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 강원국 씨는 김우중 전 대우회장, 조석래 효성회장이 전경련 회장일 때 스피치 라이터였고 대우증권, KG그룹 등에서 20년 동안 글쓰는 일로 일하다 국민의 정부(김대중 정부)와 참여정부(노무현 정부)를 두루 거치며 두 대통령의 말과 글을 다듬었던 경험을 토대로 ‘대통령의 글쓰기’(메디치미디어에서 펴냄)를 썼습니다. 한마디로 두 대통령의 연설문은 저자를 통해 나온 거지요. 저자는 어떻게 하면 말과 글로 가장 짧은 시간에, 쉽게, 많은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지를 배우면서 ‘행복한 8년’을 보냈다고 회고합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글쓰기에 대해 색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전달하려는 대상이 누구인지, 어떤 의도인지를 분명히, 쉽게 표현해야 한다는 점이 와 닿았죠.
 
저자는 대통령의 말과 글이 무엇을 표현하고 싶어 하는지를 간단히 말해주고 있습니다.
 
p16
글의 중심은 내용이다. 대통령의 욕심은 바로 무엇을 쓸 것인가의 고민이다. 그것이 곧 국민에게 밝히는 자신의 생각이고,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 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두 대통령을 모신 경험담을 소상히 밝히면서 ‘대통령의 글쓰기’란 어떤 것인지 설명하고 있습니다.
   
두 대통령의 공통점 중 하나는 생각이 많고 여러 입장을 고려한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습니다.
 
p26
노 대통령은 회의 자리에서도 골똘히 생각에 잠기고 했다. 그래서 회의 중에 잠시 대회가 끊기는 어색한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중략)
김대중 대통령 역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의견(생각)이 있는 사람이고,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의견이 없는 사람이다.”고 할 정도로 생각을 중시했다.
 
깊고 다양한 생각을 중시하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저는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 생각이 얕다는 말을 자주 듣곤 했었습니다. 이 글이나 말을 하면 좋다 혹은 아니다를 생각해야 하는데 머리보다 몸이 앞서는 편이거든요.
 
반면, 독서, 연설문 등의 스타일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정독, 깊게 얘기하는 스타일이라면 노 전 대통령은 속독, 쉽게 얘기하는 스타일입니다. 이 책에 나온 두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해보겠습니다.
 
p171-172 김대중 전 대통령(2009년 6·15 남북정상회담 9주년 기념사)
우리나라가가 자유로운 민주주의, 정의로운 경제, 남북 간 화해 협력을 이룩하는 모든 조건은 우리의 마음에 있는 양심의 소리에 순종해서 표현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선거 때는 나쁜 정당 말고 좋은 정당에 투표해야 하고, 여론조사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래서 4,700만 국민이 모두 양심을 갖고 서로 충고하고 비판하고 격려한다면 어떻게 이 땅에 독재가 다시 일어나고, 소수 사람들만 영화를 누리고 다수 사람들이 힘든 이런 사회가 되겠습니까?
 
p188 노무현 전 대통령(2007년 1월 지방 언론과의 간담회)
나에게 진정성을 따지지 마십시오. 그것은 증명할 수 없는 것입니다. 객관적으로 그 말이 옳은지 그른지 따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진정으로 하면 어떻고 안 진정으로 하면 어떻습니까? 정치인이 진정으로 안 하는 말이 어디 있고, 또 진정으로 하는 말이 어디 있습니까?
 
어느 대통령의 스타일이 좋은지 각자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사실 말은 잘하는데 행동이 좋지 못하다는 평을 받는 건 사실입니다. 김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 발언의 경우 논리적인 발언과 의견으로 좋은 평을 받았지만 결과는 의도치 않게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거의 들어갔다고 보수 우파에서 평하고 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서민에게 가까이 가려는 발언으로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았지만 막말 논란에 시달려야 했지요.
 
그렇다면 저자는 두 전 대통령의 연설비서관으로 활동하면서 어떤 것을 주로 배웠을까요? 내용 곳곳에 나오지만 저는 특히 14장과 15장에 걸쳐 나오는 대통령의 글 전개하기 가르침을 추천합니다. 각각 서술하기와 표현하기인데 제가 봐도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글쓰기에 있어 기본 중 하나이기에 권하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이 책에서 감명 깊게 느낀 부분입니다. p19~21에 나오는 노 전 대통령이 저자에게 말한 글쓰기 지침 중 일부입니다.
 
10. 짧고 간결하게 쓰게. 군더더기야말로 글쓰기의 최대 적이네.
22. 책임질 수 없는 말은 넣지 말게.
28. 평소에 사용하는 말을 쓰는 것이 좋네. 영토보다는 땅, 식사보다는 밥, 치하보다는 칭찬이 낫지 않을까?
 
그리고 p22~23에 있는 글쓰기를 음식에 비유한 부분 중 일부입니다.
 
1. 요리사는 자신감이 있어야 해. 너무 욕심부려서도 안 되지만. 글 쓰는 사람도 마찬가지야.
11. 요리사가 장식이나 기교로 승부하려고 하면 곤란하네. 글도 진심이 담긴 내용으로 승부해야 해.
 
이 부분만 보면 노무현 지지자(친노)로 보일 것같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분 중 p30에서 강조한 ‘독자와의 교감’도 넣었습니다.
 
첫째, 반걸음만 앞서가라. 아무리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너무 앞서 가지 마라. 따라오지 않으면 잠시 멈춰 서서 들어라. 이해해줄 때까지 설득하라. 그래서 의견을 맞춰라. 읽는 사람이 공감하지 못하는 글은 아무 쓸모가 없다.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 읽는 사람을 배려해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아예 읽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야 한다.

둘째, 손을 놓지마라. 두세 걸음 앞으로 나서면 마주 잡은 손이 떨어질 것이고, 따라올 수가 없다. 늘 그들 안으로 들어가 읽는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들의 생각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나란히 가서도 안 된다. 그러면 발전이 없다.

앞에도 강조했지만 이 책을 통해 제가 어떻게 글을 써야하는지, 독자는 어떻게 느낄 것인지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연설문에 불과하지만 어떻게 말하고, 글쓰는 지를 조금 더 배울 수 있게 되었구요. 기회가 된다면 자주 빌리거나 소장하면서 공부해볼 생각입니다. 그만큼 배우기에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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