을 툭 치며 말했다.
"야, 이리 좀 와!
밤새도록 이럴 순 없잖아ㅡ
내가 잘못했어."
그래서 그가 잘한 것이 됐다.
– 155쪽


파전은 평소에 말하기를 "어린이 시절은 우리 모두가 복귀하는 영원의 경지"라고 하였다. 그녀의 이 시에서 어린 형제들이 다투는 모습을 보게 되면 사람이 감정의 지배를 받으며 하는 행위에서는 어린이나 어른이나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 세상의 모든 말다툼은 저마다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맞설 때 일어난다. 그 중 어느 쪽이든지 자기가 옳지 않다고 시인하고 나서면 입씨름이 계속될 이유가 없다.
– 217쪽



이 멋진 시집에 4부에 걸쳐 수록된 52편의 시들은 다음과 같다.

I. Innocence and Childhood 순결과 동심
1. Songs of Innocence: Introduction 순결의 노래: 서시 William Blake
2. Annabel Lee 애너벨 리 Edgar Allan Poe
3. Pippa's Song 피파의 노래 Robert Browning
4. My Heart Leaps Up 나는 가슴이 뭉클 뛰노라 William Wordsworth
5. Rainbow for Joyce 조이스의 무지개 Ida DeLage
6. Some One 누군가 Walter De la Mare
7. I Wonder 나는 알고 싶어요 Jeannie Kirby
8. Who Has Seen the Wind? 누가 바람을 보았을까요? Christina Rossetti
9. Rain 비 Robin Christopher
10. Night Comes... 밤이 오는데... Beatrice Schenk de Regniers
11. The Night Will Never Stay 밤은 결코 머물지 않네 Eleanor Farjeon
12. My Shadow 나의 그림자 Robert Louis Stevenson

II. Dreams of My Own 나만의 꿈
13. Me 나 Walter De la Mare
14. Dreams 꿈 Langston Hughes
15. Hold Fast Your Dreams 당신의 꿈을 굳게 지키셔요 Louise Driscoll
16. Keep a Poem in Your Pocket 호주머니에 시를 넣고 다니셔요 Beatrice Schenk de Regniers
17. Paper Boats 종이배 Rabindranath Tagore
18. Travel 여행 Edna St. Vincent Millay
19. Leisure 여가 William H. Davies
20. November 11월 Alice Cary
21. There Isn't Time 시간이 없습니다 Eleanor Farjeon
22. A Little Song of Life 자그마한 인생 찬미 Lizette Woodworth Reese
23. Beauty 아름다움 Louise Abeita
24. Pebbles 조약돌 Valerie Worth

III. The Beauties of Nature 자연의 가경
25. I Wandered Lonely as a Cloud 구름처럼 외로이 헤매던 그때 William Wordsworth
26. Stopping by Woods on a Snowy Evening 눈 오는 저녁 숲가에 멈춰 서서 Robert Frost
27. It Fell in the City 그것이 도시 안에 내리고 나니 Eve Merriam
28. February Twilight 2월의 황혼 Sara Teasdale
29. I Heard It in the Valley 나는 그걸 골짝에서 들었네 Annette Wynne
30. Written in March 3월에 씀 William Wordsworth
31. The First Swallow 첫 제비 Charlotte Smith
32. Snail 달팽이 Langston Hughes
33. Silver 은빛 Walter De la Mare
34. The Secret Song 은밀한 노래 Margaret Wise Brown
35. The Violet 제비꽃 Jane Taylor
36. Our Tree 우리 나무 Marchette Chute
37. What is Pink? 무엇이 핑크색인가요? Christina Rossetti

IV. Faith, Family and Fellowship 믿음과 가족과 친교
38. The Lamb 어린양 William Blake
39. The Clod and the Pebble 진흙덩이와 조약돌 William Blake
40. Indifference 무관심 G. A. Studdert Kennedy
41. My Gift 나의 선물 Christina Rossetti
42. What Do They Do? 저들이 하는 일은 뭔가요? Christina Rossetti
43. Prayer for This House 이 집을 위한 기도 Louis Untermeyer
44. Sweet and Low 부드럽게 잔잔히 Alfred Tennyson
45. The Fisher's Widow 어부의 미망인 Arthur Symons
46. Father 아버지 Myra Cohn Livingston
47. My Mother's Face 엄마의 얼굴 Liz Rosenberg
48. The Quarrel 말다툼 Eleanor Farjeon
49. When You Are Old 당신이 늙게 되면 W. B. Yeats
50. The Little Boy and the Old Man 어린 소년과 노인 Shel Silverstein
51. People 사람들 D. H. Lawrence
52. Sing a Song of People 사람들의 노래를 불러 보세 Lois Lenski 


제목과 달리 결코 호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없는 사이즈라는 것이 아쉽다.
괜찮다면 출판사에서 이 책을 축소된 판형으로 하나 더 만들어서 진짜로 호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며 읽을 수 있게 해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원어민이 직접 낭송한 수록 시의 낭독 파일이 부록 CD에 수록되어 있다는 것!

좋은 책은 세월이 약이려나? 아직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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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머니에 시를 넣고 다니셔요 - 젊은 세대를 위한 영시선집
김용철 지음, 김은정 그림 / 서프라이즈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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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s
-Dangston Hughes

Hold fast to dreams
For if dreams die
Life is a broken-winged bird
That cannot fly

Hold fast to dreams
For when dreams go
Life is a barren field
Frozen with snow-64쪽


-랭스턴 휴스

꿈을 굳게 지키세요
꿈이 죽어 버리면
인생은 날개 부러져
날지 못하는 새나 다음없는 것이니.

꿈을 굳게 지키세요
꿈이 가 버리면
인생은 눈이 얼어붙은
불모의 들판이나 다름없는 것이니.-65쪽

탄탄한 구조와 간결한 문체로 된 2연의 짧은 이 시에서 휴스는 꿈을 잃은 인생이 얼마나 처량한가를 "날지 못하는 새", "불모의 들판" 등의 매서운 비유를 들어 말하고 있다. 이것은 시인이 아끼고 사랑한 당시의 흑인 종족들을 향해 부르짖은 애절한 메시지임에 틀림 없다.
이로부터 30년 후인 1960년대에 킹이 "I have a dream today"라는 유명한 연설에서 여전히 인종차별의 굴레 밑에서 허덕이던 흑인 민중들을 설유한 것도 같은 의도에서였다.

(참고로 시인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작가였다.)-183쪽

The Quarrel
-Eleanor Farjeon

I quarreled with my brother,
I don't know what about,
One thing led to another
And somehow we fell out.
The start of it was slight,
The end of it was strong,
He said he was right,
I knew he was wrong!

We hated one another.
The afternoon turned black.
Then suddenly my brother
Thumped me on the back,
And said, "Oh, come along!"
We can't go on all night--
I was in the wrong."
So he was in the right.-154쪽

말다툼
-엘리너 파전

형하고 나는 다투었다.
무슨 일로 그랬는지는 몰라도
한 번 다투니까 또 다투게 되어
어쨌든 우리는 사이가 벌어지고 말았다.
시작은 하찮은 거였지만
끝은 대단한 것이었다.
형은 자기가 옳다고 했고
나는 그가 잘못이라고 자신했다!

우리는 서로 미워했다.
오후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그러더니 별안간 형이
내 등을 툭 치며 말했다.
"야, 이리 좀 와!
밤새도록 이럴 순 없잖아ㅡ
내가 잘못했어."
그래서 그가 잘한 것이 됐다.-155쪽

파전은 평소에 말하기를 "어린이 시절은 우리 모두가 복귀하는 영원의 경지"라고 하였다. 그녀의 이 시에서 어린 형제들이 다투는 모습을 보게 되면 사람이 감정의 지배를 받으며 하는 행위에서는 어린이나 어른이나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 세상의 모든 말다툼은 저마다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맞설 때 일어난다. 그 중 어느 쪽이든지 자기가 옳지 않다고 시인하고 나서면 입씨름이 계속될 이유가 없다.-2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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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머니에 시를 넣고 다니셔요 - 젊은 세대를 위한 영시선집
김용철 지음, 김은정 그림 / 서프라이즈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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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하신 장영희 선생님의 저서 '생일'을 만난 느낌. 영시를 읽는 즐거움의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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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이 -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선택의 비밀
롬 브래프먼 외 지음, 강유리 옮김 / 리더스북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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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제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모두가 인정하는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라도...
비이성적인 판단 하나로 맛이 가는 것은 한 순간이며, 당사자는 물론 주변에 상당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이 책은 그러한 마음 흔들림 현상을 분석하고, 조언해 주는 착한 책이다.



샐러리맨 성공신화를 등에 업고 대통령이 된 대한민국의 현직 대통령은 대선 공약이던 대운하를 포기하는 대신 4대강 살리기로 이름을 바꿔서 반드시 결행하고자 한다. 의지력 하나는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다. 4대강 뒤집기 운동은 연말이면 동네 보도 블럭을 교체하는 지자체의 꼼수와는 확실히 차원이 다른 이야기인데도 말이다. 무슨 일을 함에 있어서 자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혹은 이미 너무나 많은 돈이 투입됐다는 이유로... 혹은 중도 포기자로 비치기 싫어서 실패가 뻔한 것을 알면서도 밀어부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깊어진다.

스스로 늪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 최고의 똑똑한 학생들만 모여 있다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매년 펼쳐지는 20달러 지폐 경매는 그 현상을 아주 쉽게 보여주고 있다.

20달러짜리 지폐를 눈앞에 흔들어 보이면서 경매 물건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누구든지 자유롭게 입찰할 수 있지만, 단 두 가지 규칙을 지켜야 한다. 첫번째는 입찰가를 1달러 단위로 높여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두번째 규칙은 약간 까다롭다. 경매 낮찰자는 당연히 지폐를 차지하지만 차점자 역시 자신이 부른 입찰가만큼 돈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이는 차점자가 가장 큰 손해를 보는 상황이다.
실제로 경매가 시작되면 싼 값에 20달러 지폐를 자질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인지 여기저기서 번쩍번쩍 손이 올라온다. 경매가 공식적으로 진행되자마자 눈 깜짝할 속도로 입찰이 이어진다. "패턴은 항상 동일합니다. 입찰은 12~16달러 사이에 이를 때까지 빠르고 맹렬하게 진행되죠." 배저먼은 설명했다. ···중략··· 최고가를 부른 두 학생은 미처 깨닫지 못한 사이 미끼에 걸려든다. "한 입찰자가 16달러를 부르고 다른 입찰자가 17달러를 부릅니다. 16달러를 부른 학생은 18달러를 부르거나 16달러 손실을 감당해야 하죠." ···중략··· "물론 입찰자가 20달러를 넘어서면 나머지 학생들은 폭소를 터트리죠."  (46~48쪽)

사람들에 대한 편견도 마찬가지다.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닌데, 사람들은 대상의 환경을 통해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하게 된다. 다음 글을 그 좋은 예이다. 조슈아 벨의 굴욕은 언제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이 아닐까?
 
평범하게 생긴 한 남자가 청바지 차림에 야구 모자를 쓰고 태연하게 350만 달러짜리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을 꺼내더니 연주할 준비를 했다. 그 남자는 현존하는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인 조슈아 벨로 내로라 하는 공연장에서 전석 매진을 기록했으며, 만원 관객들을 앞에 놓고 정기 공연을 하는 음악가였다. ···중략··· 벨의 지하철 연주는 바이올린 곡중에서 가장 까다롭다고 알려진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와 파르티타>로 시작됐다. 그 뒤로 43분 동안 콘서트는 계속됐지만 아무도 우레와 같은 박수를 치지 않았다. (67쪽)

인터넷 서점에서 누군가의 서평 하나가 도서 구입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보다 크게 인식하게한 여론 조사도 있다. 별다른 부담 없이 툭 던진 누군가의 한 마디는 이미 사람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든다. 다음과 같은 실험이 바로 그러한 좋은 예이다.

강사를 '따뜻한' 사람으로 소개받은 그룹의 학생들 대부분은 그를 무척 마음에 들어했다. 이 학생들은 "친절하다. 타인을 배려한다. 격의 없다. 사교적이다. 인기 있다. 유머 감각이 있다. 인간적이다." 등의 단어를 써서 강사를 묘사했다. 반면 '차가운'사람으로 소개받은 그룹은 똑같은 교실에서 똑같은 내용의 토론에 참여했지만 대부분 그 강사를 좋아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자기 중심적이고 딱딱하고 붙임성이 없는 데다가 화를 잘 내며 유머 감각이 없고 무자비하다."고 여겼다. (96쪽)

세상의 모든 거래는 갑과 을의 관계 속에 묻어 있다. 비즈니스를 하며 대리점을 관리해야 할 사람들이 잘 이용해 먹을 수 있는 내용임과 동시에, 대리점 사장이 제조사나 벤더(vendor)에게 말려들지 말것을 조언해 주는 멋진 조사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심지어 아주 작은 가게에서의 거레에 마저도...

딜러들은 제조사와의 거래 결과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제조사가 자신들에게 어떤 식으로 '행동하느냐'에 더 많은 신경을 쓰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에 따르면 딜러들에게 중요한 건 단순히 유리한 거래 조건을 얻어 냈느냐가 아니었다. 딜러들은 제조사가 '사업을 운영하는 대리점의 현지 여건을 이해하려고 애를 썼는지', '정중하고 예의바른 태도로 행동 했는지' 혹은 '딜러들을 존중하는 자세로 대했는지'와 같이 얼핏 보기에 대수롭지 않은 사항들로 관계를 평가했다. 딜러들이 거래 결과에 대해 느끼는 전반적인 만족도에서 이 공정성이라는 요소는 기본 수치들보다 더 중요하게 작용했다. (149쪽)

조직의 리더가 아무리 방해 없이 일을 독선적으로 결정하고 진행한다면 얼마나 해악을 가져올 수 있는지는 반 잔텐 기장의 사건을 통해 알 수 있는데, 문제는 단지 독선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차단자의 역할에 대한 지적을 빠트릴 수 없다.

관제탑의 허가 없이 데네리프 공항에서 이륙하기로 했던 반 잔텐 기장을 다시 떠올려보라. 그날 일어난 사고는 항공업계 전체에 충격을 주었다. 충돌사고의 영향으로 관계 당국은 수년 동안 일어난 모든 비행기 충돌사고와 근접 사고의 조종실 기록을 세밀히 조사했다. 70퍼센트는 사람의 실수 때문인 것으로 판명됐고 그중 대다수는 팀 역학과 관계있었다. 예를 들어 반 잔텐이 조종한 비행기의 조종실 기록 중 마지막 몇 초 동안의 교신 내용을 들어보자.
반 잔텐 기장이 계기판에 손을 갖다대 엔진의 회전 속도를 올리자 부조종사는 본능적으로 그를 저지하려 했다. "잠깐만요. ATC 허가가 없었잖아요."
반 잔텐은 수긍하기는 했지만 자신의 행동을 방해 또는 지연시키려는 시도에 짜증이 난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도 알아. 어서 물어보게."
놀라운 건 부조종사가 이의를 제기한 다음 곧바로 단념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반 잔텐 기장이 두번째로 이륙을 시도할 때 부조종사는 잠자코 있었다. 그렇게 차단자의 목소리가 사라지자 끔찍한 일이 이어졌다. (199쪽)


차단자의 목소리를 계속해서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조종실이나 회의실, 어떤 상황이든 간에 반대의 목소리는 성가시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차단자에 대한 대응이 짜증스러울지라도 그들의 의견은 그룹의 균형 유지에 필수불가결하다. 차단자의 부정적인 언사를 무시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반대의 목소리는 비이성적이라는 홍수를 지탱해주는 댐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205쪽)

나를 가장 감동시킨 내용은 인텔의 전 CEO인 앤디 그로브의 다음과 같은 회고였다.
지금의 나를 전혀 다른 대상으로 놓고, 자기 객관화를 결행할 수 있다면 세상 두려울 것이 없을 것 같았다. 그들은 다음과 같은 매우 이성적인 대화를 통해 문제를 극복할 수 있었던 영웅들이다.

그로브는 이렇게 회상했다. "저는 인텔의 회장 겸 CEO인 고든 무어와 함께 사무실에 앉아서 우리의 난국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었습니다. 분위기는 침울했죠. 창밖을 내다보니 멀리 그레이트 아메리카 놀이공원에서 돌아가고 있는 회전 관람차가 보이더군요. 잠시 후 저는 고든을 향해 돌아서서 물었습니다. '우리가 쫓겨나고 이사회가 신임 CEO를 영입해 온다면 그 새 CEO는 어찌할 것 같은가?' 고든은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죠. '메모리 사업을 버리겠지.' 저는 멍하는 그를 쳐다보면서 말했어요. '자네와 내가 저 문을 나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새 CEO가 됐다치면 어떤가?' (211쪽)

다시 이 정권의 4대강 살리기와 세종시 철회 문제를 바라보며 이 책을 본다.
가라앉는 배 위에 계속 앉아 있는 건 전혀 이성적이지 못한 행동인데, 이 정부가 롤모델로 삼는 과거 미국의 정권이  베트남 전쟁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것이나 지금도 진행 중인 이라크 문제가 그런 관점에서 해석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올해 내가 읽은 자기 개발 서적 중에서 Sway와 더불어 Nudge가 괜찮았는데, 일면 대조적이다.
지난 여름 휴가 때,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전직원에게 Nudge라는 책을 선물했고, 이후 넛지 바람 탓인지 대통령 지지율은 급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참으로 실소를 금할 수 없는 그 결과에 대해 나는 넛지 효과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대통령이 비이성적일 때, 주변 참모들은 차단자가 되어야 할텐데 자기합리화를 유도하는  Nudge와 같은 책이나 가져다 바치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을 해본다. 이제는 자위를 그만하고 Sway를 선물해서 지도자가 제 정신 차리게 해줬으면 좋겠다.

스웨이...
제법 괜찮은 책인데, 청와대에서 홍보를 안해주니 주목받지 못하는 책 같기도 하고...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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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크루즈 2009-10-26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버드 경영대학원 학생들을 바보로 만들어 버린 비유가 인상 깊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