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반장 추억 수첩 - (16)
: 99년 1월 초부터 'C 언어' 공부를 시작했다.
상병 휴가 갔을 때 성완이가
"부대에서 틈틈이 C 공부 좀 해두는게 좋을 거야..."
라는 말 한마디에
'그래! 해야겠구나..' 라고
깨닫고 복귀할 때 예전에 사두었던 C 책을 들고 왔다.
막상 복귀해서도
그냥 C책을 먼지만 쌓이게 놔두다가
어느 날 문득 별 생각 없이 펴 봤을 때
떠~~억! 하니 버티고 있는 94년 달력 책갈피.
거의 4~5년 가까이 잠자고 있던 불쌍한 책.
나태하고 게으른 주인을 만나 얼마나 허무하고 심심했을까!
그 충격스런 사건 뒤에도
'C'책을 방치해 두다가 12.28에 휴가 가서 혁이 형님한테 들었던
이런 저런 좋은 충고에 느낀 바가 있어 공부를 시작했다.
아직까지 계속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연등을 해서
'C'공부를 한다.
/* 원래 군대에서는 오후 10시가 되면 전부 다 취침에
들어가야 하거든요. 그런데 책을 읽거나 개인 공부를
하고 싶은 사람은 오후 11시 까지 따로 마련된 장소에서
공부를 할 수 있습니다. 요걸 바로 "연등"이라고 하지요. ^^;
부대마다 연등을 할 수 있는 곳이 있고, 없는 곳도 있습니다.
제가 있었던 부대는 시설이 괜찮은 편이라 할 수 있었죠.
시설이 안 되거나, 아니면 부대 분위기가 88년대인
부대에서는 연등을 못합니다. --;
요즘은 모르겠네요. */
컴퓨터로 해보면서 하는 게 여러모로 좋지만
어쩔 수 없이 100% 이론 공부만 한다.
/* 요즘엔 웬만한 부대마다 컴퓨터실이 다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군부대에서 부대원들과 스타 크레프트를... 그것도 3:3 플레이를
한다는 이야기를 후배, 친척 동생을 통해서 들었을 때는
정말 본전 생각나더군요. (T^T)
저희 때는 컴퓨터가 행정반에만 있었고 그나마 일반 부대원들은
접근을 못했지요. 어디 이등병이 행정반에서 컴퓨터를 치겠습니까?
그나마 짬밥이 되어도 할 수 있는 거라곤 '한글97'과 타자 연습뿐이었지요.
요즘 군생활 하는 사람들은 정말 복 받은 겁니다. (T^T)
하긴 그래도 군대는 군대죠 뭐~~~ */
하지만 실망 말자, 그나마 '공부'할 수 있다는 게 어딘데...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닌,
내 스스로,
내 자신을 위해
공부 하기는 이번이 머리털 나고 처음인 것 같다.
사회 있을 때 이렇게 공부했으면
보통 말하는 명문대는 갔을 것을... -_-;
하지만 늦진 않은 것 같다.
그래 한 번 해보자!
적어도 부대서 일어 공부 한다고
설치다 흐지부지
했던 것처럼은 안 되도록...
/* 그런데....
이 글 쓰고 얼마 안 되어서 C 언어 공부를 그만 두고 맙니다. --;
컴퓨터도 없이 책만 보고 컴퓨터 언어 공부를 한다는 게 참 어렵더군요.
훈련 같은 부대 일정 때문에 공부를 건너 뛰던 일도 많았구요.
공부라는 게 꾸준히 해야 하는 거잖아요.
컴퓨터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일년 동안 책만 봤다는
안철수 아저씨 같은 경우도 있긴 하지만 그건
몇 몇 천재들한테나 통하는 말입니다.
일병 휴가복귀 때에는 일본어 책 들고 와서
공부를 시작했었는데... 그것도 얼마 안되어서 포기 했지죠.
군대에서 자기공부를 하기는 참 어렵습니다.
짬밥 없을 땐 이래저래 배우고 해야 할 게 많거든요.
자기 주특기에 관한 이론에 대해서요.
뭐 예를 들자면...
방열이라 함은 포를 방향과 고각상으로 표적에 지향시키는 것을 말한다.
방열의 종류는 기준각에 의한 방열, 방위각에 의한 방열,
M2 나침반에 의한 방열, 역방열, 비행기 고파열 및 섬광에 의한 방열이 있다.
정확도는 기준각 - 방위각 - M2 나침반 - 역방열 - 비행기 이다.
사향속이라 함은 두문 이상의 포가 동시에 사격할 때 형성 되는
횡적 파열 분포를 말하며 그 종류에는
평행사향속, 집중사향속, 개방사향속, 표준사향속, 특별사향속이 있다.
포탄구성 4대 요소는 뇌관, 장약, 포탄몸체, 신관이다..
등 등 등.... ^^;
군대에서 배운 것들 중에 사회에서도 써먹을 수 있는 게
많다면 참 좋을 텐데 아쉽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 합니다.
군대 알기를 우습게 아는...
특히 제대한 군인들한테 공무원 가산점을 줄 필요가 없다고
헛소리를 하는 여자분들 중에서 이런 말을 하는 분도 있죠.
"군대 있을 때 자기 개인공부를 안한 그 사람한테
잘못이 있는 것 아니냐!" 라구요.
흐.... 쩝... -_-;
그 말은요...
"라면 값이 올라서 걱정이라구? 정말 답답한 사람들이군.
아웃백에 가서 비프 스텍끼를 사먹으면 되잖아!!!
돈이야 카드로 긁으면 되고..."
라고 조언(?)하는 거랑 똑같습니다.
군대에서 공부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그것 하나만은 좀 알아주세요.
그래도
그 빡센 틈바구니에서 수능까지 봤던 고참이 있습니다.
비록 결과는 그렇게 좋지는 않았지만
일단 노력하고 열심히 했다는데
크나큰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
: 부대에 있으면서 느낀 거다.
평소 학력 차별이 없어지고 실력으로 평가되는 시대가 와야
한다고 생각하던 나!
하지만 그런 나도 사람들을 대할 땐
여느 사람과 같은 '안경'을 꼈던 것 같다.
신병이 왔을 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전문대를 다니다 왔다거나 대학 안 다니고 일하다 왔다고 하면
왠지 모르게 그 신병이 실망스럽고
좀 업신여기는... 그런 느낌이 들곤 했다.
아마 난 4년제 대학을 다니다 왔기 때문이겠지...
앞으로 이러지 말자
앞으로 그들과 같은 처지가 될 나인데...
나 또한 그렇게 잘난 게 없는 사람인데...
이러지 말자...
/* 흐... 그 당시에 제대하고 나서 학교를 자퇴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냥 배울게 없다는 생각에 말이죠.
흐... 진짜 바보 같이 객기를 부린 거나 마찬가지죠.
다행히 내년 2월에 무사히 졸업 합니다. (^_^)a
아직까지 대한민국에서 사회생활을 하려면 대졸 자격증(?)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
: 난 2란 숫자와 인연이 깊은 것 같다.
무슨 일을 하면 한번은 실패를 하고
다시 시작하는 2번째에 그 일을 이루는... 그런 게 나한테 많은 것 같다.
게임도 그렇고 부대서 공부하는 것도
(첨 일본어는 흐지부지...--;) 그렇고...
전역하고 하는 일도 이럴까?
: 매주 매주 생활하면서 가장 기다려지는 날은 아무래도 주말이 아닐까?
그런데 막상 주말이 되면 시큰둥해진다.
언제 기다렸냐는 듯이... 그냥 싱겁게 보낸다.
휴가도 그렇다... 그렇게 기다렸던 휴가도 막상 나가면
싱겁다 못해 지루해지기까지 한다.
전역도 그럴까?
: 나는 왕따다. --;
하루에도 여러 번씩 포대 사람들은 모여서 친목(?)을 도모하는데
난 자의 반 타의 반 해서 왕따가 된다. --;
그 시간은 바로 휴식시간에 갖는 '흡연'시간.
전부다 모여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갖는데
나만 혹은 몇몇이서 그냥 떨어져
뻘쭘하니 먼 산만 바라보다 휴식시간을 마친다.
전부다 담배를 가지고 '하나'가 되어
온갖 대화를 나누며 서로 돈독한 관계를 만드는데...
나는 낙동강 오리알 마냥 떨어져 지낸다.
간접흡연이 더 나쁘다나?
원만한 사람 관계를 위해 담배를 필까?
애라!~~~
맘에도 없는 소리 하지도 말자!
한 갑 = 약 1000원
한 달 = 31,000원
일 년 = 365,000원
십 년 = 3,650,000원
프라이드가 한대고 이자까지 합치면...
여튼 안 피는 게 몸에도 좋고 주머니도 든든해진다
/* 쩝.. 그런데 문제는 이 말하는 사람치고 차를 가진 사람이 없다는 거죠. (-_-;)
그래도 담배 안 피면 여러모로 좋습니다.
일단 돈 적게 들죠.
금단현상으로 인한 고통이 없구요.
담배 피는 사람들을 보니 보통 하루에 1갑씩은 피는데
한달에 15갑으로 생활이 됩니까?
담배가 다 떨어질 때쯤이면 전부다 담배가 없어서 비실비실하지요.
군대라고 PX에서 담배를 싸게 파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건강문제를 무시 못 합니다
제가 담배를 안 피는데
딴건 몰라도 오래 달리기 하나만큼은 자신 있습니다.
부대에서 오래 달리기 만큼은 항상 손가락 안에 들었죠.
아무리 등빨 좋고 몸 좋고 해도
담배피면 오래 달리기 하나 만큼은 다 꽝이더군요.
국가 재정 및 교육 여건 개선(?)도
좋지만 몸 생각해서 조금씩 담배를 줄입시다. 여러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