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판매상들...

살찌기와 살 깍아내기, 돈 빌려주기와 빌려 준 돈 받아내기, 대통령 뽑기와 대통령 끌어내리기....
본인도 모르게 보험 가입을 해놓고, 계약 무효는 그에 비하면 피똥 쌀 각오를 함에 있어서 실제 생활에서도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
시간도 많겠다. 본때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여기저기 알아보니, 보험회사와 영업을 맡고 있는 설계사와 계약자 간의 프로세스에 허점이 많다. 정보가 균등하게 흐르고 있지 않다는 점, 그 상황에서 법은 모호한 판결을 내리고 있었고, 소비자는 그저 이 사람 저 사람 말만 듣고서 손해를 보고 있었다.
보험 약관을 보면 복잡하기도 하거니와 구체적이지 않은 부분들이 꽤 많다. 점점 양도 많아지고 복잡해지는 것이 구체성을 띠는 듯 하지만, 뭔가 사실을 숨기기 위한 ‘노이즈’라는 느낌이 강하다. 제대로 된 상품설명과 판매방식이 가능할 수 없게 만드는 구조는 바로 보험회사의 이윤이 어디서부터 발생하는가를 보면 (보험약관에 비해) 너무나 명확해 보인다. 소비자에 대한 기만행위로 그려낸 보험회사의 ‘건실한 재무제표’는 몸 하나만 믿고 사는 서민들의 삶과 대비된다.

내 경우에는 너무나 명확해서 일처리가 쉬울 줄 알았다.
'약관 미전달, 청약서부본 미전달, 자필 미서명, 상품설명 불이행' 으로 인한 보험 4대 기본지키기가 안된 점을 들어 계약 무효를 요청했건만, 돌아오는 대답은 ‘(계약 무효시키기엔) 시간이 너무 흘렀다’ 였다.
계약이 애초에 성립되지 않았는데 ‘자기 회사의 규약조건’을 들먹이는 건 말도 안될 뿐더러,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약관에 명시된 내용을 ‘시간’ 때문에 부정하는 것은 약관에도 ‘유효기간’이 있다라는 헛소리에 불과하다라고 주장했다.
‘보험 20년을 했고 센터장인 본인을 못 믿겠냐’, ‘이런 경우에는 납임금을 돌려줄 수 없다’, ‘’금감원에 민원 넣어도 소용없다.’, ‘법원 판례를 찾아봐도 그렇다.’
처음 만났을 때, ‘일단 계약 해지를 하고 기다리면 주겠다’라는 ‘감언이설’에 속아넘어가지 않았는데, 구라 내공을 보아하니 20년 동안 노력해도 이를 수 없는 경지는 있나 싶었다. 금감원에 민원을 넣을 테면 넣으라는 식의 의연함에는 좀 놀랐다. 아~! 저것이야 말로 오랜 민원 담당자의 진정한 자세구나. 집에 와서 다시 공부했다. 지난 2~3주간 내가 공부를 좀 했기에 망정이지 쫄 뻔 했다.

‘설계사 책임론’으로 1달 정도 질질 끌길레 마지막으로 민원 담당자인 센터장과 통화하여 입장 변함이 없음을 확인하고 금감원에 500자 짜리 민원을 넣었다.
마지막 2줄은 이렇다…
“담당 보험설계사의 4대 기본지키기가 안된 사실을 설계사 본인도 인정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매리쭈화재는 '도의적으로 보험설계사가 물어내라'라고만 하고 있어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보험가입은 본인도 모르게 할 수 있으면서, 본인의 계약무효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는지 납득할 수 없습니다.”   


2시간 후…

내공20년 : ‘일단 반은 돌려줄 테니 시간을 달라.. 설계사한테 받아서 주겠다’
검색1주일 : ‘설계사가 수수료 뱉어내는 거랑 원금 돌려 받는거랑 상관없으니 그런 식의 진행은 싫다.’
내공 20년 : ‘원래는 돌려 받을 수 없는 건데, 이런 식으로라도 해주는 거다.’
검색1주일 : (웃기시네 -_-) ‘그렇다면 진짜 그런지 아닌지 끝까지 가보겠다.’
게임이론을 잘 모르지만, 나의 최선의 전략은 매우 단순하다.

1)
나 : 승
계약 무효와 동시에 승리감과 맥주에 취하며 보험납입금을 세어 본다. (얼마 안되지만..)

민원 바리케이터 : 패
20년 내공에 대한 깊은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갖지나 않을까.

2)
나 : 패
계약 유지 (그냥 하지 뭐… -_-;; 손해보험 하나는 있어야지)

민원 바리케이터 : 승
월 51000짜리 보험 유지, 방어포인트 1 상승 성과 올림


나는 나의 의사가 반영이 안된 보험 때문에 벌인 일이건만, 민원 바리케이터는 일을 너무 열심히 하는 것이 문제 인 것 같다. 그냥 원칙대로만 하지 -_-;

1시간 후…

내공20년 : 제가 잘못 알았던 것 같습니다. 이런 민원이 많아서… 전액 돌려드릴 테니 민원 취소해 주세요.
알고 계시겠지만, 민원을 넣으시면 패널티가 있어서 오늘 안으로 취소해주셔야 합니다.

나는 지급확인서를 팩스로 받고, ‘내공20년씨’의 민원을 30분만에 해결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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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1-02-24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웃겨 ㅋㅋㅋ 저kt랑 3년여간 싸웠던거 기억났어요. 위랑 비슷. 나한테 이야기 안 하고 가입. 해지후요금에 관한거였는데. 얘기하자면 길고 마지막은 정통부 민원. 민원담당자가 kt 직원같은 소리하고 자빠져서 전화해서 조목조목 따지고 해결될때까지 매일 매일 점심식사 전에 전화 드리겠다고 했더니 전화 끊고 바로 전화와서 해결. ㅎㅎ

faai 2011-03-11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지십니다-_-b

감은빛 2011-03-21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네요! 이 깔끔한 요약은 정말 멋져요!
저도 최근에 인터넷전화기 사업자(L쥐)와 몇달동안 실랑이가 있었습니다만,
역시 민원넣었더니, 며칠만에 곧바로 해결이 되더군요.
그쪽 담당자도 민원 넣어봐야 소용없다고 구라를 쳐댔는데,
그 구라를 반쯤 믿었던 자신이 오히려 부끄러워지더군요.

라주미힌 2011-03-21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모르면 당하기 쉽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