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만이 아는 일

임종 환자의 가래 끓는소리를 의학적으로 임종천명 death rattle이라고 한다. 임종천명은 신체기능이 쇠약해져 기관지에 고인 분비물을 뱉어내거나 삼킬수 없어지면서 기도 내에 분비물이 쌓여 발생한다. 임종을 맞는 환자의 절반 정도에서, 임종 약 17~57시간 전에 들리는 것으로 보고된다. 이 증상이 일어날 때쯤이면 대체로 의식은 혼수상태이며,
환자는 불편함을 거의 느끼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를지켜보는 가족들에게는 임종의 모습이 트라우마로 남아 환자가 사망한 후에도 수년간 회상될 수 있다고 한다. 이 시점에 도저히 참지 못하고 환자를 의료기관으로 옮기는 순간, 연명치료의 굴레에들어서게 된다.

밥을 못 먹는 단계를지나 물도 못 마시는 단계가 오면, 이제는 정말 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이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사람이 물을 전혀먹지 않고 생존할 수 있는 기간은 길어야 사나흘이다. 통념과 달리임종 환자는 탈수가 되었다고 해서 갈증을 호소하지 않는다. 음식과 수액을 거부한 호스피스 환자들이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보고한 연구에 의하면, 환자들은 의료진이 보기에 대체로 편안한 임종을 맞이했고, 허기나 갈증을 호소하지 않았다고 한다.
임종을 앞둔 환자와 완화의료 전문의 8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바에 의하면 가장 평화로운 임종은 다음 세가지 조건을 충족한다.
①불안함에서 벗어날 것 ②혼자서 임종하지 않을 것 ③ 아이들과함께 있을 것. 모두 병원, 특히 중환자실 임종에서는 지켜지기 어려운 조건이다.

사람들이 쉽게 찍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CT촬영의방사선 피폭량은 자연 상태에서 노출되는 피폭량을 고려할 때 짧게는 3년, 조영제를 쓰는 경우 7년 동안 맞을 양을 한번에 맞는 것과 같다. 암 환자가 흔히 찍는 양전자방출 컴퓨터 단층촬영PET-CT은 8년 치를 한번에 맞는 수준이다. 그걸 모르는 사람들은 검사하다가 암에 걸릴 가능성은 잘 모르고, 조기 암 진단을 받을 수 있게정밀 촬영을 해달라고 한다.

정부는 이런 현실을 정확히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수수방관 내지 조장을 해왔다. 지금도 의료수가 협상을 할 때 진찰료에대해서는 인상 절대 불가라는 경직되고 완강한 태도를 보이는 보건복지부 공무원들도 소위 신의료 딱지를 붙이고 들어오는 가치도알 수 없는 검사들의 수가를 만들어주는 데에는 터무니없이 관대하다. 이런 현실을 알아야 큰 그림을 볼 수 있고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세울 수 있게 된다. 한마디로 건강검진은 대형병원들이 코스트 시프트를 할 수 있는 창구로 작용해왔고 여기에 걸려든 것 중의하나가 갑상선암이었던 것이다. 이런 의료행위를 하는 것으로 높은 연봉, 인력 충원, 풍부한 진료 지원을 해주는 시스템 속에서 의사 개개인에게만 손가락질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결국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효력을 발휘하려면 어느 시점에서는 더이상 병원을 가지 않겠다는 선언까지 뒤따라야 함에도불구하고 그것을 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런데 이런 것까지 세세하게 정하지 않으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한낱 휴지조각밖에 안된다.

. "나는 지금까지 잘살았어요. 더이상 알고 싶지 않아. 이제 끝인 거지. 받아들여요." 더이상 캐묻지 않고 맞이하는 죽음이 어떤 경우에는 확실함을 추구하는 것보다 낫다는 그녀의 확고한 신념은 의료진들에게 많은 교훈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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