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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하 - 민족주의자의 길
박경수 지음 / 돌베개 / 2003년 8월
평점 :
절판
내가 장준하 선생님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4년전 가을 설악산 종주를 하게된 이후부터였다.
그때 함께 산행을 하신 분중에 50대 후반의 이목구비가 또렷한 미남 선생님과 독특한 화장이 기억에 남는 멋진 사모님 때문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바로 그분들이 고장준하 선생님의 장남 장호권 선생님 부부였던 것이다.
설악산으로 가는 휴게소에서 그분을 보는 순간, 나는 불과 오래지 않은 과거의 조선일보 기사가 떠올랐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조선일보에서 사상계 복간하신다는 선생님 소식 읽었습니다. 잘 되시기를 바랍니다."
그 큰 키에 부드러운 얼굴로 내 등을 두드려 주시던 손길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때 받은 명함 주소로 연하장을 보내드렸으며, 장호권 선생님은 친히 전화를 주셔서 새해 덕담을 멋지고 중후한 목소리로 들려주셨었다.
장호권 선생님의 밝은 표정과 워낙 수려한 외모탓에 나는 그분이 별 고민 없이 아버지 후광으로 부유하게 살아오신 분인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나니... 박정희 정권때 어려운 가정 형편상 대학에 가지 못하고 아버지의 운전기사를 하며 가까이에서 모셨다는 것을 알았다.
1975년8월17일 장준하 선생의 약사봉 의문사 이후,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과 그 진실을 찾겠다며 동분서주 하시다 테러를 당해 입원했던 이야기도 읽었다.
또한 10.26.사건 직전에 김재규씨가 조용히 불러 아버지의 죽음은 반드시 진실히 밝혀지리라 예언했던 것과 미국으로 떠나라고 권유했던 이야기도 읽었다.
온가족이 상봉동 허름한 집에서 사글세로 살았던 시절과 당시의 의문사를 생각하면서, 위대한 인물의 아들로 겪었을 아버지 그늘 속에서의 고통을 생각하게 되었다.
이번 독서를 통해 장준하 선생님의 사상계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고,
오랜 해외 생활을 접고 귀국해서 아버지의 분신과 같은 사상계를 복간하고자 노력중인 장호권 선생님의 소식들을 직간접으로 체험하였다.
진정한 민족주의가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유익한 독서였다.
이 책은 읽어볼만한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오픈 마인드로 그 시대를 대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박정희 추종자나 박정희 매도자 모두가 오픈 마인드로 역사를 바라보는 그날을 희망다.
박정희 예찬론자인 우리 아버지도 이 책을 읽고 장준하 선생님을 다시 보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