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미안해 - 내 멋대로 살던 나. 엄마를 돌.보.다.
마쓰우라 신야 지음, 이정환 옮김 /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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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가정도 이루지 않은 채 제멋대로 살아온 50대 남자가 치매를 앓는 어머니를 홀로 간병하면서 겪은 이야기를 적은 것이다"(10).

<엄마, 미안해>는 만 여든 삶의 치매 노모와 쉰세 살 아들이 함께 보낸 약 2년 반에 이르는 간병 생활의 기록입니다. 치매는 어느 날 갑자기 예고도 없이 찾아왔고, 대책이 전혀 없었던 것은 엄마와 아들 모두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상 증세를 보이는 엄마는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고집을 부렸고, 그런 엄마를 어느 병원 무슨 과로 모시고 가서 진찰을 받아야 할지조차 알지 못했던 아들은 그저 건망증이라고 믿고 싶은 채로 간병인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엄마, 미안해>라는 제목을 보고 필자가 '딸'일 것이라고 제멋대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과학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남성이라는 것을 알고 적잖이 놀랐습니다. 간병에 관한 이야기를 '남성'의 시선에서, '논리적'으로 쓴
것이 이 책의 차별점이라고 하는데, 오히려 그 차가운 '리얼'함이 읽는 이의 마음에 더 큰 울림을 줍니다.


"나를 돌보지 않으면 엄마도 불행해진다"(88). 

<엄마, 미안해>가 끊임없이 호소하는 사실은 가족을 간병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하는 점과, 환자만큼이나, 아니 환자보다 "간병하는 사람의 케어가 훨씬 중요하다"(88)는 것입니다. 간병하는 사람이 쓰러지면 결국 환자도 돌봄을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엄마, 미안해>는 가족을 간병하며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스트레스와 압박을 과장 없이 보여줍니다. 자신의 변화에 불안감을 나타내는 환자의 거센 거부와 저항에서부터 화재의 위험, 잦은 낙상, 그리고 실금, 과식, 성격의 변화까지 치매 증상에 따라 간병인의 스트레스가 일상생활에서 아주 서서히 확대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저자는 이것이 간병 스트레스의 가장 무서운 점이라고 고백합니다. 치매 환자와의 잦은 말다툼이 주는 피로감이 얼마나 큰지, 그렇게 지쳐가며 마음의 여유를 잃게 되면 환자에게 더 화를 내게 되고, 화를 낸 것 때문에 더 스트레스를 받는 악순환이 계속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간병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저자는 대장포진뿐 아니라 환각 증세까지 겪었다고 털어놓습니다. 

문제는 가족이기 때문에 더 고통스러웠다는 것입니다. 가족은 더 편한 상대이기 때문에 따뜻하고 부드러운 태도를 보이기가 더 어렵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전문 간병인으로 일하는 K씨는 저자에게 "모르는 사람을 간병하는 일과 어머니를 간병하는 일은 전혀 다르다"(185)고 토로하기도 합니다.


"간병을 육아와 비슷하다고 여겼는데 그게 아니었다. 육아는 아이를 키우는 기쁨이 있지만 간병에선 기쁨을 느낄 수 없었다"(47). 

<엄마, 미안해>가 사회에 던져주는 중요한 시사점은 치매 노인의 간병은 본질적으로 가정에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저자는 간병의 한계에 부딪히면 간병 스트레스가 노인 학대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간병에 지친 저자도 결국 어머니의 뺨을 때리고 말았다고 아프게 고백합니다. 

의식이 많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효'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리네 정서상 아픈 부모님을 시설에 맡긴다는 죄책감이 있습니다. 그러나 <엄마, 미안해>는 아무리 내가 희생하려고 해도 집에서 간병을 계속할 수 없는 시기가 찾아온다는 사실을 일깨웁니다. 사실 저자가 그나마 간병에 매달릴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직장인이 아니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직장인이라면 그나마도 꿈꾸지 못했을 일입니다. 여기에 환자의 존엄을 지키는 일과 온통 간병에 매달리다 보면 통장 잔고가 줄어드는 공포까지, 고려해야 할 일이 더 남았습니다. 


"고령화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다. 세상에 늙지 않는 사람은 없고 죽지 않는 사람도 없다. 고령화는 누구나 언젠가 직면할 우리 모두의 문제다"(255).

간병하는 사람과 환자 모두 불행해지지 않으려면 '공적 간병'에 의지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결론입니다. 저자도 자기에게 이런 일이 닥치기 전까지 '공적'지원제도가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몰랐을 만큼 무지했습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공적 간병보험제도가 없었더라면 환자는 물론 간병인까지 모두 무너져내리고 말았을 것입니다. 

가족의 문제에서 완전히 분리될 수는 없겠지만,
노인 간병은 사회 전체가 끌어안아야 할 문제라는 사실을 깊이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노인 간병과 일본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이 책이 우리에게 시급하면서도 어려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눈앞의 어머니는 미래의 내 모습일 수도 있다"고 고백하는 저자의 말 속에, 특히 고령화 사회에 "존엄성을 지기 위한 기술 개발"이 한층 더 필요하다는 저자의 외침 속에 고령화의 문제는 정말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경각심이 가슴을 확 파고듭니다. 우리 사회에 묵직한 과제를 던져주면서도, 깊은 공감으로 간병인으로 지친 모든 이들을 따뜻하게 위로해주는 책이기도 합니다. 그 어떤 논문보다, 전문가의 백마디 말보다 더 큰 울림을 주는 저자의 경험이 더 많은 이들과 나누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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