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오와 이베트 10 - 완결
원수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1999년 7월
평점 :
절판


전권 출연 내내 울기만 하는 이베트도 그렇고, 

뭔가 보여줄듯 하면서 끝까지 아무것도 없었던 엘리오도 그렇고, 

1권부터 마지막까지 줄창 이베트만 외치는 것 외에는 작가의 말로서나마 카리스마 남발하던 라우드스도 그렇고, 

하룻밤 만리장성으로 10여년 세월의 집착을 접어버리는 제인도 그렇고 , 

한눈에 반해 일처리 실패률 제로였던 청부살인업자도 그렇고, 

엘리오 아니었으면 출연하지 못했을 파멜라(순간 멜라닌으로 적을뻔 했네;;) 역시도 그렇고... 

그외 준조연급 거의 모든 출연자들의 집념인지... 집착인지... 엄청나게들 강하다. 

로미오와 줄리엣 처럼 짓고 싶어서 엘리오와 이베트로 지은건 알겠지만 

그냥 라드와 우스로 짓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 라고 잠시 뻘 생각을 해본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노아 2009-01-02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뻔하고 뻔했죠. 이 작품이랑 풀하우스는 꼭 전형적인 트랜디 드라마 같아서 맘에 안 들었어요.
그나저나 아키타이프님!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
 
데츠야는 여자친구가 없다! 6 - 완결
TASUKU YUKAWA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00년 4월
평점 :
절판


오래전에, 좋아하는 작가 중 한명인 권교정 작가가 추천하는 만화길래
얼른 구해 읽다가 1권을 넘기지 못하고 포기해버렸다.

그러다 요새 책정리를 하고 있는데
읽히지도 못하고 구석탱이에 먼지하고만 오손도손 지내는게 가여워(실은 공간 늘리기가 주된 이유다)
원하는 사람에게 가서 눈길 함뿍 받길 바라는 마음으로
판매 목록에 올려놓고도 실은 쉽게 나갈수 있는 애는 아니다 싶어서
나이찬 딸내미를 보는 부모의 심정 보듯 반 포기하고 있었는데
단 하루만에 연락이 와서 급하게 시집 보낼 준비하면서 
먼지 털어내다 잠깐 본다는게 그만 앉은 자리에서 6권까지 내리 읽었다.

그림체 때문이었을까... 왜 그때는 이 작가의 개그를 이해하지 못했던지...

빵빵 터지지는 않지만 앞서 가는 사람이 갑자기 발을 삐긋해서 자빠질때 터지는 웃음처럼
그냥 되도 않게 웃게 되는 우스개가 있다.

그나저나 제목이 너무 특이해서 나역시 그전에도 그리고 팔기전에 후다닥 읽을때도
데츠야의 여자친구나 여자 관계에 대해 되게 궁금했는데
권수가 더해질수록 데츠야보다는 그의 친구들의 일상이 더 궁금하고 그들의 이야기들이 더 재미있다.

초반 한두권까지는 제목에 대한 궁금증으로 왜 여친이 없는거야? 진짜 없나? 그러다가
마지막까지 읽고 보니 있든 말든 지 알아서 하겠지 싶고...
한마디로 초반의 궁금증은 휘발되고 그냥 제목처럼 없나보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데츠야 보자 세츠 이야기가 더 기억되어지고 매력이 있다
(난 확실히 다크계열에 넘 약해;;)

후반부로 갈수록 후다닥 종결 지은듯해서 나중에는 별로 기억에 남지도 않을것 같지만
남성 독자 타켓으로 남성 작가가 지은 학원물을 보니 좀 새롭기도 하고,
그렇다고 여성만화의 학원물과도 완전 상반된것도 아니고 유사한 점들도 있기도 하다.

사랑스럽고 아기자기한 작품은 아니지만,
지나치게 열혈이지도 않고 척할려고 하지 않아서 좋았다.

근데 이게 순정쪽으로 분류 되다니... 알라딘도 엄한 곳에서 개그를 하는구나.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날개 2008-12-30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 책 어디서 구하셨어요? 저도 권교정님이 추천하는 책이라 구하려고 했는데, 구할 수가 없더라구요...ㅠ.ㅠ

아키타이프 2008-12-31 15:54   좋아요 0 | URL
이거 산지가 되게 오래됐어요. 근데 제 입맛에는 별로라 거의 팽개치다시피 두다가 방꼬라지가 노다메방 마냥 돼 가는걸 두고 볼수가 없어서 요번에 과감하게 책정리에 들어갔거든요. 진작에 알았으면 날개님에게 보내드리는건데... 이미 팔아버렸어요. 이건 그냥 제게는 흐지부지... 별 감흥이 없었구요, 또다른 추천작이었던 [이녀석그녀석]이 훨씬 재밌더라구요.
 
맥긴티 부인의 죽음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56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심윤옥 옮김 / 해문출판사 / 1988년 5월
장바구니담기


나의 소중한 친구여! 그것이 나의 결점일세.
과시하고자 하는 욕망, 그것이 언제나 나의 결점이었지. 그 약점을 헤이스팅스는 결코 이해할 수 없으리라. 그러나 사실 재능이 있는 사람들로선 자기 자신을 스스로 인정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선 외부로부터의 격려도 필요한 법이다.
정말이지 내가 얼마나 존중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를 음미나 해가면서 하루 온종일 의자에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인간에겐 인간의 손길이 필요한 거야.
사람에겐-----요즘 세상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조역'이란 게 필요하단 말이야"-6-7쪽

"한 가지 예를 들면, 그는 잘난 체하며 허세를 부리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조금도 그렇지 않았지요.
그러나 제 경험에 비추어 보면 살인자들은 대개가 그렇게 건방진 녀석들이었습니다.
어처구니없게도 자기 자신에게 도취되어 있었지요.
그리고,우리를 멋지게 속여 넘기고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모든 일에 영리하다고 자부합니다.
심지어 피고인석에 앉아서 자신이 무엇 때문에 거기 있는지를 느껴야 할 때 조차도 기묘한 방법으로 그런 곳에서 재미를 찾는단 말입니다.
그들은 세상의 주목을 받지요. 중심 인물입니다.
가장 중요하고 화려한 배역을 연기하는거지요------그들 생애에 있어서 처음일겁니다.
왜 있지 않습니까? 그들은 허세를 부리는 인간들이란 말입니다." -17-18쪽

스펜스가 회의적으로 말했다.
"당신은 정말로 어떤 인물이 다른 사람을 살인자로 내세워 교수형에 처해지도록 하기 위해 무력한 한 노파를 완전히 죽여 없애버린 거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달걀을 깨지 않고는 오믈렛을 만들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맥긴티 부인은 달걀이 될 것이고 벤틀리는 오믈렛이 되는 것이로군.
자, 그러면 당신이 제임스 벤틀리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지 들어 봅시다."-33-34쪽

"이것만은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들은 부자이기도 하고 권력도 있지요. 굉장한 부자입니다."
"나를 놀라게 하시는군요." 스커틀 씨는 감정이 누그러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굉장한 부자'라는 말은 사람을 이끌고 최면술에 걸린 사람처럼 만드는 성질이 있었다.
"그래요, 정말 저를 놀라게 하시는군요."-53쪽

언제나 이 이야기로 귀착이 되었다.
포와로는 사무실을 나오면서 생각했다.
제임스 벤틀리는 사람들에게 나쁜 인상을 주었다.
그는 자기가 안 수많은 살인자들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매력이 넘치는 사람으로 보였다는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했다.-56쪽

"그가 당신에게 약간----뭐라고 할까-------정신이 좀 이상하게 보인 적이 있었습니까?"

"그런 식으로 이상했던 건 아니었어요. 그는 단지 수줍어하고 용기가 없었을 뿐이에요. 다른 어느 누구와 마찬가지로 말이에요.
사실은, 그는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줄 몰랐던 거예요.
자신감을 갖고 있지 않았으니까요."-58쪽

"아닙니다. 말이란 영리하게 들리든 어리석게 들리든 상관없이 그 사람이 어떤 인물인지를 어쩔 수 없이 나타내 주게 됩니다.

현명한 범죄자들은 결코 입을 열지 않죠. 그러나 범죄자들은 그리 똑똑하지가 못하고 대개가 우쭐되는 사람들이라 지나치게 말을 많이 한답니다.---------그래서 대부분의 범죄자들이 잡히고 마는 거지요."-61쪽

맥긴티 부인의 물건은 여기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키들 집안이 이곳에 와서 여기를 정복해 버렸다.

삶은 죽음보다 더 강했다.-67쪽

"아무것도 없어----작은 섬광조차도. 스펜스 총경의 절망감을 이해하겠군.

그러나 '나에게는' 달라야 하는데,
스펜스 총경은 사람좋고 매우 성실한 경찰이지만 나는-----------나는 에르큘 포와로란 말이야.
'내게는' 밝게 비춰주는 조명이 있어야 하는데."-71쪽

"조사를 해봤지요." 포와로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예?"
"그리고 그 결과는 이렇소------'브로디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매우 좋은 사람들이다'라는 겁니다."
"도대체 그게 무슨 말입니까, 포와로 씨?"
"오, 친구여, 생각해 보시오. '매우 좋은 사람들.' 지금까지 그것은 살인사건의 특색이었소."-94쪽

"~우리도 마찬가지이지요.
우리가 모는 것은 그 한마리의 새 뿐만이 아닙니다.
아마도 보이지 않는 은밀한 덤불 속에는 다른 새들도 있겠지요.
어쩌면 우리와 아무 관계가 없는 새들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새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하지요.

그러므로 우리는 어떤 것이 '우리의' 새인지 확실히 알아야 합니다.
카펜터 부인이 과부였을 때 어떤 경솔한 행동이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뭐 별다른 것은 아닐지 모르지만 그래도 꺼림칙한 어떤 것이 말입니다.

카펜터 부인이 재빨리 맥긴티 부인은 거짓말쟁이라고 내게 말한 데는 분명히 어떤 이유가 있을겁니다."-140쪽

"[두 번째 금붕어 사건]이라--------" 그녀가 유심히 바라보며 말했다. "꽤 괜찮은 작품이었어요."
[그 고양이는 죽어 있었다]----- 그 작품에서 나는 1피트 길이의 취관(불어서 화살을 쏘는 튜브 같은 바람총)을 사용했는데, 실제로는 6피트였어요.
꼭 그 크기여야 한다는 건 우스꽝스러웠으니까요.

그런데 박물관에 있는 어떤 사람한테서 내게 그 이야기를 알려주려고 편지가 왔지 뭐예요.
때때로 나는 사람들이 책 속에 있는 실수를 찾아 내기 위해서만 책을 읽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나머지 하나는 뭐죠~"-150쪽

그녀는 그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단지 이렇게 말했다.
"무엇을 두고 가셨나요?"

"내가 두고 가지 않았나 걱정했던 것은 위험이었습니다."
"위험이라고요?"
"어쩌면 부인께 닥칠지도 모르는 위험 말입니다. 지금 막 부인이 그 사진들 가운데 하나를 알아보셨기 때문입니다."-174쪽

"어머니는---------" 그가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제가 제 일을 계속해 나가기를 바라실 겁니다."

에르큘 포와로는 많은 사람들이 그와 같은 말을 하는 것을 들어왔다.
그것은 가장 편리한 가정 가운데 하나였다.
죽은 사람이 무엇을 원할 것인지를 안다는 것이 말이다.

그 유족들은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의 소원에 대해서 아무런 의심도 갖지 않으며,
그 소원은 언제나 그들 자신이 바라는 것과 일치했던 것이다.-254쪽

"공공연한 비밀이란 모든 사람이 알만한 비밀이라는 뜻이라오.
그 때문에 그걸 모르고 있는 사람은 결코 그것을 들을 수가 없지.
당신이 어떤 것을 이미 알고 있다고 모두가 생각하면, 아무도 그것을 당신에게는 일부러 말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오."-276쪽

"그리고 저는--------눈치조차 채지 못하고------차 안에 앉아 있었고요!"
"아마도---------" 포와로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당신의 여성적인 직관력이 하루 휴가를 얻었었나 보지요........"-294쪽

그녀는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갑작스럽게 말을 덧붙였다-----"자, 이제 어떻게 하시겠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겠습니다." 포와로가 말했다.
"아가씨의 인생에 행운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그것뿐입니다."-298쪽

"~그래서 이 결혼을 추진하는 데 나를 고용하기로 한 겝니다.
물론, 지금까지는 그 두 사람이 그런 종류의 생각은 하지 않고 있지만 말이오.

하지만 그들은 서로에게 끌리고 있지요.
그들을 그냥 놔두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겝니다--------하지만 그들은 이 에르큘 포와로를 생각에 넣어야 하지요.
두고보라니까! 일은 성사될 테니까."-302쪽

"그 여자 둘이 다 어떻게 그를 원할 수 있는지 전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자연의 섭리란 그래서 불가사의한 거라오."-303쪽

"오, 천만에요.
그는 틀림없이 살인자입니다!" 그가 덧붙였다--------"그럴 정도로 건방지니까요!"-305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얀궁전
루이스 만도키 감독, 수잔 서랜든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먼지 한 톨 없는 청소기를 보며 맥스는 깨닫는다.
마치 자신의 현재 마음이 이와 같음을.
오로지 남들 눈에만 청소기로 보일뿐
실상 청소기로써의 기능을 잃고 있음을 알게된다.

먼지 같은 노라.
그런 노라는 한껏 빨아들였던 맥스.

청소기는 먼지를 빨아들임으로써 비로소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먼지 같은 노라와 청소기 같은 맥스는
남들 눈에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한쌍이었을지라도
서로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짝이었음에도

세상이 쳐놓은 등급제의 울타리 안에서 나올 용기가 부족했던 맥스는
"날 사랑하니"라고 묻는 노라의 질문에
"모르겠어요. 하지만 누구보다도 간절히 원해요" 라는 어정쩡한 답변을 내놓는다.

그녀를 온전히 받아들이기에는 사람들의 입방아가 두렵고
그녀를 놓자니 마음이 아파서 안되겠다.

그의 그런 유약함을 모르진 않지만 노라는 사랑하기에
이번 한번은... 이번만은.... 하면서 눈감아 준다.
하지만 모른척 하기에는 그가 속한 세계는 그녀에게 너무 차갑다.

가진것 없고, 배운것 없는 햄버거가게 여급인 노라에 비해
명문대에 유명 광고회사 엘리트 사원이며 유복한 가정의 아들이자 첫사랑과 결혼까지 했었던 맥스는
그녀에 비해 무려 16살이나 어리기까지 했다.

모두들 수군댄다.
늙은 여우가 순진하고 착한 청년을 꾀어 신분상승을 노린다고.

다들 뜯어말린다.
그녀는 너에게 어울리지 않아. 정신 좀 차려. 밑지는 장사라니까.

그가 속한 사회에서 그녀를 수용하기에는 그녀는 너무 하찮은 존재였고
그에게 맞춰 살기에는 그녀는 너무나 뜨겁고 솔직했기에
맘껏 자신을 드러내놓고 웃을 수 있는 삶을 원한다.

비록 남들이 흉보는 노라가 먼지같은 존재일지라도
본인이 청소기라면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먼지가 없다면 청소기 역시 필요치 않는것인데.

노라는 허방에도 빠지고 샛길로도 벗어나고 진창에서 구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또 일어나서 걸어간다.
그에 반해 맥스는 한번 넘어지는 일도 없이 꾸준한 속도로 잘 걷다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으로 딱 그 자리에서 멈춰버린다.

맥스의 길에 돌부리로 나타나 슬며시 발을 걸며 넘어뜨리는 노라.
이봐, 이쁜이. 그렇게 얼굴 굳히고 살면 좀더 행복해?
이리 와서 나랑 놀아. 이제는 웃으면서 살라구.

그녀라는 돌부리에 걸려 처음에는 황당했지만
까진 무릎에서 피가 나는걸 보고 아직 살아있구나, 라고 느끼면서
두사람이 함께 하는 첫걸음이 떼어진다.

용기 있는 자 만이 요철(凹凸)같은 짝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요철 같은 짝은 그 어느 누구보다 더 미인일테니(비록 그게 콩깍지의 마력일지라도)
결국 용기 있는 자 만이 미인을 차지할 수 있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잿빛 도시숲을 달리다 2 - 완결
엄정현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잿빛>에서 느껴지는 보편적인 인상이라는건
대체적으로 도시적, 퇴색, 우울, 차분함, 외로움 정도가 아닐까.  

<도시>에서 갖게 되는 이미지는
타산, 이기, 폐쇄, 고립, 변화... 기타 등등(적고 보니 상당히 암울하군)

우리는 이 도시에 산다.  

이 잿빛 도시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지고, 또 만나고.... 를 반복한다.
이 도시에서 진짜 사랑을 할 수 있을까?  
...... 근데 진짜 사랑이란게 뭐지?

26살이면 충분히 사회적 속박에도 적응하며,
개인주의를 적당히 미덕으로 삼을 줄 알 나이의 여자가
되도 않게 아직은 꿈을 먹고 살고 싶다며 하소연을 늘어 놓는다.    

19살이면 미성년이란 보호막 아래 치기를 부려도
청춘이라는 미명으로 웬만한 일은 무마될 듯도 한데
'범무'란 남자애에게는 진작에 <애>에게 주어진 어리광은 포기해야 할
생활의 책임이 무겁게 쥐어져 있다.

삭막한 이 도시에서 꿈이라도 좇지 않으면 견딜수 없을거라 믿는 여자와,
세상 풍파의 앞뒤를 너무 일찍 겪어야 했기에 꿈 조차 가져 보지 못한 남자가
한 공간을 공유하기 시작한다.

철저히 타인인 남녀에게 한 공간이 미치는 영향력은 어느 정도일까?

서로의 외로움을 알아채고,
심심하게 보내던 휴일을 서로간의 존재로 채우다,
그 사람의 공기를 나눠 갖게 되고,
마치 그 예전부터 그랬던 것처럼 서로가 익숙해져 버려서 자연스레 연인 사이가 될 듯도 한데   

........ 19살 같은 26살의 '연욱'은 사랑 앞에서는 겁쟁이라
다가서는 19살의 순정을 거부한다.  

모든 걸 다 해주고 싶지만
줄 수 있는건 마음 뿐이라 그것만큼은 다 주고 싶은 '범무'는 '연욱'의 거부 앞에 무력하다. 

이 둘은 과연 연인이 될수 있을까?

'연욱'의 불안은 이 어린 녀석이 변하지 않을까 싶고,
이 사랑 마저도 시간 앞에서는 덤덤해져 버리지 않을까 하는거다.   

누구나가 사랑을 꿈 꾸지만 꿈꾸는 사랑이 꿈으로 끝나지 않고 현실이 되기를 소원한다.  

하지만 비록 그 사랑이 나중에 떠나더라도 지금은 연애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팔딱이는 심장을 이미 그대에게로 뛰고 있으므로.

그래서 '범무'는 잿빛 도시숲을 달리기 시작한다.

이 도시에서 <기다리라>는 말은 무리한 요구일지도 모르므로
단지 <천천히만 가>달라면서.  

육교 위에서 <아침>을 보던 남자와
그 남자의 뒷모습을 줄곧 봐온 여자의 만남의 나중은
해피일거라 짐작해도 될테지.

내가 참 좋아하는 만환데,
함부로 추천하기도 꺼려지는 작품이다.  

비싸보이는 작화와
작품 전반적으로 일관되게 흐르는 잿빛의 도시적인 분위기는
잘 살려진 만화지만
연출의 미숙함으로 내러티브가 약하고,
그래서 감정 전이력이 떨어진다.

프레임의 깔끔함은 높이 살만 하지만
군데군데 허전함을 느낄만큼 전개의 밀도는 엉성하다.  

부족함이 많이 잡히는 작품이지만
그것마저도 사랑스러울 만큼 분위기가 한몫 하는 만화.

게다가 책방에서의 고백장면,
범무의 샤워장면,
육교에서의 엔딩장면은 비록 부분적이긴 하지만
이 작가의 가능성을 엿볼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