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 공지영 에세이
공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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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공주취급하며 좋아하지 않던 작가였는데, 이 책을 읽고 호감이 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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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퐁스 도데 작품선 - 보급판
알퐁스 도데 지음, 권지현 옮김 / 주변인의길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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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며칠 틈틈이 읽으며 참 잘 만들어진 책이라 생각했는데, 절판이로군요.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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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내 일기를 엿보게 될 사람에게 - 최영미 산문집
최영미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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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한국축구는 한(恨)의 축구였다. 나라를 뺏기고 못 먹고 괄시받은 온갖 설움을 '슛! 골인'으로 풀려는 답답한 속내를 내가 왜 모르랴. 하지만 이제는 국력을 체력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집단 초조증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그날이 곧 우리나라가 살고 싶은 나라가 되는 날일 텐데. 큰 경기에서 골을 넣으면 외국 선수들은 팡팡 웃는데 우리 청년들은 눈물이 글썽하다. 나는 차두리와 이동국의 눈에서 눈물이 아니라 웃음이 맺히는 걸 보고 싶다. 그래서 내 지리멸렬한 일상에 잠시 숨통이 트이고 인생이 환희로 차오르는 순간을 만끽했으면.-19쪽

서른이 되기 훨씬 전부터 난 서른을 의식했다.
우리 나이로 서른에서 만 나이로 서른 살에 이르기까지 이십대 후반에서 삼십대 초반까지 몇 년간 나는 서른 살로 살았다. 인생이 초라했던 그 시절, 난 실직과 실연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148쪽

강원도는 분단된 도이다.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해안가를 절반으로 뚝 자른 지점에 속초가 위치하고, 여기서 조금만 올라가면 북한의 장전항이다. 7번 국도를 타고 고성을 가다 금강산 가는 길이라고 크게 써 붙인 표지판을 보았다. 통일만 되면 이 길을 따라 계속 달려 원산, 두만강, 블라디보스토크, 몽고······ 러시아와 중국은 물론 육로로 유럽대륙과도 연결된다. 아ㅡ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2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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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아침부터 가을 오후까지 심지시선 8
김석교 지음 / 심지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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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몇 번씩
이빨에 때가 낀다
남의 몸을 먹은 죄
그 식적이 남아
나의 무기를 삭게 한다
그러니까 이 닦기는
남의 살을 열심히 뜯기 위해
나의 무기를 벼리는 일

내 혀와 이를 거쳐
입 밖으로 빠져나간 말들이
너의 귀에 들어가면
음악이 아니라
때가 되고 있진 않을까
깊이 들어간 헛소리를 파내기 위해
그래서 넌 귓구멍을 후비는 건 아닐까

황사바람 부는 날이면
허공을 뒤덮는 먼지보다
가슴의 사막에 묻어둔
녹슨 기억의 때가
푸실푸실 일어날까
나는 그게 더 불안한 것이다-24~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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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의 이틀
장정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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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에 빠진 이 나라의 스무 살들에게 장정일식 조언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아버지의 발령과 함께 진학을 위해 서울로 이사하는 금.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아버지의 사업 실패와 더불어 가족이 몸만 상경하는 은.
서로 다른 환경의 스무 살 두 청년이 새로운 무대에서 꿈을 펼쳐가는 과정이 슬슬 기대되는 장면이다.



두 사람은 교양 수업인 '현대 문학의 이해' 시간에 만나 서로를 발견하고 어디선 본 듯한 느낌으로 기억을 찾아 헤맨다. 여기서 장정일 소설의 옥에 티가 발견된다. 두 청년은 같은 날 비슷한 시간에 상경하면서 경부고속도로와 호남고속도로가 만나는 회덕 분기점에 이르기 한참 전 휴게소에서 스쳐가듯 만났던 것인데... 광주와 부산에서 출발한 사람은 도저히 만날 수 없는 금강휴게소 혹은 이름도 낯선 금오 휴게소가 무대가 되는 것이다. 대구 출신의 장정일이 몰랐었을 옥에 티!!

다시 수업시간으로 돌아와 강단의 교수를 본다.
교수는 M자형 대머리로 학생들에게 류시화의 詩 '구월의 이틀'을 소개한다.
그리고, 그 시를 통해 약관들에게 의미 심장한 삶의 가치를 들려준다. 짧지만 강력한 멘트...
나는 장정일의 헤어스타일을 생각하면서 바로 그 교수가 작가의 분신임을 발견하게 되어 살며시 미소 지었다. 장정일 교수는 그 분신을 통해 후배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심어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봤다.

소나무숲과 길이 있는 곳
그곳에 구월이 있다 소나무숲이
오솔길을 감추고 있는 곳 구름이 나무 한 그루를
감추고 있는 곳 그곳에 비 내리는
구월의 이틀이 있다

그 구월의 하루를
나는 숲에서 보냈다 비와
높고 낮은 나무들 아래로 새와
저녁이 함께 내리고 나는 숲을 걸어
삶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나뭇잎사귀들은
비에 부풀고 어느 곳으로 구름은
구름과 어울려 흘러 갔으며

그리고 또 비가 내렸다
숲을 걸어가면 며칠째 양치류는 자라고
둥근 눈을 한 저 새들은 무엇인가
이 길 끝에 또 다른 길이 있어 한 곳으로 모이고
온 곳으로 되돌아가는
모래의 강물들

멀리 손을 뻗어 나는
언덕 하나를 붙잡는다 언덕은
손안에서 부서져
구름이 된다

구름 위에 비를 만드는 커다란 나무
한 그루 있어 그 잎사귀 흔들어
비를 내리고 높은 탑 위로 올라가 나는 멀리
돌들을 나르는 강물을 본다 그리고 그 너머 더 먼 곳에도
강이 있어 더욱 많은 돌들을 나르고 그 돌들이
밀려가 내 눈이 가닿지 않는 그 어디에서
한 도시를 이루고 한 나라를 이룬다 해도

소나무숲과 길이 있는 그곳에
나의 구월이 있다
구월의 그 이틀이 지난 다음
새로운 태양이 빛나고 빙하시대와
짐승들이 춤추며 밀려온다 해도 나는
소나무 숲이 감춘 그 오솔길 비 내리는
구월의 이틀을 본다


그 수업시간에 만나 교통사고 현장(그 역시도 경부고속도로이며 회덕 분기점에 이르기 전 장소)의 기억을 떠올리며 두 사람의 남다른 인연에서 비롯된 우정을 논하는 금과 은... 이름도 예술이다. 이듬해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의 소용돌이 속에서 서로 반대의 입장에서 시위하던 두 사람... 둘의 이념은 달랐으나 은이 격음화 되어 있는 금의 발음을 교정해 주며 돌아서기까지 그들의 남다른 애정(?)은 지속 되는 소설이다.

"나는 배의 바닥짐 같은 사람이나 가치를 좋아해. 바닥짐이 뭔지 알지? 선체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배의 바닥에 싣는 물이나 모래 따위의 무게 나가는 화물이야. 이걸 싣지 않으면 배가 쓰는 에너지의 사용량을 줄일 수는 있지만, 강한 바람이나 큰 파도에 휩쓸려 난파할 우려가 커. 그래서 먼 바다를 항해하는 배는 반드시 바닥짐을 싣고 다녀. 바닥짐이 없으면 배가 침몰하는 것처럼, 보수가 없으면 국가나 사회도 뒤집어져. 그래서 나는 보수주의자가 됐어." (326쪽)

마지막 가까운 대사가 다행이다. 제법 그럴싸한 이 고백이 있기 전까지 작품 속에 녹아난 은의 모습은 그다지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았었다. 장정일의 좌파적인 사상이 고스란히 묻어난 것 같지만 반대적인 관점도 나름 객관적이고 진지하게 잘 다룬 독특한 성장 소설이다.

이 작품의 제목이 된 시를 해설하는 강단의 M자 대머리 교수는 현란한 묘기처럼 말의 힘을 보여준다.

"이 시를 쓴 시인에게는 모란이 져버린 5월 어느 날, 그 '하루'만 살아 있는 날일 뿐 나머지 삼백 예순 날은 아무런 뜻도 없는 날입니다. 단순히 모란이 져버린 것만이 아닌 게 분명한 그 하루만이 이 시의 시적 화자에게 의미가 있을 뿐, 나머지 삼백예순 날은 '구월의 이틀'을 썼던 시인이 말한 것처럼 아무런 의미없는 빙하시대, 짐승들이 춤추며 몰려오는 야만적 시간에 불과합니다. '구월의 이틀'에 나오는 이틀과 '모란이 피기까지는'에 나오는 하루는 같은 겁니다." (133쪽)

스무 살 수업시간에 들으면 딱 좋을 멋진 강의라는 생각으로 읽었다.

많은 것이 편안하게 감성을 자극하지는 않는다. 스무 살이나 연상인 여자와의 섹스... 그녀를 친구에게 넘기고 떠나는 금의 씁쓸함... 줘도 못먹는 짜증나는 은의 무력감... 무력감 뒤에 감춰진 은의 정체성... 막 성인이 된 이들에게 다소 혐오감을 느끼게 해주는 문제까지 걸고 넘어지는 파격적인 욕정(?)의 스토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갓 대학생이 된 이들에게 일독을 권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 아닌가 생각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하던 해  2003학번 신입생 두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였지만 당분간 인기는 지속될듯한 성장 소설로 리스트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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