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사전]에서
‘노가리 푼다’ ‘노가리 깐다’란 은어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던 기억이 난다.
노가리는 명태새끼를 가리키는 말인데, 명태는 한꺼번에 많은 알을 까기 때문에
이말 저말 실속 없이 말을 많이 늘어놓는 것을
노가리 푼다, 노가리 깐다고 하게 되었다고.

[재미나는 우리말 도사리]를 보니
명태새끼를 노가리라고도 하지만,
농사지을 때 씨를 여기저기 흩어서 뿌리는 것도 노가리라 하고,
이른 봄에 일찍 심는 밭벼도 노가리라 한다.
이른 봄에 일찍 심는 밭벼를 왜 노가리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씨를 흩어서 뿌리는 것을 노가리라 하는 것은
‘한꺼번에 많이 푼다’는 의미에서 명태새끼의 경우와 통하는 바가 있다.

자연히 명을 다하지 못하고 중간에 천적에게 먹히는 경우가 많은 동물일수록
새끼를 많이 낳을 것이다. 많이 낳아놔야 그중 일부라도 살아남아서
종을 이어갈 테니까. 한꺼번에 수십 만 개씩 알을 낳는다는
명태도 아마 그런 까닭일 테지.
밭작물의 씨앗을 뿌리는 걸 가리키는 노가리는
아마 원말이 노갈이이겠지만(농사짓는 것을 ‘갈이하다’라고 하므로),
어쨌거나 채소나 과일도 사람에게 먹히다 보니
씨앗을 많이 만들어내고, 그 많은 씨앗 중에는 싹이 안 나는 것도 있다.

그러고 보면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어느 출판사에서는
작가들을 싹쓸이하고 기획자들을 경쟁시켜
온갖 책을 쏟아놓고, 그중 독자 반응이 좋은 놈만 밀어준다는데,
그 출판사의 판매 방식도 노가리일세.
다만 명태나 채소는 약한 존재라서 양으로 승부하는데,
그 출판사는 강자가 그러니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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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리꼬 2006-01-04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인이 일본의 어느 술집에서 안주를 시키는데 한자로 '명태子'라고 써있는 걸 보고 노가리이겠거니 하고 시켰는데, 글쎄 노가리가 아니라 다른 것이 나왔답니다.. 그게 뭘까요? (댓글에도 후속편이 있음!)

아영엄마 2006-01-04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서림님의 문제답은 멸치?? 가 아닐까..^^; 그런데 그 출판사가 어디래요? @@

하늘바람 2006-01-04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궁금 어디래요?

숨은아이 2006-01-04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우님/왜 모든 영역에 진출했다 하면 돈으로 싹쓸이하는 회사 있잖아요. 거기 계열사니 하는 짓이 똑같죠. ㅎㅎ
서림님/으음, 따우님의 알탕에 힌트 얻어서... 고지(명태의 이리)?
아영엄마님/그러니까 거기가 바로 거기여요. ^^
하늘바람님/알아차리셨나요? ^^

숨은아이 2006-01-04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요즘은 외국계 회사가 되어서 그 이름을 안 써요.

숨은아이 2006-01-04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이렇게 남의 회사 비방해도 되는 걸까요. ㅎㅎㅎ

깍두기 2006-01-04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노가리 까는 그 회사가 매우 궁금함^^

숨은아이 2006-01-04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우님/오호, 고마워요. 역시 알이었군요. ^^
깍두기님/따우님 댓글을 찬찬히 보시면 짐작하실 거여요. ^^ (몰라 몰라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하면 어쩌지.)

엔리꼬 2006-01-05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까먹고 안들어왔습니다.. 아무튼 명란젓이 나왔다고 하네요.. 그 출판사 저는 알아요.. ㄹㄷㅎㅇㅅ ㅈㅇ 이죠?

숨은아이 2006-01-05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우님/어머, 저는 쥐.양.말.뱀.인 줄 알았는데요.
서림님/아하, 명태알로 담근 젓이 명란젓이군요! (따우님은 지.역.민.방이래요. 호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