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탄생 (2disc) - 아웃케이스 없음
김태용 감독, 문소리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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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의 문소리씨도 봤다.
근데 <가족의 탄생>에서의 문소리씨를 내가 본 최고의 연기라고 말하고 싶다.

국제영화제에서 상까지 받았던 영화를 제쳐두고 무슨 소리냐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아시스>에서의 문소리씨는
내가 수용할 수 있는 이상의 것을 보여줘서인지
인지가 되지를 않았다.

그저 놀라울 뿐이었지.
몇년이 지난 지금에 다시 봐도 여전하니....

<오아시스>의 문소리씨는 아직까지는 논외로 두고 싶다.

그리고 또 뭣, 뭣을 봤든지 간에
<가족의 탄생>으로 난 그녀가 최고라고 감히 말하겠다.

"미라"라는 여자는,
문소리씨가 아니어도 될 역이었지만
문소리씨라서 탄생 되었던 역.

그래서 문소리씨여야만 했던 역이기에
그것만으로도 별 다섯개는 먹고 들어간 영화이다.

 

물론 문소리씨만이 뛰어났던건 아니다.

산전수전 다 겪었을 것 같은데
또 다시 엉터리 선택을 하고 만듯한 "무신"역의 고두심씨.

너무 잘난 엄마 덕에 외롭게 자라야만 했던 현실주의자 "선경"역의 공효진씨.

천사표 애인을 둔 죄로 질투와 소심남의 딱지를 달고 살아야 하는 "경철"역의 봉태규씨.

혼자서 사고는 다 치고 다니면서 정만 넘치는, 다소 개념 없는 "형철"역의 엄태웅씨.

그밖에도 아역이나 단역에 출연하는 연기자 모두들이 가히 훌륭했다.

정말 연기는 삶이자 예술임을 보여준 영화였다.

 

<가족의 탄생>에는 두 패턴의 가족이 나온다.

"미라"네의 가족은 혈연관계가 없다.
물론 "형철"은 "미라"와의 혈연으로 묶였지만
한솥밥을 먹고 같은 지붕 아래 살지 않는 가족이다.

그리고 "선경"네는 나이 차이 많이 나는 남동생과 누나 단둘이다.

 

이 두 가족은 일반적인 가족 구성에서 많이 비켜간 모습이다.
사회에서는 인정하지 않고 등한시 하는 가족인데,
그 어떤 가족보다 이해와 신뢰로 뭉쳐져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이들이 처음부터 단란했던 모습은 아니었다.
동생의 여인으로서는 지나치게 연상이었던 여자를 올케로 받아들이기에는
아무리 순진한 그녀라도 당황스럽지 않았을까.

거기다 일만 벌렸지 수습이 안되는 동생이
시시때때로 관계를 복잡하게 만든다.

일이 이 지경까지 이르면
하나 밖에 없는 동생일지라도 외면하고 싶어질테지.

 

남자한테 인기 많은 여자는 부럽다.
한데 그 여자가 자신의 엄마라면... 어떨까....

모든 사랑은
엄마의 남자와 나이 어린 남동생에게만 쏠렸다고 믿는
"선경"은 좀처럼 엄마를 용서하지 않는다.

그래서 엄마의 사랑은
간단하게 불륜이라는 명목하에 행패를 부리고
자신의 사랑에게마저 쌀쌀하게 벽을 만들고는
상대를 떠나게 만들지만

"선경"은 엄마의 가방을 열기 까지는
그 누구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며
스스로 피해자의 멍에를 지고있다.

 
내게 하나 뿐인 여자친구인데
왜 자신은 그녀에게 다수 중 하나일까.

이런 불만에서 시작된 질투와 외로움이
"경철"을 소심하고 거친 남자로 몰아부친다.

나도 너무 정이 넘치는 "채현"이 이해가 안가서 여자가 잘못했네, 그랬는데
그녀가 바로 "미라"와 "무신"이 키운 "채현"이라는걸 알면
그녀의 넘치는 정이 어디서 기인했는지 다소마나 이해가 될것이다.

 

영화 내내 반복되는 대사가 있다.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수 있어"

"대체 나한테 왜 이래"  : 딱 정확하지 않지만 이런식의 의미를 담고 있는 대사가 종종 나온다.

누구나가 한번씩은 해봤을 말.
그러나 누구에게나 쓸수 있는 말은 아니다.
오직 가족에게나 가장 친하다고 여기는 연인 또는 친구에게만 가능한 말.

 

가족이나 연인에게 상처 받았을 때 사랑해 주세요, 라는 말대신
방어기제로 쓰는 말이 아닐까.
난 널 이만큼이나 사랑하는데 그런 나한테 이러지 마, 라는 의미로.

 

서로가 어쩔수 없게 상처를 주면서도
결국은 뒤엉켜 등을 쓸어주고 밥을 해주고 두눈을 맞춰주고
서로 보물임을 알아주는게 사랑이고,
가족은 그 사랑의 원천임을 깨닫게 해주는 영화였다.

빼어난 영상미도 없었고 미남미녀가 작렬하는 영화도 아니었지만
아주 따스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본것만 같다.

 

영화의 첫 시작에 엄태웅이 철문을 삐거덕 열고 들어오면서 그런다.

"뭐해, 들어와"

그 집 문을 들어서고
받아들여지면서
가족의 탄생은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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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6-07-12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안 본 영화인데.. 꼭 봐야겠군요~
 
포도밭 그 사나이
김랑 지음 / 청어람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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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밌다는 사전 정보를 접해서인지

막상 책을  읽어보니  웃기긴 했으나 두고 두고 되새길 유머는 없더라.

시골 총각과 도시 처녀의 티격댐은 물론 유쾌하기 했지만

너무 예상대로라서 신선함이 떨어지고(인물의 전형성까지 더하면...)

갈등요소가 너무 얕아서인지 극전개가 단순하게만 흘러가서 묘미가 없다.

하지만 이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역시 술술 읽히게 하는 재미는 있긴 하다.

낯선 환경에 처한 주인공이 겪게 되는 좌충우돌은 어느 정도의 재미를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그걸 과하게 묘사하다 보면 오히려 지루하게 만들수도 있는데

흥미를 잃지 않을 정도로 적당하게 서술할 줄 아는 센스가 있는 작가다.

 

내용은 한마디로 요약하면 포도밭의 주인되니 남자까지 생기는

그야말로 한번씩은 바라마지 않는 요행수의 최고봉 이야기.

부자에 사랑까지 획득하는 행운을  누구나 가질수는 없지만

뭐 어떠랴 ...  실현 되지 않으니 상상이라도 해야지.

 

드라마로 만들면 제격이겠다는 생각. 어디에서 시놉시스까지 만들었다는 소문을 듣긴 했는데....

시청률은 꽤 나올듯하다.

별은 세개 반 정도.  장마철에 읽으면 기분이 다소 개일듯한 웃음은 줄수 있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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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6-07-12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일로 로맨스 소설을 읽으셨나요..^^
이 작가 책 몇 개 읽었었는데, 쉽게 읽히지만 좀 가벼운 감이 있죠?

마노아 2006-08-18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새 하는 드라마가 이 책 원작인가 봐요? 남자주인공이 제가 좋아하는 뮤지컬 배우더라구요^^
 
ANNE'S 세트 - 전10권 그린게이블즈 앤스북스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김유경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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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것도 언젠가는 알아내야 할 일 가운데 하나가 됐어요.
앞으로 알아볼 일들이 잔뜩 있다는 것은 참 멋진 일이에요.
살아있는 기쁨을 느껴요. 세상에는 재미난 일이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모든 것을 다 알고나면 즐거움이 반으로 줄지 않을까요?
그렇게 되면 상상할 여지가 없어지겠지요"-p.45쪽

두 사람이 뜰에 들어 섰을 때 주위는 캄캄했고, 포플러 잎이 바람에 살랑살랑 소리내어 흔들리고 있었다.
매슈가 안아서 마차에서 내려주자 소녀는 속삭였다.
"나무가 잠꼬대를 하고 있어요. 귀 기울어 보세요. 아마 멋진 꿈을 꾸고 있나봐요"-p.55쪽

"나는 지금 '절망의 구렁텅이'에 있지 않아요. 아침에는 그런 기분이 들 수 없거든요. 아침이 있다는 건 참으로 멋진 일이에요.
하지만 갑자기 슬퍼져요. 아주머니가 바라는 아이가 나였고, 언제까지나 여기서 살게 되었다고 상상하고 있던 참이었거든요.
상상하고 있는 동안은 즐거웠어요. 하지만 상상은 언젠가 현실로 되돌아와야 한다는 점이 괴로워요."-p.68쪽

"그래, 좋을대로 하렴. 하지만 제라늄에 이름을 붙여 뭘 하니?"
"어머나, 제라늄이라도 이름이 있는 편이 사람처럼 친구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리고 제라늄 쪽에서도 그저 제라늄이라고 부르고 다른 이름이 없으면 제라늄의 기분이 상할것 같아요.
아주머니도 그냥 여자라고만 불려진다면 얼마나 싫겠어요."-p.71쪽

"아, 내 희망이 또 하나 사라졌어요. 내 인생은 그야말로 '희망이 묻힌 무덤 같아요."
이것은 책에서 읽은 말인데, 절망 할 때마다 되풀이 하며 스스로 위로해요."
"그 말이 어떻게 위로가 되는지 나는 전혀 모르겠구나."
"굉장히 멋있고 로맨틱하게 들리잖아요. 소설의 여주인공이 된 기분이에요.
나는 로맨틱한 것을 무척 좋아해요. '희망이 묻힌 무덤'만큼 로맨틱한게 있을까요?
비록 실망하는 일이 있다 해도 내가 이 말을 알고 있어서 외히려 기쁠 정도예요."-p.92쪽

"나 자신이 말하는 것과 남에게 듣는 것은 크게 달라요.
스스로는 그렇게 알고 있어도 남들은 그렇게 생각해 주지 않기를 바라죠."
........
"만일 누가 머릴러에게 대놓고, 빼빼마르고 못생겼다고 하면 어떤 기분이 들지 생각 좀 해보세요."
별안간 오래된 기억이 머릴러의 마음에 되살아났다. 어릴 때 어떤 숙모가 다른 숙모에게 "가엾어라, 어쩌면 저렇게도 얼굴빛이 검고 못생겼을까." 하고 자신에 대해 말하는 소리를 들은 적 있었다. 그때 입은 마음의 상처는 50살이 될 때까지 하루도 잊은 적이 없을 정도였다.-p.113쪽

"하지만 나 혼자만 깔끔하고 얌전한 옷을 입느니 차라리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편이 더 나아요"-p.127쪽

"너는 무슨 일이건 너무 집착하는 버릇이 있어, 앤.
그런 식으로 한다면 평생 절망의 연속일게다."
앤은 큰 소리로 말했다.
"어머나, 머릴러. 어떤 일을 손꼽아 기다리는 데 즐거움의 절반이 있는 거예요.
비록 기대 했던 일이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해도 기다리는 즐거움은 그 사람에게서 뺏을 수는 없어요.
린드 아주머니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사람은 행복하다, 실망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지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기 보다는 기대하여 실망하는 편이 더 나아요."-p.146쪽

"집안 어질러질라. 너는 밖에서 무엇이든지 가지고 들어와 방을 너무 지저분하게 만들더구나, 앤. 침실은 잠자기 위해 있는 거란다."
"어머나, 그리고 꿈을 꾸기 위해서예요, 머릴러.
아름다운 것으로 둘러싸인 방에서 자면 좋은 꿈을 꿀 수 있거든요."-p.182쪽

"서로 말하지 않고 지내지만 지금도 다이애너를 열렬히 사랑하거든요.
다이애너를 생각하면 나는 슬퍼져요.
하지만 머릴러, 이토록 재미있는 세상에서 그렇게 늘 슬퍼하면 살 수는 없잖아요."-p.204쪽

"매슈, 참으로 멋있는 아침이죠?
이 세계는 하느님이 스스로 즐기기 위해 만들어 놓으신 것 같아요."-p.212쪽

"내 마음 속에는 여러 종류의 앤이 있나봐.
내가 온갖 말썽을 일으키는 것은 그 때문이 아닌가 여겨질 때가 있어.
내 마음 속에 앤이 하나만 있다면 틀림없이 편안하겠지.
하지만 그렇게 되면 지금 만큼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p.236쪽

"머릴러, 내일이라는 날은 아직 아무 잘못도 저지르지 않은 새로운 날이라고 생각하니 즐거워요."
머릴러는 말했다.
"내일도 틀림없이 또 잘못을 저지를게다.
너 같은 실패의 천재는 본 적이 없어, 앤"
앤은 슬픈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이 점 하나만은 알아 주세요.
나는 같은 실수를 두 번 되풀이 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예요."
"날마다 새로운 실수를 저지르니 결국 마찬가지 아니냐."
"어머나, 머릴러, 모르세요?
한 사람이 저지르는 실수에는 한도가 있다는 걸 말예요.
그러니 끝까지 가면 언젠가 내 실패도 끝장이 날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 놓여요."-p.257쪽

매슈는 -머릴러의 말을 빌면- 실컷 '앤의 응석을 받아줄 수 있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이것이 반드시 그릇된 일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아주 하찮은 '칭찬'이 온갖 양심적인 '교훈'보다 훨씬 큰 효과를 내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p.278쪽

모든 일이 그렇긴 해. 아이를 기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느 아이에게도 꼭 들어맞는 방법이란 없다는 것을 알지만, 경험이 없는 사람일수록 '비례법칙'처럼 간단하게 생각하거든.
수학처럼 식을 늘어놓기만 하면 정확한 답이 나온다고 여긴단 말이야.
하지만 피와 살로 만들어진 사람을 산수처럼 정확하게 계산할 수 없지.
그 점이 머릴러 커스버트의 잘못이야. 지금과 같은 옷을 앤에게 입히면 앤이 겸손해질 줄 생각하지만 자칫 시기와 불만의 원인이 되는 게 고작이지.
그 아이도 자기 옷과 다른 아이 옷이 다른 것쯤 알고 있을테니까.-p.285쪽

그 말을 듣고 나는 용기를 얻었어요.
하지만 다른 사람이 예전에 나쁜 아이였다는 말을 듣고 용기를 얻는다는 건 나쁜 일이겠죠? 린드아주머니가 그렇게 말했어요.
린드아주머니는 누군가가 아무리 어릴 때였더라도 나쁜 일을 했다는 말을 들으면 충격을 받는대요.
어느 목사님이 어렸을 때 아주머니댁 부엌에서 딸기과자를 훔쳤다는 고백을 듣고부터 그 목사님을 존경할 수 없다고 했어요.
나라면 그렇게 생각지 않겠어요.
목사님이 그런 고백을 했다는 건 고결한 일이고, 지금 장난치고 후회하는 남자 아이들이 그 이야기를 들으면 자기도 커서 목사가 도리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얼마나 용기를 얻겠어요.-p.302쪽

온통 벨벳을 깔았구나. 게다가 비단 커튼!
나는 이런 것을 늘 꿈에 그리고 있었어.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정도지만, 이런 멋진 가구들에 둘러싸여 잇으니 그리 편안할 것 같지는 않아. 이 방에는 모든게 갖춰져 있고, 모조리 훌륭해 더이상 상상을 펼칠 여지가 없어.
가난하다는 것도 위안이 될 때가 있구나.
얼마든지 상상을 할 수 있으니까-p.330쪽

"나는 착한 아이가 되고 싶어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머릴러와 앨런부인이나 스테이시 선생님과 함께 있으면 여느 때보다 더 그렇게 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요.
그리고 머릴러가 기뻐할 일, 칭찬할 일을 하고 싶어요.
그런데 린드아주머니와 함께 있으면 나는 아주 나쁜 아이가 되는 것 같고, 아주머니가 하지 말라는 일은 더욱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유혹을 느껴요.
어째서 그런 기분이 들까요? 내가 나쁜 사람이고 죄 많은 탓일까요?"
머릴러는 잠시 당황하는 듯 싶었지만, 곧 웃기 시작했다.
"네가 나쁜 사람이라면 나도 마찬가지일게다. 앤, 네가 지금 말한 그런 기분을 나도 레이첼에 대해 곧잘 느끼니까.
레이첼이 지금처럼 만나는 사람에게마다 올바른 일을 하라고 귀찮게 설교하지 않는다면 아마 더 좋은 감호를 줄 수 있을지도 몰라.
모세의 십계처럼, '지나친 잔소리는 하지 마라'라는 열한 번째 계율이라도 있었으면 좋으련만."-p.353쪽

"린드아주머니 말대로 내가 기하에서 실패하건 안하건 태양은 여전히 뜨고 지겠지.
그럴 것임에 틀림없지만 그리 위안은 되지 않아. 실패하면 태양이 오히려 어떻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기분이야!"-p.364쪽

"나는 이 방의 창문이 동쪽으로 나있어 해돋이가 보여 참 좋아.
저 멀리 가로누운 언덕에서 아침해가 떠올라 뾰족뾰족한 전나무가지 사이로 반짝이기 시작하지. 참으로 멋진 광경이야.
태양은 날마다, 아침마다 달라.
이제 막 떠오른 아침 햇살을 받고 있으면 내 영혼이 속속들이 깨끗해지는 것 같아"-p.376쪽

제인이 또 한숨지으며 말했다.
"거기에 온 여자들은 온통 다이아몬드를 달고 있었어. 번쩍번쩍 눈부시더라.
부자가 되고 싶지 않니, 모두들?"
앤은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들도 부자야. 지금까지 16년 동안이나 이렇게 잘 살아왔고 여왕님처럼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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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프레 애니멀 3
사코우 와타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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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어한 누나들은 가라~   
플라토닉만 외치는 언니들은 눈길도 주지 마라~

표지에서 부터 딱 잡히는 색스러운 분위기.
왜 빨간딱지가 붙어 있지 않은지 의문이지만,
적어도 15금은 붙여야 했지 않았을까 싶다.

한마디로 에로만화다.  
에로를  저질스러워 하시는 분들은 안보시는게 좋다.

에로이기에 에로장면이 있고 에로적 묘사가 다분한데
왜 그런 쪽으로만 있냐고 질타할 수는 없지 않을까.

다만 오로지 그것 밖에는 없어서 저급이다, 라고 평가는 할수는 있겠지만

오로지 그것만이라고 해도 그것만을 제대로 그렸다면
(적나라한 신체 부위의 노출이라든가,
행위의 격렬함에서 야기시키는 추접스러움이라든가는 배제시키고
절정에서의 표정이든가,
서로간의 대화를 통해 조성하는 에로적 분위기가 주가 되고 있다)

읽을거리로서의 소임은 충분하지 않나 싶다.

단순한 플롯이기에 아주 쉽게 읽히고,
다채로운 감정의 스펙트럼 같은건 경험하게 해주지도,
경험할 필요도 없지만 유쾌하면서도 흥미있게 읽을수 있었던건

간만에 보는 <내 취향의 여성향>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만화에서 여성향이라함은 흔히 야오이나 보이즈러브를 의미하지만
그런쪽이 아니라
여성 취향의 가벼운 에로만화의 의미로서의 한 말이다.

또한 마초들이 휘젓고 다니며 오로지 성애장면만을 노골적으로 보여주거나
남"성"으로서 가장 야비하고 저열한, 폭력 행위인 강간이나
수위가 높아서 도저히 제 정신으로 볼수 없는 S/M의 장면에는
아무리 에로가 고프다고 해도 그건 아니다 싶다.

그러던중 마침 가벼우면서도 결코 에로적 포스가 부족하지 않은 만화를 발견했으니
그게 바로 이 <코스프레 애니멀>이었다.

코스프레 애니멀은 이코노믹 애니멀이라는 말에서 따온듯 하다.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는 물불을 안가리고
덤벼드는 일본인들을 빗대어 표현한 의미에서 알수 있듯이

코스프레 애니멀은 코스프레를 위해서는 앞뒤 안가리는 여자,
리카라는 주인공이 나온다.

그녀의 꿈은(이미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첫경험을 교복 섹스 하는것이다.
리카는 자기의 욕구에 대해서 솔직하고 대범하다.

성에 대해 관심 없는 척 하지 않고 자신의 성적 욕망을 인정하고 충족되길을 원한다.

여자라서 감추거나 거부하지 않고,
오히려 사랑해 줄 수 있는 여자이기에 행복해하는 리카를 보면서
비록 에로 만화에 나오는 여주라고 해도 너무 귀엽게만 보인다.

 

 

그리고 그녀의 꿈을 실현시켜 주는 왕자님은 어떠한가.
무려 고딩이면서 (무척이나 싱싱하다)
테크닉이나 배려, 파워가 어찌나 남다르신지.
리카의 전도는 쨍하고 해가 떴다고 할까.

더군다나 연상녀연하남이라는 포맷에다가 불륜이나 치정이 아닌
두 남녀의 합의(?)하에 관계를 갖고
사랑을 더 키워 나간다는 흐름이 꽤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거기에 여성팬들을 위한 확실한 서비스.... 꽃돌이들의 향연....
뼈속까지 섹시할 것 같은 남자들이 한둘이 아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미끈하게 잘 빠졌다. 우후~

그렇다고 모든 꽃돌이들이 리카한테 달려드는
꽃만화의 코드를 답습하는듯 하면서도 그대로 따르지도 않는다.

보고 있기만 해도 입 안 가득 침이 고일듯한 남친 덕에
리카는 주위의 모든 남자들이
하지메(히어로)를 노린다고 오해하고,

그리고 자기 남친도 게이적 성향이 다분하다고 생각해서
자기에게 호감을 보이는 남자를
라이벌로 간주해버리는 그 엉뚱함이라니....


리카의 엉뚱함과 솔직함에서 코믹함을,
작화의 화려함(정말 삘이 와닿는 그림체이다)에서 비쥬얼의 만족도를,
다 까발리지 않고 은근히 묘사한 에로 장면에서는
오히려  쌈박한 재미를 맛봤다고 할까.


꽃만화와 에로만화를 적절하게 잘 버무려서
꽤 야하면서도 즐겁게 웃을수 있는 만화였다.


앞으로도는 하지메의 가족관계와 아라타와의 삼각구도에서
오는 갈등 요소를 좀더 깊게 다룰듯 한데

오히려 진지하게 가다가 처음의 그 가볍고 흥겨움을 깨트리지는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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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Nabi - 단편
김연주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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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집이라고 하지만 분절된 각각의 이야기가 아니라
한장의 화선지 안에 그려진듯 서로가 연관되어 있는 여섯편의 이야기인 단편+집이다.       
딱 알맞을 정도의 농도로 익은 듯한 시 한편을 음미한 기분이랄까?       
서정적이고 함축적이라서 좀더 다가가고 싶고 여러번 눈길이 머물게 만든다.         

확 드러나지 않아서 더 보여 달라고 보채고 싶은 심정이 들게 만드는 이 여섯편의 이야기들은


<물푸레나무> -다음 생에서는 나무로 태어나고 싶다던 그와
그사람의 소망만을 엿들은 소류의 물푸레나무 그늘 아래에서
백리향 가득한 이야기


<별>-시작도 못해보고 헤어져야 하는 연인들. 
같이 살자라고 못하고 그저 "겸이 니가 좋아하는 사람이랑 살면 좋을텐데"    
"별이 넌 꼭 그러고 살아"라는 비껴간 대화를 하지만
그 속의 소망은 '너랑 살고 싶다'임이 분명하기에 좀 서글펐다.


<아이의 오후>-항상 상처투성인 남자아이와 그런 남자아이를 조용히 대하는 여자아이.   
상처투성인 얼굴로 여자아이의 잠을 재워주는 남자아이와 
남자아이의 말을 고스란이 다 받아들여줄줄 아는 여자아이                

그들의 첫시작... 묘운(妙雲)과 류상이 만나다.


<눈이 꽃에게> -다친 류상의 곁에 있고 싶어 서성이는 묘운과
묘운의 머무름에 들뜨면서도 아닌척, 무관심한척 행동하는 류상.
서로를 향한 마음은 같은데 류상은 거친 표현으로 숨겨버리고
묘운은 그 거침 그대로가 그의 마음일거라고 믿어버려서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 그들.

이 단편은 너무나도 맘에 드는데
간결함의 미학일 정도로 적은 지문과 대사이지만
오히려 이 표현법이 묘운과 류상의 사랑의 감정선들을 풍만하게 한다.

류상의 반어적인 표현 역시나 더욱 애틋함을 고조시키고.


<아루입니다>-아이는 부모가 다시 태어나는 그릇이라는 스승님의 말씀.      
아빠한테는 아루(娥樓)가 가장 예쁜 시니까 ...
아루라는 단 두마디 말로도 이미 시가 되어 버린다.


<유리알> -다리를 다쳐 절뚝이는 묘운을 아랑곳 하지 않고
혼자 앞서가는 류상이지만,
묘운이 중심을 잃고 휘청이자 그제서야 한마디 툭 내뱉는다. "잡아"

부러 피하는 듯 ... 차마 하지 못하는 듯이......       
이 만화는 접촉씬이 거의 없다. 
그래서 살짝 스치는듯한 최소한의 접촉만으로도 괜히 울렁대는 것이다.            

그렇다.        
이게 이 작가의 수법이다.           
감질나게 해서 애가 타게 하는 테크닉.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듯이 두손으로 가렸지만
그 손가락 사이의 틈으로 보이는 모습이 너무나 예뻐서
가린 두손을 확 거둬내고 싶게 만들어 버린다. 


<눈이 꽃에게>에서는 이 테크닉을 너무나 얄미울 정도로 잘 구사했다.

작화마저 동양적 색감이
(단지 소품이나 의상의 디자인만이 아니라
한지를 곱게 바른 전통 방문에 어리는 실루엣이라던가,
달빛이 고요하게 앉아 있는 듯한 정원의 풍취,
마치 먹가는 소리와 화선지 위를 스치는 붓소리가 들릴듯한 ..... 뭐 그런 분위기 말이다)

뚜렷하다보니 절제되고 정제된 언어로서 이야기를 이끌고 가는 이 기법과 너무나 잘 어울려주신다.

서사적이고 기승전결의 구조인 산문적 읽기가 아니라
회화적 특성으로 읽어내려야 이 만화의 맛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구상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는 장편 [나비]의 외전격이라는 이 단편을 접하고 나니
이제 그 본격적인 이야기를 아니 듣고는 가지 못하겠다.  작가는 책임을 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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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08-26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아키타이프님~~~!!^^ 이제 여기서 만나게 되는 거예요?
결국 이 책 리뷰를 쓰셨군요... 작가는 책임을 져라~에 저도 한 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