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은 역사다 - 전선기자 정문태가 기록한 아시아 현대사
정문태 지음 / 아시아네트워크(asia network)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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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할 말이 없다. 정문태 기자의 이전 작품과 또 아시아네트워크의 '더 뉴스'라는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아련함이 또 다시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인도네시아, 아쩨, 동티모르, 버마,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타이 등 7개 국가의 현대사를 다루고 있다. 그야말로 직접 발로 뛰며 생생하게 살아있는 이야기를 한다. 내가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시아 각 국가의 현대정치사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 풍부함이다. 이를테면, 동티모르의 독립투사인 구스마오가 아주 싸가지없는 정치술사가 되서 등장하는 20년간의 궤적은 그것 자체로 흥미롭다.  

이 후 인용을 위해, 각 국가의 내용 중 내가 관심이 있었던 사례와 주요 대목을 적어놓는다. 

 1. 인도네시아의 사례 

수하르또의 독재기간이 32년이 되었다는 사실. 인도네시아의 독재가 종식된 것이 1998년 이라는 사실. 난 정말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직면한 정치적 반대. 1999년 44년만의 다당제 자유선거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의회뻘인(하지만 대통령 선출권한이 있다) 국민협의회 700석 중 불과 34석(5번째)밖에는 없는 국민위임당 아미센이 국민협의회 의장이 된다. 1당인 민주투쟁당 153석이 참 의미없었던 셈. 

게다가 대통령은 51석 국민각성당의 와히드가 당선. 373표를 얻었다. 민주화의 투자였다고 보여졌던 메가와띠는 아버지의 미명하에서 계속 패배만은 한 셈. 

게다가 2001년에는 와히드 대통령은 국민협의회에 의해 탄핵되었다.  햐~ 정말 재미있다. 

88쪽~89쪽 

그럼에도 유도유노는 시민들 사이에 여전히 '우유부단'하고 '불투명'한 인물로 떠오른다. 그 까닭은 유도유노가 시민사회를 중심에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민사회와 정치판이 말하는 '변화'란 개념이 서로 다른 현실을 똑바로 보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시민들은 아직도 온 나라에 퍼져 있는 부정부패에 시달리고, 경제 발전 지수를 뜬 구름처럼 여기고, 폭력적인 정부와 폭탄 테러사이에서 가슴 졸이고 있다. 

92쪽 

갈림길에 서 있다. 앞으로 5년은 인도네시아가 세계사의 중심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기회이면서 동시에 더 험한 수렁으로 빠져버릴 수도 있는 위기의 시간이기도 하다. 

2. 아쩨 

15세기에 무슬림 제국을 세웠고, 1571년까지 40년간 포루투칼의 공격을 받았고, 1873년부터 35년까지 네덜란드 침럄군에 맞서 게릴라투쟁을 했었고, 1942년부터 일본군과의 항쟁사를 이어왔고, 2005년 8월 15일 평화협정 체결전까지 인도네시아에 대한 독립운동이 계속되었다. 

무려 5세기에 걸친 투쟁사. 자유아쩨운동 무자낄의 어머니도 3대에 걸친 민족투사집안.  

2009년 4월 9일 총선이 있었고 46.9%를 얻어 지역의회 69석 중 33석을 차지하며 제1당이 되었다.  

3. 동티모르 

보면서 너무 답답했던 나라. 공정무역 커피가 대부분 동티모르산이라, 한장 한장 넘기고 읽을 때마다 커피의 향이 피어올랐다. 정말 괴로웠다.  

사나나 구스마오, 동티모르의 사령관. 그리고 독립(2002년 5월 20일, 인도네시아로부터) 후 권력 수반. 3자 위원회의 한명과 또 다른 한명을 무력화시킨 마키아벨리. 거참. 어떻게 봐야 할까. 

사실 그 이면에는 오스트레일리아가 있다.  

228쪽 

"옛날 옛적에, 제 몸이 너무 작다고 여긴 불만투성이 악어란 놈이 살았다. 늘 제 몸을 한없이 키우고 싶어 했던 이 악어란 놈은 어느 날, 먹을거리도 시원찮고 좁기만 한 늪을 벗어나 넓은 세상으로 나가겠다며 둑을 건넜다. 헌데, 그 세상은 돌밭과 모래밭뿐이었다. 결국, 땡볕에 쪼여 죽어가던 악어는 한 아이의 도움을 받아 늪으로 되돌아갔다. 세월이 흐른뒤, 악어는 약속대로 그 아이를 등에 태우고 바다를 건너다 지쳐 머문 곳이 바로 동티모르가 되었다."

 3. 버마 

민주학생전선과 수지여사. 아웅산 수지가 학생전선의 투쟁이 흘리는 핏물을 약수삼아 살아가고 있다고 느꼈다. 

 

4. 캄보디아 

킬링필드가 사실상 우화라는 것을 보여주다. 

370쪽~371쪽 

그동안 킬링필드는 프랑수아 퐁쇼 신부가 <캄보디아 이어 제로>라는 책에서 '크메르 루즈가 2백만명을 죽였다.'고 떠벌리면서 마치 역사처럼 굳어졌다. 이 책을 학계에서는 이미 오래전 조작이라 판가름했지만 미국 정부는 꾸준히도 성경처럼 떠받들고 있다. 미국이 제1기 킬링필드에서 불법 폭격으로 학살한 인민 숫자를 핀란드정부조사위원회는 60만명으로, 이름난 캄보디아 연구자 데이비드 첸들러나 마이클 위커리는 40~80만명으로 헤라려왔다. 

이어 제2기 킬링필드인 크메르 루즈 집권기간 동안 또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 기간에 살해당한 희생자 숫자는 연구자나 정치적 배경을 따라 서로 큰 차이가 나지만, 첸들러는 10만 명, 위커리는 15~30만 명으로 꼽아왔다. 핀란드정부조사위원회는 처형, 기아, 질병, 중노동, 자연사를 모두 합해 1백여만 명이라고 밝혔다. 그렇게 해서 연구자들은 80~100만 명쯤으로 어림잡아왔다. 그러나 제2기 킬링필드에서도 모든 사망자 책임을 크메르 루즈에게만 떠넘기기는 힘들다. 미국이 유엔을 비롯한 국제 구호단체들의 캄보디아 지원을 막아 기아와 질병으로 많은 이들이 숨졌고 또 자연사한 숫자까지 보탰기 때문이다.

5. 말레이시아 

유럽의 이탈리아가 있다면, 아시아의 말레이시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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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유럽이 아니라 아시아를 참고해야 겠다. 정말.... 

정문태 기자를 쫒아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누가 그러길 정문태는 사람안 키운다... 크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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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독 - 그들은 어떻게 전 세계 선거판을 장악했는가?
제임스 하딩 지음, 이순희 옮김 / 부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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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미국이라는 제국의 배경이 없었다면 소여 밀러 그룹이라는 선거 컨설턴트가 득세를 할 수 있었을까. 소여의 낭만주의는 제국의 현실주의에 바탕하고 있다. 이 책의 매력은 제3세계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인 개입과 그 흔적을 볼 수 있다는 점인데, 개인적으론 소여밀러 그룹이 87년부터 97년 당선까지 지속적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위해 활동했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 우리의 정치는 워싱턴에서 결정되고 있었다고나 할까.  

 

[중요인용] "마음을 접고 이동하라. 워싱턴에는 고귀한 가치관과 강한 신념을 지닌 수백 명의 훌륭한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들은 고약한 냄새를 내뿜는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구태의연한 관습의 늪, 냉소주의의 늪, 그들이 만족시켜야 할 사람들이 가슴에 품고 있는 의혹의 늪에서. 미국의 모든 사람, 그리고 그들 훌륭한 수백 명은 새 출발을 해야 한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공화당 정부를 이기고 싶은 마음이 지나쳐서 미국에 좋지 않은 말이나 행동을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한다. 그들은 수백만 명의 실업자가 더 생기기를, 이라크의 사막에서 수천 구의 시신이 더 돌아오기를 내심 바란다. 밀러는 그것을 인정하고 이제는 그런 마음을 접고 이동하라고 한 것이다. "이제까지 자신이 섬기는 곳이라고 말하면서도 삶의 터전으로 삼지 않았던 공동체로 이동해야 한다. 각 지역의 사친회와 인명구조단과 함께 자원봉사를 하라. 즐겁게 생활하라. 디즈니랜드에 가라. 지붕 수리를 하라. 임금 인상을 위해 사장과 싸우라. 도전하라." 340쪽  

 

[메모] 선거는 게임인가? 어째서? 단순히 스핀닥터의 문제일까? 이번 62지방선거 이후 읽어본 이 책을 통해서 민주주의가 정말 위기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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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견
손아람 지음 / 들녘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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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나아가 문학이 감동을 주는 이유는 대체경험이 가능하기 때문이 아닐까. 용산참사의 진행과정에서 들끓었던 분노를 잠시나마 누그려트려 준 책. 이 책이 주는 매세지는 분명하다. '법대로' 한다면 용산참사의 죄는 국가가 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철거민에 대한 편견이 있을 수 밖에 없는 검사와 판사의 눈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질서는 중요하다'는 되먹임만 계속할 뿐이다.  

"국가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 있습니까? 국가의 손을 잡아본 적 있습니까? 아니면 국가의 심장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두 변호사님은 국가란 적과 싸우시나 봅니다. 하지만 그건 실체가 없는 적이요. 적의 이미지만 있고 실체는 없을 때 증오는 발산되기 마련이지. 한때 사람들은 그렇게 많은 마녀를 잡지 않았소? 마녀의 실체가 없었기에 그렇게 많은 마녀를 잡을 수 있었던 거지."171쪽  

 맞다. 두리뭉실할 것이 아니라, 분명하게 누군가를 고발해야 한다. 도덕적이지 않은 상대와 싸우는데는 몇갑절의 분노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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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다 (반양장) - 노무현 자서전
노무현 지음, 유시민 정리,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엮음 / 돌베개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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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이 가필만 안했어도 샀을텐데... 유시민과 노무현은 다르다, 아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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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 지음 / 사회평론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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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서 누굴 기다리는데 누군가가 '아직도 살아있느냐'며 힐난을 한다면? 

길을 걷는데 누군가가 '어딜 고갤 빳빳이 들고 다니냐?'며 질타를 한다면? 

당신의 기분은 어떨까? 

'온국민이 거짓말을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어린이집 수준의 소박한 바람을 밝혔던 어떤 이는 자신의 비리와 횡령에 대해선 반성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재벌의 치부를 드러냈던 한 인물은, 살아가는 것 자체에 대한 모독을 당하며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 그것이 바로 오늘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이다. 

삼성을 생각하자는 것은, 단순히 구체적인 대상으로서의 삼성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알게 모르게 가지고 있는 '생츄어리'를 고민하자는 제안인 셈이다. 단지 삼성제품을 많이 쓰고 있을 뿐이 우리 국민들이 삼성에 대해 가지고 있는 외경심은, 그것 자체로 문화적 특이성을 지닌다. 우리는 그 삼성이 더욱 착해지기도, 나아가 선해지기도 바라지 않는다. 때론 비리를 저지르고 대를 이어 부를 승계해도 '세계 1등'만 하길 기원한다. 

그런 점에서 승리를 위해 반칙을 저지른 안톤 오노의 모습이나 죄값을 정당하게 치르지 않고 사회에 나온 이건희의 모습이나 무엇이 다른가? 

김용철 변호사의 책을 보면서, 마음이 무거웠던 것은 내가 삼성에 다니고 있는 대학 동기나 후배에 대해 가지고 있는 터럭같은 부러움때문이었다.  

나아가, 10년 전 사둔 부동산이 배 이상 올랐다는 선배의 말을 들으며 부러워했던 모습과 6살밖에 되지 않았는데 영어회화를 한다는 친구 딸내미를 부러워했던 모습이었다.  <삼성을 생각한다>는 결국 '나를 생각한다'의 다른 말이다. 어쩌면, 이제 삼성을 말하지 않고, 삼성을 떠올리지 않으며 살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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