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典 모시고 스승님과 공부하는 재미
김일덕 지음 / 원불교출판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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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 입교 선물로 받은 책. 김일덕이라는 예비교무가 스승인 장산 종사와 나눈 대화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아래는 아상(我像)에 관한 한 구절.  

   
  "장산님 요즘 고민이 있습니다. 전 참 아상이 많습니다. 경계마다 아상이 자꾸 나오니 괴롭습니다." / "아상 없으면 너 죽어버린 것이다. (...) 아상 자체는 네가 살아있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그러나 아상에 잡혀 있으면 안된다. 부처님의 천상천하 유아독존, 만세멸도상독로 다 아상 아니냐? 아상이 나쁜 것이 아니다. 아상은 아상일 뿐이다. 다만 최고의 아상을 가져야 한다. 그러려면 진리의 나를 알아야 한다. 이름의 나를 아는 것은 아상에 잡힌 것이다.(...)"    
   

선물만 넙죽 받아챙기고 요즘은 교당에 잘 나가지도 않는다. 정신적으로 한참 힘들었던 시기에는 간도 쓸개도 모조리 빼다 바칠 것처럼 매달렸는데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간사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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率路 2009-06-29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한부(?)기간 동안엔 아무래도..^^;;;;;

수양 2009-06-29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도 그렇겠죠 조만간 이 블로그도 죽을 날이 머지 않은 듯-_-
 
언니들, 집을 나가다 - 가족 밖에서 꿈꾸는 새로운 삶 스물여덟 가지
언니네트워크 엮음 / 에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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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족으로부터 독립을 준비해 나가는 중이거나 혹은 이미 독립하여 공동체를 꾸리는 등의 방식으로 비혼 생활을 가꿔가는 필자들이 저마다의 비혼담을 들려준다. 혼인과 혈연 관계로 맺어진 공동체가 가족의 일반적인 모습이기는 하지만 결코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결혼제도를 벗어나서도 얼마든지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따뜻하고 단란하게 존재할 수 있음을 스물여덟 개의 이야기들이 유쾌하게 보여주고 있다.  

결혼이 반드시 통과해야 할 인생의 절대적인 관문은 아니겠다,라고 하는 요근래 어렴풋이 드는 생각이 이 책을 통해 좀 더 확신을 얻게 된 것 같다. 더불어 이 책은 내가 만약 앞으로도 계속 현재와 같은 독신 생활을 유지할 경우, 살아가면서 홀로 감당해야 할 실질적인 문제들(주거, 신변의 안전, 건강, 고독감 등)에 대해서도 고민해보게 만든다.

책 중반부에는 스스로 날을 잡아 '비혼식'을 올리고 정식으로 비혼의 대열에 합류하는 한 남성 필자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비혼식이라니 이거 원, 결혼식 만큼이나 낭만적인 의식이 아닌가. 혹시 나도 훗날 결혼을 안 하고 살아야겠다는 궁극의 결심이 서면 '비혼식'이라는 걸 조촐하게라도 올려보고 싶다. 생일보다 더 의미있는 기념일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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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굴뚝청소부
이진경 지음 / 새길아카데미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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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각각의 철학 사상과 이론들이 '무엇을 문제로 설정하는가'(사유를 전개하는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화두의 방향)에 주목하여 근대 이후 사상(근대 이후라고는 하지만, 이 책에서는 사실상 근대 이후 사상을 다루기 위해 플라톤에서 중세신학까지도 폭넓게 끌어들이고 있다)들을 유기적인 흐름으로 연결지어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철학사가 결코 '독창적 사상들의 시대별 나열'이 아니라, '역동적인 기승전결이 유구하게 반복되는, 그리고 인류의 역사가 지속되는 한 끝나지 않을 영원한 이야기'로서 비로소 와닿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신으로부터 독립해 그 위상을 떨치던 근대의 주체가 절정과 위기의 순간을 거쳐 마침내 해체되고, 해체가 곧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밤하늘에 터지는 폭죽처럼 외려 다양한 담론의 분수령이 되기까지, 이 책은 그 거대한 맥락을 조곤조곤 짚어가며 그야말로 한 편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격으로 철학자 각각의 사상에 대한 단편적인 이해에만 골몰해 있던 차에 이 책을 읽음으로써 비로소 근대 이후 철학적 사유의 흐름과 맥락을 어느 정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한편, 이 책에서는 탈근대를 예견한 근대 철학자로서 스피노자를 높이 평가하고 있는데, 예전에 학교에서 서양철학사 교양수업을 들을 때도 이와 비슷한 생각이 막연히 들어서 '스피노자의 사상이 대단히 불교적이고 탈근대적으로 읽히는데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질문한 적이 있었다. 그때 교수님의 답변은 '그런 면이 없지는 않지만 어디까지나 스피노자는 근대인이었고, 그의 범신론은 기계론적 범신론에 가까우며, 따라서 그의 사상은 불교보다는 라이프니츠와 오히려 친연성이 있다'고 하셨었다. 해석하기 나름이겠지만, 내가 그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교수님의 말씀에 재반박을 해볼 수도 있었을 텐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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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헌의 아트 카페 우리가 아직 몰랐던 세계의 교양 27
이주헌 지음 / 생각의나무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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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초반부에는 사조를 넘나들며 서양 고전 미술 작품들을 두루 살피다가 뒷부분으로 가면 한국 전통미술 및 현대미술작품(사실 이렇게 분류하기도 좀 애매하지만)도 꽤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그 중에 박대성 화백의 <현율玄律>이라는 작품(아래)은 도판임에도 불구하고 보는 눈이 다 시원해지는 그림이다. 크기가 178X383cm라고 하는데, 실물로 보면 얼마나 압도적인 느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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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평론선집 1 - 개정판
김종철 엮음 / 녹색평론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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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2년도에 녹색평론지에 게재된 글 가운데 일부를 추린 책. 시인, 수필가, 환경운동가, 과학자, 건축가 등 다양한 직종을 가진 필자들이 모여 생태와 환경에 대한 담론을 펼치고 있다. 내용을 언급하기에 앞서 먼저 이 책의 생김새 자체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겠다. 외형부터가 이미 책에서 논의된 담론을 적극적으로 실천함으로써 무언의 웅변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출판사의 <오래된 미래>보다도 한층 더 금욕적인 느낌이 드는 이 책은 전 페이지를 통틀어 사진이 전무하고 표지는 한없이 엄숙하며 400페이지에 육박하는 내지는 역시나 재생지인데다가 글자 크기 또한 깨알 같다. 철학과 신념이 고스란히 반영된 이 책의 외형에서 순간 경건함마저 느꼈다면 지나친 감상일까.  

이 책에서 녹색평론 주간 김종철 씨는 "진실로 사람다운 삶을 누릴 수 있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협동적인 공동체를 만들고, 상부상조의 사회관계를 회복하고, 하늘과 땅의 이치에 따르는 농업 중심의 경제생활을 창조적으로 복구함으로써 생태학적으로 건강한 생활을 조직하는 일밖에 다른 선택이 없다"고 (헤아려 보면 20년 동안 일관성 있게) 주장하고 있으며, 미국의 환경운동가 제리 맨더는 "텔레비전이 인간의 의식과 정신을 침략하여 그것들을 상품화한다"면서 텔레비전을 집에서 없앨 것을 제안하고, 하싼 파티라는 건축가는 주인이 소외된 채 자본논리에 의해서만 건축되는 현대의 가옥에 의문을 제기하며 저렴하고 토착의 재료를 사용한 (그래서 그 어느 곳보다도 제3세계에 꼭 필요한) 생태적 가옥을 소개한다. 또한 영국의 과학자 제임스 러브로크는 생물권과 대기권과 지각과 수계가 화합을 이루어 유기적으로 활동하는 거대하고 전지구적인 기능적 단위로 가이아라는 개념을 제안하며, <탈학교 사회>를 쓴 이반 일리치는 간디의 오두막을 다녀온 소감으로 "우리가 평생 동안 끊임없이 수집하는 가구나 기타 물품들은 우리에게 결코 내면적인 힘을 주지 않으며, 우리가 소유한 불필요한 물건이나 상품들은 오히려 주위환경으로부터 행복을 섭취할 수 있는 우리 고유의 능력을 위축시킨다"고 강조한다. 

이 책에서 특히 곱씹어 볼만한 이야기는 마지막 꼭지인 제레미 리프킨의 <쇠고기를 넘어서>라는 글이다. 리프킨은 이 글에서 개인의 건강을 위해서든, 지구생태계의 보전을 위해서든, 제3세계의 굶주리는 사람들을 위해서든, 또는 동물 학대를 막기 위해서든, 산업사회에 있어서 고기 중심의 식사습관은 하루빨리 극복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날마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기근으로 죽어나가는 에티오피아가 유럽 국가들에 가축 사료를 수출하기 위해 농토의 일부를 사료용 곡물을 재배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거나, 지난 반세기 동안 세계 전체 목초지의 60퍼센트 이상이 과도한 방목으로 파괴되었다거나, 소들이 먹는 사료용 곡물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석유화학 비료에서 지구온난화 요인의 6퍼센트에 해당하는 질소산화물이 발생한다거나 하는 이야기들은 나로서는 그야말로 금시초문의 충격적인 사실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나는 쇠고기를 얼마나 진심으로 열렬하게 충심으로 가슴 깊이 투철하게 사랑해왔단 말인가! 그러나 앞으로는 어쩐지 쇠고기를 먹을 때마다 죄책감에 시달리게 될 것 같다. 차라리 모르고 말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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