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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추리문학 베스트 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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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가 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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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의 천사들 2
사노 미오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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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타로를 재우고 타로의 지붕에 눈이 내린다.   지로를 재우고 지로의 지붕에 눈이 내린다.
 


[순수의 천사들]에 수록된 시다. 

처음에 이 시를 접했을 때 너무 맹물 같기도 해서 별 맛을 음미하지 못했다.
시의 영향인지 아니면 [네가 없는 낙원]에 대한 애정이 깊어였어서인지 몰라도
이 책에 대한 감상은 더도 덜도 아닌 심심함이었다.

내게 사노 미오코는 [네가 없는 낙원]의 작가이고, 
그 이전작이던 이후로 나올 작이던지 그녀의 작품은 [네가 없는 낙원]이 기준점이 될수 밖에 없었다.

그동안 책장에 몇년간 있는 듯 없는 듯 지내다 헌책방을 이용해 팔리게 되어
마지막으로 책장을 넘겨보았다.

또다시 예의 그 시가 나왔다.

"타로를 재우고 타로의 지붕에 눈이 내린다. 지로를 재우고 지로의 지붕에 눈이 내린다."


근데 참 이상도 하다. 무슨 맛 같지도 않은 맹물이 어떻게 몇년간 기억에 고스란이 남아 있었을까.
단지 시가 짧기만 해서는 아닌듯 하다.

맹물 같은 이 시가 읽을 때는 몰랐는데 가문 가슴에 스며들어 오래도록 증발되지 않았던 것은
그 시가 갖는 순수함 때문이었을지도...
그와 같이 이 만화는 순수하다.

순수. 때 묻지 않은 고결한 상태. 내가 그리는 순수의 정의다.

아무 것도 몰라서 때가 타지 않는게 아니라, 
다 알고도, 여러 선택의 길목에서도, 많은 유혹에서도 마음을 잃지 않는것.
나에게는 이게 순수함이다.

사악한 욕심을 부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남을 인정하고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사람을 대하는... 그런 순수함이 이 만화에는 있었다.

이미 내게서는 멀어지고 있는 것들.
어디다 두고 왔는지 잃어 버린것들. 
그래서 끝없이 동경하게 만드는 순수함.

10년간의 아버지의 간병으로 인생 중 젤 찬란하다는 20대를 갇혀있게 되는 토우코씨.
그녀는 그런다.
젊음을 잃은 시간이 아니라 아버지랑 진지하게 1:1로 장기를 둔 시간이었다고.

13살 어린 그녀의 남동생은 어린 나이에 양친을 잃고 단지 누나에게 의지해 커오면서
누나를 쉽게 대하는게 싫어서 누나라는 호칭이 아닌 토우코씨,라고 부르는 히로.
누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만큼 남에게 뺏기고 싶지 않은 이기적이고 못난 자신을 용감하게 성장시키는 소년.

표현이 서툴러 벽돌이(구석에 쳐 박혀 있어야 마음이 안정되는 유형)가 좋다는 국어 선생, 오노씨.
추억을 간직할 줄 아는 사람이야 말로 아름답다,라고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 멋진 그 남자.

히로를 짝사랑하기에 토우코씨에 대한 열등감이 심한 메구미.
그래도 그 열등감에 지지 않고 사랑에 달려드는 씩씩한 소녀.

큰 갈등도, 사건도 없이 시종일관 잔잔히 흘러가는 듯 보이지만
그 속에서 모두들 조금씩 마음의 키를 키우고, 시야을 넓히고, 손의 온도를 맞잡은 상대의 손에게로 나눠줄 수 있을 만큼 온기를 간직한 그러한 이야기이다.

지로와 타로가 자듯, 내 들썩이던 마음도 잠을 자고
지붕위에 눈이 쌓이듯 내게도 켜켜이 눈도 쌓이고 먼지도 내려 앉고 비도 오겠지만 
이 모든걸 고스란이 받아들일줄 아는 순수한 어른이 되고 싶다.

힘든 시절 이 시로 인해 다시 용기를 가졌던 토우코씨처럼...

처음 이 만화를 접했을 때 그저 지루하게 읽었던건
다른 이유가 아닌 내 감성이 건조하고 자극에 취해있어서였을것이다.

더이상 [네가 없는 낙원]과 비교할 필요 없이 [순수의 천사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반짝거린다.

간혹 동화 같은 표현들이 닭살스럽기 하지만
토우코씨 사고처럼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면 좀 더 순수한 천사들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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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44 (완전판) - ABC 살인 사건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44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11월
품절


"그건 그렇고 제프는 도대체 왜 저런답니까?" 그 사람은 언제나 신경에 거슬렸어요. 유머 감각도 없고요. 자리에 막 앉으려는데0 의자가 뒤로 빠져버려 엉덩방아를 찧는 사람을 보고 웃음을 터뜨리는 그런 사람이라고요."
"그런 장면을 보면 웃음을 터뜨리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닐걸세."
"정말 몰상식한 짓이죠."
"자리에 앉으려던 사람 입장에서 보면 분명 그렇겠지."-28쪽

"죽음을 말하는 겁니다, 마드무아젤. 죽음은 불행히도 편견을 낳지요. 이미 죽은 자에게 유리한 편견 말입니다. 지금 막 아가씨가 내 친구 헤이스팅스에게 한 말을 들었습니다. '남자친구 하나 없는 착하고 밝은 아잉였다'라는 이야기 말입니다. 당신은 신문 기사를 흉내 내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 말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젊은 여자가 죽으면 으레 그런 식의 말이 나옵니다. 그녀는 밝고 행복하고 친절하고 걱정거리나 불건전한 인간관계 같은 건 전혀 없었다고 말입니다. 우린 죽은 자에게는 언제나 몹시 관대해지기 마련이니까요. 지금 같은 때에 내가 뭘 해야 되는지 아십니까? 엘리자베스 바드너를 알고 있으면서 그녀가 죽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사람을 찾아내야 하는 겁니다. 그러면 아마도 도움이 되는 말, 곧 진실을 들을 수 있겠지요."-104쪽

"알고 있네, 헤이스팅스... 알고 말고. 입에서 나온 말과 기사화된 글에는 깜짝 놀랄 만큼 큰 차이가 있다네. 원래의 의미와 정반대가 되어버린 경우도 있지."-160쪽

"알다시피 말일세, 헤이스팅스, 숙련된 어부는 어떤 고기에 어떤 미끼를 던져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네. 나는 꼭 맞는 미끼를 던질 걸세."-163쪽

"그렇게 날카롭게 반응해봤자 이뉘틸(소용없다네). 이 경우에 나를 기쁘게 하는 건 죄 없는 이를 괴롭힌다는 죄책감을 갖지 않아도 된다는 걸세."
"그게 더 나쁘지 않습니까?"
"아니, 아닐세. 천번만번 아니고말고! 의심 속에서 사는 것만큼 끔찍한 건 없다네. 자기와 가까운 사람을 의심하고, 그 의심 때문에 사랑을 두려움으로 바꿔야 하는 것만큼 끔찍한 상황도 없지. 그건 독약과도 같은 거라네. 사람을 병들게 만들거든. 그렇다네. ABC에게는 적어도 죄 없는 사람의 피를 말린다는 비난 같은 건 할 수 없다네."-164쪽

"희생자의 친구, 친척, 하인들에게서 그들이 알고 있는 걸 알아내는 걸세."
"당신은 그들이 뭔가 숨기고 있다고 보십니까?"
"고의로 숨기는 건 아닐 걸세. 하지만 '모든 걸' 이야기한다는 것은 언제나 '선택'을 의미한다네. 만약 내가 자네에게 어제 하루를 어떻게 지냈는지 말해달라고 하면, 자네는 아마도 이렇게 대답하겠지. '9시에 일어나서 9시 30분에 아침 식사로 달걀과 베이컨과 커피를 먹고, 클럽에 갔다'고 말일세. 그러니까 자네는, '손톱이 찢어져서 잘라내야 했다. 벨을 울려서 면도할 물을 가져오라고 했다. 식탁보에 커피를 조금 흘렸다, 챙 모자의 먼지를 털고 머리에 썼다.'는 등의 이야기는 하지 않는 걸세. 사람은 모든 걸 이야기할 수는 없어. 그러니까 선택을 하는 거지. 살인이 일어나을 때도 사람들ㅇ느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선택해 이야기한다네. 하지만 그들의 생각이 틀린 경우가 허다하다고!"-165-166쪽

"그렇다면 어떻게 필요한 사실을 집어낼 수 있죠?"
"간단해. 조금 전 내가 말한 대로 대화를 함으로써 가능하다네. 이야기를 함으로써 말이야! 어떤 사건이나 사람, 어떤 날에 대해 거듭해서 이야기하다 보면 수많은 세부사항이 드러날 걸세."
"어떤 세부 사항 말입니까?"
"그건 내가 모르는 게 당연하고, 알려고 애쓸 필요도 없어. 이제 평범한 사실들의 가치를 재평가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흘렀네. 세 가지 살인 사건에서 진상을 파헤쳐 줄 공통된 사실이나 증언이 단 한 가지도 없다는 것은 수학적인 법칙에 위배된다네. 하나의 방향을 가리키는 어떤 사소한 사건, 어떤 사소한 언급이 분명히 있을 걸세! 짚더미 속에서 바늘 찾기나 마찬가지지만, 단언하건대 짚더미 속에는 바늘이 있는게 분명해. 나는 그걸 확신하네!"-166쪽

"말이란 말입니다, 마드무아젤. 생각이 걸치는 유일한 옷이랍니다."-175쪽

"납득이 가는 이야기예요, 아가씨. 이런 저런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면 사태가 명확하게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머리가 모르고 있는 것을 때때로 마음이 보충해주기도 하니까요. 이야기를 함으로써 이런 저런 방식으로 많은 것들이 떠오를 수 있답니다."-175쪽

"모든 게 너무 희미해요.... 몸이란 성가신 거랍니다. 무슈 푸와로. 특히 육체가 정신보다 우세한 위치에 있을 땐 말이죠. 그 밖의 다른 것에는 신경을 쓸 수 없어요. 그 외에는 중요하게 여겨지질 않는답니다."
"압니다, 레이디 클라크. 그게 삶의 비극 중의 하나지요."-195쪽

파르블뢰(물론이지요)-202쪽

"자, 프티트(아가씨), 신경 날카로워질 것 없어요. 그래서는 안 됩니다. 그 사람이 나타난다면 당신은 그를 틀림없이 알아볼 수 있을 겁니다."
"어떻게 아세요?"
"오, 여러 가지 훌륭한 이유가 있지요. 그중의 하나로 까망 다음에는 빨강이 오기 때문입니다."
"그게 무슨 뜻이에요, 푸아로?"
내가 물었다.
"게임 용어일세. 룰렛에서 행운은 한동안 까만 색 칸 위에 머물러 있을 수 있네... 하지만 결국에는 빨강이 나타나지. 이건 수학적 법칙일세."
"당신 말은 운이 돌고 돈다는 거죠?"
"바로 그렇다네. 헤이스팅스. 도박하는 사람은 종종 그 시점에서 합리적 사고력을 잃고 만다네. (살인자도 마찬가지일세. 또 그는 돈 대신에 생명을 걸고 있다는 점에서 한층 고단수의 도박꾼인 셈이지). 여태까지 성공해왔기 때문에 '그는 그 성공이 이어질 거라고 생각할 걸세! 호주머니가 두둑할 때 단호하게 자리를 뜨지 못하는 셈이야. 마찬가지로 범죄에 있어 승승장구하는 살인자는 실패할 가능성을 염두에 둘 줄 모른다네! 그는 자신이 완벽하게 성공할 거라고 굳게 믿고 있지. -225쪽

하지만 친애하는 여러분, 장담하건대 아무리 주의 깊게 계획을 세운다 해도 범죄는 행운의 도움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답니다."-225쪽

"바로 그렇습니다. 살인자는 언제나 도박꾼과 같습니다. 그래서 많은 도박꾼이 그렇듯 살인자도 살인을 그만두어야 할 때를 모를 때가 많지요. 범죄를 저지를 때마다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이 커집니다. 균형 감각이 왜곡되는 거죠. 그는 '난 한동안 영리하고 운도 좋았어! 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렇죠, 그는 그저 '그동안 난 영리했어! 라고 말할 뿐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영리함에 대한 자신감이 점점 자라납니다. 그러다가 말입니다, 메 자미(친애하는 여러분), 공이 굴러가고 돌아가던 색판이 멈춥니다. 공은 새로운 숫자 위에 떨어지고, 도박판의 사회자가 '빨강'이라고 소리치죠."-225쪽

"안심하셔도 됩니다. 나는 누가 어떤 말을 하든 간에 그것으로 잘못된 인상 같은 건 갖지 않습니다. 내 자신의 판단을 믿지요."-233쪽

브라우닝의 시 구절이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신은 하늘에 있고, 세상은 안녕하도다."-239쪽

"이야기를 하는 거지! 주 부 자쉬르(단언하는데) 헤이스팅스, 뭔가 숨겨야 할 것이 있는 사람에게 대화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네! 언젠가 어떤 현명한 프랑스 노인이 내게 말해 주길, 숨기는 것을 내놓게 하는데 오래 얘기하게 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수단도 없다는 거야. 인간이란 말일세, 헤이스팅스, 대화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개성을 과시할 수 있는 기회를 뿌리치지 못하는 존재라네. 그럴 때마다 사람은 스스로를 드러내게 되지."
"커스트가 당신에게 무슨 말을 해 줬으면 하나요?"
에르퀼 푸와로가 미소를 지었다.
"거짓말을 하기를 바라네. 그러면 그것을 통해 진실을 알게 될 테니까 말일세."-288쪽

"예, 하지만 그 첫 단계에서 나는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그런 내 느낌, 편지에 대해 느꼈던 아주 강렬한 그 느낌을 그저 하나의 인상으로 치부해버린 겁니다. 나는 그걸 그저 직감이겠거니 했습니다. 그러나 이성적이고 균형 잡힌 사람의 머릿속에는 직감, 그러니까 확실한 사실에 기인하지 않은 추측 같은 건 있을 수 없습니다! 물론 추측은 할 수 있지요. 추측은 맞거나 틀리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그게 옳았을 경우 우리는 그것을 직감이 들어맞았다고 하고요. 틀렸다면 대개 다시 이야기되지 않습니다만. 그러나 그 직감, 혹은 직관이라고 불리는 것은 사실 종종 논리적인 추론과 경험에 기초를 둔 하나의 인상입니다. 전문가가 어떤 그림이나 가구, 또는 수표의 서명에 잘못된 것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면, 그것은 일련의 사소한 징후와 세부 사항에 대한 느낌에 기초합니다. 그는 그것들을 자세히 조사해 볼 필요가 없습니다. 경험으로 아는 겁니다. 뭔가 이상하다는 결정적인 느낌이 드는 거지요. 이것은 추측이 아니라 경험에 기초한 직관입니다."-310쪽

"그의 범행이 스포츠 정신에 어긋난다고 한 당신 말 때문입니다."
나는 웃음으로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사실이 그렇지 않은가. 너무나도 끔찍했다네.**을 살해해서가 아니라 잔인하게도 한 불운한 사람을 산 채로 희생시키려던 걸 말하는 걸세. '여우를 잡아 상자 속에 넣어 절대로 풀어주지 마!" 그건 스포츠가 아닐세!"-3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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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어리 목격자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45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임경자 옮김 / 해문출판사 / 198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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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친구는 당신이 누리고 싶어하는 생활 태도와는 아주 이질적인 사람 같던데?"
"사실이죠"
"그래도 당신은 그를 좋아한다-? 왭니까?"
"이유말예요? 왜 줄리엣이 로미오와 사랑에 빠졌죠?"
"셰익스피어 선생께는 죄송하지만, 로미오가 공교롭게도 줄리엣이 본 첫번째 남자이기 때문이죠."
테레사가 천천히 대답했다.
"렉스는 제가 본 첫번째 남자가 아니에요-오래 사귄 것도 아니고요." 그녀는 낮은 음성으로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제가 느끼기에-제가 만난 마지막 남자가 될 것 같아요."-147쪽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일 텐데 댁의 그 콧수염 말예요, 콧수염을 왜 그런 모양으로 달고 있수? 그게 마음에 들어요?"
나는 경련이 일어나도록 웃었다.
"영국에서는 유감스럽게도 콧수염에 대한 숭배가 사라져 가고 있어요." 손으로 콧수염을 가만히 쓰다듬으며 포와로가 말했다.
"아, 그래요? 재미있구료." 피바디 양이 말했다.
"갑상선을 앓는 여자를 한 사람 본 적이 있는데, 그걸 자랑으로 삼더라고요! 믿지 않으시겠지만 사실이에요!. 자, 하나님께서 당신에게 준 것을 기쁘게 여길 때, 당신에게 행운이 있기를 바랍니다. 항상 그 반대가 되곤 하지만."-249쪽

"아주 총명한 노숙녀로군."포와로가 말했다.
"당신 콧수염을 찬양하지 않았는데도 말인가요?"
"기호와 두뇌는 별개니까." 포와로가 명석하게 말했다.-250쪽

"이번 사건은 일이 아주 복잡하게 얽혀 있어. 신중하게 일을 해나가야겠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인이 또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이야."
"또 살인이 일어난다면, 이번에는 범인을 잡을 수 있겠군요?"
"그렇겠지. 하지만, 내겐 범인을 확증하는 쪽보다는 결백한 사람의 생명이 더 소중하네. 자, 조심해서 일을 진행시키자고."-2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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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5년 4월
구판절판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럴 수는 없다고. 차라리 정신병원에 입원하겠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고모의 말 속에는 언제나 깊숙한 데서 배어나오는 무언가가 있었다. 나를 무장해제시키고야 마는 어떤 것. 아마도 그건 고모가 내게 보여주었던 사랑 같은 것이었을까, 아니면 나를 안고 울었던 고모의 슬픔이었을까. 슬픔이 가면만 쓰지 않으면 그 속에는 언제나 어떤 신비스럽고 성스러우며 절실한 것이 있다. 그리고 그것은 온전히 자기의 것이면서 가끔 타인의 잠겨진 문을 여는 열쇠가 되기도 했다. 나는 고모가 나를 위해서 오랫동안 기도했음을 느꼈다. 내가 죽었을까봐, 아니, 또다시 죽으려고 할까봐. 고모는 그래서 요 며칠 동안 저녁과 아침마다 내게 전화했던 것이다. 누군가가 간절히 내가 이 세상에 있어주기를 바란다고 생각하자 마음 한구석으로 둔중한 쓰라림 같은 것이 스치고 지나갔다. 상해가는 생선에 뿌려진 굵은 소금처럼 따가웠다. 내가 아직 이 세상을 떠나 못한 것, 다는 떠나지 못하고 실패의 제스처만 쓰고 있는 것, 말하자면 자살 시도의 여러 가지 방법 중 정말로 치명적인 방법, 즉 내가 아파트 십오 층에서 바로 몸을 날리는 방법을 쓰지 -67-68쪽

않았던 이유는 실은 고모 때문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알게 된 것이다. 대꾸를 하려는데 딸꾹질을 참고 있어서 그런지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68쪽

누구에게나 슬픔은 있다. 이것은 자신이 남에게 줄 수 없는 재산이다.
모든 것을 남에게 줄 수는 있지만 자신만은 남에게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신이 소유한 비극은 있다.
그 비극은 영원히 자신이 소유해야 할 상흔이다.
눈물의 강, 슬픔의 강, 통곡의 강,
슬픔은 재산과는 달리 모든 사람들에게 공통 분배되어 있다.-박삼중 스님--126쪽

고모는 눈을 감은 채로 잠시 말이 없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유정아.... 고모는 .... 위선자들 싫어하지 않아."
뜻밖의 말이엇다.
"목사나 신부나 수녀나 스님이나 선생이나 아무튼 우리가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 위선자들 참 많아. 어쩌면 내가 그 대표적 인물일지도 모르지.... 위선을 행한다는 것은 적어도 선한 게 뭔지 감은 잡고 있는 거야. 깊은 내면에서 그들은 자기들이 보여지는 것만큼 훌륭하지 못하다는 걸 알아. 의식하든 안 하든 말이야. 그래서 고모는 그런 사람들 안 싫어해. 죽는 날까지 자기 자신 이외에 아무에게도 자기가 위선자라는 걸 들키지 않으면 그건 성공한 인생이라고도 생각해. 고모가 정말 싫어하는 사람은 위악을 떠는 사람들이야. 그들은 남에게 악한 짓을 하면서 실은 자기네들이 실은 어느 정도는 선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위악을 떠는 그 순간에도 남들이 실은 자기들의 속마음이 착하다는 것을 알아주기를 바래. 그 사람들은 실은 위선자들보다 더 교만하고 더 가엾어...."-158-1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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