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의 이틀
장정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1월
장바구니담기


"이 시를 쓴 시인에게는 모란이 져버린 5월 어느 날, 그 '하루'만 살아 있는 날일 뿐 나머지 삼백 예순 날은 아무런 뜻도 없는 날입니다. 단순히 모란이 져버린 것만이 아닌 게 분명한 그 하루만이 이 시의 시적 화자에게 의미가 있을 뿐, 나머지 삼백예순 날은 '구월의 이틀'을 썼던 시인이 말한 것처럼 아무런 의미없는 빙하시대, 짐승들이 춤추며 몰려오는 야만적 시간에 불과합니다. '구월의 이틀'에 나오는 이틀과 '모란이 피기까지는'에 나오는 하루는 같은 겁니다." -133쪽

"나는 배의 바닥짐 같은 사람이나 가치를 좋아해. 바닥짐이 뭔지 알지? 선체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배의 바닥에 싣는 물이나 모래 따위의 무게 나가는 화물이야. 이걸 싣지 않으면 배가 쓰는 에너지의 사용량을 줄일 수는 있지만, 강한 바람이나 큰 파도에 휩쓸려 난파할 우려가 커. 그래서 먼 바다를 항해하는 배는 반드시 바닥짐을 싣고 다녀. 바닥짐이 없으면 배가 침몰하는 것처럼, 보수가 없으면 국가나 사회도 뒤집어져. 그래서 나는 보수주의자가 됐어."-326쪽

 
소나무숲과 길이 있는 곳
그곳에 구월이 있다 소나무숲이
오솔길을 감추고 있는 곳 구름이 나무 한 그루를
감추고 있는 곳 그곳에 비 내리는
구월의 이틀이 있다

그 구월의 하루를
나는 숲에서 보냈다 비와
높고 낮은 나무들 아래로 새와
저녁이 함께 내리고 나는 숲을 걸어
삶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나뭇잎사귀들은
비에 부풀고 어느 곳으로 구름은
구름과 어울려 흘러 갔으며

그리고 또 비가 내렸다
숲을 걸어가면 며칠째 양치류는 자라고
둥근 눈을 한 저 새들은 무엇인가
이 길 끝에 또 다른 길이 있어 한 곳으로 모이고
온 곳으로 되돌아가는
모래의 강물들

멀리 손을 뻗어 나는
언덕 하나를 붙잡는다 언덕은
손안에서 부서져
구름이 된다-127~128쪽

 
구름 위에 비를 만드는 커다란 나무
한 그루 있어 그 잎사귀 흔들어
비를 내리고 높은 탑 위로 올라가 나는 멀리
돌들을 나르는 강물을 본다 그리고 그 너머 더 먼 곳에도
강이 있어 더욱 많은 돌들을 나르고 그 돌들이
밀려가 내 눈이 가닿지 않는 그 어디에서
한 도시를 이루고 한 나라를 이룬다 해도

소나무숲과 길이 있는 그곳에
나의 구월이 있다
구월의 그 이틀이 지난 다음
새로운 태양이 빛나고 빙하시대와
짐승들이 춤추며 밀려온다 해도 나는
소나무 숲이 감춘 그 오솔길 비 내리는
구월의 이틀을 본다-128~129쪽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동탄남자 2009-11-09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류시화의 詩 '구월의 이틀'에서 비롯된 장정일의 소설 제목... 그리고 소설 속에 수록된 그 시...
 
구월의 이틀
장정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소유한 장정일 책 중에서 가장 잘 생긴 책. 어서 읽어보고 독후감 남기리라~ ^^V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눈물바다 사계절 그림책
서현 지음 / 사계절 / 200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기 머피의 법칙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어린이가 있다. 

급식은 참 맛이 없다.
시험 문제는 아는 게 하나 없다.
친구가 먼저 약을 올려서 싸움이 났지만 선생님은 나만 혼낸다.
지겨운 수업시간이 끝나고 밖으로 나왔지만 비가 내린다.
다들 우산이 있는데, 혼자만 비를 맞고 귀가 한다.
집 현관을 들어서자마자 엄마아빠가 험하게 다투고 계셨다.
저녁 밥을 남겼다고 엄마에게 혼났다.

아! 눈물이 난다.
자꾸만...
자꾸만...

그렇게 눈물 똑똑 흘리며 잠이 들었다.
눈물이 멈추지 않고 홍수가 되고, 바다를 이룬다.
양면에 다 표현할 수 없어 한 장을 더 펼쳐야 담을 수 있는 눈물 바다 속 통쾌한 풍경들...
그동안 눈물나게 했던 모든 것들이 내 눈물 바다에 허우적 거리며 괴로워 한다.
오로지 나만 침대 배를 타고, 옷걸이 노를 저으며 여유롭게 풍경을 즐긴다.
위로가 되는 건 꿈 뿐이다.
아, 미안하지만 너무도 통쾌하다.

삶에 지친 초등학생에게 한 순간의 위로가 되는 눈물 바다의 꿈.
경쾌한 그림 책이다. ^^V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이리스 IRIS 1 - 첨단 첩보 스릴러
채우도 지음 / 퍼플북스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지난 주말, 고속 버스 안에서 드라마 IRIS 5,6회 재방송을 보았다. 
부다페스트에서의 총격전과 청와대 풍경들... 일본의 설경과 화원에서 만난 붓꽃...
연인을 잃은 슬픔에 은둔 생활 중인 전직 SS요원 승희(김태희)가 옛동료 사우(정준호)의 방문을 받고, 붓꽃을 매만지며 그 꽃이 실종된 자신의 연인 현준(이병헌)이 특히 좋아했다며 꽃말인가에 대해 이야기 하는 장면이 나왔다.



드라마 속 그 멋진 장면을 이 책에서는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었다.

그때 문가에서 낯익은 얼굴이 나타났다. 사우였다. 그가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띤 채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할만해요?"
승희에게 다가 온 사우가 물었다.
"네, 적성에 딱 맞아요."
"적성? 대한민국 최고의 프로파일러가 화원 일이 적성에 맞는다? 거 참."
승희가 배시시 웃었다. 사우가 말했다.
"회사는 요즘 정신없어요. 곧 차관급 군사 실무회의가······."
"사우 씨, 이제 그런 거 나랑 상관없는 얘기예요. 관심도 없고 재미도 없어요."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사우가 분위기를 바꿀 양으로 승희의 발 밑에 있는 남보라색 꽃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건 무슨 꽃이죠?"
"아이리스. 우리 말로는 붓꽃이에요."
"이쁘네."
사우는 승희의 옆 얼굴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199쪽~200쪽)


스토리를 대충 보다보니 IRIS 알파벳을 거꾸로 나열하여 읽으니 SIRI(시리... 쉬리?) 원조 남북첩보 영화 생각나게 하는 제목이기도 했다. 작가가 어떻게 작명했든 내게는 그렇게 연상이 되었다.

책 날개에 소개된 작가 채우도의 신데렐라적인 데뷔 메시지...
앞쪽 도비라를 장식한 이병헌과 김태희의 사인 인쇄본은 어찌나 민망하던지...
각종 사인 다 받아봤지만 사인을 인쇄해서 주는 경우는 참 매력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

영상의 완성도에 비해 책의 디자인적 완성도는 그다지 소유의 욕구를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평범한 그저그런 로맨스 소설 수준을 뛰어 넘지 못한 것 같았다. 본문은 괜찮다. 다만 표지 디자인에 대한 내 개인적 취향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때문에 드라마 대신 책으로 대충 때우려던 계획은 결국 드라마와 병행한 독서로 진행될 것 같은 느낌...

생소한 출판사 퍼플북스...
출판사 이름도 퍼플, 책 커버도 퍼플, 아이리스도 퍼플...

제법 흥미로운 작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하철과 코코넛 - 부와 성공을 좌우하는 '운'의 비밀
로빈 호가스 외 지음, 김정수 옮김 / 비즈니스맵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매사 치밀하고 규칙적이던 뉴욕의 지하철맨, 푸켓 코코넛의 추락으로 멀리 떠나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동탄남자 2009-10-28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규칙한 불행을 넘어 불규칙한 행운 마저 무시할 수 없었던 교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