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반장 추억 수첩 - (4)
: 일요일... 그나마 편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어 좋지만
지루하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군대에서 시간을 잘 보낼 만 한 꺼리를 찾아야 할 텐데...
: 군대 와서 얻게 된 그 무엇들 중에 하나가 바로 자신감이다.
어떤 일을 부여 받거나, 해야 할 때 벌컥 겁부터 먹거나,
부담스러워 할 때가 있는데 막상 접해보면 별거 아니거나 나 혼자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 대부분 이였다.
나도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도록 하자!
: 군인은 신고로 시작해서 신고로 끝난다....(안중위가 한 말)
: 남자는 무엇이든 많이 해본 게 자랑이고
여자는 무엇이든 못 해본 게 자랑이다.
(박상웅 병장이 한 말)
: 처음 보초를 나갔을 때.
초소에서 보이던 경치는 정말 볼만하고 질리지 않았다.
총을 메고 눈앞에 펼쳐진 장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훌쩍 갔었는데
지금은(일병 2호봉) 눈앞에 펼쳐진 온갖 경치들이 지루하고 잠만 쏟아진다.
신병 땐 보초 나가는 것도 그럭저럭 괜찮은 일이였는데
그것도 이제 슬슬 지루해지고 질린다. 짬밥을 먹는다는 뜻인가 보다... --;
/* 짬밥이 없을 땐 보초나가는 게 뭐랄까? 도피처라고 할까요?
내무실에 있으면 이것저것 할 것 많고 고참한테 깨지고.....
보통 이등병 때는 내무실에 있기를 싫어합니다.
그래서 화장실에 짱박히는(숨는) 일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면 고참들이 항상 내무실에 있으라고 으름장을 놓죠.
보초를 나가면 그 시간만큼은 마음 편하게 있을 수 있거든요
경우에 따라 맘 맞는 고참과 같이 가면 즐겁게 노가리 까다가
(노가리를 까다 - 이야기를 나누다)
시간 보낼 수도 있고 맘 안 맞는 고참과 같이 나가면
보초 서는 시간 내내 깨지다가 올 수도 있죠. */
: 비닐 예찬론
군대 와서 느낀 건데 비닐만큼
유용한 물건도 아마 흔치 않은 것이다.
1. 기본적인 무엇을 담는 용도
2. 수저가 없을 때 수저 대용으로...
3. 깔판 대용으로 어디 앉아야 할 때
(축축한 곳에 앉을 땐 특히 빛을 발한다)
그 외에서 찾아보면 아주 많을 것이다
// 수저 대용으로 어떻게 쓰냐고요? 그냥 장갑처럼 손에 껴서
// 손으로 밥을 퍼먹는 거죠 뭐... ^^;
: 포다리가
울적한 마음 달래려고 포문장에 내려갔더니
나는 정말 반했다오! 정말 멋있는 포병 아저씨.
관측반도 모른답니다. 통신과도 모른답니다.
아는 것은 포다리 뿐 정말 멋있는 포병아저씨.
편각은 2800에 사각은 300인데
효력사에 포대삼발 정말 멋있는 포병아저씨.
/* '포다리가' 라는 노래입니다.
처음 보는 분들은 유치한 노래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네요.
고등학교 교가가 고교동창들을 하나로 묶는 것처럼
이 노래는 전포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노래입니다.
그래서 전포반에서는 남다른 자부심을 가지고 부르지요. ^^;
포다리가는 포병 각 분과(전포, 관측, 통신, 사지, 수송)에서
전포만 부르는 노래입니다.
전포는 포를 직접 다루는 분과를 말하지요.
신병 때 이 노래를 못 외워서 윗 고참한테 엄청 깨졌던 기억이 나네요.
한 겨울에 차갑디 차가운 포에 맨손으로 매달려 부르며
겨우 겨우 익혔던 노래입니다 ^^;
저는 차가운 포에 맨손으로 매달렸던 기억이 너무 서러워서
밑에 애들한테 포다리가를 가르칠 때 그 방법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그 생각이 나면 꼴에 자랑이라고
난 예전에 그렇게 포다리가를 배웠다고 으스대면 밑에 애들은
못 믿는 눈치였죠. 거짓말 하지 마래나 뭐래나.. -_-; */
: 지금은 98년 6월 28일...
일병 2호봉에 둘포 1번 포수며 잘 지내고 있다
99년 6월 28일의 내 모습은?
---------> 오늘은 99년 6월 28일
상병 말 호봉...
며칠 있으면 꿈에 그리던 병장이다.
넷포 사수
그럭저럭 짬밥 먹은 티가 나고 많이 나태해졌다.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 주는 것 같다.
(단! 군대에서만 통하는 이야기 이지만)
책도 많이 읽고(42권)
요즘은 바둑 아니면 책 읽기다.
살도 많이 뺐고, 몸으로 마음으로 얻은 게 많다.
그럭저럭 성공스런 군 생활이다
요번 달은 무척 바쁘다 덕분에 짜증도 많이 난다.
하지만 시간은 흐른다.
조금만 참자 이제 99년 중에 반이 지나간다.
오늘 빼고 202일 남는다.
얼마 안 남은 군 생활 열심히 하자.
/* - 98년 6월 28일에 적고 99년 6월 28일에 쓰라고
따로 빈칸을 남겼던 쪽이 있었습니다.
딱 일년 후에 그 빈칸을 채웠는데 뭐랄까 기분이 이상하더군요.
202일 남았을 때 얼마 안 남았다고 했는데.... 흐...
나중에 한달도 안 남았을 때 시간 안 간다고 혼자
내무실에서 막 뒹굴었죠...
202일 남았을 때 왜 얼마 안 남았다고 했던지...... --;
예비역이신 분들은 잘 아실 겁니다.
말년에 시간이 얼마나 안 가는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