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내게 최면을 걸었나요?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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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스토커가 있어요." (패트릭)
"어떻게 내가 존재한 적도 없다는 듯이 새로운 여자를 만날 수가 있죠?"(사스키아)"당신을 이해해요. 정말이에요. 정말로 어떤 마음인지 알아요."(엘런)

리안 모리아티의 신작 <당신이 내게 최면을 걸었나요?>는 새로 사랑을 시작하려는 남자와, 그런 남자를 스토킹하는 옛 여자와,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를 스토킹하는 여자가 있다는 사실에 엄청난 호기심을 느끼는 여자의 사랑과 상처와 치유를 그린 이야기입니다. 3년 동안이나 헤어진 전 여자 친구의 스토킹에 시달리고 있는 패트릭은 그 때문에 엘런과의 새로운 관계가 방해를 받을까 봐 걱정입니다. 패트릭과 정말로 사랑을 하고 싶었던 엘런은 패트릭을 스토킹하는 옛 여자 친구의 존재 때문에 마치 두 사람 사이에 시청자가 있는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그녀의 존재에 강한 호기심을 느낍니다. 패트릭하고 끝났다는 것은 알지만 자신이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듯이 행동하는 패트릭을 용서할 수 없는 사스키아는 여전히 자신이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을 패트릭에게 알리고 싶어 합니다. <당신이 내게 최면을 걸었나요?>는 패트릭의 새 여자 친구가 궁금해서 미치겠는 사스키아와, 그런 사스키아의 존재가 궁금해서 미치겠는 엘런의 심리가 교차되는 가운데, 사랑과 이별과 결혼과 임신에 대한 여성들이 심리가 정교하게 수놓아진 작품입니다. 


"한 사람과 아주 친근한 관계를 맺고 매일같이 함께 자고 일어나고 주기적으로 엄청나게 사적인 일들을 함께하다가, 갑자기 그 사람의 전화번호도 모르고, 어디에서 사는지, 어디에서 근무하는지, 오늘은 무엇을 했는지, 지난주에는, 작년에는 무엇을 했는지도 모르는 사이가 되다니"(38).

최면치료사로 일하고 있는 엘런은 스토킹을 당하는 패트릭이 아니라, 끝나버린 옛사랑을 떨쳐내지 못하는 사스키아의 마음이 더 이해가 갑니다. 이미 끝나버린 관계이지만 그녀도 여전히 옛 남자친구들과의 기억을 수시로 떠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패트릭에게 전혀 새로운 감정을 느끼면서도,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헤어진 전 남자 친구와 패트릭을 비교하는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뜨겁게 사랑했던 기억은 이별 뒤에도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니까요. 후유증 같은 것입니다. 

<당신에 내게 최면을 걸었나요?>는 사랑이 갑자기 끝나버렸을 때 겪을 수 있는 극심한 통증을, 사랑과 집착의 경계를, 사람을 미치게도 할 수 있는 상실감을, 그 통각이 피부가 아니라 눈으로 느껴지는 듯한 착각이 들 만큼 섬세하고 강렬하게 그려냅니다. 끝나버린 사랑을 떠나보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사스키아는 그 사랑을 쓰레기통에 처박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것은 쓰레기가 아니라, 자신의 인생이었기 때문입니다. 그의 감정이 달라졌다고 해서, 그의 가족들과의 관계까지 잃어야 한다는 것을 용납할 수가 없었습니다. 자신은 이제 그의 과거 속으로 사라져주어야 한다는 사실이 그녀를 미치게 만들었습니다. 패트릭만 돌아온다면 모든 것이 예전 그대로 회복될 수 있다는 환상 때문에 그녀는 재결합의 꿈을 포기하지 못했습니다. 더 멋진 남자를 만나 더 멋진 사랑을 하는 복수를 꿈꾸는 대신에 말입니다. "거부당한 스토커는 아주 친밀한 관계를 맺었던 연인일 때가 많다. 스토커는 관계를 회복하고 싶다는 소망과 복수를 하고 싶다는 아주 복잡하고 불안한 감정에 휩싸여 있다"(98).


사랑, 자기최면일까? 

왜 사랑이라는 감정은 그토록 변덕이 심하여 우리로 하여금 이토록 미쳐버리게 만들까요? 진짜 사랑을 모르면서도 나는 사랑에 빠졌다는 착각이, 자기최면이 우리를 미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요? 그런데 사랑이라는 자기최면이 갈수록 그 힘을 잃어가고 있는 듯합니다. 금세 사랑에 빠졌다 금세 최면이 풀리는 일이 우리 모두를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으니 말입니다.

사스키아는 "패트릭이 내게 그의 아내 역할을 서서히 그만두고, 잭의 엄마 역할을 서서히 그만두게 해줬다면, ... 그저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말해줬다면, 나는 두 사람을 떠나보냈을 거야"(361)라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그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녀도 자신의 상실감만이 아니라, 이별을 원하는 패트릭의 마음을 배려해주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사랑의 감정이라는 것이 그렇게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데이트 폭력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요즘, 사랑할 때도 이별할 때도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당신이 내게 최면을 걸었나요?>는 리안 모리아티의 매력이 여전한 책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녀와의 세 번째 만남인데, 이제는 조금 지칩니다. 너무나 쉴 새 없이 말을 잘해서 말합니다. 처음엔 거침없는 호흡으로 풍성하면서도 날카롭게 뱉어내는 그녀의 이야기가 좋았는데, 이제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천천히 축약해서 말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사랑에 빠진 사람은 아주 미치고 만다."
- 지그문트 프로이트 -

"미친 사랑 때문에 완전히 미치지 않으려면   
이별할 때도 충분한 배려가 필요하다."
- <당신이 내게 최면을 걸었나요?>를 읽고 느낀 소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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