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항쟁 - 1987년 민중운동의 장엄한 파노라마
서중석 지음 / 돌베개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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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은 어찌보면 대한 민국 정치사에 한 획을 그은 사건이 일어난 해로 기억될지 모르겠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 급식 반대 서울 주민 투표를 추진하다 부결되어 자리를 물러난 이후 갑작스레 안철수 교수가 서울 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높은 지지율을 올리면서 정치권을 놀라게 하더니 박원순 현 서울 시장에게 후보자리를 내주고 그 덕분인지 여러 경력에도 불구하고 일반 서울 시민들에게 정치적 인지도가 전혀없던 박원순 후보가 서울 시장에 당선되는 이변을 낳게 된다.
이번 서울 시장 선거 결과에 대해 각 언론은 여러가지 이유를 들고 있지만 개인적으론 경제적으로 불안해진 이른바 486세대인 40대들이 그간의 투표 성향과 달리 퇴근후 투표에 적극 참여하여 박원순 후보를 지지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20~30대와 50~60대의 사이인 이른바 낀 세대라고 불리우는 40대는 우리 사회의 중추를 담당하는 대한 민국의 허리 층이지만 이전 세대와 달리 40대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으로 안정화되지 못한 세대이기도 하다.집은 있으되 은행 융자를 끼고 있어 내집이 아니고 직장은 있으되 언제 명퇴를 당할지 모르고 자식들은 아직 어린데다 사교육비도 만만치 않게 들어 자신의 노후조차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세대다.
40대는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 소득불균형에 따른 사회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그 결과 중산층 붕괴와 빈곤층 증가 현상을 더욱 강화되고 집 값 상승, 자녀교육비 증가, 고용불안 요인까지 겹치면서 표로써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심판을 내렸다는 생각이 든다.

40대는 486세대다.10년 전만 해도 386세대로 불리었던 분들이다.386,486하면 지금 세대들은 무슨 말인지 잘 모른다.혹 IT나 컴퓨터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이라면 지난 시대 컴퓨터의 주요 부품이었던 인텔의 cpu를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486이란 40대,80학번,60년대 출생한 이들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그럼 486세대 혹은 40대란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지는 세대일까?
이들은 24년전인 1987년 이른바 6월 항쟁이란 민주화 운동시절 그 중추를 담당했던 대학생 혹은 직장인이었던 세대다.즉 지금 현재 세대가 편하게 아무 생각 없이 누리고 있는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남북화해와 평화를 말 그대로 최루탄과 물대포 경찰의 무자비한 곤봉을 맞으면서도 거리를 뛰쳐나가 행진하며 쟁취했던 분들인 것이다.
지금의 10대나 20대는 이른바 군사 정권 시절의 암울한 사회적 압박을 알지 못한다.지금의 10대들이 주장하는 학생 인권 같은 이야기는 당시에는 정말 지나가던 개도 웃을 내용들인데 만일 당시에 학생 인권 운운하는 이야기를 했다가는 말죽거리 잔혹사란 영화에서 보듯이 학생주임이나 체육 혹은 교련선생한테 끌려가서 심하게 맞거나 반성문을 쓰면서 정학을 맞았을 것이다.
20대 대학생들 역시 자신들이 다니는 학교 캠퍼스 안에 전경과 사복경찰들이 다니면서 대학생들의 책가방을 뒤지는 것을 상상하지 못할 거란 생각이 든다.

지금의 10대나 20대에게 현재의 자유로운 삶이 마치 예전부터 그냥 있던것이란 생각을 당연히 할수 있을 거라 여겨지는데 현재의 민주주의가 있게 만든 6월 항쟁이 현재 젊은이들의 뇌리속에서 사라지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역사 학자 서중석 교수는 6월 항쟁 25주년이 되는 2012년을 앞두고, 6월 항쟁의 전 기간을 지역별.시간대별.사건별로 시위 전개 과정을 그린 방대한 내용의 책을 출판하는데 제목 역시 6월 항쟁이다.
서중석 교수는 책 서문에서 근래 젊은이들이 분개할 일이 많은데도 침묵하는 것이 의아하고 궁금하다며 수십 년 싸워서 얻은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 남북화해와 평화가 너무 쉽게 훼손되고 후퇴되고 있으며 자유로운 세상에서 태어난 젊은이들이 자유에 소중함을 가슴깊이 느끼지 못한다면서 후대를 위해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투쟁한 선배들의 헌신성을 잃지 말라는 의미에서 이 책을 썼다고 기술하고 있다.

6월 항쟁은 시기적으로 1987년 1월에 발생한 박종철 고문 치사사건부터 시작하여 6월 29일 당시 민정당 노태우 대통령 후보의 6.29선언까지를 다루고 있다.현대사로 치자면 약 한페이지 정도의 분량에 불과한 내용이겠지나 저자는 신문기자로서의 전직을 살려서 각종 기록들(이 기록들에는 민주화측의 기록들외에도 당시 전권의 실세였던 전두환,노태우측의 기록들도 참작했다)을 조사하여 약 6~7개월간의 사건을 700페이지가 육박하는 장대한 저작물을 탄생시켰다.
이렇게 글로 써보니 마치 6월 항쟁이 빽빽한 글이 가득찬 일종의 역사 서적이란 인상을 강하게 주는데 물론 저자인 서중석 교수가 현재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로 재직중이지만 이 책은 마치 저자가 전직인 신문기자의 입장에서 쓴 르포르타주의 성격을 더 많이 가진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첫장을 읽어보면 박종철 치사 사건에 대한 글이 나오는데 여기에는 <우리는 결코 너를 빼앗길수 없다>는 시의 구절이 등장하면서 당시 사진과 신문 스크랩등이 첨부되어 있어 어려운 역사 연구서를 본다는 느낌보다는 마치 종합 월간지를 읽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는데 이런점이 오히려 책에 더 몰입할수 있게 해준다.

6월 항쟁은 박종철 치사사건부터 노태우의 6.29선언까지 그 급박했던 6~7개월을 지역별.시간대별.사건별로 다루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6월 항쟁의 실제적 원인이 되는 5공화국 전반에 걸친 민주화 세력의 저항과 그 배경에 대해서는 자세히 다루지 않고 있는 단점이 있다.물론 저자는 6월 항쟁 여기저기에 적절한 자료와 설명으로 당시 상황을 짜임새 있게 재현하고 있기는 하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중의 하나는 그간 6월 항쟁을 저술한 책들이 주로 민주화 세력의 자료들을 근거로 저술한데 반해서 그 반대편에 선 전두환,노태우측의 자료들도 다수 참조하여 나름대로 균형 감각을 잡으려고 했다는 점일 것이다.저자는 그간 민주화 세력들이 그닥 중요하지 않게 여기던 전두환의 4.13호헌의 배경과 당시 학생들이나 재야 혹은 야당측에서 예상했던 군 출동이 없었던 이유, 노태우의 6.29선언의 의의 및 미국의 역활에 대해 다른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아마도 전두환이 왜 군을 출동시키지 않았나 하는 점인데 이 책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저자가 당시 미국이 갖고 있던 영향력을 너무 과소 평가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다보면 저자인 서중석 교수의 의견에 동조가 가는데 보다 자세한 것은 이후 역사학자들이 추후 연구해야 될 것으로 생각된다.

저자는 이 책을 지금의 젊은이들이 현재 누리고 있는 자유와 인권,민주주의가 어떤 희생을 치루면서 얻게 되었는지를 알게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저술했다고 한다.
6월 항쟁은 역사서가 아니라 일종의 르포 같은 느낌의 책이라 7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양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한 흡입력이 있어 한번 손에 들면 다 읽을 때까지 책을 손에서 놓을수 없게 만든다.
이 책을 보면서 느낀점은 저자가 읽기를 희망한 20~30대가 이 책을 읽는 느낌이 실제 6월 항쟁을 겪었던 지금의 40대 이상의 세대와는 같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아마도 이 책 곳곳에 스며들고 있는 당시의 암울함이나 억압등을 현재의 자유로운 생활에 익숙한 젊은이들이 과연 이해 할할 있을는지 궁금하다.그들에게 6월 항쟁이란 아마도 3.1운동과 같은 과거 역사속의 한 페이지가 아닐까 싶어진다.
사실 이 책은 6월 항쟁을 몸으로 겪었던 40대 이상의 사람들이 읽어보는 것이 더 좋단 생각이 든다.6월 항쟁속에 직접 뛰어들었던 아니면 밖에서 관조했던지 간에 당시 상황을 이처럼 자세하게 기록한 책도 아마 드물것이기 때문이다.비록 당시 입장차나 현재의 성향에 따라 이 책을 읽는 느낌도 다 다르겠지만 그럼에도 당시 뜨거웠던 열기를 다시금 되새길 좋은 기회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현재 세대도 이 책을 한번쯤 읽어보면 좋다는 생각이 드는데 기성 세대라고 어떻게 보면 무시할수 있는 앞 세대 사람들이 우리는 역사속의 한 페이지라고 밖에 생각하지 않는 6월 항쟁이란 사건을 통해서 우리가 어떻게 현재의 자유로운 삶을 살수 있게 됬는지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이 책 6월 항쟁을 느끼면서 한가지 아쉬운 점은 책이 두께와 가격이란 생각이 든다.이 책은 700페이지를 넘지만 한번 손에 들면 놓지 못하게 되고 책 가격의 가치를 인정할 만한 책이지만 저자가 읽기를 희망한 젊은 세대들이 과연 책 제목과 부피 가격만 보고 놀라 이 책을 과연 구매할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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