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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곳으로 달려! - 쓰나미에서 살아남은 아이들, 2014 SK 사랑의책나눔, 아침독서신문 선정, KBS 책과함께, 우수환경도서 선정, 2013 고래가숨쉬는도서관 겨울방학 추천도서 ㅣ 바람그림책 17
사시다 가즈 글, 이토 히데오 그림, 김소연 옮김 / 천개의바람 / 2013년 10월
평점 :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한국의 방송에서도 연일 관련 뉴스를 내보냈다. 여러 각도에서 찍힌 화면이 속속 확보되면서 한동안 충격의 강도도 점점 세졌다. 쓰나미가 집과 건물을 무너뜨리며 마을을 집어삼키는 화면에서 사람은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나는 그게 더 무서웠다. 어떤 사람들은 저런 뉴스를 아이들이 봐도 될까 걱정했다. 저항할 방법이 없는 자연재해의 공포는 어린이들에게 더 큰 충격을 주었을 것이다. 일본의 아이들, 거기서 살아 남은 아이들의 충격은 나로서는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높은 곳으로 달려!』는 그날 그곳에서 살아 남은 아이들에 대한 기록일뿐 아니라, 두렵고도 고마운 자연을 겸허하게 이해하도록 하는 이야기, 그리고 거대한 슬픔을 이겨내는 힘에 대한 이야기다.
책 뒤의 자료에 의하면 이 지역 아이들은 지진과 쓰나미에 대비해 늘 훈련을 해왔다고 한다. 재해란 언제나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그런 상황이 되면 모두가 최선을 다해 자기 목숨을 구해야 한다는 것이 훈련의 핵심이었다고 한다. 이 결연하고 절박한 교육 덕분에 많은 아이들이 목숨을 건졌다는 것은 책에도 잘 나와 있다. "학교가 갈라지고 있어!" 하는 고함을 들으면서 아이들은 바삐 산으로 달린다. 다리가 덜덜 떨리고 허둥대다 신발이 벗겨졌지만 친구들과 서로 의지하며 몸을 움직인다. 중학생은 초등학생 손을 잡고 뛴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읽었지만 이 대목부터는 눈물이 솟는 것을 어쩌지 못했다. "자기 목숨은 스스로 지켜!" 서로 격려하고 자극하면서 아이들은 뛴다. 살기 위해서. 펼쳐진 네 면 가득 높은 곳을 향해 뛰는 아이들 그림에서는 쓰나미만큼 강력하고 거대한 삶의 물결을 보았다. 눈물 때문에 풍경이 번져 보이듯, 아이들의 동작과 표정은 세밀하지 않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분명했다. 울거나 넘어질지언정 모두가 달리고 있다. 살기 위해서.
살아 남은 아이들은 '입을 다물고 있으면 나쁜 생각만 떠오를 것 같아서' 어울려 이야기를 나누고 가위바위보를 하고 작은 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다시 학교로 돌아왔을 때는 모두 지쳐 있었다. 책에 나오진 않았지만 아마 아이들은 짐작했을 것이다. 앞으로 더 오랫동안 더 깊은 절망과 싸워야 한다는 것을. 그렇지만 마을 할머니의 "아이들이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걸 보고 나도 따라서 달렸지. 늙은이들밖에 없었다면 포기했을지도 몰라." 하는 말씀에서 알 수 있듯이 절망을 이기는 제일 큰 힘은 역시 사람들 안에 있다. 작가들도 그런 마음으로 이 책을 만들었을 것이다. 독자인 나는 작은 의무를 다하는 마음으로 그림으로 그려진 아이들의 소원 쪽지를 꼼꼼하게 읽었다. "우리 집이 빨리 고쳐지게 해주세요." "아빠가 돌아오게 해주세요." "찾아주세요." 그리고 "보고 싶어요." "보고 싶어요." 울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마지막 장면은 첫 장면처럼 아이와 할아버지가 바다를 바라보는 그림이다. 바다가 무서워진 아이에게 할아버지는 말한다. "바다가 잘못한 게 아니란다. 자연은 원래 그런 거야. 지금까지 우리가 먹고살게 해주었으니 고마운 바다기도 해." 첫 장면에서 바다는 그냥 바다였지만, 마지막 장면의 바다에는 다양한 물고기들이 그려져 있다. 마치 쓰나미를 겪고서 자연을 다시 보는 것 같다. 온힘을 다해 살아남은 사람들이 그 힘으로 계속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감동이 오래, 오래 남을 책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