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에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생각지도 않았던 말을 듣고 놀랄 때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더니...” 하고 말한다.
전부터 이 말의 연원이 궁금했다. 밤중에 웬 홍두깨란 말인가.
홍두깨는 다듬잇방망이를 말한다.
밤중에 갑자기 다듬이질을 하는 걸 보고 “달밤에 체조하냐” 하는 느낌으로
하던 말일까?

그런데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사전]에 보니,
이 말은 과부 보쌈과 관계가 있다.

옛날 여인들은 남편을 잃고 홀로 된 뒤에도 개가하는 것을 금지당했다. 이 때문에 젊어서 남편을 잃고 청상과부가 된 여인들은 어쩔 수 없이 수절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여자들을 밤중에 몰래 남자들이 업어가거나 담을 넘어 정분을 통하는 일이 있었다. 이런 일을 겪은 과부들이 남자의 성기를 ‘홍두깨’에 비유하여 은밀히 말하면서부터 이 말이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 354~355쪽

그러니까 ‘아닌 밤중에 갑자기 들이닥친 남정네’처럼 놀라운 일이란 뜻이다.

이 글을 쓰려고 보쌈이란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았는데,
보쌈이란 남자가 과부를 밤중에 몰래 업어가는 일인 줄만 알았더니,
놀라운 뜻이 하나 더 있었다.

보-쌈
(褓-) 「명」『민』
「1」귀한 집 딸이 둘 이상의 남편을 섬겨야 될 사주팔자인 경우에, 밤에 외간 남자를 보에 싸서 잡아다가 딸과 재우고 죽이던 일. 이렇게 한 다음 그 딸은 과부가 될 액운을 면하였다고 하여 안심하고 다른 곳으로 시집을 갔다고 한다. ¶보쌈에 걸리다/보쌈에 잡혀가다.
「2」가난하여 혼기를 놓친 총각이 과부를 밤에 몰래 보에 싸서 데려와 부인으로 삼던 일.

허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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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5-09-28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보쌈 좋아했는데....무쩌버라~

비로그인 2005-09-28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옴마나..... 남자도 보쌈해와요? 그리고 스으으윽, 끽?
으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

진주 2005-09-28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홍두깨!
처음 알았어요. 흠흠...그런 속뜻이 있을 줄이야....비유가 아주 적절하단 생각^^;

그리고 사전 찾아보니 이런 뜻도 더 있네요.
홍두깨
홍두깨 [명사]
1.옷감을 감아 다듬이질하는 굵고 둥근 몽둥이.
2.소의 볼기에 붙은 고기의 한 가지. 홍두깨살.
3.(쟁기질이 서툴러) 갈리지 않고 남은 고랑 사이의 생땅.

릴케 현상 2005-09-28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니의 홍두깨선생님 생각나네요^^
이두호만화 보면 남자 보쌈해서 죽이는 얘기 나와요 결국 부잣집에서 가난한 남자를 죽이는 풍습인 거죠

숨은아이 2005-09-28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춘몽님, 먹는 보쌈은 저도 좋아해요. 짭. 사전 찾아주셔서 감사!
별사탕님, 그, 그렇다네요. 그 웃음은 뭐죠? 벌벌.
산책님, 아 만화에도 나왔나요. 결국 여자가 두 번 이상 결혼하는 걸 금지한 가부장제의 억압에 남자마저 희생된 경우네요.

릴케 현상 2005-09-28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난한 남자야 늘 희생되죠^^

숨은아이 2005-09-28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 "늘"이란 말엔 동감하지 않지만요. ^^

클리오 2005-09-28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 보쌈이 있는 줄은 알았습니다만, 저렇게 사전에까지 등재된 어엿한 1번 뜻인줄은 몰랐습니다.. 그리고 저 사전 정말, 꼭 사야될 것 같아요... 인용해주실 때마다 너무 재밌어요... ^^

클리오 2005-09-28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캑. 품절이네요... --;

▶◀소굼 2005-09-28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어;;무섭네요;; 요즘들어 문득 아무렇지도 않게 쓰는 말들에 대해 궁금한 경우가 종종 있는터라...이거 참 재밌네요: )

panda78 2005-09-28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와.. 보쌈 무섭구만요. ^^;; 오프 서점엔 저 책 남아있나 찾아봐야겠어요.
숨은아이님의 우리말 카테고리 정말 재밌어요. ^^

숨은아이 2005-09-28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 판다님 고마워요. (소곤소곤) 얼마 전에 새벽별님이 이 책이 있는 곳을 알아내셨다는데...
소굼님, 그렇죠? ^^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쓰는 말들이 사실은 놀라운 메타포인 경우도 많아요.

릴케 현상 2005-09-28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클리오 2005-09-28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지금 당장 살 것은 아닐 듯 해서요.. 어딘가 제가 드나드는 곳 중에도 있겠죠?? ^^

숨은아이 2005-09-29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책님/개인 차이죠.
클리오님/지난번에도 품절되었다가 개정판이 나왔으니 이번에도 그럴지 몰라요. 기다려보심도 좋을 듯.
새벽별님/하하, 벌써 사신 모양.

릴케 현상 2005-09-29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넘 인색하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