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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반장 추억 수첩 - (4)


: 일요일... 그나마 편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어 좋지만
  지루하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군대에서 시간을 잘 보낼 만 한 꺼리를 찾아야 할 텐데...

 

: 군대 와서 얻게 된 그 무엇들 중에 하나가 바로 자신감이다.
  어떤 일을 부여 받거나, 해야 할 때 벌컥 겁부터 먹거나,
  부담스러워 할 때가 있는데 막상 접해보면 별거 아니거나 나 혼자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 대부분 이였다.
  나도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도록 하자!

 

: 군인은 신고로 시작해서 신고로 끝난다....(안중위가 한 말)

 

: 남자는 무엇이든 많이 해본 게 자랑이고
  여자는 무엇이든 못 해본 게 자랑이다.
                      (박상웅 병장이 한 말)

 

: 처음 보초를 나갔을 때.
  초소에서 보이던 경치는 정말 볼만하고 질리지 않았다.
  총을 메고 눈앞에 펼쳐진 장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훌쩍 갔었는데

  지금은(일병 2호봉) 눈앞에 펼쳐진 온갖 경치들이 지루하고 잠만 쏟아진다.
  신병 땐 보초 나가는 것도 그럭저럭 괜찮은 일이였는데
  그것도 이제 슬슬 지루해지고 질린다. 짬밥을 먹는다는 뜻인가 보다... --;

  /*   짬밥이 없을 땐 보초나가는 게 뭐랄까? 도피처라고 할까요?

       내무실에 있으면 이것저것 할 것 많고 고참한테 깨지고.....
       보통 이등병 때는 내무실에 있기를 싫어합니다.
       그래서 화장실에 짱박히는(숨는) 일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면 고참들이 항상 내무실에 있으라고 으름장을 놓죠.
       보초를 나가면 그 시간만큼은 마음 편하게 있을 수 있거든요

       경우에 따라 맘 맞는 고참과 같이 가면 즐겁게 노가리 까다가
       (노가리를 까다 - 이야기를 나누다)

       시간 보낼 수도 있고 맘 안 맞는 고참과 같이 나가면
       보초 서는 시간 내내 깨지다가 올 수도 있죠.        */

 

: 비닐 예찬론
  군대 와서 느낀 건데 비닐만큼
  유용한 물건도 아마 흔치 않은 것이다.

   1. 기본적인 무엇을 담는 용도
   2. 수저가 없을 때 수저 대용으로...
   3. 깔판 대용으로 어디 앉아야 할 때
      (축축한 곳에 앉을 땐 특히 빛을 발한다)

   그 외에서 찾아보면 아주 많을 것이다

// 수저 대용으로 어떻게 쓰냐고요?  그냥 장갑처럼 손에 껴서
// 손으로 밥을 퍼먹는 거죠 뭐...  ^^;

 

: 포다리가
울적한 마음 달래려고 포문장에 내려갔더니
나는 정말 반했다오! 정말 멋있는 포병 아저씨.

관측반도 모른답니다. 통신과도 모른답니다.
아는 것은 포다리 뿐 정말 멋있는 포병아저씨.

편각은 2800에 사각은 300인데
효력사에 포대삼발 정말 멋있는 포병아저씨.

/*   '포다리가' 라는 노래입니다.
     처음 보는 분들은 유치한 노래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네요.

     고등학교 교가가 고교동창들을 하나로 묶는 것처럼
     이 노래는 전포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노래입니다.
     그래서 전포반에서는 남다른 자부심을 가지고 부르지요.  ^^;

     포다리가는 포병 각 분과(전포, 관측, 통신, 사지, 수송)에서
     전포만 부르는 노래입니다.
     전포는 포를 직접 다루는 분과를 말하지요.


     신병 때 이 노래를 못 외워서 윗 고참한테 엄청 깨졌던 기억이 나네요.
     한 겨울에 차갑디 차가운 포에 맨손으로 매달려 부르며
     겨우 겨우 익혔던 노래입니다 ^^;

     저는 차가운 포에 맨손으로 매달렸던 기억이 너무 서러워서
     밑에 애들한테 포다리가를 가르칠 때 그 방법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그 생각이 나면 꼴에 자랑이라고
     난 예전에 그렇게 포다리가를 배웠다고 으스대면 밑에 애들은
     못 믿는 눈치였죠.  거짓말 하지 마래나 뭐래나.. -_-;    */

 

: 지금은 98년 6월 28일...
  일병 2호봉에 둘포 1번 포수며 잘 지내고 있다
  99년 6월 28일의 내 모습은?


---------> 오늘은 99년 6월 28일
상병 말 호봉...
며칠 있으면 꿈에 그리던 병장이다.

넷포 사수
그럭저럭 짬밥 먹은 티가 나고 많이 나태해졌다.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 주는 것 같다.
(단! 군대에서만 통하는 이야기 이지만)

책도 많이 읽고(42권)
요즘은 바둑 아니면 책 읽기다.
살도 많이 뺐고, 몸으로 마음으로 얻은 게 많다.

그럭저럭 성공스런 군 생활이다
요번 달은 무척 바쁘다 덕분에 짜증도 많이 난다.
하지만 시간은 흐른다.
조금만 참자 이제 99년 중에 반이 지나간다.
오늘 빼고 202일 남는다.
얼마 안 남은 군 생활 열심히 하자.

/* - 98년 6월 28일에 적고 99년 6월 28일에 쓰라고
     따로 빈칸을 남겼던 쪽이 있었습니다.

     딱 일년 후에 그 빈칸을 채웠는데 뭐랄까 기분이 이상하더군요.
     202일 남았을 때 얼마 안 남았다고 했는데.... 흐...
     나중에 한달도 안 남았을 때 시간 안 간다고 혼자
     내무실에서 막 뒹굴었죠...

     202일 남았을 때 왜 얼마 안 남았다고 했던지...... --;
     예비역이신 분들은 잘 아실 겁니다.
     말년에 시간이 얼마나 안 가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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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반장 추억 수첩 - (3)

: 남들이 면회를 하는 것을 볼 때 난 별다른 감정(뭐 속이 뒤틀린 다던가...)이
없다고 자부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나의 뭐랄까?

나 자신에 대한 위로인 것 같다.

내심 면회를 자주 했으면 하고 바라는 것 같다.
하긴 나도 인간인데 뭐...

/* 군대 있을 때 면회를 딱 한 번 했습니다.
   부대는 경기도 파주에 있는데 집은 부산이라 가족들한테
   면회 한 번 오라는 말을 하기가 참 부담스럽더군요.
   엄마가 면회를 온다고 할 때마다 절대 오지 말라고 했지요.
   쩝... 마음은 그 반대였는데....   -_-;

   딱 한 번 했던 면회는 제대한 고참이 온 거였습니다.

   그 고참하고는 지금도 연락을 주고받고 있지요.  ^^;  */

 

 

: 편지만큼 군인한테 큰 선물이 있을까?
 (전역증, 휴가증 빼고.... --;)

/* 진짜 편지만큼 큰 선물도 없습니다.
   힘들 때 마다 다시 읽는 편지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겪어본 사람만 압니다.
   군대에 친구나 가족이 있다면 꼭 편지 하세요.
   편지 쓰는데 재주가 없다면
   그냥 엽서를 사서 몇 자 적어
   보내는 것도 받는 사람한테는 큰 선물이 될 겁니다.
   제가 경험해 봐서 압니다.
   과부 사정을 홀아비가 알고
   현역 마음은 예비역이 알지요.    */

 

 

: 군대에서 부정적인 사고를 갖게 되면
  군대는 더 없는 삼청교육대가 되고
  군대에서 긍정적인 사고를 갖게 되면
  군대는 더 없는 인생대학이 된다.

//  쓰고 나니 참 유치한 것 같네요.   -_-a

 

: 긍정적인 사고를 갖는 것처럼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이 있을까?

 

 

: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문득
  군화가 그 어떤 신발보다
  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 하하하 짬밥을 꽤 먹었다는 증거죠 뭐...
   제대하고 나서 예비군 훈련 때문에 일년에 한 번씩 군화를 신게 되면
   참 신기해 집니다.

   도대체 이걸 신고 어떻게 26개월을 보냈는지 원...  -_-;  */

 

 


: 쉽게 성공을 하는 사람은 크게 성장 할 수 없다고 얼핏 들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난 태권도 단증을 땄을 때 그 말에 공감 할 수가 있었다.

남들은 군대에서 딴 단증을 별거 아닌 것으로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난 자랑스럽기 그지없다.

단증을 따기 위해 그 추운 겨울날 맨발로 발차기 한거 하며
남들 휴식하고 자유 시간을 가질 때 에누리 없이 도복을 입어야 했던 것을 생각하면.......

아마 한 번에 단증을 땄으면 이런 성취감을 느끼지 못했으리라 앞으로 미 승단자들이 태권도를
하는 것 보면 난 회심의 미소를 짓겠지....

내심 빨리 태권도 시즌이 되길 바라는 걸 보면
나도 그렇게 착한 인물은 못되는 갚다.
나도 그 만큼 고생했으면서 남의 고생을 보고
즐거워 할려니.... 쩝  -_-;

단증을 따게 되어서 얻은 교훈
1. 하면 된다
2. 나도 할 수 있다
 

/*   태 권 도 !!!

 체육 대회, 주특기 경연 대회 와 더불어 제 군생활을 힘들게 했던 3대 이벤트 중 하나 입니다.  분기마다 한 번씩 태권도 씨즌이 돌아오는데 그 때마다 단증이 없는 사람들은 따로 불려가서 태권도 연습을 해야 합니다. 

" 태권도가 뭐 어때서? 그냥 가서 하면 되잖아? " 라고 핀잔을 주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는데요. 그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저도 초등학교 때 태권도를 배웠지만 그 때 몸하고 20살 넘어서 몸하고 상당히 다르거든요.  ^^;

마음은 [철권3]에 나오는 화랑인데 몸은 절대 따라주질 않습니다.  태권도 연습도 하루에 1~2시간만 하고 끝나는 게 아니고... 일과 끝나고 밥 먹는 시간 빼고 계속 불려가서 연습을 해야 합니다.  쉬는 시간? 자유 시간? 꿈도 못 꿉니다. 심지어 탄약고 경계 근무까지 빼가면서 시킵니다.

부대에 단증을 가진 인원이 얼마나 되는가 하는 것도 부대 성적에 들어가기 때문에 간부님들도 꽤 민감해 하거든요. 그러니 단증이 없는 사람들은 토요일, 일요일, 빨간 날 할 것 없이 계속 불려가서 태권도 연습을 해야 하는 겁니다.

남들은 주말에 TV보고, 농구하고, 책보고 하면서 쉬고 있는데 혼자 맨발로 흙바닥에서 발차기 연습 해보세요. 정말 정말 짜증이 난답니다.

저는 한 번 미역국을 마셨지만 2분기에서는 죽자살자 노력해서 겨우 겨우 붙었지요.

흐 흐 흐..... 제가 딴 단증이 바로 전설 속에서 전해 내려오는 "오바 단증" 이지요. 실력으로 딴게 아니고 오바해서 딴 단증이라는 뜻 입니다.

심사관이 저보고 "넌 다음에 다시 해라"는 걸 끝까지 매달려서 할 수 있다고... 기회를 달라고 바락바락 우기고 목소리를 크게 질러가며 할 수 있는 오바란 오바는 전부다 해서 딴 거지요.

제 오바에 짜증이 났는지, 아니면 싸나이들만이 느낄 수 있는 열정에 감동을 했는지 ( 음...-_-; 요건 아닌 것 같네요.) 붙여주더군요. 헤헤헤헤.......

누가 저한테 "군대 있을 때 가장 기뻤던 일 2가지만 말해보세요." 라고 묻는다면 저는 일병 진급 했을 때와 태권도 단증 땄을 때를 꼽겠습니다. 그 만큼 태권도 연습을 하기 싫었단 말이죠 뭐...

하하하 지금 다시 생각을 해보니 웃음만 나오는군요.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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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성지 2004-02-29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바단증~?!! 흐음... 그런것도 있었군요~!!!
딴 사람들에겐 어찌 딴냐고 물어봐야지.. ㅎㅎ.. 왠지.. 내 주변 삔질이들
중에는 몇몇있을거 같은 예감이~?!!! ㅎㅎㅎ
 

포반장 추억 수첩 - (2)

: 군가

초등학교 시절, 소풍이나 기타 행사를
가질 때 노래를 불러야 할 자리에서
마땅히 부를 노래가 생각나지 않을 때면
부르던 노래가 바로 '진짜 사나이'라는 군가였다.

군대에 오기 전에는 군가에 대해
이렇다할 애착이나 관심이 없었다.
그러던 게 군대에 오면서 바뀌게 되었다.

신교대(신병 교육대대)에서
6주 훈련을 받고 있을 때...
식사를 하기 위해 줄을 맞춰
식당으로 오고 갈 때마다
조교들한테서 군가를 하나, 둘 배웠다.
제일 먼저 배운 군가가 '전우'였다.

군대 오기 전에 부르던
'진짜 사나이'와 신교대에서
부르던 '진짜 사나이'의 느낌이 전혀 달랐다.
해지는 저녁노을을 보며,
혹은 밤하늘에 떠있는 별, 달을 보며
부르던 군가들은 정말 가사
하나하나가 그렇게 가슴에
와 닿을 수가 없었다.
그 어떤 것도 그 시절 부르던 군가의 느낌,
감동에 비교 할 수 없을 것이다


/* 지금 이 글을 보고 "뭐 군가 따위에 감동을 다 느꼈냐??"고
   핀잔을 주는 예비역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네요...   (^^)a
   제가 군사 방면에 관한 걸(흔히들 밀리터리 물이라고 하죠) 좋아하고 관심이
   많은 편이라 그런지 군가도 좋아하게 되더라구요...

   마음 같아서는 국방부에서 나온 군가 CD도 구하고 싶은데 잘 안되네요.
   국방부 홈페이지 자료실에 있는 군가 MP 파일도 좀 모아두고 있는데
   가끔 가다 들으면 괜찮답니다.

   우윽!!! 

   여기저기서 예비역 분들이 돌을 던지는 듯 하군요... ^^;  */

 

내가 제일 좋아하는 군가

                      - ( 고향의 향수 )

바람결에 들려오는
정다운 목소리 귓가에 와서 닿는다.

떠나올 때 손 흔들며 짓던
그 미소 눈앞에 아른거린다.

태극기 새겨 놓은 가슴 한 곳에
언제나 웃는 얼굴 어머니 얼굴

밤 세워 고향 찾아 가는 철새야
사랑한다 전해 주렴아....


/* 제가 가장 좋아하는 군가입니다.
   신교대에서 조교들한테 배운 게 아니라 자대 배치 받고
   제 바로 윗고참한테 배운 군가 입니다.
   이 노래는 국방부에서 만들어진 게 아니라고 하더군요.
   뭐랄까 일반 병사들 사이에서 알음알음해서 계속 전해져 내려온 노래랍니다...
  
   한 때는 금지곡에 들어가기도 했다내요...

   가사가 불순(?)하다나 뭐래나???   ^^;  */

 

 

: 5월 27일자 조국기도문

연일 계속되는
대대전술 1주차 훈련으로 몸과 마음이
매우 지쳐있는 5월의 27번째 날입니다.
훈련은 아직 천리길같이
남아 있고 날씨는 점점 더 더워져
우리를 힘들고 지치게 하지만
오늘 흘린 이 땀방울들로 인해 피 한 방울을
덜 흘리게 된다는 걸 명심하고 오늘 하루도 열심히
임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같이 고생하며 땀 흘리는 선, 후임들에게
힘내라는 격려의 말 한마디를 할 수 있는 여유를
가졌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 5월 31일자 조국기도문

한겨울 매서운 추위와 싸우면
생활 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초여름의 문턱을 막 지나 본격적인 여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더위는 사람을 지치고 힘들게 만들지만
그렇다고 한 나라의 가장
중요한 국방의 임무에 소홀이 할 수는 없습니다.
바로 '진짜 사나이'의 가사처럼 부모, 형제 모두가
나 그리고 우리를 믿고 편히 생활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는 군인입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나라를 지키고,
지켜야 할 사람들입니다.
우리들의 할아버지, 아버지, 형님들도 그랬고
이제는 저희들 차례입니다 그리고 이 다음은 우리들의
동생, 아들이 해야 할 것 입니다.
현재의 시간들이 소중하고 중요한 한 부분,
부분임을 잊지 말고
열심히 생활 했으면 좋겠습니다.


/* 98년 5월 27일과 31일에 썼던 조국 기도문 입니다.
   물론 제가 쓴 글들이구요.
   유치한 것 같기도 한데.... 전 날 밤에 머리를 쥐어 짜가며 쓴 글이라
   그냥 한 번 쓰고 잊어버리기에 너무 아까웠지요.
   그래서 제 추억 수첩에 적어 두었던 겁니다.   */

 

 

: 98년 5월 30일...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투표를 하게 되었다
비록 부재자 선거라서
좀 그랬지만 말이다
평소 투표를 하면 어떤 느낌이 들까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하고 나니 싱겁기 그지없다.
쩝... --;

/* 저는 투표에 대해 안 좋은 추억이 하나 있습니다.
  이야기가 너무 길어지니 다음에 또 쓰기로 하지요.  */

 

: 98년 6월 어느 날...

군 생활 처음으로 실사격
(직접 포탄을 쏘는 것)을 해봤다.
신관이 결합된 포탄을 봤을 땐
내심 터지지 않을까 가슴을
졸였는데 실사격을 위해 포탄을 받고
폐쇄기 안에 쏵 밀었을 때
흥미진진하게 가슴이 벅차올랐다.
꼭 신교대에서 처음  K-2 소총으로
사격을 할 때처럼 말이다.
펑! 소리와 함께 뒤로 밀려나는 포신!
매운 연기, 그리고 뜨거운 약협...
모든 것들이 날 흥분시켰다.
실사격을 마치고, 난 포병에 잘 왔다는 생각을 했다.


/*  흐흐흐 처음 실사격을 나갔을 때는 참 재밌었는데
    이것도 짬밥을 먹으면 먹어 갈수록 귀찮은 일이 되더군요. 

    *** 단어 설명 ***
    신관 - 포탄 앞 머리부분에 결합되는 부품 같은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요걸 달지 않고 포탄을 쏘면 스프 없이 끊인 라면이 된답니다.

    폐쇄기 - 포탄이 들어가서 장전되는 곳.  

    포신 - 포탄이 들어갔다가 나가게 되는 전체 큰 원통 부분.

    약협 - 포탄을 쏘고 남은 탄피 비슷한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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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반장 수첩 - (1)

: 98년 2월 X일  XXXXX 훈련이 있었다.

눈은 내리고... 참호에서 판초 우의를
이불 삼아 보았지만 추운 건 어쩔 수 없다

정말 춥다!

내가 부산에서 생활 했던 건 정말 행운이였다.
아무리 추워도 영하 1~2도가 깔짝이니깐...

저녁에 복귀를 위해 몸을 일으켰을 때 다리에 감각이 없었다.
살면서 처음 겪는 다리의 무감각
눈은 계속 내리고... 어머니 생각에 눈물이 나려했다.

그 때 어떤 아주머니께서 "국군 아저씨들 수고 한다"며 커피를
보온병에 담아 오셨다.
그 커피를 받아 마시는 순간
어머니 생각에, 다리의 무감각에, 그 아주머니에 대한 고마움에
눈물이 나려했다.
나라를 지킨다는 보람을 제대로 느낀 하루라고 해야 될까?
얼굴은 잊었지만 그 아주머니를 잊지 못할 것이다.

// 제가 살면서 마셔본 커피 중 아마 제일 맛있는 커피였을 겁니다.
// 얼마나 맛있고 고맙던지..... 지금 생각해도 눈물나려 하네요.

 

 

: 98년 5월 2일자 조국기도문

오늘도 하루가 밝았습니다
기쁘고 즐거울 때도 있고 때로는 짜증나고 답답할 때도 있는 병영생활이지만
개개인의 마음먹기에 따라 더 즐거운 혹은 그렇지 못한 병영생활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분 나쁜 일이 있더라도 서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해 해주는 넓은
아량을 가진 챠리포대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고
긍정적인 자세로 오늘 하루도 힘차게 열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이상입니다!


/*  조국기도문이란 아침에 일조점호를 할 때
      조국과 민족에 대한 멋진 글을 지어서
      발표하는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제가 있던 부대는 일병 1호봉들이 이걸 다했습니다.
      제가 일병 1호병일 때 쓴 글인데
      조국 기도문이 이상하거나 싱겁거나 해서 고참들 맘에 안 들면
      욕을 먹기 때문에 신경을 썼어야 했던 겁니다.
      나름대로 고심하고 고심해서 겨우 쓴 글이라
      그냥 잊어버리기엔 너무 아까워 제가 따로
      기록해서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겁니다.  */

 

 

: 멍청한 사람의 3가지 유형

1. 책 사는데 돈 아끼는 사람
2. 비행기 오락에서 폭탄을 쓸 때 쓰지 않고 아끼다 결국 폭탄만 잔뜩
   모아 놓고 죽는 사람

그리고 

3. 군대에서 무엇인가 얻으려 하지 않고 허송세월 보내는 사람.

 

 

: 난
  군대에 와서 태권도를 할 때            
인생의 험난함을 알게 되었고
  군대에서 당가를 잡았을 때               인생의 무게를 느끼게 되었고
  군대에서 삽질을 하게 되었을 때      인생의 깊이를 깨닫게 되었다

/* '당가'라는 것은 긴 나무막대 2개 사이에 마대자루를 연결한 것으로
      흙 같은 것을 담아 옮길 때 쓰는 물건입니다.
      보통 부대 자체에서 만들어 쓰고 있습니다. */

 

 

: 봄에도 눈(?)은 온다.
  겨울에 내리는 눈과 차이가 있다면 녹지 않는 것과
  맑은 날이건 흐린 날이건 내린다는 것이다.
  나중에 그 눈이 내린 자리에는 파란 싹이 돋아나서 우리를 억수로
  귀찮게 만든다.
  그래도.... 보기는 좋다.

/* 여기서 제가 말한 '눈'은 민들레 씨가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는 것을 말합니다.
    98년 봄이었는데 그 때는 유난히 민들레 씨가 많아서
    앞을 보기가 힘들 정도였죠.   */

 

 

: 군복은 여러 의미를 가지고 있는 옷이다.
  평상시에는   일상 생활복    
  작업  할  땐             작업복
  외출  할  땐             외출복         
  전쟁  나  면             전투복

                그러나...

   죽   으   면               수의

306 보충대에서 사복을 벗고 처음으로 군복을 입었을 때가 생각난다.
'아! 이제부터 난 군인이구나'라고 쓴 웃음을 지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젠 사복보다 군복이 더 친근하고
더 잘 어울리는 군인이 되어있다.

바로 내가 말이다...

/* 군인들은 전쟁터에서 죽으면 장례식을 할 때 따로 수의를 입히지 않고
    시체에 바로 태극기만 덮습니다
    다시 말해 입고 있는 군복이 바로 수의가 되는 겁니다.
    군복 입고 결혼식이나 흥겨운 잔칫날 가는 게 아니랍니다. */

// 수의는 죽은 사람 즉 시체에 입히는 옷을 말합니다.

// 앞으로 계속 올리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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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려야지 올려야지 하며 시간만 축내고 있다가 이제야 올립니다.


제가 군대 있을 때 일기 비슷한 잡다한 글 모음을 만들었던 게 있습니다.


그냥 추억거리로 고이 간직하기에는 너무 아깝더라구요.


그래서 약간 글 손질을 봐서 여기 게시판에 올리려고 합니다.


얼마나 많은 분들이 여기에 오셔서 보고 갈지는 모르겠네요.


주인장만 외로이 떠도는 서재가 되는 건 아닌지 원....




군대에서 처음 이 글을 쓸 때에는


"그래 나도 가브리엘 이성찬("너희가 군대를 아느냐" 지은이)씨 처럼 군대 관련 글을 멋지게 써서 나중에 책을 내 봐야지"라며 크나큰 포부를 가지고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만.

 


지금 다시 이 글들을 보면 책으로 나오지 못한 게 천만 다행이구나 싶습니다.  ^^;



저는 97년 11월 18일에 입대해서 00년 1월 17일에 전역을 했구요.

25사단 포병대대(둘하나삼 챠리)에서 군생활을 했고 전포 포반장을 했습니다.


여기 글에서 (/*........*/) 와 (//) 표시는 주석처리... 쉽게 말해서

지금 제 생각, 느낌, 참고, 보충 설명을 뜻하는 겁니다.

나머지 부분은 그 당시 제가 수첩에 적었던 내용 입니다.



예)    /* 읽는 이를 위한

          보충 설명 부분

          여러 줄에 걸쳐 설명  ^^; */


       // 한 줄짜리 보충 설명 부분



그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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