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투게더 3 : 야간매점]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신간평가단 리뷰 도서로 『해피 투게더 3 : 야간 매점』이 왔다. 방송 프로그램이 워낙 인기가 있으니, 책에 대한 관심도 높았기 때문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음식을 먹기도 만들기도 좋아하는 나 역시 이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본방사수'까지는 아니어도 채널을 돌리다 못 본 편이 나오면 꽤 진지하게 본다. 그렇지만 이 방송이 책으로 나왔다는 걸 알고 좀 의아했다. 방송에서 소개한 요리들은 (가끔 예외는 있어도) 레토르트 식품이나 냉동식품을 갖고 재미 삼아 만드는 게 컨셉인데 그걸로 책이 되나? 심지어 블로거들이 이 방송에 나온 음식을 따라 만들어 포스팅한 걸 보고도 아니 뭐 이런 것까지.. 하고 놀랐으니, 책으로 나왔다는 게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책을 받고 보니, 아마 책을 만드는 입장에서도 그랬던 모양이다. '이 방송을 어떻게 책으로 만들지?'
책 이야기를 하기 전에 잠깐, 방송 얘기를 해야겠다(책 표지에까지 방송의 로고를 붙였고, 지은이가 방송 제작진으로 되어 있으니 그래도 되겠지). 나는 이 방송의 컨셉이 좋다. 출연자들이 과연 진짜 직접 저걸 만들어 먹을까에는 늘 의문이 남지만, 예쁘고 날씬한 잘생기고 건장한 가수 배우 들도 밤의 배고픔은 이기지 못하고 열량 폭탄을 제조해 흡입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때면 어지간한 토크쇼의 눈물 고백을 볼 때보다 훨씬 그들에게 친근감이 생긴다. 소개되는 음식들은 대부분 '요리'라기보다는... (적당한 말 못 찾음)... 그런 것들인데, 야식이란 게 원래 충동적으로 만들어 먹는 음식이니까 그럴 만하다고 생각한다. 냉장고의 남은 요리나 즉석식품을 응용해 짧은 시간에(자막에 소요시간과 예산이 표기된다) 그럴싸한 맛과 적절한 포만감을 주는 만만한 음식이 바로 야식이니까.
방송을 보면서 가끔은 '맞아, 저렇게 먹으면 맛있지!' 하면서 옛날이 먹었던 간식을 떠올리기도 하고, '저거 괜찮다!' 하고 따라해보기도 한다. (나는 정웅인이 소개한 야식을 보고 조금 응용해서 떡국떡을 기름에 살짝 튀겨 조청과 간장과 참기름을 버무려 간식으로 먹은 적이 있다! 튈 수 있으니까 떡의 물기를 잘 제거해야 한다는 황정민의 참견을 기억하면서 했다.) 그러니 찐 만두를 으깨어 밥과 비벼 먹으니 잡채밥 맛이 난다며 출연자들이 감탄하는 화면도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다. 그게 야식이기 때문이고 즉, 반 이상 장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책으로 만드는 것은 방송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일단 『해피 투게더 3 : 야간 매점』이라는 제목을 보고, 화려한 띠지의 문구를 보고 예상되는 것은 방송에 소개된 야식 만드는 법이 모여있는 것이다. 방송에서도 '쉽다 쉽다 쉽게 만들 수 있다'를 컨셉으로 하는데 그걸 책을 보고 따라 해 보라고? 갸우뚱하게 되지만, 요즘은 '쉬운 요리'를 좋아들 하니까 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럼 간단한 요리라도 재밌게 소개해주려나? 슬프게도 그렇지가 않았다.
침착하게 따지고 보면 표제도 그렇고 지은이도 그렇고, 이 책은 요리가 아닌 방송에 집중한 책이다. 말 그대로 예능 프로그램의 인기 코너를 책으로 옮긴 것이다. 책장을 넘기면 "빰빰빰 빰! 빰! 빰빰!" 하는 방송 배경음악이 자동 연상될 만큼, 방송이 그대로 책이 되었다. 게스트들이 방송에서 풀어놓은 이야기를 글자로 옮기고, 당시 (대부분 개그맨인) 패널들의 평가를 별로 닮지 않은 만화 캐릭터의 말풍선에 집어 넣고, 야식 조리 방법을 소개했다. (만두를 다져서 부친 만두랑땡을 먹은 누군가의 평 "진짜 맛있다. 만두 맛이다." 이런 게 책에 실려 있다.) 잠깐 숨을 가다듬고 가장 충격적인 부분에 대해 적겠다.... 완성 음식, 만드는 과정 사진은 방송 화면을 캡쳐한 것이다.
표지 뒷날개에 방송을 만든 사람들의 이름이 (국장부터) 죽 적혀 있다. 아마 모두들 이 프로그램을 너무나 사랑해서 책으로도 만들고 소개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훌륭한 소설을 화면으로 옮길 때 지문과 대사를 있는 그대로 쓰지 않듯이, 방송을 책으로 만들 때도 책의 문법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방송을 기록하고 싶은 책이었다면 시청자들이 알고 싶은 방송 만든 이야기나 재미난 에피소드를 진지하게 정리해야 했고, 요리를 소개하고 싶었다면 요리책의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어야 했다. 아마 그들은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최소한 두 배의 노력을 했어야 했다. 그리고 그랬다면, 어쨌든 이 '간단한' 음식의 조리 과정을 블로거들조차 꺼리는 '캡쳐'로 대신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이 알라딘 '가정 / 요리 / 뷰티' 주간 베스트 7위에 올라 있다. 나는 슬프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