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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잠, 봄꿈
한승원 지음 / 비채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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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나’로 유명한 소설가 한승원의 작품입니다.
이번에 문학 관련 사이트에 글을 올리면서 한 주의 베스트로 선정되어 받았는데 다른 책에 치여 읽지 못하다 시간 내서 한번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표지에 나온 글이 이 작품을 한마디로 정리해주네요.
 
‘다음 세상을 꿈꾼 민중의 지도자 전봉준! 그의 마지막 119일, 그 고난의 기록!’
 
동학 농민 운동(갑오 농민 전쟁)의 지도자였던 녹두장군 전봉준이 우금치 전투에서 패한 직후 일본군에게 끌려가 한양에서 처형을 당할 때 까지 여정을 상상하여 적은 소설입니다.
 
작가가 후기에서 전봉준이 친일파에게 자신과 같은 친일파가 되 달라고 설득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적었다는데 읽으면서 소름이 끼칠 정도였습니다. 세세한 묘사와 이토 히로부미의 양자가 된 조선인 이토 겐지와 정봉준의 숨은 기 싸움, 전봉준이 사형 당하러 가는 길에 조국의 땅과 재산이 유린당하는 모습을 보며 슬퍼하며 기도하는 모습은 진지하게 읽어보지 않음 모를 겁니다.
 
일부 구절을 인용하겠습니다.
 
p154~155
전봉준은 가마문 틈으로 토벌대원들을 바라보았다. 대원들은 바우에게 포승을 채우고, 목에 포승을 걸고 있었다. 군병 하나가 포승 끈을 집었다. 바우는 절뚝거리면서 개처럼 끌려갔다. 전봉준은 진저리치면서 눈을 감고 부르짖었다.
“아, 한울님. 저들의 잔혹한 만행을 똑똑히 직시하시옵소서.”
 
p216
밥이 하늘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모두 밥을 만들려고 산다. 밥을 쟁취하려고 싸운다. 더러운 밥이 있고, 깨끗한 밥이 있고, 떳떳한 밥이 있고, 부끄러운 밥이 있다. 내가 일어선 것, 고부 사람들이 관아로 몰려가 사또에게 대든 것, 아버지가 사람들의 소두로서 항거하다가 곤장을 맞고 장독으로 죽은 것, 호남 일대의 사람들이 죽창을 들고 일어선 것이 다 이 밥 때문이었다. 일본 사람이 조선 땅에 들어온 것도 조선 사람의 밥을 빼앗아 가려고 온 것이다. 조선 사람에게는 쭉정이만 먹이고 저희는 알곡을 탈취해 가려고 그러는 것이다. 전봉준은 국물을 후루룩후루룩 마시면서 생각했다. 나는 죽을 때 죽더라도, 그 슬픈 밥에 대하여 모두 말하고 나서 죽어야 한다.
 
죽으러 가면서 친일파의 유혹을 받는 상황임에도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가고 목표를 이루려 하는 모습에 나라면 어떠했을까 고민하게 한다. 물론 전봉준도 이토의 말을 들으면서 수없는 유혹에 직면했었다. 하지만 죽어 역사 속의 영웅으로 남은 걸 봐서 유혹을 이길 용기가 가득했음을 느꼈습니다.
 
보통 전봉준의 일대기를 담은 소설이 많이 있긴 하지만 죽는 순간을 자세히 묘사한 건 이 책이 처음입니다. 백성을 위해 들고 일어났지만 일본군에게 패하고 사형을 당하는 전봉준, 일본군의 유린과 친일파의 유혹을 극복하고 자신의 뜻을 관철하려는 그의 모습을 담은 책에 감히 좋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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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 있다
앨리슨 베이버스톡 지음, 김원옥 옮김 / 쌤앤파커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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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저자인 앨리슨 베이버스톡은 영국 출판업계에서 오랜 기간 활약하고 있는 출판 컨설턴트입니다. 출판계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어떻게 하면 좋은 책을 낼 수 있을지를 실은 책이라 볼 수 있습니다.
 
처음 책을 접한 순간 ‘읽으면 말 그대로 좋은 지식을 얻어갈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서점에 책 쓰기 전문 서적들이 즐비하지만 중요한 특징을 집어주는 책은 많지 않습니다.
 
p12
이 책은 당신이 진심으로 글쓰기를 원하는지, 나아가 그 글을 출판하여 한권의 책으로 만들기를 원하는지에 대해 자가진단을 하고 실제로 그 꿈이 실현되도록 돕는 책이다.
 
이 책은 글쓰기를 넘어 책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의지를 북돋아주는 멘트를 많이 인용하고 있죠. 읽다보면 여러 사람의 멘트가 보인답니다.
 
p97
갑자기 떠오르는 아이디어는 보통 그 이전부터 해오던, 몇 달간에 걸친 사색과 독서에서 나온 것이다. 피카소의 그림도 평생에 걸친 예술적 노력으로부터 탄생했다. 어떤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른 다는 것은 대단히 흥분되는 일이다. 그리고 인정받아 마땅하다.
 
p162
제2의 헬렌 필딩이나 닉 혼비가 되기를 꿈꾸기보다는,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어떤 게 팔릴지’ 걱정하지 말고 당신이 보고 경험하는 독톡하고 개성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표현하라. - 웬디 페리엄
 
11장에는 ‘작가로서의 열정과 역량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체크리스트’가 있습니다. 작가가 되어 책을 쓸 것인지 스스로 점검해보는 체크리스트죠. 저는 높지도 낮지도 않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의지는 강한데 아직 실력이 부족한 거죠. 그렇지만 이 책에 나온 대로 실망하지 않으렵니다.

p256
총점이 낮다는 것은 앞으로 좀더 신경쓰고, 좀더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지만,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일을 하기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이 체크리스트의 질문들을 본 프로 작가들은 모든 항목들이 의미있고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미 책을 낸 작가들은 최소한 평균 75점 이상의 점수를 얻었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는 것은(예를 들면 40점 정도)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는 뜻이다.
 
책 속 부록은 이 책의 우리나라 출판사인 쌤앤파커스에서 새로 만든 부분입니다. 책이 어떻게 출판되는 지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죠. 한번 읽어보심 좋을 것같습니다.
 
이 책을 보면서 무슨 내용인지 줄줄 읽기는 했는데 막상 적을 때 무엇을 적어야 할지 약간 고민했습니다. 한마디로 ‘참 좋은데 말로 표현하기 힘든’ 책이랄까요? 저는 아직 이 책의 내용을 다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한번 읽어보긴 했지만 다시 읽으려니 엄두가 안 나더군요. 뭐랄까? 읽어봐야 한다는 생각은 들지만 평소에 잘 안 찾게 되는 부분? 그래도 작가가 되려는 사람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책이라 할 수 있겠네요.
 
p156
만약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 있다면, 삶의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자신이 진정으로 믿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면, 당신은 솔직하고 독창적이며 독특한 이야기를 쓸 수 잇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정말 광범위한 것들이라서 사람의 근본적인 내면에서까지 도달하려면 정말 열심히 파내려가야 한다. 자신의 현재 상태를 솔직하게 쓸 마음이 없다면, 철없이 방황하던 시절과 마찬가지로 세상에 어떤 의미도 남기지 못하고 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도로시아 브랜드
 
제목은 흥미로운데 내용은 방대해서 조금씩 읽어야 이해가 될 만한 책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책 자체가 어렵다는 건 아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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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에게 - 십대에게 말 거는 손석춘의 에세이 사계절 1318 교양문고 13
손석춘 지음 / 사계절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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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춘의 순수에게(사계절 펴냄)를 접하게 된 것은 블로그를 돌아다니다 본 서평에 이끌려 읽게 되었습니다. 그 서평이 아니었다면 모르고 지나쳤으리라 생각합니다. 부제목으로 ‘십대에게 말거는 손석춘의 에세이’입니다. 저는 읽기 전에 10대의 다양한 고민과 예찬을 들려주는 거라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읽으면서 예상이 빗나가 버렸습니다. 전에 읽었던 ‘신문읽기의 혁명’의 저자가 썼으니 어떻게 나갈 것인지를 잊고 있었네요.
 
서론은 이쯤에서 하고 책의 목차부터 봅시다.
 
1. 숨겨진 진실 밝혀내기
2. 자기 발로 우뚝 서기
3. 인류의 길로 톺아보기
4. 민주주의 나무 찾기
5. 자아실현의 길 그리기
6. 신문과 TV 짚어 보기
7. 자기 주도 학습 익히기
8. 싱그러운 사랑 배우기
9. 정치 경멸의 정치 읽기
10. 아름다운 집 상상하기
 
이 책에선 주로 ‘톺다’와 ‘고갱이’ 등 순 우리말 표현이 한번씩 나옵니다. 무슨 의미인지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톺다【타동사】
(1)(사람이 어떤 곳을)무엇을 얻으려고 샅샅이 훑어보며 찾다.
(2)(사람이 주로 가파른 곳을)오르거나 내려오려고 매우 힘들게 더듬다.
 
고갱이【명사】
(1)[식물] 풀이나 나무의 줄기 한가운데 있는 연한 심.
(2)사물의 핵심이 되는 부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3)배추 속의 한가운데에서 올라오는 심과 잎. 빛깔이 노릇하고 맛이 달콤하고 고소하다.
 
표현이 참 낯설죠?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이 책의 대상은 당연 10대입니다. 특히 ‘21세기 첫 10년을 10대로 살아간 세대’를 1차적으로 삼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p208
그 세대는 과거 세대와 조금 다른 사회화를 경험했지요. 입시 지옥에 시달리긴 똑같지만, 군사 독재의 야만적이고 획일적 문화에 찌든 경험은 없습니다.
2002년, 2004년, 2008년에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온 10대들은 1987년 6월 항쟁 앞뒤로 태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의 2~30대인 1차 독자들은 10대 때 인터넷의 발달로 지식과 정보를 많이 수용하면서 당시 권위주의를 무너뜨리고 시민들의 참여를 더 활발하게 하는데 기여했습니다. 생각하는 바는 각자 다르나 참여의 열망이 컸던 세대지요. 그렇다고 이후 세대인 지금의 10대를 배려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10대가 되면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인생입문서니까요.
 
첫 내용부터 대체적으로 촛불집회를 긍정적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 중에서 촛불집회를 불편하게 생각하신다면 양해바랍니다.
 
p12
10대가 앞서서 이끈 촛불 시위는 한국인이 창조한 새로운 집회 문화, 표현 문화로 어느새 자리 잡았습니다. 100만 개의 장엄한 촛불 시위를 세계 주요 언론이 아름다운 영상과 더불어 소개했지요. 촛불 든 한국의 10대 스스로 ‘촛불 세대’를 창조해 냈습니다. 세계의 민주 시민에게 촛불 집회는 인류사에서 한글의 독창성 못지않게 한국의 창조적 문화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또한 ‘진보와 보수’라는 잣대를 들이대기보다 진실을 밝히길 권하고 있습니다.
 
p22
우리가 인생의 먼 길을 걸어갈 때 선택해야 할 것은 ‘보수냐, 진보냐’가 아닙니다. 사안에 따라 얼마든지 보수와 진보를 선택할 수 있어요.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보수냐, 진보냐’ 이전에 ‘거짓이냐, 진실이냐’입니다.
(중략)
더 큰 문제는 진실의 가면을 쓴 거짓에 스스로 속아 거짓을 진실로 믿고 살아가는 사람이 숱하다는 데 있습니다. 진실의 가면을 쓴 거짓을 벗기는 게 중요한 까닭이지요.
 
p23
보수와 진보의 틀을 넘어서는 데 고갱이는 진실입니다. 거짓이 진실과 맞서서 그것을 마치 보수와 진보의 시각 차이나 좌우 대결인 듯이 주장하는 사례가 많기에 더 그렇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진실이 무엇인가를 밝혀내는 일, 그 어떤 이데올로기 보다 진실에 충성하는 일, 그것이 청소년이 순수성을 올곧게 지키며 살아가는 첫걸음입니다.
 
이후 내용은 독자에게 어떻게 진실을 찾아 낼 것인지 조목조목 따지고 있습니다. 자아의 직립, 민주주의, 미디어, 학습, 사랑, 정치 등 다양한 주제로 이루어져 있죠.
 
p30
타인이 하라는 대로 행동하는 ‘수동적 자아, 곧 객체로서의 자아’로 살고 싶은가요? 아니면 스스로 결정하는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자아’로 살고 싶은가요? 간추리면 me냐, I냐? 선택의 문제입니다. 수동적 사회화에 머물 게 아니라 주체적으로 사회 읽기에 나서야 옳지 않을까요?
p64
많은 사람이 역사가 진보한다는 확신의 근거를 따지거나 발전의 의미를 묻습니다. 소박하게 답하고 싶습니다. 싱그러운 사랑에 더해 사랑답게 살고 싶어 나서는 슬기로운 싸움이라고.
 
특히 민주주의를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라 표현한 것은 저에게 큰 신선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역사를 통해 대강 접하긴 했지만 구체적인 설명에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인류가 오랫동안 살았던 절대왕정을 무너뜨리고 민주주의라는 실험을 하는 과정이 책 한 권에 들어왔습니다.
 
p72
민주주의는 피를 머금으며 싹텄고 피를 거름으로 자라난 나무입니다. 섬뜻하지만 감출 수 없는 진실이지요. 그 진실을 똑바로 알고 있어야 우리 각자가 민주주의 주체, 촛불 집회에서 노래한 민주 공화국의 주권자로 우뚝 설 수 있습니다. 그때 서로소 하나밖에 없는 자신의 소중한 삶이 험한 세상에서 휘둘리지 않게 되겠지요.
 
p75~76
보통 선거권이 정립되는 역사의 전개 과정을 보면 여기서도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의 진실을 확인할 수 있어요. 사회주의자들을 비롯해 끊임없이 아래로부터 투쟁이 있었기에 선거권은 확대되었지요. 선거권이 한 차원 더 넓어질 때마다 그 넓이만큼 민중이 피를 흘려야 했습니다. 투표권, 그것은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의 한 가지인 게죠.
 
그 외에도 수많은 조언들이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장별로 서술하기에 너무 많아 일부만 서술하겠습니다.
 
p146
대학 입시라는 장벽을 앞두고 있는 현실이지만, 좋은 책을 가능한 폭넓게 읽어 보길 권합니다. 사고의 폭과 깊이가 더해질 때, 학교에서 배우는 우주와 역사, 사회에 대한 이해력도 훨씬 높아집니다. 학교 수업에서 발상의 전환도 가능해지지요.
 
p179
10대는 ‘정치적 이용과 선동의 대상’이 될 수 없듯이 ‘육성의 대상’도 아닙니다. 10대 스스로 선택권을 지니고 자기 결정권, 자기 두 발로 서는 힘을 키워 가야 합니다. 그게 교육이지요. 청소년들의 순수한 촛불을 불순한 시각으로 덧칠하는 것이야말로 낡은 정치적 사고이자 비교육적 행태입니다.
 
이 책을 통해 느낀 건 내용자체가 흔히 생각하는 젊은 선배의 ‘꼰대’기질이 내는 잔소리가 아닌 천금 같은 조언이라는 겁니다. ‘순수에게’라는 제목과 달리 ‘순수’를 버리길 바라는 현실을 조언 형식으로 다루고 있죠.
 
p206
이 책에서 제안한 ‘숨겨진 진실 밝혀내기’에서 ‘아름다운 집 상상하기’까지 열 가지는 인간의 보편적 호기심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그 열 가지를 10대에 갈무리하면 평생을 심지 굳으면서도 즐겁게 살아갈 수 있으리라고, 뭘 하고 싶은지 몰라 가슴이 먹먹할 이유가 없으리라고 감히 자부합니다.
 
10대는, 10대를 살았던 2~20대는 진보와 보수를 구분 짓는 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모습에서 무언가 뻥 뚫리고 시원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촛불은 긍정적인 걸로 여기는 부분에선 독자가 걸러 들었으면 합니다. 촛불은 분명 2000년대를 대표한 이래 2010년대인 지금까지 이어져 온 평화적인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지나침으로 인한 광기는 다루지 못한 건 아쉽다고 생각합니다.
 
독자를 향해 세상의 진실을 밝히고 주체적인 자아를 실현하라고 주문하는 이 책은 분명 모두가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읽고 나면 한번쯤 성찰하느라 마음이 무거워질 것 같습니다. 알고 있던 세상에 대한 시각을 다시 생각하고 바르게 나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일까요? 저는 이 책을 좋은 책으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판단은 각자의 몫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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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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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저자 강원국 씨는 김우중 전 대우회장, 조석래 효성회장이 전경련 회장일 때 스피치 라이터였고 대우증권, KG그룹 등에서 20년 동안 글쓰는 일로 일하다 국민의 정부(김대중 정부)와 참여정부(노무현 정부)를 두루 거치며 두 대통령의 말과 글을 다듬었던 경험을 토대로 ‘대통령의 글쓰기’(메디치미디어에서 펴냄)를 썼습니다. 한마디로 두 대통령의 연설문은 저자를 통해 나온 거지요. 저자는 어떻게 하면 말과 글로 가장 짧은 시간에, 쉽게, 많은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지를 배우면서 ‘행복한 8년’을 보냈다고 회고합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글쓰기에 대해 색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전달하려는 대상이 누구인지, 어떤 의도인지를 분명히, 쉽게 표현해야 한다는 점이 와 닿았죠.
 
저자는 대통령의 말과 글이 무엇을 표현하고 싶어 하는지를 간단히 말해주고 있습니다.
 
p16
글의 중심은 내용이다. 대통령의 욕심은 바로 무엇을 쓸 것인가의 고민이다. 그것이 곧 국민에게 밝히는 자신의 생각이고,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 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두 대통령을 모신 경험담을 소상히 밝히면서 ‘대통령의 글쓰기’란 어떤 것인지 설명하고 있습니다.
   
두 대통령의 공통점 중 하나는 생각이 많고 여러 입장을 고려한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습니다.
 
p26
노 대통령은 회의 자리에서도 골똘히 생각에 잠기고 했다. 그래서 회의 중에 잠시 대회가 끊기는 어색한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중략)
김대중 대통령 역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의견(생각)이 있는 사람이고,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의견이 없는 사람이다.”고 할 정도로 생각을 중시했다.
 
깊고 다양한 생각을 중시하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저는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 생각이 얕다는 말을 자주 듣곤 했었습니다. 이 글이나 말을 하면 좋다 혹은 아니다를 생각해야 하는데 머리보다 몸이 앞서는 편이거든요.
 
반면, 독서, 연설문 등의 스타일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정독, 깊게 얘기하는 스타일이라면 노 전 대통령은 속독, 쉽게 얘기하는 스타일입니다. 이 책에 나온 두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해보겠습니다.
 
p171-172 김대중 전 대통령(2009년 6·15 남북정상회담 9주년 기념사)
우리나라가가 자유로운 민주주의, 정의로운 경제, 남북 간 화해 협력을 이룩하는 모든 조건은 우리의 마음에 있는 양심의 소리에 순종해서 표현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선거 때는 나쁜 정당 말고 좋은 정당에 투표해야 하고, 여론조사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래서 4,700만 국민이 모두 양심을 갖고 서로 충고하고 비판하고 격려한다면 어떻게 이 땅에 독재가 다시 일어나고, 소수 사람들만 영화를 누리고 다수 사람들이 힘든 이런 사회가 되겠습니까?
 
p188 노무현 전 대통령(2007년 1월 지방 언론과의 간담회)
나에게 진정성을 따지지 마십시오. 그것은 증명할 수 없는 것입니다. 객관적으로 그 말이 옳은지 그른지 따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진정으로 하면 어떻고 안 진정으로 하면 어떻습니까? 정치인이 진정으로 안 하는 말이 어디 있고, 또 진정으로 하는 말이 어디 있습니까?
 
어느 대통령의 스타일이 좋은지 각자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사실 말은 잘하는데 행동이 좋지 못하다는 평을 받는 건 사실입니다. 김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 발언의 경우 논리적인 발언과 의견으로 좋은 평을 받았지만 결과는 의도치 않게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거의 들어갔다고 보수 우파에서 평하고 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서민에게 가까이 가려는 발언으로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았지만 막말 논란에 시달려야 했지요.
 
그렇다면 저자는 두 전 대통령의 연설비서관으로 활동하면서 어떤 것을 주로 배웠을까요? 내용 곳곳에 나오지만 저는 특히 14장과 15장에 걸쳐 나오는 대통령의 글 전개하기 가르침을 추천합니다. 각각 서술하기와 표현하기인데 제가 봐도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글쓰기에 있어 기본 중 하나이기에 권하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이 책에서 감명 깊게 느낀 부분입니다. p19~21에 나오는 노 전 대통령이 저자에게 말한 글쓰기 지침 중 일부입니다.
 
10. 짧고 간결하게 쓰게. 군더더기야말로 글쓰기의 최대 적이네.
22. 책임질 수 없는 말은 넣지 말게.
28. 평소에 사용하는 말을 쓰는 것이 좋네. 영토보다는 땅, 식사보다는 밥, 치하보다는 칭찬이 낫지 않을까?
 
그리고 p22~23에 있는 글쓰기를 음식에 비유한 부분 중 일부입니다.
 
1. 요리사는 자신감이 있어야 해. 너무 욕심부려서도 안 되지만. 글 쓰는 사람도 마찬가지야.
11. 요리사가 장식이나 기교로 승부하려고 하면 곤란하네. 글도 진심이 담긴 내용으로 승부해야 해.
 
이 부분만 보면 노무현 지지자(친노)로 보일 것같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분 중 p30에서 강조한 ‘독자와의 교감’도 넣었습니다.
 
첫째, 반걸음만 앞서가라. 아무리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너무 앞서 가지 마라. 따라오지 않으면 잠시 멈춰 서서 들어라. 이해해줄 때까지 설득하라. 그래서 의견을 맞춰라. 읽는 사람이 공감하지 못하는 글은 아무 쓸모가 없다.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 읽는 사람을 배려해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아예 읽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야 한다.

둘째, 손을 놓지마라. 두세 걸음 앞으로 나서면 마주 잡은 손이 떨어질 것이고, 따라올 수가 없다. 늘 그들 안으로 들어가 읽는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들의 생각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나란히 가서도 안 된다. 그러면 발전이 없다.

앞에도 강조했지만 이 책을 통해 제가 어떻게 글을 써야하는지, 독자는 어떻게 느낄 것인지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연설문에 불과하지만 어떻게 말하고, 글쓰는 지를 조금 더 배울 수 있게 되었구요. 기회가 된다면 자주 빌리거나 소장하면서 공부해볼 생각입니다. 그만큼 배우기에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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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e - 시즌 7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7
EBS 지식채널ⓔ 지음 / 북하우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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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의 간판 프로 지식채널e를 아시나요?
짧은 시간에 세상의 돌아가는 이야기를 음악과 글, 사진 등으로 만든 미니 다큐 말입니다. 그 중 Season. 7을 선택해 읽어봤습니다.
 
영상 속 강렬한 멘트와 책에서만 볼 수 있는 자세한 소개 글이 역시나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습니다. 누구나 다 아는 책 지식e, 이번 감상문은 제가 최고로 생각하는 5개의 에피소드를 담아보았습니다.
 
1. 공병우 타자기
컴퓨터 자판 좀 만져본 사람이라면 두벌식, 세벌식이라는 자판 이름은 알 겁니다. 그 중 세벌식을 만든 사람이 바로 공병우 박사님입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주로 채택된 게 두벌식이라 소수가 쓴다는 느낌이 들었지요. 저도 세벌식으로 바꾸려고 했지만 주로 두벌식으로 배우는 워드를 치고 컴퓨터를 쓰는 입장에서 포기해야 했던 어렸을 적 기억이 납니다.
 
초성, 중성, 종성을 살리고
자주 쓰는 소리를 분석하고
인체공학적으로 자판을 배치하여 만든
 
세벌식 타자기
 
타자기 시장의 60%를 점유했던
세벌식 자판기가 탈락한 이유
 
“글자 모양이 거칠다.”
 
세벌식, 우리나라에서 바로 채택했으면 손목이 덜 아프고 한글 창제 원리도 나름 익히고 편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공병우 박사님은 알다시피 안과의사셨습니다. 그러다 한글학자 이극로의 눈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그의 얘기를 듣게 되었고 바로 한글 타자기로 눈을 돌리게 되었지요.
 
공병우 박사님의 세벌식 이야기를 보면서 한글 타자기를 통해 한글의 원리를 배우고 인체에 맞도록 한 노력이 눈물겨웠습니다. 지금도 살아남아 워드용 자판에서 바꿀 수 있는 세벌식에 무한한 박수를 보냅니다.
 
2. 만만한 방송국
우리나라 7개 지역에 있는 공동체 라디오(소출력 FM)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전력 1W가 닿을 수 있는
반경 5km
 
사람들의
색다른 놀이터
 
평소에 자주 듣지 않지만 듣다보면 개성있고 지역색이 넘쳐 한번쯤 듣고 싶게 만드는 공동체 라디오, 저는 그런 라디오 방송국이 수십개나 되는 미국이나 일본을 보면서 부러워했었습니다. 왜 출력도 높이고 지역 방송국이 더 늘어나지 못할까 의문도 들었고요.
 
송출 범위가 제한적이고 규모가 작다는 점이 핸디캡처럼 보이지만 소출력 라디오의 애초의 지향은 낮은 시선으로 다양한 목소리를 전하는 것이다.
 
저는 공동체 라디오가 가지고 있는 매력을 믿고 있습니다. 똑같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지만 일반 라디오 방송에선 하기 힘든 마이너 지향은 매니아층을 형성하기 충분하거든요.
 
3. 공부 못하는 나라
제목 그대로 공부를 못하며 살자는 뜻이 아닙니다. 주입식 공부를 강요하는 우리나라를 독일의 사례를 들어 만든 내용입니다.
 
한때는
주입식 국민교육 제도와
선진 학습법의 수출국이었던
독일
 
그 독일이 키운 괴물
전쟁과 우월주의
 
역사의 반성으로 얻은 해답
 
“1등 다툼은 필요 없다!
우리 교실은
한두 명의 뛰어난 사고보다
모두의 깊이 있는 사고를 원한다.”
 
우리나라는 학구열이 뛰어난 국가 중 하나입니다. 유교적 가치관 등 역사적 특징이나 민족성을 강조하지 않아도 ‘개천에서 용 난다’를 믿는 나라입니다. 그래서 청소년 자살률이 높기로 소문났지요.
 
이번 편을 보면서 학생들이 조금씩 공부에 부담을 받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육에 대한 과열을 약간 줄이고 진로와 적성, 꿈을 향해 나아가도록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4. 루퍼트 머독
세계적인 언론 재벌인 뉴스코퍼레이션(현재 뉴스코프와 21세기 폭스로 분할)의 CEO인 루퍼트 머독의 이야기입니다.
 
“껌을 팔든, TV를 팔든
누구나 과장은 한다.
중요한 건
어떻게든 많이 파는 것이다.“
 
책에서는 루퍼트 머독의 이야기 외에도 우리나라의 미디어법과 종합편성채널에 관한 이야기도 담고 있습니다. 편향된 성향을 가진 언론이 미디어를 장악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하는 우려를 표출했고요.
 
미디어를 차지하는 자가 세상을 차지한다는 말은 괜히 나온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한 이야기였습니다.
 
5. 눈물의 룰라
루이스 이냐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전 대통령의 이야기입니다. 취임 당시 좌파정책으로 국내외에서 많은 우려와 비난을 받았지만 정책들이 성공을 거두면서 빈곤층 2000만 명이 중산층이 되었지요.
 
브라질 인구의 4분의 1이 경험하는
생활보조금
 
그러나
생활보조금을 받기 위한 엄격한 전제조건
 
반드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것!
 
지금 브라질 사정은 아직도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월드컵을 치루면서 조금씩 나빠지고 있죠. 룰라 전 대통령의 정책을 보면서 우리나라에서 이런 정책을 세우는 대통령이 있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에는 그의 과오도 담겨있습니다. 빈곤해소 정책이 빈곤완화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점을 들면서요.
 
우리나라에서 한번 실현되길 바라는 생각에 베스트 5중 하나로 뽑았습니다.
 
그 외에도 지식e Season 7에서 더 많은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한번 찾아보시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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