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았더래요. ♬
재투성이 아가씨 신데렐라가 나의 단짝 친구였던 시절이 있습니다. 고무줄 놀이를 할 때는 신나는 놀이 친구였고, 오빠만 대우해주고 동생만 챙겨주는 부모님이 서운할 때는 혼자 울음을 삼키며 속마음을 털어놓는 상상 속의 친구였습니다. 신데렐라는 언제나 제 편이었고, 제가 필요로 할 때면 언제나 제 앞에 짠하고 나타나 주었습니다. 슬플 때면 백설공주나 숲 속의 공주보다 신데렐라가 먼저 생각나고 신데렐라를 친구로 삼았던 건, 어린 마음에도 재투성이 아가씨라면 나의 마음을 알아줄 것이라고 본능적으로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꿈과 모험이 있는 일러스트 세계 명작 동화>로 다시 만난 신데렐라는 제 기억 속의 신데렐라 이야기와 조금 달랐습니다.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라고 노래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부모님이 아니라 엄마를 잃은 것이었습니다. 신데렐라가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는데도 아버지가 전혀 몰랐다는 걸 생각하면, 부모님을 잃었다는 표현이 또 전혀 틀린 말은 아닌 것도 같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결말입니다. <꿈과 모험이 있는 일러스트 세계 명화 동작>는 신데렐라의 결말을 이렇게 전합니다. "얼굴만큼이나 마음씨도 예뻤던 신데렐라는 언니들을 궁전으로 초대해서 함께 살았어요. 그리고 궁전의 멋진 귀족 신사 둘과 결혼까지 시켜 주었답니다"(87).
아이들에게 동화를 읽어주기에 앞서, 나는 어릴 때 동화를 읽으며 무슨 꿈을 꾸었나, 어떤 상상을 했었나, 무엇을 배웠나 다시 생각해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아기 돼지 삼형제>입니다. 부지런히 벽돌 집을 지었던 셋째 아기 돼지를 보며, 쉽고 빠르고 편한 길보다 힘들고 어렵더라도 무엇을 하든 제대로 해야 한다는 걸 배웠던 것 같습니다. 어린 마음에도 엄마가 일러주신 말들을 까먹고 할머니까지 늑대에게 잡아 먹히게 만들고 말았던 <빨간 모자>는 아무리 동화 속 주인공이래도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던 기억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