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풍노도의 시기를 막 지난 때 획기적인 일을 맞이했다. 

  햄버거란 정말 '맛있는' 음식을 알게 된 이후 처음 있었던 일이라고
  해야 할까? 이른바 '패밀리 레스토랑'의 발견이었다. 

  지금이야 많은 사람에게 외면받을 만큼 공력을 상실했지만 
  빨갛고 하얀 줄무니의 외관부터 강한 포스를 뿜어내던
  그 식당의 이름이 바로 'TGIF'.  

  그 당시 TGIF의 뜻이 무엇인지 아는체 하는 것이 그 당시를 살던
  젊은 청년학도의 상식이었다. 

  'Thanks God It's Friday' (하나님 감사합니다. 금요일이네요!) 

  왜 금요일에 서양사람들은 그렇게 감사해야 하는지를 배워야 하는 시기였다.
  그당시 주6일 근무는 너무 당연한 일이며,
  먹고 살기 힘든 대한민국의 나아갈 방향은 풍부하고 숙련된, 그러면서 잘 훈련된 인력이
  열심히 일하는 것 밖에 없다는 사상에 푹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왜 금요일이 하나님에게 감사를 할 만한 일인지 외국에 유학다녀온 사람들의 경험담을
  듣지 않아도 알게 되었다. 우리도 이제 주 5일제를 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  

  서양사람들은 금요일 저녁엔 파티를 하거나 주말에 놀러갈 준비를 하고
  주말은 마음껏 즐긴다는 이야기는 와닿지 않는 부러운 것이었었는데
  어느새 나도 금요일 저녁엔 감사를 하며 주말을 기다리고 있다. 

  들었던 이야기와 다른 것은 주말에도 딱히 어디를 놀러갈 상황은 아니라는 것.  

  아무튼 마음편한 금요일 저녁이며, 이제는 아무리 일이 있어도 적당히 주말 이후로
  일을 미뤄둘 만큼 배포도 커졌다. 그전에는 어찌 살았는지 모르겠어도 이제는 우리도
  절박한 생존에서는 조금 비껴서있는것 같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 어르신들은 배부른 소리라며 혀를 차시지만..) 

  역사는 흐르고 사람들은 그 안에서 자기 역할을 하며 살아간다.
  역사에 대한 책이 눈에 하나 띄었다. 
  '초록불님'이라는 나름 내가 좋아하는 블로거가 추천한 책. 
  여유가 되면 한번 쭉 읽어보고 싶다.  

  지금은 금요일 저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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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풍문고에서 책 할인행사 중에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아이들을 위한 책.
  아이들용 책은 원색(Color)에 종이질도 좋기 때문에 가격이 만만치 않다.  

  그런 책을 한권에 2천원. 다섯권을 사도 만원이면 된다는 놀라운 사실.
  물론, 할인행사 없이 잘 팔리는 것들은 할인을 하지 않는다.  

  뒤적거리면 꽤나 괜찮은 물건들을 잘 얻을 수 있다. 
  둘이서 뒤적거리면 10권. 못내 아쉬워서 그 다음날 또 가서 10권을 싸들고 왔다.
  모든 영풍에서 하고 있는것 같기도 한데
  가격은 좀 다르다. 

  내가 사들였던 곳은 천호동 영풍.
  고속터미널에 있는 강남 영풍에서도 할인행사를 하고 있지만
  그곳에서는 가격이 좀 더 비싸다. 

  왜 같은 서점에서 달리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역 차이인가?)
  좋은 것을 건졌다는 나름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나중에 아이가 이 책을 얼마나 좋아할지는 몰라도
  지금 부모들을 만족시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값어치는 했다고 본다. 

  로또만큼 거대한 금액만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건 아닌것 같다. 
  꽉차서 조정이 필요한 책장이 부담스럽지만
  오프라인 방식에 길든 중년에게 책장이 책으로 가득차서 넘치는건
  분명 또 하나의 부자가 된듯한 뿌듯함이다.  

  천호동 영풍문고 위치 : 천호동 4거리에 위치한 현대백화점 10층인가 9층에 있음. 
  행사기간 : 2009년 11월에는 계속하지 않을까?(아님 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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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지.
  그런게지. 

  다 가지고 있지만 놓아서도 안되고
  더 많이 가져서도 안되고 

  작게 가져도 뭐라하고
  크게 가져도 욕을 먹고 

  없으면.. 그럼 될까? 
  그건 죽음과 같고
  멍청한 것과 같고 

  원래는 종이에 끄적여야 했는데
  그렇게 버텨왔는데
  이제 종이에 끄적거리지 못하니
  몸에서 이상이 생기고
  아니 머리에서 먼저 생겼나? 

  욕심은 가득차는데
  해소는 하지 못하고
  그 욕심을 잡아먹는 욕심이 생기고
  그 욕심을 없애려는 욕심이 생기고
  그 욕심을 없애려는 욕심이 욕심일뿐이고
  아무런 욕심이 없어지면 내가없어지고
  나를 붙잡으면 그게 욕심이고 

  내가 욕심인가? 

  아니라 하고.  

  재미있고 읽을만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
  나 스스로 빠져들만한 이야기 
  전문가라 불리는 사람들의 지식으로 깊이를 주는게 아니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로도 깊이가 있는
  그런 이야기였으면 좋겠다.  

  가능할까?
  하지만 심각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통속적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걸 욕심이라고 하지.
  그 욕심이 삶의 목표가 되기도 하고.
  그래야 버틸 수 있거든. 약처럼 말이야.  

  그것만 보면.
  후회해.  

  약에서 깨면 머리가 깨질것처럼 말이야.  

  그래서 욕심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되는데
  그 욕심을 목표로 삼지 않아서는 죽는거 말곤 할게 없어.  

  무릇 선사들은 그 단계를 지나서 열반에 드셨겠지만 말야.
  땡초와 같은 무지몽매한 보통사람은 그렇게 못하거든.  

  이 세상은 1%가 운전해도
  결국 1%를 만드는건 99%의 비교열위자들이지.
  아닌가? 

  맞는거 같은데..  

  무슨 이야기를 쓸까?
  그래야 편히 잠을 잘 수 있을까?  

  이제 좀 잠을 자도 될까?
  잠을 자도 될만큼 이야기를 풀어냈을까?
  겨우 머리를 쉬게 할만큼 혹사를 시켰을까?
  그렇게 말이야.  

  이야기를 쓰고 싶다니까. 
  내가 빠져들 그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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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은  몸이 늙어간다는 말이기도 하다.
  가끔은 나이 든 몸에 적응하지 못한 머리가 깜짝 놀라기도 한다. 

  누군가 읽을 것을 주면서 잘 보이라고 코 앞에 바짝 들이밀면
  어질어질 글씨가 보이지 않아 슬쩍 뒤로 밀어버리게 된다.
  그런걸 원시라고 한다던데... 

  다른 사람들이 뛰는 것을 보면 어딘가 부족해 보여
  직접 나서보기도 하지만 그들보다 훨씬 더 부족한 행동을 하고 있는
  몸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런걸 노쇠라고 한다던가... 

  밤새 영화를 본다거나 책을 읽고, 게임을 하는 중에
  어느순간 잠을 자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걸 '노인들은 깜빡 깜빡 존다'고 하던데.. 

  없어서 못 먹었고, 남아 있는 음식을 억지로 먹어도 
  탈 날 일이 없었다. 요즘은 아무리 좋고 부드러운 음식을 먹을때도
  조금만 신경 쓰이면 탈이 난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날이 추우면 맵시야 어떻게 되든 내복을 찾고
  몸에 좋은 음식이라면 눈길을 한번 더 주고
  끔찍하게 몸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머리는 아직도 건강하고 혈기넘치는 수준에 있어
  노쇠한 몸을 깨달을때마다 놀라곤 한다. 

  이내 그 놀라움은 씁쓸한 인정으로 바뀌곤 한다. 

  그리고나선 나이 드는게 그런거라며 스스로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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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이녀석과 함께 한 시간은 만 3년이 되어 간다. 
  늘 따뜻한 밥을 먹게 해준 녀석의 이름은 '전기밥솥'
  앞에는 '황금동'이라는 딱지를 자랑스레 달고 있는 녀석이다.
  요즘에 한창 선전하는 '뚜껑이 분리되는 깔끔한 밥솥'家 소속이지만
  조금 일찍 태어난 탓에 자기 몸을 분리시키는 깜짝 쇼를 연출하지는 못한다. 

  녀석이라고 하니 지금 입원해 있는 밥솥이 야속하다 느낄것 같아
  이름을 하나 재빠르게 붙여줘야 할것 같다.
  그래. '황동이'.. 이제 섭섭함은 없을듯. 

  황동이 몸에 이상이 발견된 것은 지난 주말.
  그날도 뱃속 한가득 따뜻한 '친환경 쌀로 지은 밥'을 곱게 모셔두고 있던 황동이.
  그 다음날이 출근이라 황동이 뚜껑을 살짝 열고
  얼마나 '친환경 쌀로 지은 밥'이 남아 있는지 확인하고 닫으려는 찰라 

  번쩍하는 불빛과 함께 황동이는 쓰러졌다.
  기절이라고 해야겠지. 액정 표시부에 시간이 나오고 있어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을 알렸다.
  하지만 황동이의 주 특기 '친환경 쌀로 지은 밥'을 보온해 주는 기능은 전혀 들어먹지 않는다. 

  비상사태. 그 다음날 출근때 먹어야 할 따뜻한 밥은 없어진것.
  일단은 황동이 뱃속에서 따뜻한 밥을 그러모아
  '얼음밥'으로 만드는 수술을 집도했다.  

  ※ 얼음밥 : 밥을 프라스틱 상자에 넣은 후 냉동실에 얼려 두는 것.
                 나중에 밥을 먹을때는 전자렌지에 녹이면 된다. 
                 이른바 '수제 햇반'이라고나 할까?  오래 두고 보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큰 마트에 가면 1인분에 맞게 담을 수 있는 통을 파니 구입해서 사용하면 된다.
                 얼음밥용 통은 한개에 1천원이었으니 큰 부담 없이 쓸 수 있다. 

  황동이가 가야할 병원(전기밥솥 A/S 센터)은 아침 8시 30분 부터 저녁 6시 30분까지 운영
  늘 느끼는 것이지만 직장인에게 이런 운영시간은 참으로 불친절한 모습이다.
  불끈. 화가 나다가도 그 안에서 일하시는 또 다른 직장인을 떠올리며 참곤한다.  

  그래서 오늘 마음먹고 황동이를 병원에 데려가기로 했다.
  뭐라 말하기 어색하고 애매했지만
  회사 상사에게도 그대로 말할 수 밖에...  

  '저.. 내일 조금 늦겠습니다. 전기밥솥을 A/S센터에 맡기고 와야 할거 같아서요'  

  후끈거리는 얼굴과 야릇한 미소로 '그러려무나'허락하는 상사의 표정.
  그래도 황동이를 입원시킬 수 있다는 기쁜 마음에 집으로 돌아왔다. 

  황동이는 크다.
  어떤 쇼핑백에 담을 수도 없을 만큼 크고, 어떤 가방에 넣을 수 없을 만큼 크다.
  황동이가 들어가는 가방은 등산가방 정도가 가능하다.  

  이어령 교수가 이야기 했다. 서양의 문화는 suit case의 문화라면 우리의 문화는 이것 

  분홍색 보자기로 황동이를 감싸고 출근길에 올랐다.
  버스를 탔다. 분홍색 보자기에 쌓인 황동이를 아이 다루듯 조심스럽게 의자에 앉혔다.
  녀석도 기분이 좋은듯 가만히 흔들흔들 거린다.
  다행히 버스에 사람이 별로 없었다. 

  8시 30분이 조금 넘은 시간에 황동이를 병원에 맡기고 밖에서 진찰 결과를 기다렸다.
  의사선생님(수리기사)이 나오시더니 진찰서를 써주시며 결과를 알려주셨다. 

  "퓨즈가 나갔네요. 10분이면 되구요. 금액은 43,000원입니다.
   10분만 기다리다 가져가세요. 그리고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하니 다음부터는 9시 이후에
   와주세요" 

  황동이의 부활이 반가웠지만, 분홍색 보자기에 쌓인 커다란 황동이를 안고
  직장에 출근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또 9시 이후에 오라고 하다니. 같은 직장인 끼리 그럴수는 없는것이다. 

  어쩔 수 없었다. 

  최대한 부드럽게(남들은 '비굴하게'로 인지한다) 의사선생님께 말을 전했다. 

  "제가 출근을 해야 해서. 죄송한데 나중에 찾으러 오겠습니다"  

  병원문을 나서면서 황동이를 꼭 찾으러 오겠다 결심했다.
  하지만 그 시간은 주말이 되어야겠지. 황동이가 낯선 환경에 적응 잘 하고 있어야 할텐데
  황동이가 퇴원하면 다시 한번 '친환경 쌀로 지은 밥'을 한가득 만들어 줄 생각이다. 

  ## 오늘의 교훈 

  전기밥솥을 맡길때를 위해서라도 보자기를 준비하자.
  보자기는 가능하면 멋스런 쑥색이나 감색이면 좋다.
  야시시한 분홍빛 보자기는 어렸을때 수퍼맨 놀이용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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